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지우는 시간이 길다
송정리역에서 내려 막국수 한 그릇 말아 먹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돌고개로 간다
몇몇 떠오르는 이들에게 연통을 넣을까 말까
핸드폰을 만지작거린 지 오래되었다
손에 쓸리는 턱수염도 어제 같아서
깨끗이 밀고 네게로 잠행한다
하늘 아래, 날벼락도 이슬비도 휘날리는 깃발도
저항하는 몸도 슬픔도 언어도
붉은 용암으로 분출되는 것을 보았다
묵힌 분노만이 사랑이 된다 애먼
사랑 타령이 아니라 이 지상에 살아가는 동안
눈먼 살을 털고 이백여섯 개의 잠든 뼈를 들쑤셔
어둔 울타리에 갇혀 성난 울타리를 짜고 있는
너와 나를 지우며 간다 오래오래
품으로 깃드는 바람이 깊다
열차는 사연이다. 놓아두고 떠나온 것들과 떠나보낸 것들이 한꺼번에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올라탄다.
시인에게 광주는 사무친 장소다. 나도 지우고 너도 지우면서 가버리고 싶지만 아무것도 지워지지 않는r곳이다. 생각하면 뜨거운 바람만이 가슴으로 밀려들 뿐이다.
열차안에서는 누구나 사색가가 된다. 열차는 우리 마음에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을 얹어 놓고 무심하게 달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