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9일 중학교 동창과 단 둘이서 경상북도 봉화군으로 여행길을 떠났다.
40대후반의 중년여자 둘이서 떠나는 여행길이니 모든게 홀가분했다.
전날 태풍 카눈으로 많은 비와 바람이 불어서 곳곳에 태풍 피해가 있었고,
여파가 남아서 비가 주적주적 내리는 아침이다. 전날 밤에도 무척이나 많은 비가 내려서 내심 걱정도 앞섰다.
하지만 비가 오면 어떻고, 바람이 불면 어떠하리....
이 나이에 세상 무서울게 뭐가 있고, 살아온 만큼 대처할 능력도 있거늘....
다행히 친구도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에 약속한 시간에 친구는 우리집에 도착했고, 우린 떠났다.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영동고속도로 옮겨 달리고 다시 중앙고속도로로 달려서 제천에서 빠져나와 잘 뚫린 국도를 내달리니 강원도 영월쯤 다다르자 배가 고파진다.
영월군 중동면사무소에 차를 주차 시키고 작은 마을인지라 식당이 변변한게 별로 없다.
토속음식을 먹고 싶었지만 주인장이 늦게 나온다고 귀찮음을 통고 해서 가정식백반으로 시켜 먹었다.
친구는 너무 맛없다고 한소리 한다. 그친구 왠만하면 군소리 없는 친구인데 어지간한가 부다.
암튼 대충 끼니를 떼우고, 또다시 목적지인 봉화로 달리기 시작했다.
꼬불꼬불 산길을 돌아 봉화군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나온다.
강원도를 워낙 많이 돌아다니던 나는 그닥 봉화길이 멀다는 생각이 안든다.
사전에 봉화군청 홈페이지에 관광명소를 조사한터라 우선 서벽이란 마을을 들어섰는데 길가에 심어진 나무들에 왠 열매가 주렁주렁....
알고 보니 그 열매는 호두였다. 그러니가 봉화군 서벽의 가로수가 모두 호두나무였던 것이다.
열매가 얼마나 실하던지.....
![](https://t1.daumcdn.net/cfile/blog/197FC33D50125CF40B)
서벽에 수목원이 있다하여 물어물어 찾아갔더니 올해 개발을 시작으로 2014년에 아시아에서 2번째로 큰 백두대간 수목원을 만들 예정이란다.
그냥 포기할수가 없어서 마을분께 여쭤보니 기존에 다닐수 있는 길이 있다고 안내해 주어서 우리는 기필코 가 보았다.
그런데 포크레인이 곳곳에 있고 한창 공사중이였다.
하지만 차길이 형성되어 있어 차로 왠만큼 올라가서 여기저기 올레길마냥 거닐다 보니 아름드리 적송이 무수히 많다.
사람은 전혀없고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너무도 맑고 차게 느껴진다.
거기다 산 중턱인데 또 호두나무가 여기저기 있는게 아닌가??
봉화는 호두나무가 흔하디 흔한 나무인가부다. 주인 없는 길가 수목원 중턱에....거기다 달래열매가 까지.....
가을에 오면 한 되박은 주워갈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에 언제가는 또오리라는 약속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렸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01D4D4150125DC01B)
은어축제를 한다기에 봉화읍으로 가보니 자연산이 아니고 양식으로 기른 은어를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가두어 놓고 축제를 해서 지금은 볼수가 없다고 한다.
우린 그런 인위적인건 정말 싫다.
그래서 닭실마을로 발길을 돌려 찾아가 보았는데 거기는 현지인들이 한옥으로 살고 있으며, MBC에서 방영했던 동이를 촬영한 곳으로 알려진 곳이였다.
나름 역사를 되집고, 앵글에 남는 구도를 잡아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왠 노부부가 각도를 잡아가며 사진을 찍고 우리에게 찍어달라고 요청을 했다.
서로 찍어주며 넌즈시 어떤 여행이냐고 물어보니, 부산에 살고 있는데 올해 환갑이라서 부부가 기념으로 30일 예정으로 전국 여행길을 하고 있으며 집 떠난지 20일이 되었다고 자랑을 하신다.
정말 부러웠다. 나도 저나이가 되면 내 남편과 손잡고 여행을 할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스쳐갔다.
아마도 서로 잘났다고 으르렁 거리며 싸움박질을 하고 있을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ㅎㅎㅎ
내일 청량산에서 만나게 되면 보자고 손을 흔들고 헤어져서 우린 또다른 여행지를 향해 차에 시동을 걸었다.
시간이 오후6시, 이제는 머무를 장소를 물색해야한다.
청량산 근처로 가다가 살짝 옆기로 세보니 갈곡계곡이란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에 평상이 늘어서 있어, 그곳에 차를 세우고 밭에서 일하고 있는 부부에게 가서 이곳에서 하루밤 지세우고 싶다고 하니, 흔쾌히 그러라고 허락하면서 평상을 이용해도 된다고 말해줬다.
우린 준비해온 오리고기로 회포를 풀며 오면서 작은 슈퍼에서 사온 막걸리를 먹으며 봉화의 찬란하게 빛나는 밤하늘를 보며 여행의 첫날밤을 즐겼다.
가로등도 없고 오직 우리 둘뿐이 봉화 갈곡계곡의 밤하늘은 그야말로 오로라였다.
도시에 사는 사람은 그런 별들을 본적이 있는가? 핸폰으로 아무리 사진을 찍어도 보여줄수 없는 그 찬란한 밤별!!!
지금도 생각이 나서 절로 미소가 생긴다.
우린 차박을 했다. 내차가 승합차인 관계로 뒷자석을 움직이면 방이 된다.
오리털침낭을 덮고 자니 별로 춥지도 않고 정말 편안하고 경제적인 숙박이 되었다.
아침에 밭주인은 밭으로 나가 일하느라 부산을 떠는 소리가 들린다.
우린 된장찌게를 만들어 준비해간 밑반찬과 함께 아침밥을 먹고 주인 아저씨와 몇마디 얘기를 나누었다.
아저씨는 40대에 상처를 하시고 지금의 부인이 서울에서 이곳으로 놀러왔는데 그냥 덮쳐서 부인을 만들었다고 한다.
남자는 여자를 좋아해야하고, 여자는 남자를 좋아해야 한다는 명언을 우리에게 남겼다.
자기가 별별 관광객을 다 만나봤지만, 우리처럼 여자둘이서 차박을 하면서 여행을 하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우리를 보고 대인배라고 했다.
그러면서 밭으로 가더니 당신이 재배한 무를 두개 주신다. 집에 가서 국이라도 끓여 먹으라고.....
감사하는 배꼽인사를 하고 우린 청량사로 향했다.
청량산은 그야말로 출입구부터 조경과 길조성이 너무도 잘 되어있다.
청량사까지 아스팔트길이 잘 조성되 있어 오르면서 절로 탄성이 터진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청량사로 오르는데 가파른게 흠이지만 곳곳에서 흐르는 산물길 소리에 힘든줄을 모르겠다.
청량사는 신라시대에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세운 절로서 역사와 의미가 서려있는 절이였다.
너무도 아기자기한 절이 예쁘고 올라가는 길에 기왓장을 이용한 물길이 인상적이다.
30분만 더 올라가면 봉우리를 이어주는 하늘다리가 있다고 한다.
등산을 절대로 싫어하는 친구를 꼬셔서 우리는 하늘다리가 있는 산 정상을 향해갔다.
세계에서 2번째로 긴 하늘다리라고 했다. 한번에 100명이 동시에 걸을수 있는 튼튼한 하늘다리라고.....
인증샷 찰칵... 그런데 정상주를 준비해 오지 않았다. 이런데서는 막걸리를 한잔 캬~~~ 해야 하는데.....
내려오는 길에 닭실마을에서 만났더 60대부부가 청량사에 도착을 해서 다시한번 반가움을 나누었다.
여행길에서 만나는 여정을 바로 이런 맛으로 서로 위로하고 보듬으며 인사를 표한다.
우린 낚시를 위해 영월로 향했다.
친구도 나도 개울에서 낚시를 하고픈 마음은 똑같다. 바로 체험이다.
내려올때 점심을 먹었던 영월 마을에 들어서서 낚시미끼를 사려고 하니까, 우리가 원하던 구더기는 없고 지렁이만 있다고 한다.
장마철이기도 하고 구더기는 시간이 지나면 번데기로 변하기 때문에 유효기간이 짧아서 지렁이만 취급하다고 한다.
할수 없이 지렁이 미끼를 구입하고 낚시를 할만한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가다보니 영월군 연하리에 여울이 많은 개울이 나왔다.
시간도 고기가 나올 시간인지라 개울가 옆에 차를 세우고 낚시 준비를 했다.
구더기보다 지렁이가 미끼 끼우기에 너무도 움직여서 징그럽다. 하지만 목표가 있기에 목장갑을 끼고 미끼를 끼워서 낚시질을 시작했다.
첫 입질로 고기를 낚은것은 나다. 피래미가 낚시 바늘에 확실하게 걸려진 느낌... 낚시대가 부들들 떤다. 그 손맛이란 안해본 사람은 정말 모른다.
내가 첫 낚시질 하고 나니 그제서야 친구도 발동이 걸린다.
비교적 깊어보이는 곳으로 견지낚시대를 드리우니 입질이 바로 바로 온다.
'갈겨니' 강원도 맑은 물에서만 사는 피래미과이다.
평소 낚시광인 남편덕분에 낚시를 많이 다녀서 어깨너머도 많은 상식이 생겼다.
지금하고 있는 낚시대로 남편이 다 손질해주고 준비를 해 주었다. 새삼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낚시를 시작한지 3시간쯤 되어 해가 뉘였뉘었 저물어가서 저녁 준비를 하면서 잡은 물고기를 손질하니 한 15마리정도를 잡았다.
이만하면 매운탕양으로 충분하다. 친구에게 수제비 준비하라고 했더니 평소에 집에서 수제비를 안해 먹었지만 반죽을 기가 막히게 했다.
매운탕에 막걸리 한잔!!! 정말 기가 막히다. 소주였으면 더욱 좋았으련만.....
영월의 밤하늘을 보면서 여행의 두번째 밤을 맞이했다.
서울로 떠나야하는 아침이 찾아왔다.
라면으로 아침을 먹고 빈집이지만 개가 혼자 집을 지키고 있는것이 안타까워 사리면을 끓여서 개밥을 주고
지도책을 보니 가까이에 백령동굴이 있어 거길 탐색하러 길을 떠났다.
지도책을 보며 길을 떠나는데 네비게이션이 계속 다른 길을 안내한다.
할수 없이 마을에 들러 지역분에게 물어보니 두분이 서로 상이한 대답을 하는데 한분이 백령동굴이 바로 자기 집앞에 있다고 한다.
다른 한분은 우리가 너무도 다른길로 돌아섰다고 돌아서 다시 가야고 한다.
우린 첫번째분의 말을 믿기로 하고 그분을 차에 태우고 집까지 데려다 주면서 길을 떠났는데,
고성터널이란 곳을 지나게 되었는데 가로등도 없이 무려 1km정도 되는 오직 일방적인 차량통행 굴길이였다.
할머니는 1박2일에 나와서 이승기가 감탄사를 연발했던 터널이라고 했다. 무척이나 기이한 길이라서 우리도 거한 탄성을 내 뿜으며 할머니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백령동굴은 포기해야했다. 산으로 막혀있어 이곳에선 갈수가 없는 곳이였다. ㅎㅎㅎㅎㅎ
포기하고 들어선 길은 동강길로 바로 옆에 강물을 끼고 드라이브가 이어졌다.
가다가 친구가 " 보이는 저게 뭐야? 하늘에서 뭐가 올라간다??" 그러고 보니 뭔가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우린 무조건 가보자하고 찾아갔다.
정선군에 새로 생긴 관광지에서 만든 짚와이어였다. 생긴지 6개월정도 되었다나???
산정상에 도달하니 동강의 한반도 지형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유리벽으로 전망대를 만들어 아찔함을 맛보는 재미도 있다.
짚와이어는 병방치 해발 374m로 산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와이어 한줄에 온몸을 걸고 즐기는 래포츠였다.
우리는 더 늙으면 할수 없을거란 집념하에 무조건 타기로 했다.
주로 20대 연인들이 즐기는 레포츠인데 우리가 끼고 있으니까, 젊은 처자가 말을 건넨다. '어떡게 그런 용기가 났냐고 정말 대단하다고...
몸에 줄을 꽁꽁 묶고 떨어지는 순간!! 내 간도 툭!! 그러나 하늘에 메달려서 세상을 바라보는 기분은 정말 짜릿했다.
모두들 한번 즐겨보시라 권하고 싶다. 동강에서 레프팅을 즐기는 사람들을 향해 손도 흔들고......
![](https://t1.daumcdn.net/cfile/blog/130BE03E50125A5303)
잠시 젊어진 흥분된 기분을 간직하고 서울로 향하는 길로 가다가 점심때가 훨씬 지나서 정선군에서 영월군으로 넘어가는 고개에작은 휴게소가 있다.
강원도 토속음식인 감자떡과 도토리전으로 배를 채우고 서울로 돌아오면서 친구와 사는 얘기를 나누면서 앞으로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많은 추억을 만들자는 약속을 하고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5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 친구와 단둘이 떠난 차박 여행!! 정말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였다.
첫댓글 봉화 너무 좋은 곳이죠. 서벽의 금강소나무 군락지도 좋고, 청량사도 좋고... 올 휴가에 저도 청량산을 가볼까 생각 중입니다~~
긴글 읽어 주어 감사하구요. 청량산 정말 경치가 끝내줘요. 잘 다녀요세요.
차박여행...운치있네요...경치좋은곳에 세워서 밥해먹고 쏟아지는 별보고 잠들고....저도 당장 큰차로 바꾸고 싶네요....ㅠㅠ 두분의 오붓한 여행에 함께한 느낌이 드네요...축하드립니다.^^
정선에 새로운 명소라고 하던데 정말 대단 하시네요 전 아마 구경만 하고 못탈것 같습니다
봉화 청량산 영월 정선 익숙한 지명 제가 좋아하고 자주 가보는곳 ...
멋진 여행의 길 같이다녀온듯 싶습니다 ..다음엔 영월 천문대도 ..김삿갓 묘있는 계곡에도 ...다녀 오세요
멋진 영월 ..맛있는 봉화 이지요 청량산까지가서 하늘다리는 못건너봤어요 ..제가 무서움을 많이 타거든요..
멋지십니다....두분 우정이 영원하시길 바랍니다
영월도 작년에 4명의 친구들과 일주 했어요. 제가 역마살이 많아서리....ㅎㅎㅎ
와우~~정말 대인배십니다.
저도 꼭 도전해보고싶네요..
봉화에서 강원도 영월 넘어가는길 너무 좋죠~ 그립네요.. 지도하나만 들고 당장 떠나고 싶습니다.
좋은여행길 여행기 잘읽고 갑니다.
정말 멋있는분들이시군요 부럽당 ~~~
한번 해보세요. 정말 잼있어요.
봉화의 닭실마을 가셔서 안동 권씨종가 가라는 말을 안 했군요. 그 종가가 볼 만한데 ...제가 잘 아니까 당연 거길 가시는 걸로 착각했네요..
참으로 재미있으신 분이네요 낚시도 하시고 차박도 하시공.....
무밭아저씨 발언이 무섭네요ㅎㅎ 놀러온 여자를 덥쳐서 마누라만들고,여자는 남자를 좋아하고,남자는 여자를 좋아해야하다니...동창끼리 여행간걸 이상한 오해의 뉘앙스를 풍기네요.ㅎㅎ
저도 그런 뉘앙스를 느껴었요....ㅎㅎㅎ
정말 대단하신 분? 멋집니다. 멋져요^^
꿈꾸던 여행 저두 하고싶어요... 함께 할 친구가 계셔서 마니 부럽네요..^^
중학교 동창과 멋진 여행을 하셨군요 그리마음가득 행복함을담아오신 봉화의 이곳저곳
이 상상되어 전해져오는군요 깊은우정 죽는날까지 함께 하심 참 부러울게 없을것같아
보여 덩달아 미소지어봅니다 늘 행복 하세요^^*
와 정말 재밌는 여행이네요 글만 읽어도 행복해요
올 가을엔 청량사에 가보고 싶어지네요... 두분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넘 부럽네요!! 친구랑 멋진여행을 하셨네요 제가 늘 꿈꾸던 여행~~ 글읽으면서 덩달아 행복했답니다.
부럽습니다... 저도 친한친구와 한번 도전을 해봐야겠네요...
꼭 해보세요. 남편보다 더 진한 뭔가를 느끼고 인생이 풍요로워진 느낌을 받았다니까요?
여행은 늘 설레임이 있어요....
제 고향이라..반갑습니다.산에 둘러 싸여있는 봉화입니다.다음에 기회되면 또 찾아 오세요.
글을 읽으니 절로 미소가 ㅎ 봉화 태백 저도 혼자 운전 5시간 해서 갔던곳인데 요새는 나물축제 영양쪽 한번씩갑니다 늘 작은꿈이잇다면 서너명 함께 우리나라 서쪽에서 남쪽 동쪽까지 함께 여행햇으면 ....혼자는 용기가 안나는군요
용감하십니다. 저도 떠나고 싶네요. 당장.......
읽는내내 그림이 그려져요..
우와... 멋지세요 ^^
부럽습니다.... 여행기 쓰는 솜씨도 좋으시네요... 저도 떠나고 싶네요.
저도 중학교동창 친구랑 무작정 떠나는 여행 함 해보고 싶어지네요.
친구와 많은 추억을 만들고 수다도 떨고싶어지네요
차박(?) 할 수 있는 친구... 멋지군요...
우정과 투박한 우리네 정이 전해지는 이들과의 만남이 훈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