소개 블루오션을 찾으며 가치를 추구하는 - 이해완 변호사

[도사]

제 목 :블루오션을 찾으며 가치를 추구하는 - 이해완 변호사


작성자 : 시민과 변호사
출 처 : 로앤비 사이트




낯선 이를 찾아가는 길은 다소간의 설렘과 함께 긴장을 동반하는가 보다. 이번 호의 웹진 『시민과변호사』탐방대상인 법조인은 이해완 변호사였는데, 사법연수원에서 중국법과 관련하여 초청하여 특강을 들은 기억이 있어 낯설지 않아 좋았다.

이해완 변호사가 근무하는 곳이 법무법인 태평양이 있는 곳이 아니라 차병원 근처라고 하여 약간 당황하였다. 송무 분야와는 다소간의 거리를 두고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는 분이라 이해가 되었지만, 어떤 곳일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기엔 충분하였다.

이번 호 『시민과변호사』 인터뷰는 이해완 변호사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1988년부터 판사로 일을 하시다가 2000년 변호사로 개업을 하시면서 바로 로앤비라는 회사를 만드셨는데, 변호사로서 그동안의 활동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저는 판사로서 나름대로 열심히 보람을 느끼며 살아왔었습니다. 그러다가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한 2000년이 되자 이런 저런 생각 끝에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보다 창조적이고 개척적인 일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고민 끝에 법복을 벗은 후 법무법인 태평양과 손잡고 로앤비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따뜻한 집 안에 있다가 찬바람 부는 광야로 나간다는 생각과 각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벤처창업이라는 생소한 분야가 안겨 준 어려움과 고뇌는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스스로 선택한 길이기에 물러서지 않고 걸어왔고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을 이루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생각됩니다. 그 과정에서 법률 정보화와 기업법무 교육의 발전, 기업 등 법률 업무의 전산화 지원, 대국민 법률지식 보급, 국내외 IT 관련 입법 지원 등에서 나름대로 의미를 느낀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물질적인 관점에서는 성공이라 말하기 이르지만, 가치와 의미라는 관점에서는 성공적으로 ‘블루오션’을 찾아 항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판사와 변호사로서 살아오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의뢰인이 있었는지요? 법조인이 되어 벌써 17년이 넘게 살아왔군요. 사업연수원을 마치고 인천지방법원에 판사로서 근무를 시작한 것이 1988년이었어요. 변호사 개업을 2000년에 했으니, 판사로서의 생활도 짧지는 않았네요.
기억에 남는 사건은 많이 있지만 마음에 가장 큰 기쁨으로 남아 있는 것은 아주 작은 사건입니다. 1992년도에 창원지방법원에 발령을 받아 근무할 때였어요. 남편을 잃고 아이 셋을 둔 아주머니가 있었는데, 생산직 근로자로 살고 있었어요. 아이 1명은 심장판막증에 걸려 고통을 받고 있었지요. 남편이 산재로 사망한 후 700만원에 전세방에 살고 있었는데, 이미 경매개시결정이 난 집에 전세를 들었던 거예요. 낙찰받은 채권자들이 명도소송을 했구요. 법률적으로는 그 아주머니와 세 아이는 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었지요. 참 딱했어요. 그래서, 판결을 미루고 여러 차례 채권자를 설득하여 결국 조정으로 그 아주머니가 전세금을 받아 나갈 수 있게 되었어요. 법정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모두 자기 일처럼 박수를 친 기억이 나네요.

변호사님은 1996년부터 1997년까지 중국 사회과학원 법학연구소에서 객좌연구원으로 근무하신 경험이 있네요. 그때의 추억과 경험담을 좀 들려주신다면..... 저는 중국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제 처가 중문학과 교수인데, 그래서 중국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중국에 가기는 법관으로서는 제가 두번째였던 것 같아요. 중국에 가서 사회과학원에서 지적재산권에 관심을 가지고 전문 교수님과 일대일로 토론식 수업을 하고, 중국의 소설가 등 문화계 인사들과 폭넓게 교우관계를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처와 함께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폭넓게 연구하여 중국에 대한 개설서 정도를 써볼 계획도 가졌는데, 막상 자료만 수집하고 귀국 후의 바쁜 일과 때문에 집필은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때 법의 영역을 넘어서 폭넓게 사회, 경제,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본 것이 세상에 대한 안목을 틔우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중국은 아직도 개척시대라고 보아야 할 정도로 법률가로서의 할 일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어요. 중국전문가를 꿈꿀 때 이제는 모든 분야를 잘 하겠다는 것보다 세분화된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생각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봐요. 그리고 현지에서 맥을 찾는 현지화전략이 필요해요.

변호사님은 저작권법 분야와 중국법 분야 및 IT분야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작권법 분야에 집중하게 된 동기와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제가 판사로서 근무할 적에 제 나름대로 설정한 전공이 저작권 분야였어요. 제가 비부장 재판장으로 모셨던 김능환 부장님이 "법관도 자신의 전문분야를 정하여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면 한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하신 말씀을 인상 깊게 듣고 나의 전문분야는 무엇으로 할까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중견법관세미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마침 큰 주제가 지적재산권법이어서 제가 그 중에 ‘저작권의 침해와 그 구제’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자원하여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저작권법을 전문분야로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전문분야를 만들어 볼 욕심에 발표를 자원하였지만 사전공부가 전혀 없었던 분야여서 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당시 처와 결혼기념 여행을 계획해 두었기 때문에 봄 휴가를 받아 여행을 해야 했는데, 마음이 급하여 여행지인 속초의 콘도에서도 식탁을 책상 삼아서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 다른 판사님들과 저작권법 연구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함께 공부하기도 하였고, 중국에서도 저작권법을 전공으로 하였기 때문에 사법연수원에서도 저작권법 강의를 일부 맡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사법연수원에서 같이 저작권법 강의를 맡았던 오승종 교수님과 공저로 저작권법 교과서를 집필하여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꾸준히 개정판을 내고 있는데, 개정판 집필을 위해서라도 계속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저작권법은 인터넷법의 중요한 내용과 연관이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터넷법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은 IT관련법 전반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2003년부터 한일전자상거래 라운드테이블 한국측 의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고, 2003년에 ADB가 발주한 캄보디아 전자거래법안 작성에 참여하고 2004년에서 금년까지 KOICA가 발주한 베트남 IT법 제정 관련 자문에 참여하게 된 것은 그러한 관심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입니다.
중국법은 중국 유학 후 사법연수원에서 강의를 맡게 되면서 처음으로 자세한 중국법 교재를 집필한 것을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원래 컴퓨터를 잘 다루는 편은 아니었는데, 재판을 위한 필요에서 일찍 데이터베이스에 관심을 가지고 프로그램에 능하신 최영로 판사님(현 서울지방변호사회 정보통신이사, 바른법률사무소 변호사)과 함께 법률문헌 검색 프로그램인 솔프로그램을 만들어 법관들에게 널리 배포한바 있고, 1995년에는 보다 널리 법률정보를 공유하고자 하는 뜻에서 법조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인터넷 법률사이트(‘법률정보 솔’)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로앤비를 시작하게 된 계기로 작용하였습니다.

변호사님은 로앤비의 대표변호사로서 활동을 하고 계신데, 일반 송무와는 전혀 다른 분야를 개척하시는 소회가 남다를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분야의 개척을 위해서는 상당한 희생과 대가를 지불할 각오를 하여야 하지만 그 만한 보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판사직도 고귀한 일이지만 다른 성실한 분들에 의하여 대체되어도 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아쉬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한번뿐인 인생을 ‘나의 인생’으로서 고유한 가치와 의미로 충만하게 채웠으면 하는 생각이 절실하였기 때문에 나름대로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하고 시작한 일이고 제가 치른 대가 이상으로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 하는 로앤비의 주활동분야는 4가지 분야로 나뉘는데, 첫째가 컨텐츠 서비스이고, 둘째가 솔루션 SI입니다. 셋째가 기업법무교육이고, 넷째가 입법 등의 연구 용역수행입니다. 모두가 보람 있는 일들입니다.
최근에 자동상담서비스를 개발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이 서비스에 접속하면 인공지능프로그램이 작동되어 의뢰인이 궁금해 하는 것을 이것저것 물어보면 상담 결과가 나오는 시스템입니다. 변호사 친구라도 없으면 법률조언을 받기가 어려운 현실이 안타까워 법률적인 궁금증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이 서비스를 개발하게 되었어요. 최초 개발은 함께 일하는 안기순 변호사가 직접 하였습니다.
솔루션/SI 사업과 관련하여서는 한전의 법무통합시스템과 삼성화재의 송무관리 시스템,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와 전자거래진흥원의 자동상담시스템 등을 성공적으로 구축하였고, 현재 대법원의 양형정보시스템 등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나눔운동 연구위원회의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계신데, 참가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위 단체는 기독교 NGO입니다. 통일을 준비하고, 남북교류와 협력을 위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모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남북기본합의서에 관해 연구하여 발표를 하기도 했는데, 뜻있는 일을 한다 싶어 동참하게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배우는 것은 많아도 기여하는 바는 많지 않습니다.

최근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검찰수사지휘권의 적법여부를 둘러싸고 법조계에서 논쟁이 심하였는데, 이에 대한 변호사님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구속수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강정구 교수의 견해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학자의 단순한 주장에 대하여 인신구속으로 대응하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이러한 문제는 사상의 자유경쟁시장에 맡겨서 해결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시민사회의 의식수준은 전체적으로 볼 때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보다 훨씬 성숙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해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한 자신감을 가지고 대처해야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장점이 온전히 드러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헌법의 원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법률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시민단체들의 입김이 보다 강화되었습니다. 사개추위나 대법관 추천 등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을 들려주세요. 법관은 진보, 보수의 어느 한 편향된 입장에 서서는 곤란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헌법의 원리가 왜곡된 부분이 있을 경우 그것을 바로잡는 면에서 올바른 소신을 발휘하는 법관이 있다면 그것은 진보, 보수의 양쪽 중 진보 편에 속한 법관이 아니라 나름대로 불편부당한 자세로 법적 양심을 지키는 훌륭한 법관일 뿐입니다. 최근에, 특별한 몇 가지 계기에 의하여 진보적, 개혁적인 분이라는 평가를 받은 분들 중에 대법관이 되신 분들이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 분들도 진보적인 법관이기보다 공정하고 훌륭한 품성을 갖춘 합리적인 법관들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그러한 특별한 계기를 가지지는 않았지만 훌륭한 양심을 가지고 법관직에 헌신해 온 훌륭한 분들도 있을 텐데 그런 분들이 상대적으로 가려져서 불이익을 입는 일은 없는지 우려됩니다. 만약 시민단체 등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그러한 면이 실제로 있다면 그것은 사법부의 진정한 독립이라는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 생각됩니다.

후배법조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앞으로의 시대는 변화 가운데 기회가 주어지는 시대가 될 거라 봅니다. 과거에는 변호사들이 생존을 위해 경영마인드를 가질 필요가 별로 없었지만, 현재와 미래는 빅뱅을 향한 상태여서 경영마인드가 필수라고 봅니다. 변호사로서 냉엄하게 현실을 인식하고, 차별화된 자신만의 가치를 입증해야 합니다. 그것이 사회에 대한 기여이자, 좋은 이웃이 되는 조건이 아닐까요.

변호사님,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살아오시면서 좌우명으로 삼는 말이 있으시다면요? 저는 당분간 로앤비를 통해서 하는 일들을 확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지금은 도약을 위한 준비단계인데, 법률전문가로서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 것이 저의 소망이고, 로앤비가 그 통로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연수원 등에서 강의를 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남을 가르치기보다는 배우는 데 훨씬 큰 희열을 느낍니다. 경영자로서의 새로운 위상에 따라 배울 것이 참 많아서 좋습니다. 늘 학생의 기분으로 평생 배우는 자세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좌우명이라고 특별히 정해 둔 것은 없지만, 항상 현실에 토대를 두되, 이상을 추구하는 가치 지향적이고 이상주의적인 삶을 살고자 합니다. 제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상은 늘 저에게 열정과 기쁨의 원천이 됩니다.

만남에는 즐거움을 주는 경우가 있는 반면에, 불쾌한 기억만 남는 경우도 있다. 소박한 사무실에 꾸미지 않는 말투가 참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현실에 바탕을 둔 이상주의적 삶, 그 속에서 가치를 추구하는 삶. 내가 닮아야 하는 법조인의 삶이 아닐까 반추해 본다.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바라보는 길거리의 낙엽들이 쓸쓸함 대신 따스함을 주는 것은 왜일까. - 시민과 변호사 <장원필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