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어제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밤새 많이 내렸다. 아침이 되자 가랑비로 변했다.
오늘은 묵호등대공원과 그 아래에 있는 어민들의 마을인 논골을 구경한 후 아이의 바램인 게 요리를 사 주기로 했다. 그리고 묵호항을 둘러 볼 예정이었다.
호텔 아침식사를 마친 후 비가 그칠 때까지 방안에서 TV를 보면서 기다렸다. TV에서는 민노총의 파업이 방영되고 있었다.
어제 오후에 나의 폰으로 철도청에서 24일부터 철도노조의 태업이 있어 열차 운행에 차질이 있다는 메시지가 왔다. 24일 11시 5분 동해역 출발 무궁화로 동대구로 가야하는데 놀라서 택시를 타고 동해역으로 갔다. 확인한 결과 지연 가능성은 있으나 운행을 할 거라는 역원의 대답을 듣고 돌아 왔다.
묵호 관광을 얘기하기 전에 동해시에 대해서 얘기해야겠다. 동해시는 통합하여 탄생한 도시이기 때문에 동해시 속에 이질적인 묵호와 북평이라는 2개의 지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해시(東海市)는 1980년 삼척군 북평읍과 명주군 묵호읍이 통합되어 신설된 시로, 그 시명(市名)을 옆 바다에서 따왔다.
원래 묵호는 어촌인 반면 북평은 농촌으로 통합될 때까지 생업기반도 다르고 교류도 많지 않았다. 이것은 경남 사천시내에 어업 중심의 삼천포와 농촌 기반의 사천이 존재하는 것과 유사하다 하겠다. 이 때문에 노령층에서 ‘강릉사람’, ‘삼척사람’을 따진다고 한다. 동해시로 통합 후 두 지역간에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고 세대가 바뀐 지금도 이런 경향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또 생업기반도 북쪽 묵호는 어업인 반면였고 남쪽 북평은 공업(시멘트)으로 대조를 이룬다. .
그러므로 내가 동해시를 여행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묵호를 여행했다고 하겠다.
11시경에 비가 그쳤다. 시내 구경을 하면서 천천히 가려고 버스를 이용하려니 등대공원까지 운행하는 버스는 오후 4시부터라고 했다. 등대공원이 구릉지에 있어 오르기가 힘들 것 같아 택시를 이용했다. 묵호항을 지나 어민들의 초라한 집들이 붙어 있는 구릉지를 한참 오르니 등대공원 주차장이다.
묵호(墨湖)등대는 등대는 20여년이 지난 1963년 6월 8일 처음 설치되어 묵호항 인근 오징어잡이 어선과 강원지역에서 채굴한 무연탄 운송 선박에 불빛을 비추기 시작했다. 동해시가 남과 북, 중국과 러시아를 잇는 거점 도시로 발전하면서 2007년 12월 높이 21.9m 높이로 새롭게 건설됐으며 2014년 7월 등대 기능 강화를 위해 4m를 높여서 지금의 등탑 높이 25.9m, 해발 높이 93m의 등대가 되었다.
3층 구조의 내부 나선형 계단으로 전망대에 오르면 묵호항 인근 360도 경관을 바라볼 수 있는데 동해, 두타산, 청옥산 등 백두대간 봉우리, 그리고 남북으로 길게 펼쳐진 시가지를 바라보는 조망이 멋지다.
묵호등대는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인기가 많다. 이승기, 한효주 주연의 ‘찬란한 유산’, 이민호, 박신혜 주연의 ‘상속자들’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묵호등대공원에 ‘찬란한 유산 촬영지’란 푯말이 붙어 있다.
공원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은 아름다운 동해바다와 대조적으로 이 바다에서 힘겨운 삶을 지탱해 나가는 이들의 보금자리가 혼재되어 있다. 이곳에 전시되어 있는 묵호에 관한 사진들은 힘든 묵호의 생활상들이 담고 있었다.
그래서 기자 전제훈은 ‘묵호의 빛과 그림자’라는 제목으로 묵호의 성쇄를 얘기하였고, 강릉출신의 소설가 심상대는 데뷔작 ‘묵호를 아는가’에서 ‘삶이 힘겨운가, 그렇다면 묵호로 가라’고 했나 보다.
등대공원에서 조망을 즐긴 후에 논골담길로 내려 왔다. ‘1길’과 2길’ 중에서 좁고 가파른 ‘1길’로 내려왔다. 좁고 경사가 급한 길로 내려오면서 다리가 떨렸다. 이렇게 좁고 경사가 급한 길을 매일 오르고 내리는 ‘논골’사람들의 일상생활이 얼마나 고달플까?
점심때가 되어 아이에게 약속한대로 게를 실컷 먹이기로 했다. 이곳에 오기 전에 미리 검색해 둔 집을 찾았다. ‘Hello Beach'라는 상호를 붙인 전문점이었다.
과거에는 묵호의 오징어 어획량이 많아 축제를 자주할 정도였으나 어획량 감소되어 대게를 많이 취급하고 있다. 러시아산 게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도시이기 때문에 타지역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대게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대게와 박달게를 주문했다가 여러 번 속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예 킹크랩을 택했다. 주인이 수족관에서 큰 놈을 건져내더니 2.4kg이면 충분하다며 가격은 24만원이라고 했다. 요리내용이 서양식이었다. 아이에게 실컷 먹어라고 했더니 다 먹지 못해서 포장을 해 왔다.
점심을 마치고 묵호항 방파제를 걷다가 설렁한 어시장과 항구 여기저기를 둘러 보고 호텔로 돌아 왔다. 항구의 모습이 예전같지 않고 쓸쓸해 보이는 것은 내 마음인가?
참고:
몇년 전만 해도 동해시의 인구는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EFEZ(동해안경제자유구역청) 등의 개발사업과 시멘트 산업단지가 조성되어 지속적으로 인구유입이 되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시청과 마트, 영화관 등 상업시설이 밀집된 천곡동이 중심지 역할을 한다. 생활권이 크게 묵호항과 발한동 중심의 묵호, 시청로터리 중심의 천곡로, 북삼동 중심의 구 북평읍으로 나뉜다. 과거에는 묵호가 중심지였으나 공공기관이 천곡동에 들어서면서 묵호지역은 인구가 줄고 있지만. 논골담길, 묵호항, 망상해수욕장 등 관광자원이 풍부해 상권이 유지되고 있다.
관광자원이 풍부하여 개발의 여지가 많다. 특히 상류에 펼쳐진 넓은 폭포 및 깊은 계곡과 울창한 삼림·사찰 등이 소금강에 비교되는 곳이다.1998년 가을 ‘금강산 유람선’의 출항지가 되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더욱 잦아졌다.
묵호항, 묵호등대공원, 무릉계곡, 반석폭포, 천곡황금박쥐동굴, 망상해수욕장, 약천마을, 추암 촛대바위, 북평5일장, 러시아 대게마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