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驚蟄)
유창섭*
봄으로 가는 날은 가까우나
거저 오는 게 아니야
봄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지
꽃샘 눈보라가 밀려오고
꽃샘 추위가
부풀어 오른
꽃눈 얼어터지게 하면서
소란스럽게,
하고 싶은 말
모두 토해 내라며
쌓아 두었던 미움
모두 내놓으라며
올 것은 모두 데리고,
보이지 않던 소리들 더불어,
가장 낮은 곳으로 온다
땅 바닥에 바짝 엎드린 쑥과 냉이
가장 먼저 몸을 털고 일어서서
발 밑에 욕심 내려놓으면
눈이 와도 꽃은 필거야
*44.충북 제천
87.시집 [너 떠난 자리에]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