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과 막걸리) 일막회 산우들과 삼각산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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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즐거운 산우회다. 그래서 산행이 즐겁고, 그래서 인생이 즐겁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일)에 사는 막걸리(막) 애호가인 산친구들이 모
임(회)을 하고 있다. 그 이름이 ‘일막회’다.
막걸리는 여러 가지 덕을 지녔다. 술이면서 음식처럼 허기도 면해 주며,
취기도 심하지 않다. 추울 때 마시면 추위를 덜어 주고, 농사일
할 때 마시면 일하기 좋도록 기운을 돋구어 준다.
함께 막걸리를 마시면 평소에 나누지 못한 정도 주고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를 두고 옛 사람들은 막걸리가 지닌 오덕(五德)이라고 했는데, 이 덕은 은은
하면서도 끈끈한 한국인의 품성과도 흡사하다.
1993년에 시작, 오랜 연륜을 쌓아온 일막회는 연륜에 비해 회원수가 겨우
두 자릿수 10명으로 단출하다. 한결같이 주 1회 북한산으로 산행을 한다.
그러다 보니 북한산은 집안마당처럼 훤하고, 회원들끼리는 눈빛만 보아도
깊은 속마음까지 다 읽을 수 있다고 한다.
함께 사는 부부나 피를 나눈 형제자매들 보다 더 끈끈한 우정을 나눈다는 것
이다.
막걸리처럼 두터운 우정, 일막회는 막걸리를 닮았다고 한다. 자주 만나고 자
주 부딪히면서도 상대를 해치거나 상처를 입히는 경우가 없었다고 한다.
마치 막걸리의 속성을 닮은 것 같다는 것이 이창기 회장의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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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촬영 박재곤 객원기자
조선조 중엽, 이씨 성의 한 판서의 집에는 질 좋은 소주와 가양주가 많았는데,
판서는 고집스럽게도 막걸리만 골라 마시는지라 자제들이 그 이유를 물었다.
이에 판서는 소 쓸개 세 개를 마련시키더니 담즙을 쏟아 버리고는 그 쓸개주
머니에 소주, 약주, 막걸리를 따로 따로 담아 매달아 두었다.
며칠 후 열어 보니 소주 쓸개는 구멍이 송송 나고, 약주 쓸개도 크게 상했는데,
막걸리 쓸개만 오히려 두터워져 있었다고 한다.
일막회 회원들이 막걸리를 예찬하는 충분한 이유와 그들의 우정이 두터워질 수
밖에 없음을 제시해 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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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산악회지만 산행 중엔 절대 금주
지난 4월6일 일막회 회원들과 북한산 산행을 했다. 구파발역 1번 출구에서 오전
10시에 만난 회원들은 북한산초등학교 앞으로 이동,
주차장에 차를 맡기고 산행길에 올랐다. 구파발역에서 산행나들목까지는 은평뉴
타운이 들어서면서 옛모습은 찾을 길이 없게 되었다.
북한산성계곡을 따라 중성문을 지나고 중흥사지 윗쪽 북한산대피소 가까운 곳에
다 점심상을 폈다. 그런데 기대했던 막걸리가 보이지 않는다. 늘 그렇다고 한다.
산에서는 마시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라고 한다. 대신, 하산길에는 연신내 시장 안
막걸리집으로 직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렇지. 일막회 산행에서 막걸리가 빠질
수야 없겠지.
막걸리가 빠진 조촐하게 차려진 점심, ‘예수와 가까운 친척’임을 내세운 예영기 선
생이 분위기를 잡는다. 일막회 고문역을 맡고 있다는 그는 객원으로 참가한 몇 몇
인사들에게 홍일점 김유진씨를 소개한다.
일막회는 원래 여성회원이 없었는데, 모임의 살림을 남성회원들이 돌아가면서 맡
다 보니 걷어 들이는 회비보다 막걸리집 막걸리값이 늘 초과해서 알뜰한 살림꾼 여
성회원 한 분을 모셨는데, 이 분이 바로 총무인 김유진씨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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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 장희진 회원이 운영하는 식당 산청에서 숭어회로 뒤풀이를 하고 있는 일막회 회원들 4월6일의 산행은 특별한 산행의 날이었다. 동행한 월간山 ‘악돌이’(박영래 객원기자) 와 일막회를 월간山 지면에다 소개할 객원기자(필자)를 위해 산행코스를 짧게 하고 빨리 하산, 장희진 회원이 운영하는 식당 산청(山淸)으로 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고양시 행주내동에 있는 산청은 웅어회와 장어구이, 그리고 참게장정식으로 손님들
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소문의 업소였다.
이 날은 특별메뉴로 산지직송의 웅어회를 ‘쳐먹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한강 하구
에서 잡히는 웅어는 그 맛이 뛰어나 조선시대에는 임금에게 진상되던 멸치과의 은백
색 물고기다.
이 웅어를 잡기 위해 위어소라는 기관까지 설치했고, 백성들의 웅어잡이마저 제한했
다니 웅어의 맛과 존귀함이야 더 이상 설명이 필요치 않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회원들의 발길이 바빠졌던가 본데, 막상 식당에 도착해 보니 반가운 얼굴 한
사람이 미리 와서 진을 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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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른 쪽) 한왕용 대장 -
히말라야 8,000m급 14개봉 완등자인 그는 일막회 정회원은 아니지만,
일산에 사는 이웃사촌으로 특별한 회식장소라 참석했다고 한다.
웅어회와 소주, 맥주가 올라온 식탁에는 이야기꽃들이 만발했다. 회원들 각자가 가장
좋아하는 산 하나씩을 꼽기로 했는데, 회원 모두가 ‘일산(一山)’을 내세웠다.
그런데 악돌이는 “웃기지 말라. 당신네들 보자하니 돈 많은 처가자산(山)과 돈 많은 과
부 재산(山)을 제일 좋아 하더라”고 하는 말에 좌중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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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일막회가 말하는 일산은 모임의 발상지인 일산이 아니라 북한산을 이르는 말이라고 했다.
“세상에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렇게 좋은 산이 어디 또 있겠소.” 그래서 오랜 세월
일막회는 북한산만 고집하며 삼각산을 오르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산은 ‘막걸리 같은 산’이라는 학설(?)까지 펼쳤다.
대문을 열고 집밖을 나서면 집 앞 가게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술이 막걸리인데,
일막회 사람들에게는 북한산이 막걸리를 빼닮았다고 한다.
우리의 쌀로 만든 우리의 전통 토속주 막걸리.
이 막걸리는 우리 전통식품의 총체이자 전통문화의 정수다.
이 막걸리의 진가를 모르고 독하고 비싼 술을 찾아 돈을 낭비하고
건강까지 망치는 사례들이 많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나무랄 데 없는 세계적인 명산 북한산. 그 북한산이 집안에서 창을 열면 눈앞에 펼쳐진다.
집 앞 가게에서 막걸리 한 병 쉽게 구입할 수 있듯
북한산은 그저 그렇게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그러한 산이 산으로서 갖춰야 할 것은 모두 갖추고 있다.
사계절 어느 계절이나 색다르게 연출하는 풍광,
어디 그 뿐인가. 하루에도 몇 차례씩 그 모습을 달리하는 그 조화로움에
10년만이 아니라 100년을 한결같이 올라도 또 오르고 싶어질 산이 바로 북한산이다.
평생을 마셔도 물리지 않을 막걸리!
북한산과 막걸리는 닮은꼴이라는 것이 일막회가 펼치는 주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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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로 간 호프집에서는 막걸리가 없었기에 결국은 막걸리가 있는 3차로 이어졌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오랜 세월이 흐르고 강산도 변했겠지만
일막회 회원들의 우정만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회원 모두의 생각이란다.
일막회의 원래 의도는 ‘일요산행(日)을 통하여 막역한(莫) 우정을 쌓아가는
모임(會)’이었다는데, 언제부터인가 장난기 섞인 뜻으로
‘일산막걸리산우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일산을 중심으로 거주하는 벗들이 매주 산행을 끝내고 하산하여 막걸리를
즐겨 마시며 막걸리 같은 덕성을 지닌 모임이 되자는
뜻으로 굳어져 버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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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를 무척 즐겼다는 옛날 서당의 어느 훈장이 수료식을 앞두고
학동들에게 한 마디 일렀다.
사은품은 준비하지 않아도 좋다. 훈장이 막걸리를 좋아하니
수료식날 집에 있는 막걸리를 한 주전자씩 갖고 와서
내 술단지에 부어놓도록 하라고.
그런데 장난기 많은 고약한 학동 녀석들 모두가
‘나 한 사람쯤이야’ 하면서 맹물을 주전자에
담아다가 훈장의 술단지에 갖다 부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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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어느 해 겨울 날, 일막회에서는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회원 8명이 불광역 1번 출구에서 출발하여 대남문을 통과,
구기동 방향으로 하산하다가 한 회원이 “무얼 좀 먹자” 고 했는데
모두가 자신이 마실 물만 꺼내고 그 누구도 먹을 것을 꺼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날 하산길 구기동 '장모집해장국'에 들어가서 막걸리에 몸을 녹이면서
총무 한 사람을 지명 하게 되었고,
이후 일막회에는 ‘고약한 학동’이 사라졌다고 한다.
4월6일 산청에서의 특별산행 웅어회 회식 뒷풀이
2차는 가까운 간이 맥주집 행주마차에서 펼쳐졌다.
웅어회는 소주와 궁합이 맞는다고 해서 막걸리가 나오지 않았는데,
2차마저 막걸리가 없었던지라
일막회의 든든한 맏형 노릇을 하는 이강오 선생이 3차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결국 어느 '막걸리바'로 장소를 옮겨 막걸리잔을 부딪히면서
하루 산행을 마감했다.
참으로 즐 거운 산우회, 참으로 즐거운 산행이었다.
첫댓글 멋진 일막회입니다. 고산녀도 가입했습니다요~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