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훈은 느닷없이 걸려온 지강유의 전화에 기분이 나빴다. 단 잠을 곤히 잘자고 있었건만, 예쁜 여자의 목소리가 아닌 혈기가 넘치는 열아홉살 사내 자식의 목소리라니. 태훈은 긁을 머리카락도 없는 두피를 벅벅 긁으며,담배꽁초가 수북히 박혀있는 재떨이 옆에 담뱃갑을 열어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인 뒤, 말을 이었다.
"지강유?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아, 나보다 형이었지. 그리고 뭐였더라? 대건의 시라소니가 당신이야?"
생각보다 건들거리며 말하는 한 살 어린 강태훈의 말에 조금 빡친 지강유였지만, 담배연기를 빨아들이며 속을 삭힌 뒤, 천천히 말을 이어가는 강유였다.
"어디서 한살 어린 새끼가 형한테 반말이나 찍찍싸고 있어. 내가 열아홉 쳐먹고, 나이부심 부리는 것도 웃기긴한데, 예의는 좀 지키지 동생? 다른건 아니고, 혹시 이 근방에 자퇴생들이 지내는 곳을 아나해서 상태선배에게 니 번호 받고 전화해봤다."
욕을 섞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고급적인 언행도 아니었다. 딱, 강태훈의 수준에 맞춰 그에 맞는 언사로 반격해준 강유였다. 태훈은 어이가 없는지 피식 웃으며 담배연기를 다시 깊게 빨아들였다.
"내가 그쪽한테 예의를 지켜서 뭐 얻어먹을게 있다고 지키는데. 당신 나 알아? 당신이 내 선배야? 당신 학교가 있는 연수구에서 설치면서 놀지 그래. 잘 자고 있었는데 별 좆같은 전화를 받아보네. 어이가 없네? 씨발."
한살 어린 동생에게 많이 져줬다고 생각한 강유였다. 욕을 한다면 할 수 있었지만, 강태훈처럼 저급한 자식이 되기 싫어졌고 또, 어린 새끼한테 욕을 할 명분도 없거니와, 하기도 싫었다.
"많이 져줬다. 너 어디사냐? 태훈아. 형이 있는데로 와서 재롱 좀 부려봐."
지강유의 도발에 강태훈 역시 지지 않고 건방지고 거만한 태도로 맞섰다.
"너 어디냐? 지금 당장 가드릴게. 새끼야."
주종호는 ' 후로 게이 ' 정동순과 같이 있는 것 자체가 쪽팔렸다. 물론, 오래 알고 지냈거니와 싸움실력으로는 자신을 충분히 상회하기 때문에 가만히 있기로 했다. 뭐,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리고 정동순은 우동간 형을 짝사랑했다. 동순의 친구인 종호는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안되는 건 안되는 법이다. 이 사회는 동성애에 대한 배척이 심각하다. 더군다나 우동간은 완벽한 이성애자였기 때문에, 정동순은 포기할 법도 하건만, 포기하지 않았다.
'동간 오빠! 여기 초콜렛이영!'
'동간 오빠~ 저 영화표 생겼는데 같이 갈래영?!'
그럴때마다 우동간은 정말 난색을 표하며 거절했다. 정동순이 아무리 여자같다고 해도 남자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옆에서 항상 지켜보던 주종호는 일방적인 사랑을 당하는 우동간이 너무 불쌍했다. 그리고, 정동순을 패서라도 말리고 싶었지만 이미 중고등학교 때 부터 동순의 실력에 발려버렸던 그였기에, 어쩔 수 없이 동순의 보디가드 역할을 했는데, 자의가 아닌 타의였다.
'뭐.. 그뒤로 쭉, 동순이랑 베프가 되긴했는데... 이것도 나름대로 괜찮지가 않아요. 시발...'
차라리 정동순이 우락부락하게 생긴 헐크호건이었다면 경찰에 신고하거나 도망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누가봐도 여자아이같은 동순의 모습과 더불어 붙임성 있는 성격에 주종호는 일찌감찌 정동순을 인정했을 뿐이다.
결국 좋으면서 싫어하는 그런관계가 되버린 셈이다.
"우리 돼징, 왜 기운이 없엉? 뭐라두 먹을깡?"
정동순이 해맑게 웃으며 주종호에게 살갑게 말을 걸었다. 종호 역시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흉측한 돼지가 웃는 것 같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주종호를 피해걸었다.
"아니 동순아 먹는건 됐고.. 이제 나 알바갈 시간이야. 그리고 아까 너한테 맞은 애 연락왔는데 코뼈가 부러졌다고 하더라. 그래서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어. 아무튼, 넌 이제 어디 갈꺼야?"
알바를 간다고 하는 주종호의 말에 급격하게 시무룩해진 정동순이었다. 이제 시간은 오후 4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주종호가 알바하는 시간은 저녁 다섯시부터 새벽 한 시반이었다.
"아 맞당! 종호얌. 오늘 연합모임 하는 날인뎅.. 안갈꺼양? 아까 오빠들도 다 나온다 그랬는뎅."
솔직히 종호는 동순이 형들을 보고 오빠라고 하는 것 까지는 참을 수 있었지만 '오빠' 의 '빠'에서 비음을 자꾸 섞는 것은 참을 수 가 없었다. 뭐라고 할려고 해도, 순진무구 해보이는 여자아이의 모습과 더불어, 동순의 실력에 그저 말 한마디 뻥끗하지 못하고 벙어리가 되어야만 했다. 종호는 간신히 입을 뗐다.
"몇시 쯤 모임인데? 여권이 형이랑 명준이 형은 새벽에 끝나니까 보통 새벽에 맞춰질꺼 아니야?"
주종호의 말에 정동순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냥, 오늘 비번이라고 했엉. 여덟시 쯤 할것 같은뎅? 그럼 쫑호 넌 모임에 못 나오는 거징?"
여덟시면 주종호가 한창 달리고 있어야 할 시간이다. 결국 문자로 박명준에게 상황을 설명해야하는 그였다 .
잠시 후, 오늘 불참해도 좋다는 명준의 연락을 받는 종호는 씩 미소를 지었다.
"나 안와도 된다는데? 뭐, 좆빠지게 열심히 일해라 같은데.. 아무튼 동순이 넌 여덟시까지 뭐하게?"
종호의 물음에, 앙칼지게 대답하는 동순이었다.
"니가 안놀아줘성 겜방이나 갈련당! 무튼 일하다가 무슨 일있으면 톡행. 나 가볼겡~ 조심히 들어강, 돼징!"
동순은 아쉽다는 듯 종호에게서 멀어졌고, 주종호는 한숨을 쉬며 기지개를 쭉 폈다. 종호가 세상에서 제일 힘든건 정동순의 비위 맞추기였다. 이윽고 동순이 멀어지자, 종호는 이제 알바를 가려고했다.
띠리리-
휴대폰에서 전화벨이 울렸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종호는 누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한섭이..형?"
김대섭은 몸을 겨우 추스리며, 배여권에 대해서 계속 생각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서, 자신을 범접할 수 있는 인물은 아무도 없다라고 생각한 것이 큰 오산이었다. 오히려 자퇴생이라는 녀석들은, 강력한 놈들이 우글거렸다.
학교는 그나마, 1학년 때 교실을 잘 장악해놓으면 3학년 때 까지 별 피해없이 조용히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자퇴생들은 다르다. 매일 매일 시비가 들어오고, 그 싸움에서 상대방을 먹어치우며 성장해나간다.
RPG로 따진다면 자퇴생들은 매일 같이 경험치를 받으며 지내는 것이었고, 학교 학생들은 그저 의자에 앉아 혈기를 억누르며 지낸다.
제일 현명한 것은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었다. 하지만, 아직 학업에 열중해야하는 시기에는 자퇴생들이 유리했다. 김대섭은 남은 1년이 격동의 파노라마가 된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손학교에게서 문자가 왔었다. '깡생깡사'의 주종호라는 녀석에게 털렸지만, 청학공고 삼인방에게 도움을 받고 겨우 위기를 모면했다는 것이다.
'임형록,엄준호,정승호.. 대체 뭐하는 녀석들이길래 그 많은 무리들을 박살내고 태연하게 학교를 챙겼던거지? 그만한 실력자들이 인천에 있었나?'
매 해마다 색다르고 강력한 강자들이 인천이든, 전국이든 등장한다. 각자 중학교 때 먹잇감을 먹어치우며 성장한 야수처럼, 알력을 자랑하며 미리 앞서나간 선배들을 압박해나간다. 물론, 선배가 대단하다면 그 위상에 겁에 질린 짐승도 있지만, 거의 다 선배를 씹어먹는 야수로 성장했다.
'상태 선배가 한 말이 맞구만.. 매 해마다 강력한 놈들이 굴러들어온다고... 인천도 예외는 아니겠지. 건하에게 말해서 그 세명을 인천연합에 가입시킨다면, 다가오는 깡생깡사라는 놈들과의 싸움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대섭은 진지하게 생각에 잠기며 욱씬거리는 몸을 겨우 일으켰다. 물을 마시기 위해서 였다. 지만이와 태진이는 아직 다른 방에 뻗어 자고 있었고, 밤 일곱시가 되자 더이상 잘 수가 없었다. 몸이 근질거렸기 때문이다.
냉장고의 문을 열어 투명한 액체가 가득찬 페트병의 뚜껑을 따고 액체를 입안으로 털어넣는 대섭이었다.
액체가 목을 타고 넘어갔고, 청량감을 느낀 대섭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페트병을 냉장고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주머니에 손을 대충 찔러넣고 태진이와 지만이를 발로 툭툭 걷어차 깨우는 대섭이었다.
"야,야! 일어나! 장태진, 하지만! 니들 저녁 안 먹을꺼야?!"
대섭의 성화에 하지만은 손을 휘휘 저으며 최대한 저항했다.
"아-! 하지마라 좀! 잠좀 자자! 대섭아!"
최대한 대섭의 발길질을 손을 휘휘저어 견제하는 지만이였다. 김대섭은 쓰러져 있는 하지만을 향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불안감을 느낀 하지만은 두눈을 번뜩이며 대섭을 쳐다봤지만, 이미 늦었다.
"문.썰.트!"
프로레슬링 기술 중 하나인 문설트. 날아오른 대섭의 배가 정확히 빵빵한 하지만의 뱃살에 작렬했고, 하지만은 격렬하게 다가오는 통증에 복부를 움켜쥐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를 수 밖에 없었다. 김대섭이 킥킥 웃으며 태진을 쳐다보았고, 장태진은 여전히 골아 떨어져있었다. 안되겠다는 것을 확신한 대섭은 낑낑 거리고 있는 지만이에게로 걸어갔다.
"지만아. 태진이 좀 깨워줘. 그만 엄살 부리고. 저녁은 먹고 자야 할 것 아냐?"
대섭이 온화하게 말씀하자, 지만은 화가난 표정으로 대섭을 째려보았다. 대섭은 그런 지만의 모습에 킥킥 웃을 뿐이었다.
"김대섭, 넌 진짜.. 쓰레기다. 핵폭탄 쓰레기. 나가서 뒤져버려. 휴우.. 야, 장태진! 일어나, 우워어어어-!!"
하지만이 벌떡 일어나 쓰러져있는 태진에게로 달려갔다. 얼마 남지 않은 거리. 하지만의 무게 때문에 방이 쿵쿵 울렸지만, 태진은 어찌 일어날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곧, 지만은 공중으로 높이 점프하여 태진의 몸에 프로그 스플래쉬를 작렬시켰다.
쾅!
"으아아악-! 하,하지만 이게 무슨 개짓거리야! 이 개새끼야!"
하지만의 어마어마한 몸무게에 깔려 바둥거리는 태진이었다.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오늘을 기점으로, 하지만의 몸무게는 120kg를 아득히 초월하고 있었다. 물론, 싸움실력으로는 태진이 지만이 보다 앞섰지만 지만의 힘과 무게, 그러니까 피지컬 면에서는 태진이 쪽을 쓰지 못했다.
"야- 일어났으면 나와. 밥 시켜먹게. 치킨 콜?"
대섭이 손을 팬티 안쪽으로 넣고 시큰둥하게 말하며 방을 나섰다. 치느님을 영접하게 해준다는 대섭의 천사같은 발언에 지만과 태진의 눈에서 빛이났고,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코오오올!"
"너가 지강유?"
3월의 알싸한 바람이 불어오는 공원의 공터에는 지강유와 강태훈이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대치하고 있었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강태훈이었지만, 서로 쉽사리 주먹을 주고 받기에는 둘 다 빈틈이 없었다. 하지만 강태훈은 두 주먹을 불끈쥐며, 불시에 들어올 수 있는 지강유의 기습에 대비했다.
"니가 강태훈이구나? 몰랐어. 이렇게 존나 삭았을지는 몰랐거든. 그럼, 붙어볼까? 동생."
지강유는 강태훈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달려들었다. 불시에 기습을 대비하고 있었던 강태훈은 날아오는 강유의 빠른 잽을 고갯짓으로 피해냈다. 동물적인 움직임이었다. 짧은 잽으로 탐색전을 마친 강유는 곧바로 허리를 틀어 오른발로 태훈의 우측 옆구리를 가격했고, 생각보다 강력한 킥에 움찔한 태훈은 찰나의 타이밍을 놓치고 강유의 내려찍기를 뒷목에 허용했다.
빡-
"크윽!"
강태훈의 외마디 신음과 함께 강유는 곧바로 오른발을 들어올려 태훈의 안면부에 하이킥을 갈겼지만, 빠르게 몸을 회복한 태훈은 강유의 오른다리를 잡고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갑작스럽게 달려오는 맹수같은 태훈의 움직임에 강유는 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빠르게 날렸지만, 오히려 이마로 강유의 주먹을 받아내는 태훈이었다.
찌릿한 충격에 강유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고, 태훈은 그대로 파고들어 강유의 목을 오른손으로 꽉 잡고, 땅으로 그대로 내려찍었다. 초크슬램이 정확히 들어가 커다란 충격이 등에 전해지는 강유였지만, 뻗어있기에는 강태훈의 후속타가 너무 빨랐다.
태훈의 발길질을 양손으로 간신히 쳐낸 강유는 그대로 몸을 앞으로 빠르게 숙이면서 양발로 태훈의 안면을 내려찍었고, 가공할만한 테크닉에 태훈은 뒤로 비틀거렸다. 중심을 잡는데 성공한 강유는 곧바로 어깨와 팔, 허리, 발을 동시에 돌려 체중이 실린 묵직한 스트레이트를 태훈의 턱을 향해 날렸다.
뻐억!
강태훈은 턱에 그대로 주먹을 허용하지 않았다. 빠르게 주먹을 뻗어 강유의 주먹을 쳐내는 것으로 견제에 성공했다. 충격에 의해 강유가 주춤하자, 강유에게로 달려간 태훈은 비어있는 강유의 좌측 옆구리를 주먹으로 가격했다. 커다란 타격음과 함께 표정이 크게 일그러진 지강유는 비틀거렸고, 곧이어 태훈의 우악스러운 손이 강유의 머리카락을 잡았다. 그리고, 강유의 몸이 숙여지자, 거친 니킥이 지강유의 안면에 작렬했다.
빠악!
"크으읍!"
코와 입에서 동시에 선혈이 뿜어져 나오는 강유였다. 곧이어 날아들어오는 니킥을 세번 정도 더 허용했지만 간신히 양손으로 태훈의 허벅지를 쳐내고 허리를 크게 돌려 왼주먹으로 강태훈의 턱을 올려쳐 태훈의 품에서 빠져나온 강유였다.
"하아-하아- 후우-후웁-"
강태훈과 지강유의 숨결은 탁해지고 거칠어졌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빠른 공방전을 주고 받았으니, 서로 지칠만도 했지만 두 눈의 투지만큼은 둘다 죽지 않았다. 강유는 속으로 '뭐 이런 새끼가 다있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태훈은 ' 이정도면 석빈이형은 그냥 이겨버리겠는걸. 만만치 않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
서로 다른 생각이었지만, 결과는 똑같은 방향으로 귀결되고 있었다.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라는 것으로.
강유는 입고 있던 교복의 재킷을 땅바닥으로 집어던졌고, 곧바로 강태훈을 향해 달려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경쾌하고 강력한 니리프트가 빠르게 대각선으로 회피한 강태훈의 얼굴을 스쳐지나갔고, 강태훈은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왼다리를 쭉 들어올려, 강유의 허리를 돌려찼다.
공중에서 돌려차기를 허용한 강유의 몸이 곧바로 수직으로 하락했고, 그 타이밍에 맞춰 태훈의 무릎이 정확히 떨어지고 있는 강유의 안면에 작렬했다. 가공할만한 타격음과 함께 강유의 앞니 두개가 공중을 향해 탈출했고, 피를 쏟은 강유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몸이 자동으로 뒤로 젖혀지며 떨어졌다. 다시 일어났지만, 입과 코에서 다시 선혈을 쏟은 강유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같은 동급의 싸움은, 타이밍으로 결정이 난다. 예전 김민규와 오성범의 싸움처럼 말이다. 타이밍과 근성으로 정확히 승기를 잡아낸 김민규와 오성범을 아작낸 것 처럼, 순간적으로 타이밍을 잃어버린 강유는 태훈에게 기세로 밀려버린 것이었다.
"우와아아아-!"
승기를 잡은 강태훈이 괴성을 지르며 강유에게로 달려갔고, 곧이어 강유의 팔 한쪽을 자신의 팔로 휘감은 태훈은 강유의 명치에 니킥세례를 퍼부었다. 강력한 충격에 연이어 선혈을 토해내는 강유는 하늘이 노래지며 점점 정신이 아득해져갔다. 곧이어, 강태훈은 마지막 통한의 일격으로 지강유의 얼굴중앙을 주먹으로 강하게 내리찍었고,강유는 순간이었지만 정신을 잃었다.
주먹과 동시에 태훈의 돌려차기까지 안면에 허용한 강유는 그대로 대자로 뻗어 쓰러졌고, 땅에 쓰러지자마자 정신을 차린 강유였다. 강태훈은 숨을 헐떡이며 지강유를 노려보았고, 지강유는 쿨럭거리며 땅에 손을 짚으며 겨우 일어서며 말했다.
"아.. 띠발.. 싸우면서 이빨 나간 적은 처음인데.. 쿨럭! 후우- 너, 대단하구나, 때끼야?"
강태훈은 일어서는 강유를 향해 다시 달려갔다. 압도적으로 끝내겠다는 듯 주먹을 휘두르는 태훈이었다.
하지만 승기를 너무 확신했었던걸까? 동작이 너무 커져버렸고, 강유는 그 타이밍을 겨우 캐치해내곤 허리를 숙여 피해냈다. 그리고, 여태까지 싸움 짱들은 가지고 있었던 통한의 스킬 중 하나인, 뒤돌려차기를 정확히 태훈의 턱선에 꽂아넣는 강유였다.
빠아악-!
강태훈의 고개가 크게 돌아갔다. 뒤돌려차기의 커다란 충격이 태훈의 정신마저 순식간에 앗아갔다. 잠깐 블랙아웃을 겪은 태훈은 다시 정신을 차렸고, 휘청거리는 몸을 겨우 부여잡고 강유의 몸을 강하게 우겨잡은 태훈이었다.
"우워어어-!!"
강태훈은 괴성을 지르며 강력한 백드롭으로 정확히 지강유의 머리부터 땅에 강렬하게 떨어트렸다. 굉장히 큰 타격음과 함께 지강유는 두 눈을 뜬채 기절해버렸고, 지강유는 패배했다. 태훈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확실하게 끝내기 위해서 두 주먹을 꽉 쥐고 강유의 얼굴을 잔인하게 난자했다. 타격음과 피가 사방으로 튀겼고, 곧이어 강유의 얼굴은 미친듯이 부어올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 과정에서 강유의 이빨이 네 개 이상 더 깨져버렸다.
강유의 잘생긴 얼굴은 붓기와 피멍으로 인해 흉측하게 변했으며, 이빨마저 깨져버려 합죽이가 되버렸다. 한참을 난자하던 강태훈은 숨을 헐떡이더니 벌떡 일어나 이번에는 발로 강유의 얼굴을 여러번 쎄게 짓밟았다. 지강유의 이빨은, 어금니를 제외한 앞니부분은 모조리 박살나고 깨져버렸다. 코뼈까지 아작난 강유는 결국 빈사상태가 될 수 밖에 없었고, 태훈은 한적한 공원을 두리번 거리다가 지강유의 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그러나, 곧이어 다리가 풀려버린 태훈은 땅에 주저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엄청난 사투였기 때문에 태훈에게 가해진 충격도 상당했다. 강유의 핸드폰에 통화목록을 뒤지던 중, 자신의 전화번호 밑에 현상태를 발견한 태훈은 상태에게 이 소식을 전하려고 했지만 욕을 먹을게 분명했고, '상태 선배' 라고 써져있는 이름 밑에 ' 김대섭 ' 이라는 이름을 발견한 태훈은 처참하게 뻗어버린 강유의 사진을 촬영한 뒤 대섭에게 문자로 전송해주었다.
'여기까지가 나의 마지막 은총이다. 지강유. 그리고, 네놈의 실력은 인정한다. 인정하다 못해. 정말 대단한 수준이다. 씨발.. 한 열흘 동안은 풀 컨디션으로 지내기가 힘들겠군..'
강태훈은 지강유가 주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게 수풀안으로 던져버렸고, 휴대폰은 그대로 지강유의 품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몇발자국 걸어가다가 다시 휘청거리고, 제대로 걷다가 휘청거림을 반복하면서, 태훈은 공원을 빠져나왔다.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