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ADHD 진단은 위험합니다.
요즘 산만한 아이들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들이 예전보다 훨씬 늘었습니다. 그 이유는 달라진 교육환경에서 찾고 있습니다.
한 반에 60~70명이 북적이는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 선생님은 한 분, 선생님 눈을 피해 장난치는 아이들도 있었고, 쉬는 시간에 옆 반에 가서 노느라 정신없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미처 화장실도 못 가서 수업도중에 실례를 하는 아이들도 간혹 있었지요.
또 수업시간이 끝나기가 무섭게 운동장에 나가서 놀고, 집에 와서는 책가방만 던져놓고 나가서 해가 넘어갈 무렵에야 집에 돌아오는 것이 일과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수업시간에 집중을 못 하거나 산만하게 구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도 학년이 올라가면 산만한 모습은 어느듯 사라지고 의젓한 학생의 모습이 되었지요.
그런데 요즘은 어떻습니까? 초등학교 1학년들조차 수업시간 40분 내내 꼼짝 않고 앉아서 선생님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 쉬는 시간에 운동하러 나가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일이고, 그렇다고 교실에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원 다니랴, 학습지 하랴, 가만히 앉아서 집중해야 하는 일의 연속입니다. 부모님과 선생님들 역시 말 잘 듣고 얌전한 아이를 높이 평가하며 모든 아이들에게 공부만 잘할 것을 강조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가 산만하게 굴고 집중을 하지 않는 것은 정말 '문제'로 낙인찍힙니다. 즉, 예전에는 자연스러웠던 아이들의 행동이 현재에는 '장애'로 인식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ADHD진단을 받는 아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정말 문제가 있어서 ADHD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지만, 문제는 ADHD가 아니라 산만해 보이는 것뿐인데도 ADHD로 진단하고 병으로 취급한다는 것입니다.
ADHD는 전문의의 진료에 따라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에 맞춰 약물치료 등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집중력을 치료하는 데 쓰는 약을 '머리 좋아지는 약'이라고 함부로 남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걱정스러울 따름입니다. ADHD 진단은 신중해야 합니다. 아이가 위에서 말한 요인들 때문에 산만해 보이는 것인지, 뇌에 문제가 있어 집중력이 약한 것인지 정확히 판단하고 그에 맞춰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
1.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란 아동이 부주의와 과잉행동이라는 두 범주에서 나이에 맞지 않는 행동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발병률은 전체 학령기 아동의 3~5% 정도이며, 아동이 성장함에 따라 증상의 강도는 감소하지만 일생동안 지속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ADHD가 있는 아동 대부분은 정상 지능이나, 일상생활에 지적 능력을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 낮은 성적, 학년 올라가기 실패 등으로 학교생활에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ADHD가 있는 아동은 자주 사고를 치고, 가족이나 선생님, 동료들과의 대인관계에서도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사례로 보는 ADHD
사례 A
성수는 초등학교 4학년으로 성급하고 충동적이어서 동생뿐만 아니라 주위 친구들과 자주 싸우는 것이 큰 문제이다. 친구들과 잘 놀다가도 자기가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친구에게서 뺏고, 자기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하려고 하며, 자기 뜻대로 안 되면 친구를 때리는 등의 공격성을 보인다. 이 때문에 아이들이 성수를 피하게 되고 성수에게는 친구가 하나도 없었다. 성수에게 맞은 아이의 부모가 성수의 부모에게 말을 해 그 때마다 성수의 부모는 성수를 야단 쳤으나 성수는 계속 친구들과 싸웠다.
또 성수는 머리는 좋지만 주의가 산만하고 오랫동안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다. 학교에서도 수업 중에 자주 떠들고 장난쳐서 선생님께 자주 야단을 맞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는 집중을 잘 하다가도 싫어하거나 어려운 문제를 만나게 되면 바로 포기해버린다. 따라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하기를 싫어하여 점차 성적도 나빠졌다. 부모는 성수에 대한 기대가 커서 엄마가 직접 숙제를 시키고 학습지를 시켰는데, 성수는 마지못해 대충 아무렇게나 해치우고 어떤 때는 숙제를 하지 않아서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오기도 한다.
사례 B
영진이는 중학교 1학년으로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반항적이다. 어려서부터 주의가 산만해서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계속해서 손을 꼼지락거리거나 다리를 떠는 행동을 보였다. 또 수업시간에도 혼자서 딴 짓을 하고, 준비물도 자주 잊어버리고 챙겨가지 않아 선생님에게 꾸중을 자주 듣는 편이다. 공부는 어떤 때는 잘했다가 어떤 때는 형편없는 등 기복이 심하다.
공부를 몹시 싫어하며 엄마가 시키면 대충대충 해버린다. 특히 반복적으로 풀어야 하는 산수 문제를 매우 싫어하고 아주 쉬운 문제도 실수로 자주 틀린다. 이 때문에 엄마와 공부 문제로 실랑이를 자주 벌이다 보니 엄마도 영진이에게 자주 화를 내게 되고 영진이도 짜증이 늘고 공부 소리만 들어도 버럭 화를 낸다. 심한 경우에는 엄마가 매를 들면 자기도 주변에 있는 물건을 들고 대들기까지 한다.
3. 진단 기준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의 진단 기준(DSM-Ⅳ)
A. 1 또는 2 중에 한 가지에 해당하는 경우
1. 부주의에 관한 다음 중상 가운데 여섯 가지 이상의 증상이 부적응 적이고 발달 수준에 맞지 않는 정도로 6개월 동안 지속될 때
・ 공부나 놀이 등 활동을 할 때 세부적인 것에 면밀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거나 학업, 작업, 또는 다른 활동에서 부주의한 실수를 저지른다.
・ 일을 하거나 놀이를 할 때 지속적으로 주의를 집중할 수 없다.
・ 다른 사람이 말을 할 때 경청하지 않는다.
・ 지시를 완수하지 못하고 학업, 잡일, 작업장에서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다(반항하기 위해서이거나 지 시를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님).
・ 과업과 활동을 체계화하지 못한다.
・ 지속적인 정신적 노력을 요구하는 과업(학업, 숙제)에 참여하기를 피하고 싫어하며 저항한다.
・ 활동이나 숙제에 필요한 물건들(장난감, 학습과제, 연필, 책, 도구 등)을 잃어버린다.
・ 외부의 자극에 의해 쉽게 산만해진다.
・ 일상적인 활동을 잊어버린다.
2. 과잉행동과 충동성에 관한 다음 증상 가운데 여섯 가지 이상의 증상이 부적응적이고 발달 수준에 맞지 않는 정도로 6개월 동안 지속될 때
・ 손발을 가만두지 못하거나 의자에 앉아서도 몸을 꼼지락 거린다.
・ 앉아 있도록 요구되는 교실이나 다른 상황에서 자리를 이탈한다.
・ 부적절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뛰어다니거나 기어오른다(청소년 또는 성인에서는 좌불안석으로 나타날 수 있다).
・ 조용히 여가 활동에 참여하거나 놀지 못한다.
・ “끊임없이 활동하거나”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것처럼” 행동한다.
・ 지나치게 수다스럽다.
・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급하게 대답한다.
・ 차례를 기다리지 못한다.
・ 다른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고 간섭한다(예 : 대화나 게임에 참견한다).
B. 장해를 일으키는 과잉행동-충동 또는 부주의 증상이 7세 이전에 있었다.
C. 증상으로 인한 장해가 두 가지 또는 그 이상의 장면에서 존재한다(예 : 학교, 작업장, 가정).
D. 사회적, 학업적, 직업적 기능에 임상적으로 심각한 장해가 초래된다.
E. 증상이 광범위성 발달장애, 정신분열증, 또는 기타 정신증적 장애의 경과 중에만 발생하지 않으며, 다른 정신장애(예 : 기분장애, 불안장애, 해리성 장애, 인격장애)에 의해 잘 설명되지 않는다.
4. 경과와 예후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는 연령에 따라 보이는 양상이 조금씩 달라진다. 출생 직후 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나타나는 전형적인 특성들을 다음과 같다.
(1) 유아기
출생 직후부터 예민하고 까탈스러워 키우기 힘든 아이일 경우가 많다. 특히 걸음마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이것저것 다 만져보고 난장판을 만들어 놓기 일쑤이고, 아무데나 기어 올라가고, 조심성이 없어 자주 넘어지며,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일이 다반사이다. 그래서 자주 다치고 종종 집밖으로 뛰쳐나가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2) 유아원과 유치원 시기
만 3~4세의 정상적인 아이들의 절반 이상이 부모가 보기에 주의산만하고 과잉행동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발달 과정상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일 수도 있으므로 그런 경향을 보인다고 해서 모두 ADHD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이 시기의 아이들에게서 주의해서 살펴볼 행동 특성은 다음과 같다.
・ 높은 곳에 올라가는 등 조심성이 없다.
・ 마치 모터가 달린 것처럼 계속해서 뛰어다니고 돌아다닌다.
・ 자기가 원하는 것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고집을 부리거나 떼를 쓴다.
・ 기분이 쉽게 변하고 쉽게 화를 낸다.
・ 부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30~60%는 반항적이다.
・ 유치원에서 교사의 지시사항을 잘 따르지 않는다.
・ 수업시간에 아무데나 돌아다니고 제멋대로 행동한다.
・ 시끄럽게 떠들거나 장난을 심하게 친다.
・ 친구들 일에 간섭하거나 쉽게 싸운다.
(3) 초등학교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에 부과되는 요구가 많아지는데, ADHD 아동은 이를 잘 견디지 못한다. 예를 들면 수업시간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몸을 뒤틀고 딴 짓을 해 자주 지적을 당한다. 또 숙제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준비물을 챙기지 못하고 물건을 자주 잃어버린다. 한 가지 일에 집중을 잘 못해 학습에 문제를 보이기도 하고, 충동적인 행동 때문에 친구들과 자주 싸우거나 따돌림 당하기도 한다.
・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한다.
・ 교사의 말에 주의를 기울여 듣지 않는다.
・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
・ 충동적인 행동을 참지 못한다.
・ 다른 학생들과 협동하거나 사이좋게 놀지 못한다.
・ 20~25%는 읽기를 제대로 못한다.
・ 쓰기와 산수 문제를 푸는 데 실수가 많다.
・ 옷을 깨끗하게 입는 것이나 깨끗이 씻는 것 등 일상적인 일들도 책임 있게 하지 못한다.
・ 다른 사람들의 대화에 끼어들고 참견하며, 남을 괴롭히기도 한다.
・ 서클이나 스카우트 활동 같은 집단행동에서 어려움을 참지 못한다.
(4) 청소년기
ADHD 아동의 절반 정도는 청소년기가 되기 전에 과잉행동이 많이 줄어든다. 그러나 초등학교 시절에 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에 수반되는 많은 문제를 보이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하지 않으면 그 후유증으로 청소년기에도 문제가 지속된다. 이 시기의 ADHD 아동의 절반 이상이 반항적인 경향을 보이고, 약 25~30%는 품행 문제를 보이게 된다.
・ 부모나 교사의 말을 듣지 않고 대든다.
・ 술이나 본드, 마약 등에 손을 대고, 이성교제에서 성적인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 수학, 읽기, 쓰기 등에서 낮은 수행을 보이며, 학습장애가 심해 학업을 잘 따라가지 못한다.
・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중간에 학업을 그만두는 경우도 생긴다.
・ 자신감이 없어지고 미래에 대한 희만이 없어 자포자기하는 경향도 생긴다.
・ 우울증에 빠지거나 분노감정이 누적된다.
(5) 성인기
ADHD 아동의 50~65%에서 성인기까지 주의산만한 경향이 지속된다. 성인이 되면 과잉활동은 감소하지만 주의산만과 부주의는 없어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상적으로 직장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들 중 25%가 반사회적 성격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반복해서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사회규범에 반하는 무책임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 또 정상인에 비해 큰 사고를 당하거나 자살하는 경우도 더 많다.
5. 부모와 교사가 간편하게 진단하는 방법
※ 코너스의 간편 진단 질문지여러분의 자녀나 학생이 다음 열 가지 행동을 어느 정도나 보이는지를 해당 점수에 표시하십시오.
전혀 없음 : 0 약간 있음 : 1 상당히 있음 : 2 아주 심함 : 3
1. 차분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활동적이다.
2. 쉽게 흥분하고 충동적이다.
3.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가 된다.
4. 한번 시작한 일을 끝내지 못하고, 주의 집중 시간이 짧다.
5. 늘 안절부절 못한다.
6. 주의력이 없고 쉽게 주의가 분산된다.
7. 요구하는 것은 금방 들어주어야 한다.
8. 자주 또 쉽게 울어버린다.
9. 금방 기분이 확 변한다.
10. 화를 터뜨리거나 감정이 격하기 쉽고,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다.
평정한 열 문항의 점수를 모두 더해 16점을 넘으면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 전문가와 상담하고 더 정밀한 심리검사를 받아보아야 합니다.
ADHD의 원인
많은 기타 발달 장애처럼 정확한 원인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거나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유발하는데 영향을 준다고 알려진 연구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유전적 요인
ADHD가 유전자에 의해 야기되는지에 대해서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 졌고, ADHD로 진단된 아동의 부모나 형제 중에도 주의력 결핍문제가 있는 경우가 30%정도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ADHD가 어떤 유전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된다고 밝혀진 바는 없으며, 단지 가족연관성을 제기하고 있다.
2) 환경적 요인(편도체 이상, 감정이입 능력이 없다.)
임신 시 태아의 상태가 주의력 결핍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 즉 임신 시 임산부의 영양부족, 흡연, 과도한 스트레스, 감염 등이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조산이나 난산으로 인한 두부손상이 이러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환경적 요인이 단독적으로 ADHD를 야기 하지는 않는다. 소량의 납과 같은 환경적 독소는 대뇌발달과 기능에 영향을 미치거나 ADHD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3) 정상아의 경우 임신 중 그리고 생후 1년 간 두뇌는 계속 발달하며 두뇌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신경 세포들이 적절히 형성되고 연결된다. 그러나 임산부의 흡연, 음주, 약물복용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이와 같은 두뇌형성과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4) 아동의 기질과 부모 성격과의 상호작용
아동의 과잉행동과 반항적인 행동이 다른 심리사회적 요인들과 결합하여 ADHD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들이 있다고 한다. 계속되는 연구에 의하면, 어머니가 과잉행동을 하는 자녀를 부정적이고 비판적이고, 명령하는 태도로 다룬 사례에서나, 자녀에게 적대적인 부모나 부부간에 문제가 있는 부모 역시 부정적인 기질을 가진 학령전기의 아동을 ADHD로 발전시킬 위험성이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