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6일 학교 행사로 영화 영웅(안중근)을 보았습니다. 변호사 시험을 치른 졸업생들, 재학생들과 함께 하는 행사였습니다. 늦게나마 감상문을 올립니다.
안중근 의사에 대한 영화라서 기대를 많이 하였습니다. 그러나 좀 실망했습니다.
음악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한 번 들어 본 것지만, 공들여 작곡한 생동하는 노래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레 미제라블' 영향도 조금 느껴졌지만 흠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구성, 이야기 전개, 안중근의 재현에 있어서는 불만족스러웠습니다.
우선 전기물, 사극, 액션, 코메디, 청춘 사랑 등 여러 요소들이 종합되었는데, 집중력은 오히려 떨어지고, 고조되는 흥미는 상실되었습니다.
영화는 안중근 의사와 동지들의 '단지 동맹'으로 시작하였습니다. 단지와 혈서라는 끔찍하지만 숭고한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맥락없이 제시되어 감응력을 떨어뜨렸고, 영화 도입부에 제시되어 너무 위압적이었습니다.
원래 단지 동맹은 안중근 의사가 독립운동에 투신하고 힘썼지만 성취는 멀고 일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결사의 의지를 확인하는 맹세였습니다. 그 후 안중근 의사는 이토 저격을 위해 블라디보스톡 하얼빈으로 떠나게 됩니다. 말하자면 최후의 거사를 위한 결단의 의식과도 같은 것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그런 맥락이 반영되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민비(명성황후) 시해 장면을 넣고, 궁녀의 애국 의거를 주요한 스토리 라인으로 뽑은 것도 좋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안중근 의사에 대한 초점을 오히려 분산시켰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안중근 의사가 법정에서 이토 죄상 제1호로 명성황후 시해를 고하였기에 그런 설정을 생각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안의사의 내면의 분노, 분노의 기억으로 처리하는 것도 방법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토 히로부미에 대하여 상당히 객관적으로 묘사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지나친 무게가 실렸다는 느낌입니다. 결과적으로 우리 인물들은 희화하되었는데 반하여 이토에게는 역사적 아우라가 생기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사실 당시 이토를 그렇게 멋있게 표현하는 것은 일본의 역사에 비추어도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이토가 메이지 정부의 최고 재상이긴 하지만, 이토는 점차 야마가타 아리토모 山縣有朋 세력에 밀려나게 됩니다. 러일전쟁도 야마가타와 군부 특히 야마가타의 후계자인 가쓰라 다로 桂 太郎 수상이 추동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이토는 조선의 동화 정책에 실패하고 통감직을 사임한 후 자신의 외교적 역량으로 다시 위신을 세워보고자 부심하던 때였습니다.
민족의 귀감이자 아시아의 위인 안중근 의사에 대한 영화라면 좀 더 시간을 갖고 정성을 들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현재의 흥행이 아니라 오래 기억되고 반추되는 그런 영화를 목표로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보고 나서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쓴 자서전을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그 내용만 충실히 따라갔어도 관객들을 몰입케 하고 국민들을 격동케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괜히 여러 기술을 발휘하고자 한 탓에 오히려 안중근 의사에 누가 되고, 민족 문화에 폐가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