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힘- 러시아 -모스크바 - 성 페테스부르크
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한바탕 자고 난 뒤 목욕 재계하고 컴 앞에 앉았습니다.
너무 할 말이 많을 때 한마디도 말할 수없는 것과 같은 무기력증을 느낍니다.
중국 송나라 때 어느 시인이 금강산 유람한 후 너무 아름답다는 외마디 밖에
표현할 문장이 없다고 했던가요. 지금 기분이 그렇습니다. 너무 좋았고 너무
즐거웠다 끝 이렇게 여행후기를 쓴다면 우리들의 행복한 순간들을 나누는 겸
손함을 잃는 태도라고 여겨져 또 구구히 떠오르는 순간들을 쓸 수밖에 없군요.
가는 비행기에서 김정은이 주인공으로 나온 `우리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이
란 영화를 봤습니다. 우생순이라고 불리우는 영화지요.그래서 가장 행복한 순
간이 언제였던가 생각 해봤는데 이거다라고 집히는게 없던데요. (오 마이 갓)
가장 좋은 것 가장 싫은 것 가장 행복한 또는 불행한...가장이란 부사가 앞에
오는 물음에 항상 명쾌한 답을 할 수없는 오래된 망설임은 오만일까 겸손일까
생각하게 되더이다.그래서 내린 결론,고만 고만한 자잘한 행복들이 모여서 큰
행복을 이루는 건 아닐까 그리고 지금 우리는 큰 행복을 위해 시간을 보태는중.
하여간 여행을 본격적으로 즐기기로 마음 다잡았습니다.이번 여행의 관점은 크
게 문화 탐방과 자연 감상으로 나뉩니다.러시아 정교회의 총 본산인 세르기예
프 파사드,여러 사원들, 톨스토이 생가,에르미따쥐 국립박물관,300년된 오페라
극장(마린스키 극장)에서 본 오페라 베르디의 '운명의 힘`아름다운 페테스부르
크의 거리 그리그 생가,뭉크의 그림들,비겔란의 조각들 헬싱키 거리를 들러보
며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를 세번이나 들었으며,노르웨이의 길을 달리며 그
리그의 피아노 협주곡,페르귄트 조곡,솔베지 송을 두번 들었는데. ... 문화 탐방
에 속하겠지요.노르웨이에 자연은 대단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아름다
운 베르겐,헤아릴 수없이 많은 폭포들,피오르드...처음 보는 경관이었습니다.천
천히, 서두르지 않고 여행의 여운을 즐기면서 여행에서 얻은 느낌을 적었으면
하는 희망사항을 안고 끄적이고 있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웃는 사람들 보기가 힘들었습니다.3일간 잠잔 호텔에서 방에 나고들 때마다 두
번씩 검열(?)을 받아야 했는 그 검열관들이 웃는 걸 못봤지요.서양사람들 눈이
마주치면 자연스레 스마일을 하는 것과 많이 대조되었는데 아마도 오랜 공산국
가 특유의 후유증 같아보여 안스럽드라구요.러시아 말 워낙 어렵다며 가이드는
두 가지만 알려 주는데 스바시바(감사합니다) 니자식도(천만에요) 거리에 보자
기를 머리에 두르고 가는 여인들을 보며 `닥터 지바고`에 나왔던 장면 지바고
의 애인 라라가 두건을 두르고 씩씩하게 걷던 장면이 오버랩 전차에서 그 모습
을 보고 라라를 부르다 심장 마비로 죽는 지바고...모스크바가 배경 러시아 사
람들의 종교는 러시아 정교 영화에서 보던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으로
덮어쓴 수도자들 끊임없이 간절하게 기도하는 사람들 사람들이 기도하는 내용
이 궁금해졌는데 결국 보다 나은 행복을 위한 기구이겠지요. 신 앞에서 더욱 약
해지는 사람들.. 신이여 저희를 긍휼히 여기소서.세르기예프 대 수도원 코발트
색 지붕과 지붕을두른 금빛 테두리 파란하늘 뭉게 구름이 아름답게 어울립니다.
일정에는 없었는데 우리의 간곡한 청으로 톨스토이가 십몇년을 살았다는 톨스
토이의 집을 볼 수 있었습니다. 대작가가 사용하던 물건이 잘 보전돼 있었는데
그 시절 작가의 모습을 얼핏 느껴본 시간이었지요.기념관을 지키는 중년은 넘은
듯한 여인에게 톨스토이의 작품 중 무엇을 읽었냐고 물었더니 여러개를 꼽는데
결국 알아들은 건 우리가 젊은시절 읽었던 부활,안나카레니나,전쟁과 평화에서
우리들도 톨스토이 작품을 좀 읽었다고 급마무리.
페테스부르크의 마린스키 극장
300년이 넘은 전통이 있는 극장인데 그곳에서 베르디의 `운명의 힘`을 관람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운명의 힘`의 주제곡은 불란서 영화 `마농
의 샘`의 주제곡으로 쓰여져 널리 알려진 곡 그 정도의 상식만으로 하나도 알아
듣지 못할 오페라를 나눠준 줄거리를 읽고 감상했는데..오케스트라의 훌륭한 연
주와 출연자들의 탄탄한 기본기가 있는 목소리, 운명의 힘이라는 문학적인 표현
까지 삼박자가 골고루 맘에 들어 저절로 감동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한번의 인터
미션이 끝나고 몇 번의 막이 오르내린 후 다시 불이 켜지자 사람들이 황급히 극
장을 우르르 떠나는 것이 아닌가 우리 팀도 덩달아 밖에 나와서 버스로 향했다.
뭔가 미진한데....왜 커튼 콜도 안하고 .... 그런데 앞자리에 앉았던 나타샤 같은
여인은 정부(?)와 택시를타고 가버리고..하여간 우리도 거리를 가로질러 가면서
왜 베르디는 다짜고짜 극을 끝냈는가(춘선 생각) 왜 주인공이 죽는 장면이 안나
와요(선희, 혜순)아니 왜 감동적인 주제곡을 살리지못하고 베르디는 도대체 왜
..(나) 감히 베르디를 흉보고 있었는데 가이드가 막 뛰어와서 아직 안 끝났대요
하는 게 아닌가 그러구보니 여사모 회장님을 비롯한 몇몇은 아직 건너편에...우
리는 다시 허겁지겁 백미터 달리기 속도로 횡단보도도 무시하고 길을 가로 질러
극장으로 컴백 내가 살리지 않았다고 흉봤던 주제곡 너무 멋지게 이중창으로 나
왔으며 오페라의 클라이막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번도 보지 못한 오페라를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며 감상했기 때문에 벌어진 한 여름밤의 해프닝이었습
니다. 그런데도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으니 음악의 힘은 정말 대단합니다.
*성 페테스부르크
점심을 왕궁에서 먹었습니다.왕족이나 된양 층계에 깔린 레드 카펫을밟고 올라
가는데 유려한 솜씨로 치는 쇼팡 곡이 들렸어요.식당에 들어가니 상냥하게 생긴
아주머니 피아니스트가 신나게 연주하는 중.써빙하는 종업원에 복장도 왕궁 하
인 복장이고,먹은 음식은 풀코스 정식 그야말로 우아하게 즐긴 오찬이었습니다.
"지금 지나가고 있는 곳이 센나야 광장이예요" 숨어 피어 사는 풀꽃처럼 연약해
보여 안스러운 가이드 양이 설명합니다.도스토에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에 나
오는 지명 수십년 전에 읽은 그 지명은 여행을 떠나기 전 인터넷 검색으로 새로
알게 됐지요.죄를 짓는 인간의 유형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모기 한마리도
죽이지 못할 것 같은 가이드 양은 절대 죄를 짓지 못할 것만 같습니다.페테스부
르크는 수백개의 섬을 수백개의 다리로 연결해 만든 품위있는 古都 표토르 대
제(영어명 피터)의 강력한 리더쉽에 의해 예술적인 외양을 지니게 됐답니다.그
런 도시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을까 생각하니 역사의 아이
러니를 느끼게 됩니다.지금의 그들은 조상 덕에 관광 모니를 무진장 벌고 있을
테니까요.겨울궁전 으로도 불리는 에르미따쥐 박물관 화려하기 짝이없는 방들
을 보며 그런대로 잘사는 요즈음의 우리들이 다행스럽게 생각됐습니다.
(후배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