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개요
ㅇ 언 제 : 2024. 3. 19(화)
ㅇ 누 가 : ’맛찾노‘ 8명 - 이상길
ㅇ 어 디 : 동죽이네(대전시 유성구 덕명동 소재)
ㅇ 날 씨 : 흐림(비)
모임앨범
국립대전현충원
지난 6일 짝지의 갑작스런 입원으로 가쁜 2주를 보냈습니다.
걱정하던 지인들이 ’맛찾노‘ 모임도 조금 늦췄지만,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궂은 날씨에도 애초 계획했던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습니다.
트레킹코스가 일품인 곳인데요, 아름다운 무지개색깔로 명명된 7개 코스를 다 돌려면 3시간가량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가문비, 메타세쿼이아, 화백, 백합 등 수령 30년이 넘는 나무들이 낮은 언덕길에 울창한 숲을 이루면서 피톤치드(Phytoncide)를 쏟아냅니다.
오늘은 트레킹보다도 이곳에 잠든 악우(嶽友)를 만나기 위해 왔습니다.
’신태선‘님이 황망(慌忙)하게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여섯 해가 지났는데요, 지난 11일이 기일(忌日)이었습니다.
삶이 스스로의 의지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아쉽습니다.
산악회장으로 전국산하를 거침없이 선등(先登)하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사람을 좋아했기에 늘 어울리길 좋아했는데, 그래서인지 호탕하던 그 모습이 더욱 그립네요.
떠나고 나니 빈자리가 많이도 크게 느껴집니다.
‘불꽃처럼 살다간 당신이기에 아무도 죽었다하지 않으리오!’
국립대전현충원 가장 높은 위치에서 잠시 고이 잠들어계신 영현(英顯)들을 내려다보며 깊은 시름에 젖습니다.
오는 22일(금)이 ‘서해수호의 날’입니다.
제2연평해전(02. 6. 29), 천안함 피격사건(10. 3. 26), 연평도 포격전(10. 11. 23)으로 희생된 서해수호 55용사를 추모하고 참전 장병의 공헌을 기리는 기념일입니다.
올해 슬로건은 “영웅들이 지켜낸 서해바다! 영원히 지켜나갈 대한민국!”입니다.
늙어 마음뿐이지만, 작금의 정세를 많이 걱정합니다.
정치지도자들 조차 나라걱정은 뒷전이고, 진영논리에만 매달리는 것 같아 더욱 그렇습니다.
삶이 힘든 요즘이라서인지 더욱 아리기만한 현충원 풍경입니다.
동죽이네
계룡산자락 풍수명당에 똬리를 튼 ‘수통’골로 이동했습니다.
사람과 물이 통하는 아름다운 계곡이란 뜻을 지녔다죠.
골짜기 입구부터 맛 집과 카페들이 즐비한데요, 이곳에 ‘동죽이네’가 있습니다.
칼국수로 유명한 대전에서 소문깨나 난 집구석으로 웨이팅(Waiting)이 심하다기에 좀 일찍 들렀습니다.
다양한 메뉴(보쌈 + 파전 + 녹두전 + 생 두부 + 만두전골)로 구성되었는데, 우린 동죽 C세트(1인 17,500냥)를 찜했습니다.
마치 코스요리처럼 샐러드, 겉절이김치, 각종 양념장들이 세팅됩니다.
직접 만든 찐 두부도 좋지만, 부들부들한 만두피에 고기로 꽉 찬 만두가 눈길을 끕니다.
달궈진 돌 판에 얹힌 보쌈은 끝까지 따뜻하게 먹을 수 있어 늙은이들을 즐겁게 해줍니다.
바삭함이 일품인 해물파전과 노릇하게 부친 녹두전에 혼(魂)이 담겼다며 너스레도 떱니다.
요즘의 답답함을 달래고저 막초 한잔 들이킵니다.
마지막으로 동죽만두전골이 등장합니다.
전북 고창에서 직송한다는 해감 잘된 신선한 조개들을 칼국수 면과 함께 호로록~!
농밀하면서도 칼칼한 국물이 시원하기까지 하니 해장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푸짐한데다가 맛도 감동이지만, 2주간 홀아비 삶을 살아온지라 허리띠가 절로 풀렸습니다.
배가 꽉 차서 추억의 보리밥은 아예 뱃속에 담지도 못했네요.
다음에 누굴 꼬드겨(^^) 다시 와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네요.
재방문 의사 100% 입니다!
하룻밤 수행
계룡으로 돌아와 새로 오픈한 카페에 들립니다.
[어둠 깊어가는 수서역 부근에는 트럭 한대분의 하루노동을 벗기 위해 포장마차에 몸을 싣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인과 손님이 함께 출렁출렁 야간여행을 떠납니다.
밤에서 밤까지 주황색 마차는 잡다한 번뇌를 실어내리고, 구슬픈 노래를 잔마다 채우며, 빗댄 농담도 잔으로 나눕니다.
속 풀이 국물이 자글자글 냄비에서 끓고 있습니다.
거리의 어둠이 짙을수록 진탕으로 울화가 짙은 사내들이 해고된 직장을 마시고, 단칸방의 갈증을 마십니다.
젓가락으로 집던 산 낙지가 꿈틀거리며 상위에 떨어져 온몸으로 문자를 쓰지만, 아무도 읽어내지 못합니다.
답답한 것이 산 낙지 뿐입니까?
어쩌다 생의 절반을 속임수에 팔아버린 여자도 서울을 통째로 마시다가 속이 뒤집혀 욕을 게워냅니다.
비워진 소주병이 놓인 플라스틱 작은 상이 휘청거립니다.
마음도, 다리도 휘청거리는 밤거리에서 조금씩 비워지는 잘 익은 감빛 포장마차 주인은 밤새 지은 암자를 걷어냅니다.
손님이나 주인 모두 하룻밤의 수행이 끝났습니다.
잠을 설치며, 속을 졸이던 ‘대모’산의 조바심도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거리의 암자를 가슴으로 옮기는데, 속을 후려치는 하룻밤이 걸렸습니다.
금강경(金剛經) 한 페이지가 겨우 넘어갑니다] (‘신달자’/저 거리의 암자)
‘신달자’시인이 투병하던 남편을 먼저 보내고 우울증에 시달리던 시절에, 자주 들리던 수서역 주변 포장마차에서 혼자 술을 마시며 썼던 시(詩)랍니다.
설악산 신흥사 ‘무산’스님과 인연을 맺어준 시(詩)이기도 하다는데요, 동안거(冬安居) 해제하던 날 찾아갔더니 200여 선승(禪僧)을 앉혀놓고 ‘저 거리의 암자’를 낭송하며 “여기서 석 달 앉아 수행한 것보다 이 시(詩) 한편이 더 불경(佛經)에 가깝다”고 하더랍니다.
포장마차를 ‘한 채의 묵묵한 암자’로, 거기서 밤새 술잔 부딪치며 한풀이하는 군상의 풍경을 ‘하룻밤 수행’이라 표현한 시인의 통찰을, ‘도(道)는 사는데 있지 산속에 있지 않다’는 무산스님의 철학이 받쳐주는 듯합니다.
오랜만에 카페에 들려 옛글을 들춰보다가 요즘 내 심정과 닮아 다시 옮겨봤습니다.
가정의 우환(憂患)으로 많이 힘든 요즘입니다.
얼마나 닦아야 거울마음 닮을까요?
수욜(3. 20) 아침에 갯바위가
첫댓글 고 신태선 원사님의 6주기가 지났다고하니 저도 심심한 조의를 표하는 바 입니다.
제가 '98~02년간 육본 보안과 재직시 그 분께서는 공병감실 보안업무담당관으로
가장 열정적인 근무태도로 솔선수범하며 협조하셨던 모습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맞찾노 회원님들의 건재하신 모습 존경합니다.
국군이 대접 받는 세상이 빨리 왓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