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클러스터 청소분야의 인스케어로 인계가 외주화일까? 아니면 사회적 경제 확산, 강화일까?(많이 깁니다.)
2017년부터 이따금 구례에서 들려오는 노조에 관한 소식은 제 마음을 참으로 안타깝게 했습니다. 속이 상하기도 해서 ‘의견을 줄까?’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제가 아이쿱생협에서 근무했었고 특히, 7개월이라는 짧다면 짧은 기간 구례클러스터 비제조 분야 책임자였는데 그 분야가 노조와 갈등이 핵심적으로 발생한 분야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습니다. ‘그래도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잘 풀겠지 그리고 그런 시련도 잘 극복해야 더 성숙할 거라는 마음’으로 어떤 표현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소셜리스트라는 사이트에 박일남 씨가 쓴 글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도 광주전남 지부 현장통신을 보고,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글을 쓰기로 맘을 먹었습니다.
1. 저의 소개
노조원이나 생협 조합원, 활동가 중에서는 저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있을 수 있어서 잠깐 소개를 합니다. 앞에서 조금 언급했지만 저는 2002년 진주에서 진주아이쿱생협을 만들 때부터 활동을 했고 2005년에는 아이쿱생협의 활동가이자 아이쿱생협학교급식준비위원장 자격으로서 학교급식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을 했습니다. 이런 활동을 본 아이쿱에서는 함께 일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후 2006년 3월부터 2016년 2월까지 10년 아이쿱생협에서 직원, 경영진으로 일을 했으며, 그 10년 중에 마지막 시기인 2015년 8월부터 2016년 2월까지 7개월 구례클러스터 비제조 분야(문화사업) 책임자로 근무했더랬습니다.(3, 4월은 영화 행사 때문에 자원 활동을 한 것임) 개인적인 사정으로 구례클러스터를 떠난 지 거의 2년이 다 되어서 구례클러스터의 사정을 세부적으로 알지는 못합니다만 아이쿱생협의 정책과 방향은 아직 꽤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객관적으로 쓴다고 해도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객관적이라고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도 최대한 객관적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2. 팩트에 대한 입장
일반적으로 어떤 사건, 쟁점이 발생했을 때 팩트는 진실과 함께 이해의 단초 또는 논쟁의 무기가 됩니다. 한편 잘했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서도 후에 팩트가 틀린 것이 발견되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됩니다. 그리고 그 팩트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일만 알리고 불리한 것은 알리지 않는 것으로는 팩트를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아닙니다. 설령 자기에게 불리한 것이라도 그대로 알려야 후에 더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구례클러스터도 노동조합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한편 이 팩트는 두 쪽의 주장이 다 사실을 근거로 한 경우들이 종종 있기 때문에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팩트는 결국 행정, 사법적 판단으로 가서야 밝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글에서는 팩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3. 청소 사업을 인스케어에 맡기는 것이 외주화이고 정리해고 전단계?
여기서는 팩트 이전에 노조가 주장하는 외주화, 정리해고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만 제 생각을 밝혀보고자 합니다. 특히, 건강한 노동조합도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협동조합의 정책을 ‘외주화’로 오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본기업과 협동조합(또는 협동조합 관련 회사)의 본질적인 차이를 이해해야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이는 자본기업이 추진하는 외주화와는 전혀 다릅니다. 자본기업이 추구하는 외주화는 비용절감과 물리적인 위험에 대한 책임 회피를 위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다른 목적도 있을 수 있지만) 결국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본사가 하던 역할, 일감을 외부의 회사에게 맡기면 그 일을 받은 회사는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고용을 줄이고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되고 남아 있는 노동자들은 노동의 강도가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일 겁니다.
4. 구례클러스터가 정말 외주화를 하는 것인지 잘 점검해야
그런데 협동조합 특히, 아이쿱생협이 진행하는 방향은 본질에서 다릅니다. 외부에서 봤을 때 구례클러스터 단지 내의 청소는 자신들이 직접 노동자들을 고용해서 해야 할 일인데 외부 회사에 맡기니까 외주화가 아니냐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는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검토해야 합니다. 먼저 (서로 법인은 다르지만) 구례클러스터를 만든 아이쿱생협이 협동조합으로서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다음으로 구례클러스터가 진행하는 방향과 일반 기업들이 추진하는 외주화를 비교하는 것입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5. 구례클러스터를 만든 아이쿱생협은 궁극적으로 소비자 조직, 농민 생산자 조직, 노동자(직원) 조직들의 협치 또는 협의체를 지향함.
아이쿱생협의 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이쿱생협의 조직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흔히 이야기 합니다. 아이쿱생협은 복잡하다고... 맞습니다. 복잡합니다. 그 이유는 소비자, 노동자, 농민, 가공생산자 그리고 법인이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기업이 존재하는 방식은 단순합니다. 생산수단을 소유하는 자본가와 임노동을 하는 노동자로 구성되지요. 그런데 아이쿱생협과 그 관련회사들은 사업체라는 현상은 자본기업과 같아보여도 본질적인 내용은 전혀 다릅니다. 아이쿱생협은 생산수단 소유를 기반으로 노동자가 생산한 잉여가치를 착취하는 자본가 계급이 없는 조직입니다.
아이쿱생협의 생산수단에는 소비자, 농민 생산자, 노동자(직원), 가공생산자 그리고 법인 등이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자본 기업에 익숙하거나 사업체를 자본과 노동의 관계로만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어렵습니다. 결국 핵심은 생산수단을 자본가만 소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함께 공유하는 방식인 것입니다. 이런 방식의 경제 사업체를 단순히 ‘자본과 임노동’이라는 잣대와 적대적 모순 관계라는 도식을 가지고 판단하면 큰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아이쿱생협, 구례클러스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노동자입니다. 노동자가 생산한 잉여가치를 가져가는 그룹이 아무도 없다는 말입니다. 청소 노동자나, 공장 노동자나, 팀장이나 경영진이나 모두 노동자입니다. 단지 맡은 역할이 다를 뿐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부연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이쿱생협의 소비자 조직(단위 생협들)은 1997년부터 사업연합회를 구성했습니다. 이것이 아이쿱생협의 출발입니다. 이후 농민 생산자 조직을 만들기 위해 약 10년의 노력 끝에 2007년 아이쿱생산자회가 독자적으로 창립했고 2016년은 사회적협동조합 아이쿱생산자회로 전환했습니다. 직원들도 장기적으로는 스스로 노동자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것의 한 사례가 2013년 출범한 사회적협동조합 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입니다. 출자금의 대부분을 직원들이 조달하고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는 다중이해 관계자 협동조합을 위해 참여하였습니다만 기본적으로 노동자협동조합 성격입니다.
그리고 노조에서 알고 있는 오너십을 하는 사람들도 역시 노동자입니다. 단지 생산수단 소유에 출자하지 않은 직원 노동자들과 달리 생산수단 소유에 출자를 하여 주인된 노동, 소유 노동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사람들입니다. 자본가와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저는 한국의 일반적인 노조, 노동운동이 생각하는 ‘임노동을 하면서 노동의 주인’이 되려는 방법도 인정합니다. 한편 협동조합은 출자, 생산수단의 공동 소유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노동의 주인이 되는 방식을 택한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현재의 아이쿱생협, 구례클러스터에는 임노동과 소유노동(생산수단에 출자한 노동)이 공존합니다. 그리고 바람직한 노동자협동조합에서는 가능한 모든 노동자가 생산수단을 공동으로 소유하기 위해 출자하도록 합니다. 한편 출자한 노동자가 받는 출자금 배당을 공공금리 이하로 통제합니다. 그래야 노동자 조합원이 출자한 출자금이 타인이 생산한 잉여가치를 부당하게 가지고 오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주인된 노동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 아이쿱생협, 구례클러스터는 이런 방향을 지향합니다.(제가 이해하는 선에서는)
6. 아이쿱생협은 하나의 회사법인의 규모를 크게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생산수단의 공유와 노동 그리고 소비에 참여하기 때문에 하나의 사업법인의 규모를 크게 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그래야 이해관계자들이 사업체의 중요한 결정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에 참여하는 단위 생협은 무려 90개가 넘고 전국에 흩어져 있습니다. 이는 한살림생협, 두레생협, 행복중심생협에 참여하는 단위 생협의 숫자를 다 합한 것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드림을 경영하는 자회사들도 여러 개가 있습니다. 수도권, 중부, 호남, 영남(영남은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이 독립법인) 등등. 그래야 각 지역에 있는 생협, 조합원들이 자회사 경영과 중요 결정에 참여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는 하나의 광역자치단체에 있는 자연드림 매장을 하나의 회사가 경영하는 방식으로 갈 것입니다. 매장 경영만 아니라 제조와 서비스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스페인의 유명한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도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분야에서 하나의 업체를 크게 키우지 않습니다.
7. 이렇게 사업체를 자꾸 나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이쿱생협이 사업체를 자꾸 나누는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는 법인, 조합원들이 중요한 결정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아무래도 전국에 하나의 사업체로 되어 있는 것보다는 여러 개로 나뉘어 있으면 참여가 쉽지요. 둘째, 중요한 결정에 참여하는 것을 통해 참여하는 주체들의 주인의식을 키워가기 위함입니다. 협동조합이 자본기업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주인의식이 있는 조합원, 노동자를 길러 내야 합니다. 그래야 치열한 시장 경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셋째, 관료화에 대한 경계입니다. 조직이 커지면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 관료화입니다. 그리고 관료화는 조직을 망가트립니다. 그러므로 이를 경계해야 합니다. 넷째, 노동자(직원) 스스로 자기가 일하는 사업체를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함입니다. 아이쿱생협에서는 노동자들에게 자기 사업장을 소유하고 경영하는 기회를 주려고 합니다. 이는 노동 해방, 인간 해방의 한 방법이기도 하고 자본 기업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합니다. 다섯째, 리스크에 대한 분산입니다. 하나의 거대 조직이 문제가 생기면 그 충격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조직을 작게 하면 위험이 자연스럽게 분산됩니다.
8. 아이쿱생협은 사회적 경제의 생태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한편 아이쿱생협은 2012년부터 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를 통해 타 협동조합 창업을 위한 상담과 컨설팅 그리고 자금을 대출해 주는 사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00년 초부터 아이쿱생협은 조합원들에게 판매하는 물류, 물품, 서비스 등의 분야에 대해서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등 사회적 경제에 속하는 사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제공해 왔습니다. 이는 당연히 ‘자본의 이윤 추구 중심으로 되어 있는 한국 사회’에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적 경제 분야’를 성장시키기 위함입니다. 이를 위해 장애인 사업장에서 만드는 과자, 콩나물, 농산물, 가공식품 그리고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생산하는 화장품, 사회적 기업이 제공하는 청소 서비스 등을 취급한 것입니다. 아울러 인스케어는 이미 수년 전부터 아이쿱생협과 협력하고 있던 곳입니다. 그리고 인스케어가 구례클러스터의 청소 분야를 맡게 된 것 역시 전부터 추진하던 정책입니다.
9. 자본기업이 이윤 추구를 위해 진행하는 외주화와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앞에서 잠깐 이야기 했듯이 자본기업이 외주화를 진행하는 것은 보다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외주화가 진행될 때에는 모 기업에 있을 때보다 임금이 삭감되거나 노동자 중에 일부가 정리해고 되어 줄어듭니다. 그러나 이번 구례클러스터에서 진행하는 청소 분야의 인스케어로 이동은 청소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이나 정리해고가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두 인계 됩니다. 매장 자회사를 만들 때에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이에 대해 노조는 믿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일어난 외주화에서는 없었던 일이니까요. 이와 같은 사례는 아니지만 법인이 인수인계 되면서 노동 조건과 100% 고용을 승계한 스위스생협의 사례를 보면 협동조합, 생협이 자본기업과 어떻게 다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06년 한국에서 홈에버는 까르푸 매장 19개를 인수하면서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수백 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 또는 비정규직으로 전환했습니다. 이와 달리 2008년 스위스생협은 13개의 까르푸 매장을 인수하면서 노동자 전원을 고용 승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스위스생협이 가능했던 것은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업체가 아니라 소비자의 요구를 해결하고 노동자 고용 안정을 추구하는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구례클러스터의 청소 분야가 인스케어로 넘어간다고 해서 고용과 임금에서 변하는 것은 없다고 확신합니다.
10. 아이쿱생협은 사업을 시작한 1997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정리해고 한 적이 없음.
아이쿱생협은 1997년 공동물류 사업을 시작한 후 20년이 넘은 지금까지 단 한 명의 직원, 노동자를 정리해고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돈 문제와 같은 사고를 친 직원을 징계했는데 그 징계를 받는 것보다 스스로 그만두는 것을 택하는 직원들은 있었습니다. 제가 구례클러스터에 있을 때에도 그런 사례가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조직의 경영상태가 어렵다고 해고한 적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더구나 구례클러스터에는 비정규직도 한 명 없습니다. 나아가 최저시급은 국가가 제시한 금액보다 약 20% 더 지급하였습니다. 특히, 청소,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더 배려를 했습니다. 다른 노동자들도 힘들지만 가장 힘든 일을 하기 때문에 더 배려한 것입니다. 이는 제가 구례에 가기 전에도 그랬고 제가 경영 책임자로 있을 때에도 그리했습니다.
11. 자연드림 매장은 소매 유통에서 노동 조건과 임금이 가장 좋은 수준임
다른 생협들이 아이쿱생협이 주는 시급 때문에 직원들을 빼앗긴다고 원망을 할 정도였습니다. 자연드림 매장에서 주는 시급이 생협계에서는 가장 높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아르바이트생들에게도 인기가 높았습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와 비교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형마트들이 정부가 정한 최저시급에서 조금 더 주면서 주차, 월차 수당을 안 주려고 편법을 사용할 때 아이쿱생협은 정부가 정한 최저시급보다 20% 정도 더 주고(당연히 대기업 매장 보다 급여가 더 많음) 주차, 월차 수당도 근무한 시간에 비례해서 정확하게 지급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 시급 1만 원을 2020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마저 자본, 자영업자 그리고 보수 언론현실의 벽에 부딪혀 늦춰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쿱생협은 2019년부터 일부 사업장을 시작으로 1만 원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소중합니까?
12. 노조, 민주노총은 아이쿱생협, 구례클러스터와 협력하여 타 소매 유통 노동자 조건을 개선해야
그러므로 민주노총은 오히려 아이쿱생협의 이런 점을 활용하여 노동조건이 가장 열악한 분야인 소매 유통에서 대기업들과 협상하고 투쟁하는 것을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자본이 운영하는 유통기업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아이쿱생협이지만 그들 보다 더 좋은 노동조건과 임금을 주는 아이쿱생협, 비정규직 없는 구례클러스터를 예를 들면서 대자본이 변하도록 해야 합니다. 꼼수를 피우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자본에게 “당신들보다 훨씬 작은 아이쿱생협도 하는데 왜 당신들은 못하냐”고 싸워야 합니다.
아이쿱생협이 이럴 수 있는 것은 소비자, 노동자, 농민들이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는 것과 함께 경영진의 연봉이 자본기업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아이쿱생협은 최저 임금과 경영진 최고 임금이 5배 정도의 수준입니다. 매출이 6천억 원 가까이 되는 다른 기업이 수십 배 또는 백 배 이상 차이 나는 것과는 엄청 다르지요. 사실 저는 구례클러스터에 있을 때 비제조업 경영자였으면서 연봉이 가장 낮은 직원의 2~2.5배 받았습니다. 그만큼 다른 자본기업 경영진들과 다릅니다. 유럽에서는 여러 나라에서 노동운동, 노동조합이 협동조합, 생협과 협력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에서 있었던 일들입니다. 그리고 스웨덴에서는 노동운동, 진보정당 운동 등과 함께 협동조합(특히, 소비자협동조합) 운동은 복지국가, 평등, 그리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로 가는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노력과 협력은 국제노동기구, ILO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1919년 ILO 초대 사무총장 알버트 토마스는 협동조합 운동을 하던 사람이었고 ILO는 1920년 협동조합국을 설치했습니다. 이후 ILO는 여러 차례 협동조합과 협력할 것을 발표했습니다. 2007년 경제위기 때나 2012년 세계협동조합의 해에도 ILO와 ICA(국제협동조합연맹)은 협력했습니다. 이제 한국사회에서도 이런 협력을 모색해야 합니다. 아이쿱생협에서는 이런 협력을 위해 2007년부터 한국사회포럼에 적극 참여했고 KTX민영화 반대투쟁, 의료민영화 반대 투쟁, 가전제품 서비스 노동자와 연대 등에 적극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장기 파업 사업장에도 지원을 했습니다.
한편 아이쿱생협, 구례클러스터는 민주노총, 노동조합과 더 소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장 직원 노동자들과 더 자주 대화하고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제가 알로 있는 아이쿱생협과 구례클러스터는 노동조합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노동조합, 노동운동은 노동해방, 인간해방에서 꼭 있어야할 조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봅니다. 제가 그랬었고 다른 경영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방향과 조금 다른 길, 방법을 택하고 있지만 둘 다 궁극적인 지향은 통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무리
오랜만에 글을 쓰다 보니 길어졌습니다. 지루하고 긴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마무리를 하자면 제가 알고 있는 바에 의하면 이번 구례클러스터의 청소분야 인스케어 이관은 자본 기업식의 경비 절감과 노동자 해고를 위한 외주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사회적 경제 조직과 협력, 나아가 장기적으로 소비자, 농민 생산자, 직원 노동자들의 생산수단 공동소유를 바탕으로 한 주인 의식 강화와 노동의 자기 결정권 강화를 위해 오래 전부터 추진해오던 정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러므로 노조와 민주노총은 구례클러스터와 잘 소통했으면 좋겠습니다. 구례클러스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직이 하고자 하는 정책과 방향에 대해 구성원들에게 잘 설명하고 소통하여 이와 같은 오해를 사전에 예방하길 바랍니다.
추가로 아이쿱생협 구례클러스터에 대한 오해를 두 가지 풀고자 합니다. 한 가지는 구례클러스터와 충북괴산의 제2클러스터를 아이쿱생협이 조성한 공단으로 알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잘못 알려진 것입니다 충북괴산의 제1클러스터는 아이쿱생협이 직접 부지를 매입하고 공단을 조성했습니다. 그러나 구례와 괴산의 제2클러스터는 구례군과 괴산군이 조성한 것입니다. 두 자치단체가 조성한 공단을 아이쿱생협이 책임지고 단지의 내용을 채운 것입니다. 즉, 입주할 기업들을 모집, 선정하고 모자랄 경우 아이쿱이 직접 사업을 하는 방법인 것이죠. 다른 한 가지는 아이쿱생협의 사업 방식입니다. 구례클러스터에서 가장 먼저 가동한 라면공방에 대한 예입니다. 초기에는 어려웠습니다. 그 때에는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공방이 점점 정상 가동되어 적자를 벗어나고 흑자를 볼 즈음에는 지분을 농민 생산자 특히, 밀 생산자들과 소비자 조합원들에게 모두 넘겼습니다. 그 이유는 사업연합회는 다른 사업에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이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주인임을 정확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 역시 일반 자본기업의 방식과 전혀 다르죠. 이럴 수 있는 것은 아이쿱생협의 사업 목적은 이윤 추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아이쿱생협이 이윤 추구에 골몰한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은 아이쿱생협, 협동조합을 너무 모르기 때문에 오해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