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저번주에 씨네21하고 필름2.0이라는 영화잡지에서 드라마 네멋을 다루었었져. 씨네21기사는 다른분이 올려주신다고 되어 있으니 전 이거나 올려봅니다.
그런데 기사가 좀 길어서 2개로 나누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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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청춘의 아이콘<네 멋대로 해라>
<네 멋대로 해라>를 봐야 하는 여섯가지 이유
..눈물나는 멜로인데 남자가 양동근인 이해 안 가는 드라마가 전염되고 있다.소매치기가가 나와 말도 제대로 못하고, 곱상하게 생긴처녀가 담배물고 술주정 해대며 시한부 사랑을 나누는<네 멋대로 해라>.별것 아닌 척 설렁설렁 넘어가고 있는 이 드라마는, 그러나 곳곳에 세상의 폐부를 찌르는 비수가 숨겨져 있고, 젊은이들은 열광한다.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이상한 청춘들의 어설픈 대화에 귀를 세우게 하는걸까.
장 뤽고다르의<네 멋대로 해라>, 스파이크 리의<똑바로 살아라>, 우디앨럼의<돈을 갖고 튀어라>, 마틴 로렌스가 나오는<경찰서를 털어라>, FILM2.0 비디오 칼럼'영화, 네 멋대로 봐라'에 이어 명령조의 되바라진 제목 최신판으로 나온 TV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늘 제목그대로 니 멋대로 사는 애들의 이야기다. 니 멋대로 사는 방법엔 두가지가 있겠다.
하나는 개판 5분 후의 패륜아 인생을 사는 것이고, 또하난는 진정한 자유인으로 거듭나는 것이다.진정한 자유인에는 책상머리에 앉아 골 파가켜 득도하는 소득적 자유인과 세상의 거친파도에 맞서 싸우며 몸소 자유를 획득하는 적극적 자유인이 있겠는데,<네 멋대로 해라>의 두 주인공 고복수와 전경은 후자에 해당된다.
소매치기 출신의 버벅거리는 스턴트맨과 키보드 치는 바보 공주한테 굉장한 칭찬이다. 하지만 아깝지 않다.모자란다. 이렇게 생각하는게 기자만은 아닌모양이다. 비록 시청률순위에서<인어아가씨>처럼 바삐 꼬리를 휘두르진 않지만, 젊은이들은 양동근과 이나영 연애하는 얘기에 밥알을 튀긴다. 뭔가가있다. 우리시대의 복판을 관통하면 이마음 저마음 얼렁뚱땅 적재적소를 찌르는 뭔가가 있다.
16회에 드디어 경은 복수가 죽을 병을 앓고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복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이제 급속도로 결말을 향해 치달을 예정이니 늦었다 생각하는 사람, 이제라도 보시라.도대체 뭘 멋대로 하란건가.
하나! 니 맘대로 살아라
어디한번 니 맘대로 살아보세요. 어릴 적 고아원에 맡겨진 고복수가 경력15년의 소매치기로 성장한 것도, 갑자기 맘 바꿔 우연히 마주친 전경에게 순정 다 바치는 것도, 그래서 뒷바라지해온 송미래에게 표정 바꾸는 것도 다 니 맘대로다. 전경이 되는 대로 막살고 미래에게서 복수뺏고,담배피우며 술마시는 인생을 사는것도다 니맘대로다.대개의 영화나 드라마는 이렇게 니 맘대로 사는 애들을 고깝게 본다.<청춘의 덫>의 이종원이 대표적 예라 하겠다. 하지만<네 멋대로 해라>는 그렇지 않다.
이드라마를 만드는 박성수PD,"비굴한 겸소보다 오만한 솔직이 낫다"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비굴한 겸손은 이거재고 저거재며 원만하고 문제없이 사는 인생일테고 오만한 솔직이란눈치 안보고 니 맘대로 사는 인생을 뜻할 것이다. 이거야 말로 숨통 확트이는얘기다.복수와 경은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현재의 감정대로, 눈칫밥 그릇발로 걷어차며 내달린다. 복수와의 사랑이 미래에게 들킬걸 경이 염려하자복수, 이렇게 말한다"들킬래요....나,이렇게 골 아프게 안살래요...,다들 헷갈리게 살다가 후회해요....지금당장..기면기구 아니면 아닌거예요 참구 사는거, 웃기는 거예요....난 지금 당장 미래보다 경이씨가 더 좋아요...,그래서 내가 나중에 후회해두 어쩔수 없어요. 지금 하구 싶은거 하구 나중에 후회할래요." 명대사다 여기시...이 뭔지는 본사람은 다 안다. 고복수, 대화 나누기 참 어려운 사람이다 아무튼 치사하게 안살고 독립해서 먹고 살정도로만 돈 벌며 마음 안속이고 멋대로 사는게 이 녀석들 꿈이다.
이드라마엔 버스 정류장에 앉아 하염없이 서로를 기다리는 복수와 경이 자주 나온다. 이 스피디한 시대에 무작정 기다리며 허송세월하는 것도 멋대로 사는거다. 그게 무슨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냐고? 그러니까 당신은 아직 멀었다.
둘! 톡 까놓고 얘기 해라
여기 나오는 인간들의 대화는 안뒤 안가리고 생각나는 대로 툭툭던지는게 특징이다. 톡까놓고 얘기하다보면 밪드시 문제가 생긴다. 경을 때리는 경의 아버지한테'어쩌면 그렇게 독하게 따님을 때리세요? 무슨 아버지가 이래? 이사람...친아버지 아니야"라고 말했던 복수는 맘먹고 날린 대사 마무리하기도전에 바닥에 널브러진다.
주인공들은 모두 제꺽제꺽 튀어나오는 말들, 어려운 얘기로 생각과 언어
가 일치하는 즉물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소통한다.사회생활하면서 이러기 쉽지 않다는거, 당신도 알고 나도 안다. 그런데 거침없이 니 멋대로 말하는게 가슴을 쿵쿵친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으 골통에 상쾌한 바람구멍을 내준다.
필시 한동진기자가 자기를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경은 그으 앞에서 복수
를 그리워하며 툭툭말한다."못본지가 3주가 지났어요.근데 마음이 아파요.목이 따가워요.머리가가 없어졌어요.내가 아는건 그거 뿐이예요."톡 까놓고 말할 뿐만아니라 인정옥 작가의 상상력 뛰어난 '대사빨'이 맛깔나다
.솔직하게 말하는 세대는 또한 감각적인데, 그래서 이드라만엔 "구질구질해","드러워"와 같은 감각형 대사가 주를 이룬다."둘이 어떤 사이냐?(복수 쫓아다니는 경찰 정달)""애인이예요(경)""재주좋다복수,너 애인 바꿨냐?(정달)""아저씨 장갑이나 바꾸세요.몇달전에 끼던걸 계속 끼구 다니네,드럽게(경)""입이나 닦구 말해 이년아, 짜장국물이나 질질 흘리구(미래).
""귀엽죠?(경)""드럽지 귀엽냐?(미래)"16회 마지막 장면에서 복수는 죽은 아빠의 시신을 붙들고 "왜 이렇게 차가워....아빠..."라며 울먹인다. 이즉각적이고 감각에 의존한 대사는, 그러나 <네 멋대로 해라>가 찾고 싶은 세상의 진심을 향해 한걸음에 달음박질 한다.
셋! 동문에 서답해라
<네 멋대로 해라>식 대화의 두번째 특징은 동문서답이다.대화 상대자가 아직 발설되지않은 서로의 의중까지 파악해 치열한 말의 논리를 전개하고 그렇게 수분동안 눈알 부라리며 얘기하고도 모자라 이방저방 돌아다니며 똑 같은 마을 50분 동안 대차 심차 반복확인 하는 <제국의 아침>식 대화체는 이드라마에 없다. 몇마디 나누면 금세 스르르 대화가 날아가 옆집 복실이 개밥 그릇에 들어가 있다.
이쪽에서 "아"하면 저쪽에서 "어"하고 다음엔 아예무시한다.복수, 자기를 보고 도망치는 경에게"아..뭐하는 거예요...지금?달밤에 운동해요?"하면 경은"그럼 해 뜬밤에 운동해요?" 이 드라마에는 불세출의 무술감독 정도홍씨도 양찬석이라는 이름의 스턴트감독으로 등장하는데 어느 날 아침 그가 보라매 공원 잔디밭에 누운걸 복수가 발견한다."여기서 잤다구요?""응,별이 예뻐서..별보다가 잠들었어.낭만적이지?""양찬석 그러다 감기드는데..."이따위 대사의 초절정은 복수가 미래와 뭘 자꾸 속닥러리다가 아파 쓰러지자 질투반 걱정반이든 경이 복수와 나눈 대화다."니네 둘이 잘먹고 잘 사세요.
""뭘먹어요?""알아서 먹어요"이군데군데 비어있는 대화들은 일상에 여백
을 만들고 사는게 사는 것 같게 만들어 준다.서로 아구가 맞지 않는 대화는 한순간에도 수십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들쑥날쑥하는 세대의 특징이기도 할텐데, 굳이 낡은 표현 쓰긴 싫지만, 확실히 다양성의 시대다.아, 자유로워라,멍청하고 똑똑한 대사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