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5일(금) 21킬로
2004년 이태리로 휴가를 갔을 때 동기신부는 ‘냉정과 열정사이’ 라는 영화를 봤느냐고 물었다. 함께 여행할 곳 중에 피렌체가 있는데 그 곳은 일본영화로 인해 일본인들이 많이 온다고 했다. 그 영화의 주인공 준세이의 직업이 고미술을 복원하는 일이었다. 옛것을 새로이 복원하는 일은 장인의 정신이 필요한 일이다. 신앙을 복원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예비신자를 교리수업해서 신앙의 길로 들게 하는 것보다 냉담하는 교우를 다시 신앙의 길로 이끄는 것이 훨씬 어렵다고 한다. 옛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 우리 신앙이지만 복음은 늘 지금 여기를 말한다. 오늘 나의 삶의 자리에서 말씀하시는 그분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오늘이 감사한 날이다.
아침 7시 출발, 산볼의 옛 집터에서 호젓하게 미사를 봉헌하고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메세타 평원을 하염없이 걸었다. 온타나스에 도착해 성당이 열려있어 조배하러 들어가니 두명이 제단벽에 사다리를 놓고 붓질을 하며 묵은 때를 벗겨내며 예전의 황금색을 다시 만들어내고 있었다. 카스트로해리스에 도착해 성당을 찾으니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어 한참을 서있었던 곳이 있었다. 빌라도가 예수님을 군중애게 보이며 Ecce homo 라고 말한 성화였다. 그리고 마태오 복음사가 성화도 기억에 남았다. 저녁 7시에 산 후안 성당에서 미사가 있다고 해서 찾아갔지만 분명 맞게 찾아갔지만 문은 닫혀있고 아무도 없어 마당에 앉아 저녁기도를 바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뒤늦게 도착한 불가리아에서 온 엘레나가 사진을 보여주며 2017년에 함께 걷다 친구가 되었다며 한국인 친구와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산티아고까지 간다면 묵시아와 피니스떼레까지 꼭 가보라고 햤다. 엘레나에게 선물로 한지로 만든 북마커를 주니 앨레나는 배낭을 뒤적거리더니 성모자상 상본을 선물이라며 주었다. 숙소 옆 Bar에서는 순례자들이 크게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이 계속되었다. 피곤에 안대하고 귀마개장착하고 하느님 내일도 아침을 허락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