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연령이 가장 선호하는 국가기술자격으로 지게차운전기능사가 꼽혔다. 이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난 4월 29일 발표한 ‘2023년 국가기술자격 50대 응시 상위 10개 종목’ 선정 결과로, 지게차운전기능사는 자격시험 응시자 수 1만8345명으로 1위에 등극했다. 또 다른 건설기계로는 굴착기운전기능사의 응시자가 1만459명으로 한식조리기능사, 전기기능사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설문조사 결과 이들 응시목적은 노후준비 목적의 취·창업이 37.9%로 가장 높았고, 자기개발 28.2%, 업무수행능력향상 23.1% 등의 순이었다.
이처럼 국가자격 최다인원 응시종목 5위권에 지게차와 굴착기가 포함되는 등 응시자들 사이에서 건설기계면허 취득을 위한 시험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건설기계업계에서는 조종사 부족으로 인력난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왜일까?
업계에서는 구조적 문제를 원인으로 지적한다. 자동차와 달리 건설기계는 장기간의 연습과정이 필요한 분야로, 업계에서는 면허 취득자가 현장에서 능숙하게 일처리를 하기 위해서는 기종별로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최소 1년 이상의 숙련기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소가 1년이다. 자동차 운전자가 면허취득 후 얼마간의 연수를 거쳐 도로주행에 나서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습용 장비와 특정 작업공간의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초보작업자 입장에서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마땅한 지원도 없고, 그렇다고 중장비학원 등을 이용하자니 만만치 않은 비용에 엄두가 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일처리에 막힘이 없는 숙련공을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서툰 작업자는 아예 현장투입에서 배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과거 여건이 좋을 때야 건설기계임대업자가 부기사와 함께 다니며 도제(徒弟)식 현장실무 전수를 통해 자연스럽게 인력을 양성할 수 있었지만, 이같은 관행이 사라진 최근에는 인력난이 업계이슈로 부상했다”며 “응시자가 어렵사리 건설기계면허를 취득했다고 한들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 될 수도 없고, 작업숙련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현재 건설기계업계에서는 특정기종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인력난과 고령화 문제를 호소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는 면허현황에서도 드러난다. 모든 기종에서 인력난을 문제 삼는다면 면허취득건수도 부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계누리의 지난 1분기 기준에 따르면 자동차 1종 대형면허로 운전 가능한 덤프트럭, 콘크리트믹서, 콘크리트펌프 등을 제외한 전국 면허현황은 무려 203만8568건이었다. 이는 건설기계의 전체 등록대수인 55만2537대의 4배에 육박하는 수치로, 통계만 놓고 보자면 절대 인력난이 불거질 수 없다. 그런데도 불거지는 인력난은 건설사의 숙련공 선호로 인한 초보작업자의 장롱 속 면허 전락을 비롯해 자격수당이나 장래대비 등 당장의 현장투입 이유가 아닌 면허취득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건설사가 숙련공만을 선호하는 이유도 건설기계 조종기술 습득이 말처럼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건설기계 운전기능사의 실기시험 합격률은 굴착기 37.5%, 롤러 43.2%, 기중기 45.7% 등 50%를 넘지 못했다. 필기시험 합격률이 평균 80%선인 점과는 대조적이다.
때문에 업계는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구조적 문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소 1년의 연습과정을 거쳐야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출 수 있다면 우선 실기시험 문턱부터 낮추고, 시험의 시행횟수도 기종 전반 확대로 인력풀을 갖춰 당장의 현장투입을 원하는 인력을 대상으로 상당기간 연습과정을 정부가 지원하자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정부도 현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예산투입을 감수해야만 한다. 중장비학원에서 그러하듯이 장비와 연습공간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종별·규격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지난 1월 품셈기준 건설기계 하루 임대원가는 2.0㎥ 무한궤도 굴착기가 105만원, 300톤급 무한궤도 기중기가 440만원까지 산출된 바 있다.
그럼에도 업계는 정부가 공익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건설기계협회 안춘엽 회장은 “건설업이라는 기간산업을 뒤흔들만한 인력난을 건설기계업계가 호소하는 상황이라면 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측면에서 나서야 마땅하다”며 “직접 나서는 것이 부담이라면 건설기계관리법에서 정한 건설기계대여사업자단체 등 위탁기관을 지정해서라도 건설기계 인력난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며, 언제까지 방관할 수만 없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성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