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종주에 실패했던 가령산, 무영봉, 낙영산, 도명산 일명 낙무가도(가무낙도) 종주에 다시 도전했다.

[雲峰]

<2022년 10월 16일>

안내산악회 계획에 따라 '충북자연학습원 → 자연휴게소 → 거북바위 능선 → 가령산 → 무영봉 → 낙영산 → 도명산 → 마애삼존불 → 학소대 → 화양탐방지원센터 → 화양계곡 주차장'의 12km를 6시간 동안 달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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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산[加嶺山]

높이: 646m

위치: 충북 괴산군 청천면

가령산은 화양동 계곡의 도명산, 낙영산과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산으로 아기자기한 바위능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령산을 많이 찾는 이유는 산세도 빼어난 곳이 많지만 산행시간이 짧고 또 가을철이면 송이버섯,싸리버섯, 잡버섯 등이 많이 나와 아마추어 등산인이 많이 찾는다.

등산시기는 신록의 초여름을 택하는 것이 좋다. 화양구곡은 화양동 소금강이라고도 부르며, 화양국곡은 경천벽, 운영담, 읍궁암, 금사담, 청성대, 능운대, 와룡암, 학소대, 파천을 함께 일컫는다.  - 한국의 산하

낙영산[落影山]

높이: 746m

위치: 충북 괴산군 청천면

낙영산은 화양구곡의 남쪽인 청천면 사담리에 있는 바위산이다. 낙영산이란 뜻은 산의 그림자가 비치다 혹은 그림자가 떨어진다는 뜻으로 신라 진평왕 때 당 고조가 세수하기 위하여 세숫물을 받아 들여다보니 아름다운 산의 모습이 비친지라 이상하게 여겨 신하를 불러 그림을 그리게 한 후 이산을 찾도록 하였으나 나라 안에서는 찾지 못하였다.

어느 날 동자승이 나타나 이산은 동방 신라국에 있다고 알려줘 신라에까지 사신을 보내 찾아보았으나 신라에서도 찾지 못해 걱정하던 중 한 도승이 나타나 이산의 위치를 알려주니 그 산을 찾아 산의 이름을 낙영산이라 이름 지었다고 전해진다.

낙영산 아래 자리 잡은 공림사는 신라 경문왕 때 자정 선사가 창건한 고찰로서 자정 법사가 법력이 있다는 백성들의 칭송이 자자하여 경문왕이 그 인물됨을 알고 국사의 칭호와 공림사의 사명을 지어 액자를 하사했다고 전해지며 조선 중기에는 법주사보다 더 흥하였으나 전란을 겪으면서 불타 없어지고 지금은 근래에 다시 지은 건축물이다. - 한국의 산하

도명산[道明山]

높이: 650m

위치: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사담리

충북 괴산군 청천면의 도명산은 총 길이 6km에 달하는 화양구곡의 시원한 절경을 끼고 있어 여름철 계곡 산행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도명산은 국립공원 속리산에 속해 있으며 그 중에 예로부터, 천하 절승지로 이름난 화양동 계곡 남쪽을 가로 막고 서있는 명산으로 화강암의 바위봉과 기암석벽이 어울려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9부 능선 정도 낙양사가 있었다던 낙양사터에 마애석불이 있다. 마애석불은 도명산 제1경승지로 손꼽힌다. 고려시대 초기의 것으로 추정되며, 최고 30m나 되는 수직암벽에 각각 부처님의 모습이 새겨져 있으며, 부처님의 발끝에서는 물이 샘솟고 있다.

정상은 크고 작은 바위 다섯 개가 하나로 정상을 이루고 있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북쪽 아래로는 화양동 계곡과 군자산, 칠보산이 펼쳐지고, 동쪽으로는 대하산, 남쪽으로는 낙영산, 주봉산, 멀리 속리산 능선과 문장대가 들어온다. 주변에는 분재처럼 자란 소나무가 정취를 더한다.

화양동계곡은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절경이 아홉 곳이나 된다고 해서 '화양구곡'(華陽九曲) 또는 '화양동 소금강'으로 불린다. 이곳은 경치가 너무 아름답고 물이 맑아 조선 시대의 대유학자였던 우암 송시열 선생이 조정을 물러 나와 은거하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화양3교 직전 오른쪽 낙영산 꼭대기에 있는 기괴한 암벽인 제5곡 첨성대는 별을 관측했다는 곳이다. 이곳에서 100m 정도 더 올라가면 계곡이 더욱 깊어지면서 2층으로 된 큰바위인 제6곡 능운대가 나온다. 이후로 제7곡 와룡암, 제8곡 학소대, 제9곡이 파천이다.

피서객이 주로 쉬는 곳은 4곡이나 5곡. 그래서 9곡 근처는 한적하다. - 한국의 산하

10월 3주 차 산행은 일요일인 16일, 2018년 7월 22일 가령산, 무영봉, 낙영산, 도명산 종주에 도전했다가, 같이한 두 여성 동무의 급격한 체력 저하로, 낙영산 1km 거리의 갈림길에서 계곡을 따라 바로 학소대로 내려가는 바람에 종주에 실패했던[산행기], 일명 낙무가도 종주에 다시 도전한다. 2018년 당시 실패한 이후 천고지, 백두대간, 인기 명산 등에 밀려, 다시 시도할 생각을 못 하고 있었으나, 목표한 세 가지 산행 모두 거의 95% 이상 달성해, 안내산악회에서는 나머지 목표 산을 찾기가 쉽지 않아, 그동안 관심만 가지고 있던 산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가장 먼저 눈에 띈 게 속리산 국립공원의 일부인 낙무가도 종주다!

2018년에는 버스를 세 번 갈아타는 대중교통 산행이라, 시작 시각이 꽤 늦었고, 와중에 들머리부터 혼란을 일으켜 2km 가까운 알바로 더 시간을 지체해 대중교통이 허용하는 시간 내에 산행을 마칠 수 있을지 애매했다. 해서 두 여성 동무를 채찍질하며 달리는 바람에, 둘의 극심한 체력 저하로 중도에 포기했다. 오히려 그 덕분에 화양구곡의 명물 학소대에서 물놀이하며, 즐기는 호사를 누렸다. 정신없이 놀다가 막차를 놓쳐 택시로 조치원역까지 달리기도 했으나, 종주에 실패했다고 큰 미련이 남거나 하는 산행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회가 오면 다시 갈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안내산악회에서 산행 계획 발견하고 좀 찾아보니, 어느 순간부터 (낙영산이 까만 소 100+에 선택되고부터가 아닐까?) 매월 한 차례 이상 진행하고 있었다. 해서 목표 산행이 없는 10월 3주 차에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이번 산행 일이 일요일이라, 일요산행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친구들이 같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등산방에 산행 계획을 올렸는데, 막상 일요산행 팀이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주행이 신청했다. 그 사실도 산행 며칠 전에 주행이 얘기해서 알았지만. 오랜만의 일요산행이라, 일요 산행 팀의 참여를 독려할까 했지만, 이미 버스가 만원이라, 그 생각은 버렸다. 그렇게 둘이 하는 산행이라 점심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데, 주행이, 문배주와 화요를 가져온다고 해서, 토요일 저녁 대조시장에서 홍어 무침을 사 왔다. 그리고 점심은 주행이 컵라면 두 개를 가져오고, 내가 1L 보온병에 뜨거운 물과 김치를 가져가기로 했다. 물론 비상식은 늘 배낭에 들어있는 그대로. 수요일 점봉산에서는 얼어 죽는 줄 알았으나[산행기], 일요일 속리산 날씨는 20도를 오르내리는 기온에 약간 흐려, 산행에는 좋은 날씨라 동계 복장을 다시 집어넣고 가을 복장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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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준비하지 않던 뜨거운 물을 준비하느라, 시간을 지체해 평소보다 1분가량 늦게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섰다..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가며, 패드의 버스 앱으로 도착시간을 확인하는 순간, 마을버스가 나를 지나친다. 해서 버스 뒤를 정신없이 뛰어 쫓아갔는데, 정류장 10여 미터를 앞두고 버스는 가버렸다. 분명 뒤에서 뛰어오는 걸 보고도, 그냥 가버리는 기사에게 분노를 느끼며, 이론적으로 6시에 정류장을 출발하는 버스지만, 6시 6분 열차를 탈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 다음 마을버스를 기다렸다. 6분 차를 못 타면 12분 차를 타고 양재역에서 달려도 된다. 사실 불광역에서 6시 6분 열차를 타면, 양재역 6시 46분 도착이라, 6시 정류장에서 떠나는 마을버스를 타는 게 최고의 조합이다. 하지만, 이 차가 시간을 지키지 못해 열차를 놓친 적이 몇 번 있어, 그 전인 5시 50분 버스를 타고 다녔다.

6시 마을버스가 시간에 맞춰 도착하고 출발하기는 했는데, 불광역 전 정류장에서 떠날 생각을 안 한다. 이거 기사에게 한마디 해야 하나, 하는 순간 출발해 아주 천천히 몰고 간다. 저 앞 사거리 신호가 대기로 바뀌기 직전으로 보여 애간장이 타는데, 기사는 세월아 네월아 한다! 이 꼬라지 보기 싫어 50분 버스를 타고 다녔다. 다행히 신호대기에 걸리지 않고, 사거리를 통과해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다른 승객 한 명과 불광역으로 뛰어내려갔는데, 열차는 그 전 역에서 막 출발했다. 이것도 운이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운 좋게 6시 6분 열차를 타고 6시 46분에 양재역에 도착해 12번 출구로 나갔다. 그리고 국립외교원 앞으로 가며 보니, 규모가 좀 있는 안내산악회의 버스가 막 들어오는 게 보여 앞창의 LED를 보니, 설악산 흘림골 2호차다. 요즘 모든 관광버스는 설악산 흘림골로 몰리는 듯하다.

과거에는 국립외교원 앞에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안내산악회 버스가 유일하게 출발했는데, 코로나 규제가 풀리자, 동호회나, 소규모 관광회사도 정차장으로 사용하는 바람에 7시쯤에는 이 일대가, 버스와 승객이 뒤섞여 일대 혼란이다. 고로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면, 선두가 도착하는 순간 버스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사당에서 승객을 태우고 6시 50분에 양재로 출발해야 하는 버스가 없다며, 6시 46분경 주행이 전화했는데, 무언가 이상하다. 그래도 7시까지 기다리다가, 다른 산행지는 다 떠나고, 가령산으로 가는 승객만 남아 있는 분위기라, 주행에게 전화해보니, 몇 초 전 사당에서 출발했단다. 그나마 차를 확인하지 못해 그냥 보낸 게 아니라는 것에 안심하며 버스를 기다렸다. 언제 오던 오기만 하면 된다. 산행 시간 등은 인솔 대장이 알아서 할 문제고.

7시 정각에 외교원 앞에서 떠나야 할 버스가, 7시 10분경 신호대기를 통과해 이 방향으로 달려오는 게 보인다. 버스가 도착하자, 초조하게 기다리던 남은 승객이 차에 탔고, 나 또한 짐칸에 배낭을 넣고, 보조 파우치만 들고, 버스에 타, 아는 사람에게 인사 후 자리로 가 앉아,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패드로 책을 보기 시작했다. 버스가 출발하자,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통로 건너 옆에 있던 승객이 버스의 실내등을 꺼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기사가 어떻게 끄는지 모른다. 해서 인솔 대장이 껐다. 그렇게 고속도로로 들어서 달리는데 너무 빠르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비게이션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안 들린다. 해서 가끔 고개를 들어 창밖을 주시했다. 그런데, 분명 죽전에서 태워야 할 승객이 있는데, 지나치는 거 같더니, 정류장을 지나 앞에다 차를 세운다. 해서 차량의 줄이 너무 길어 간이정류장을 지나 세운 거로 생각했다. 그리고 타는 걸 보니, 승객도 한 명뿐이다. 비록 그 승객이 버스가 안 보인다고 인솔 대장에게 전화해, 앞으로 달려와서야 탈 수 있었지만.

죽전에서 승객을 태우고 버스가 출발하자,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깨어보니, 버스가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고 있는데, 어딘지 감이 안 잡혀, 지도 앱으로 확인해보니, 경부고속도로다. 경부고속도로? 괴산을 가는데? 다른 고속도로가 막혀 그러려니 하고 다시 비몽사몽 하다가, 8시 38분경 버스가 휴게소에 도착했다. 그 과정도 깔끔하지 않고 이상했다. 어쨌든 평범한 버스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중인데, 앰프도 못 켠다. 앰프 고장 난 버스는 자주 봐서, 무시했다. 앰프가 없으니 인솔 대장이 큰 소리로 8시 48분에 출발하겠다고 공지했다. 휴게소의 정체가 궁금해 버스에서 내려보니, 오창이다. 한 번쯤 들렸던 거 같기도 하고. 일단 내렸으니, 급하지는 않으나, 건물이 확장 공사 중이라 임시 화장실에서 볼일 보고 와 버스에 다시 탔다.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산행 코스와 주의사항에 관해 설명하기 전에, 다들 궁금해하는 오늘 상황에 관해 얘기했다. 코로나19가 풀리면서 그동안 쌓였던 걸 풀기라도 하듯이 모두를 야외로 몰려, 버스가 없고 기사가 없어, 은퇴한 기사를 모셔와야 할 지경이란다. 해서 이 버스에 익숙하지 않아 몇 가지 실수가 있는데, 산악회를 대신해 사과한다고. 모든 게 명확해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코스와 주의사항에 관해 설명하고 얘기는 끝났다. 그런데, 그동안은 주의해서 보지 않았는데, 인솔 대장이 자리가 아니라, 기사 옆 통로 계단에 앉아 기사에게 뭔가를 계속 얘기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비록 은퇴한 기사나, 운전에는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고속도로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급커브를 돌아 사고 날뻔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고 있는데, 인솔 대장이 갈림길이 보이자, 여기서 빠져야 한다고 해서, 급하게 JC로 진입해서다.

그 상황에서 사고 나지 않은 건 전적으로 그 노 기사의 노련함 때문이다. 문제는 같은 경우가 들머리인 ‘충북 자연학습원’에 도착할 때까지 서너 번 더 있었다는 거. 빠른 속도로 우회전하는 차가 갑자기 좌회전한다든가 하는, 다 갈림길이다. 산에서가 아니라, 들머리까지 가는 과정에 목숨을 건 산행이다. 해서 돌아갈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할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렇게 모든 승객을 초긴장 상태로 유지하게 하며 달린 버스는 예정보다 9분 늦은 10시 9분에 들머리에 도착했다. 애초 휴게소를 떠나며, 인솔 대장이 사과의 의미로 산행 소요 시간 6시간에 날머리 식당에서 하산주 한잔할 20분을 추가해, 이번 산행의 소요 시간은 6시간 20분이었으니, 마감은 4시 30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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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려 산행 준비를 하는, 모두의 화제가 기사다! 목숨을 걸고 여기까지 왔고, 또 돌아가야 하니 당연한 반응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미 2018년 이 들머리에서 알바했던 경험이 있는 나는 바로 들머리가 있는 화양천으로 내려갔다. 건너편의 바위와 그 주위의 단풍을 감상하고 사진으로도 남긴 후 임시다리로 개천을 건넜다. 비가 조금만 많이 오면 떠내려가는 다리라, 안내 산악회도 그에 대비해 미리 코스를 바꿀 수 있다고 공지할 정도인데, 튼튼한 다리를 만들지 않는 걸 보면 대단하다. 하긴 개천 건너 마을이 있는 것도 아니라, 등산객 외에는 딱히 다리가 필요하지 않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다리를 건너 우리가 건너온 방향을 보니, 이 또한 장관이라 사진으로 남겼다.

화양천을 떠나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고도, 등산객들은 여전히 버스가 화제다. 차가 날머리에 제대로 도착하는지 내기를 하는 팀도 있다. 우리도 빠질 수 없어, 가령산 정상으로 가며, 주행과 얘기해 보고야, 문제가 어디에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운전에는 문제가 없는데, 길을 모르면, 속도를 줄이고 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위험했다고 하자. 기사 뒤 두 번째 자리에 앉아 있어, 모든 상황을 지켜본 주행의 말에 따르면, 초행인 노 기사에게는 내비게이션이 필수인데, 귀가 어두워 볼륨을 모든 승객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높였다가, 시끄럽다는 민원이 있어, 그 역할을 인솔 대장이 해야 했다. 인솔 대장 또한 길을 잘 아는 게 아니니, 미리 알려 줄 수 없고, 갈림길이 나타나면 급하게 방향을 안내해서 벌어진 일이다. 문제를 알면 해결책이야 간단하다. 인솔 대장이 미처 깨닫지 못한 걸 알려주면 된다. 민원보다는 목숨이 중요하다는 거!

산에 올라갈수록 경사가 급해지자, 다들 산행에 집중하느라 이제 버스는 뒷전이다. 힘든 것도 힘든 거지만, 고도가 높아질수록 주변의 절경이 눈에 들어와, 다른 것에 신경 쓸 틈이 없다. 역시 속리산 국립공원은 어디를 가도 절경이다. 그렇게 오르는데 위에서 산불 났다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저 멀리 흰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어, 유심히 살펴보니, 산불이 아니라, 밭에서 무언가를 태우고 있는 거로 보인다. 내가 알기로는 밭에서 뭘 태우는 것도 불법이다. 그리고 위치상 저기도 국립공원이다. 그 연기를 뒤로 하고 계속 위로 오르자, 오른쪽으로 저 멀리 치마바위라 불리는 암벽이 보인다. 그리고 거대한 바위가 앞을 막고 있다. 당연히 등산로는 왼쪽으로 우회한다. 나무에 가려 주변의 절경을 제대로 볼 수 없어 짜증 나던 차라, 우회하는 등산로를 무시하고 바로 바위로 기어올라 주변의 절경을 방해 없이 감상한 후 반대편으로 내려갈 수 있는지 확인했다. 섬뜩한 직벽이다. 고로 못 내려간다.

반대편이 직벽이라고, 올라왔던 곳으로 되돌아가 바위를 내려간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 바위 곳곳을 살펴보니, 바위틈 나뭇가지에 달린 'J3 클럽'의 노란 리본이 보인다. 역시! 거기에 길이 있다는 얘기라, 그 방향으로 내려가려고 보니, 도저히 배낭을 멘 상태로는 갈 수 없어, 배낭을 벗어 두고, 일단 내려간 다음 배낭을 끌어내려 다시 둘러멨다. 그리고 밑으로 보이는 등산로를 향해 리지로 내려가는데, 주행이 부른다. 암봉 정상에 서서 가령산으로 향하는 등산객과 서로 손을 흔들기도 하며, 주행이 가는지 유심히 지켜봤으나, 안 보여 앞서갔을 거로 생각하고 내려왔는데 밑에서 기다리고 있다. 내가 분명 그 바위로 올라갈 거라, 밑에서 물도 마시고 쉬면서 기다렸다고. 난, 언제 또 올지 모르는, 암봉 정상에서 인증을 찍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위로 가는 친구를 기다렸는데, 이 친구가 한 수 위다.

각 산악회에서 길 안내든, 과시든 나뭇가지에 매단 리본이 풍경을 헤치고, 가끔 나무를 헤치는 예도 있어, 단속의 대상이나, 그게 길잡이 노릇을 하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라, 국립공원이라도 쉽게 제거하지 못했는데, 중구난방으로 걸린 산악회 리본을 제거하고 대신 속리산 국립공원에서 매단 리본을 보자, 괜찮은 아이디어라 생각하며, 가령산 정상을 향해 갔다. 그런데, 산행을 시작하며 친구가 지난 8월 마천 청암산행[산행기] 후 첫 산행이라 힘이 든다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생각보다 늦다. 이 속도로 가면, 하산주 시간이 많이 준다. 그 상황을 스스로 잘 아는 친구라, 특별히 그런 얘기를 하지는 않고, 앞장서 위로 올라가며, 전망대가 있으면 무조건 멈춰 사진을 찍었다. 물론 다 비슷한 사진이다. 고속으로 달리는 것도 아니라, 주변 풍경이 갑자기 변할 리가 없으니, 당연하다.

그렇게 정상을 향해 가는데, 등산 앱이 도착했음을 음성으로 알려준다. 물론 반경 50m 내로 들어섰다는 얘기다. 그리고 정확히 1분 후인 11시 8분에 정상에 도착했다. 10시 10분경 산행을 시작했으니, 학습원에서 가령산 정상까지 1.8km를 1시간이 조금 안 걸려서 올라왔다. 암릉이라는 것과 경사도를 고려하면 늦은 건, 아니나, 친구의 준족을 생각하면 늦었다. 빠른 산꾼은 인증을 찍은 후 이미 정상을 떠났고, 늦은 등산객은 이제 올라오는 중이라, 정상에는 우리 둘밖에 없어,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남기려는데, 막 올라온 등산객이 도와주겠단다. 물론 상부상조하자는 얘기다. 해서 그 등산객의 도움으로 둘의 인증을 남기고, 이어 등산객의 인증도 찍었다. 그리고 밥 먹은 지 4시간이 지나 배가 고프다고 얼마 전부터 징징 아니, 투덜거리는 친구의 제안으로 간식을 먹고 가기로 했다. 하긴 11시간 넘었으니, 배가 고플 시간이다.

간식으로 친구가 가져온, 구운 달걀과 과자를 먹고, 물 한모금한 다음 다시 길을 재촉했다. 그런데 국립공원답게 주요 길목마다 이정표가 정확히 서 있으나, 다음 목표인 무영봉에 관한 정보는 어디에도 없다. 가령산과 무영봉을 지난 낙영산만 있다. 하긴 속리산 국립공원 지도에는 없는 봉우리를 이정표로 안내하는 게 더 이상하긴 하다. 해서, 무영봉까지의 거리는 등산 앱의 지도로 대략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몇 개 주요 산이나 봉우리를 연계해 달리는 산행을, 몽덕산~가덕산~북배산~계관산 순으로 달려 '몽가북계 종주'로, 수원 광교산에서 시작해 청계산에서 끝나는 산행은 '광청 종주', 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을 한번에 달리는 산행은 '불수사도북 종주' 등 각 이름의 앞 자를 따서 명명하는데, 이 가령산~무영봉~낙영산~도명산 연계 산행은 '가무낙도'가 아니라 '낙무가도 종주'라 부르는 이유가 오래전부터 궁금했다. 해서 구글링해보니 최근에는 '가무낙도'라 부르는 거 같은데, 처음 종주에 도전할 때만 해도 '낙무가도'였다. 발음하기가 쉬워서 그랬나?

낙무가도에 관해 내 의견을 얘기하자, 친구의 말이 가관이다. 음주가무(飮酒歌舞)의 민족이 안빈낙도(安貧樂道)와 합쳐 가무낙도(加無落道)를 즐긴다고. 늘 낙무가도라는 명칭 때문에 산의 순서를 헷갈렸는데, 원칙대로 가무낙도라는 이름이 대세라 다행이다. 그래도 메모리에 새겨진 낙무가도가 쉽게 없어질 거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낙영산 직전의 무영봉을 향해 가는데, 거의 오지 산행 수준이다. 하긴 단풍철에만 반짝할뿐 일 년이면 몇 명이나, 이 종주 산행에 도전하겠는가? 등산 앱의 지도로 대략 거리를 확인하고 낙엽 쌓인 급경사 암릉으로 올라가며 안면이 있는 두 명의 등산객이 쉬고 있는 곳이 정상이 아닐까 기대했는데, 아니다. 몇 번의 실망을 더 했으나, 곳곳의 전망대에서 절경을 감상할 수 있어 그 실망을 상쇄하고 남았다. 저 남쪽으로 속리산 주 능선까지!

11시 30분이면 점심을 먹는데, 12시가 지났음에도 무영봉은 보이지 않아, 주린 배를 움켜쥐고 가다 보니, 앞서간 산꾼 두세 명씩 모여 점심을 먹는 곳에 도착했다. 거기에는 잘 아는 등산객도 있어 맛있게 먹으라고 인사 후 다시 길을 재촉하자, 12시 17분에 등산 앱이 정상에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정확히 2분 후인 12시 19분에 무영봉 정상에 도착했다. 국립공원에서 인정하지 않는 봉우리라, 제대로 된 정상석은 없으나, 산꾼이 세운 정상석과 명패가 있다. 지난 2018년과 같은 정상석인가? 해서 당시 사진을 확인해보니, 정상석은 없고 명패만 있다. 나무에 매달렸던 명패를 정상석 앞으로 옮겨, 위치가 변했을 뿐 명패는 같다. 그리고 다시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 남기려는 순간 가령산 정상에서 인증을 찍어줬던 등산객이 도착했다. 이구동성으로 타이밍이 절묘하다고 외친 후 서로의 사진을 찍었다.

정상은 평지로, 많은 등산객이 식당으로 이용한 흔적이 있고, 몇 명은 등을 돌리고 점심을 먹고 있다. 해서 우리도,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컵라면으로 먹방을 찍었다. 물론 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그게 부는 동안, 전망대로 달려가 사진 찍는 걸 잊지 않았다. 그리고 4분 후 컵라면을 먹고 나자, 친구가 하산주로 들고 온 문배주와 화요를 꺼내 한 잔씩만 하잖다. 아니, 컵라면이라는 좋은 안주가 있을 때 꺼냈어야지. 어쨌든 생수병에 담아온 거라, 두 술이 구분이 안 돼, 맛으로 구분하기로 하고 마셨는데, 첫 잔이 문배주다. 그게 넘어가는 순간, 어제 결혼식장에서 마신 술까지 넘어오려고 한다. 애초 안주 없이 마실 예정이었으나, 토할 거 같아. 오이를 꺼내 안주로 먹었다. 그리고 두 번째 잔 화요를 마시고, 12시 45분경 모든 걸 정리하고 무영봉을 떠났다.

[아래 사진은 2018년 7월 데크 계단이 만들어지기 전 암벽에 걸린 밧줄을 잡고 무영봉에서 하산하는 모습]

무영봉이 해발 742m로 이번 구간 중 가장 높은 봉우리라, 가무낙도의 가낙도가 무영봉 아래에 있다. 해서 정상을 떠나 내려가자 저 아래로 낙영산이 보인다. 그 너머로는 도명산도 있을 텐데, 어느 봉우리인지 명확하지 않아, 대략 감으로 왼쪽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느 봉우리가 도명산이든, 단풍과 어울린 암봉의 낙영산은 절경이다. 해서 까만 소가 인증처로 선택했을 테지만. 아, 까만 소 덕에 이제는 단풍철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인증꾼이 방문하겠구나! 그 절경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기며 데크 계단을 따라 내려갔지만, 데크는 곧 끝났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해 2018년 당시의 사진을 보니, 계단은 안 보이고, 밧줄에 의지한 기록만 있다. 그리고 데크를 만들기 위해 자재만 널려 있는 걸 봤던 기억이 난다. 2022년 10월 18일 현재 카카오가 맛이 가 산행기를 볼 수 없으나, 산행기 원본을 확인하니, "어쩌면 우리가 이 코스 줄을 타는 마지막 산꾼일지도 몰랐다."라는 문장이 있다.

[아래 사진은 2018년 7월 등산로 정비 전 가령산으로 오르는 등산로]

어쨌든 이게 국립공원이 맞나 싶은, 상태가 극히 좋지 않은 급경사 등산로로 바뀐다. 그 길을 조심조심 내려가 12시 59분에 지난 2018년 하산했던 갈림길에 도착했다. 과거 낙무가도 등산 지도를 보면 이정표가 있는 곳이 갈림길로, 오른쪽으로 학소대로 하산할 수 있는 ‘인봉골’ 계곡 길이다. 사실 학습원부터 여기까지 오며, 2018년 당시 나름 산행 좀 했다는 두 여성 동무가 왜? 체력 저하로 중도에서 탈출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무영봉에서 데크 계단으로 내려올 때 친구가 뒤의 암벽을 돌아보고, 이게 없으면 못 내려간다고 했을 때, 갑자기 그때도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기억이 명확하지 않아,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이 글을 쓰며 과거 산행기를 보려 했으나, 카카오가 망할 지경이라 산행기를 확인할 수 없어, 구글 포토에 저장된 사진과 산행기 원본으로 데크 계단이 없었다는 기억이 맞는 걸 확인했다. 고로 학습원부터 학소대까지 지금 가는, 전 코스의 등산로가 이처럼 훌륭하지 못했으니, 두 여성 동무의 체력 저하는 어찌 보면 당연했다.

여기서는 나도 초행이다. 당시 '낙영산 1km'라는 이정표를 보고 친구들이 도착하기 전에 다녀올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어쨌든 초행 코스의 암릉을 따라 올라가는데, 한 산악회가 놓은 방향 표지가 보인다. 상태로 봐서는 어제나 오늘 놓은 거. 등산로나, 국립공원에서 매단 리본으로 충분해 보이는데 굳이 저걸 놓은 걸 보면 산행 대장이 대단히 꼼꼼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등산로를 따라 위로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전망대가 보여 그리로 갔다. 조금 전에 점심 먹방을 찍었던 무영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저 멀리 속리산 주 능선도. 전망대를 떠나, 다시 위로 올라가자, '출입 금지' 경고문이 붙어 있는 금줄이 쳐진 곳이 나타났다. 당연히 금줄을 넘어가니, 전망대다. 그 밑으로는 암벽이고. 그 전망대에서는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도명산 일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도명산 일대를 사진으로 남기고, 다시 금줄을 넘어 등산로로 들어서 위로 가자 갑자기 등산 앱이 정상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해서 확인해 보니, 낙영산이란다. 응? 벌써? 그런데 막상 올라갔는데, 헬기장이다. 정상석 대신 이정표가 서 있는. 그 이정표에 의하면 낙영산은 400m를 더 가야 한다. 등산 앱이 도착을 알릴 때는 목표 반경 50m 내인데, 400m라면 문제가 있다. 애초 여기가 정상이었으나, 헬기장을 만들면서 400m 거리의 다른 봉우리에 정상석을 설치하면서 정상을 옮긴 게 아닌가 추측하고, 그 정상을 향해 갔다. 그런데, 등산로를 따라가며 보니, 저 앞 주행이 가고 있는 등산로는 산성 위로 나 있는 거 같다. 이 동네에 산성이 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으나, 내 지식이 워낙 짧아 다시 알아보기로 하고 계속 가자, 기묘한 바위의 연속이다.

그 바위를 기록으로 남기고, 조금 더 가서 만난 전망대에서 속리산과 주변산 또한 사진으로 남기고 등산로를 따라 가자, 등산 앱이 정상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두 번째 '낙영산'이다. 등산 앱의 오류가 아니다. 등산 앱의 지도를 잘 보면, 낙영산이 두 개다! 해서 그때마다 도착을 알린 거다. 정상을 옮긴 후 구 정상을 등산 지도에서 삭제하지 않았나? 그런데, 두 낙영산을 표기한 지도도 있기는 하다. 정상석이 있는 봉우리는 국제신문 지도에는 쉼터로 표기된 곳인 만큼, 십여 명의 등산객이 간식을 먹으며 쉬고 있는데, 아무래도, 여기까지 오면서 가끔 만난 방향 표지를 설치한 "참사랑 산악회원" 같다. 그들에게 인증을 부탁할 상황이 아니라, 삼각대로 사진을 찍으려는데, 이 주변 동네 사람으로 보이는 세 여성 등산객이 막 도착해 그중 한 명에게 부탁해 사진을 찍었다.

가무낙도 중 가무낙의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고, 마지막 하나인 도명산을 향해 낙영산을 떠난 게 1시 31분이다. 마감인 4시 30분까지는 3시간가량 남았다. 도명산까지의 거리는 1.9km. 도명산을 향해 낙영산에서 하산하는 길목에서 의외의 안내문을 발견하고 자세히 살펴봤다. 산악회 산행 공지에도 언급한 폭우로 학습원 앞 화양천이 범람했을 때의 행동 요령이다. 산악회 게시판이나, 등산로 길목에 안내문이 있는 걸 보면, 학습원 앞 화양천 범람이 일상인 거 같다. 하긴, 이번에 동행한 산꾼도 작년에 범람으로 하천을 건너지 못해 공림사에서 시작한 한을 풀러 왔다고 했을 정도다! 그 안내문 바로 아래가 갈림길이다. 그런데 예상을 깨고, 도명산은 우회전해서 내려간다. 직진 길은 출입 금지다. 왼쪽은 범람 때 들머리인 공림사! 그런데, 출입 금지 경고문 앞에 문화재 소개문 형식의 안내판이 서 있는 게 보여 가봤다. ‘괴산 미륵산성’이란다. 낙영산 정상 직전에 본 게 산성이 맞다!

공림사 갈림길에서 도명산까지는 1.4km 거리다. 그런데, 작은 계곡을 따라 계속 하산이다. 이렇게 내려간다는 건 다시 올라가야 해, 과히 반가운 게 아니다. 9분이 걸려 500m를 내려와 1시 49분에 도명산 900m 이정표에 도착했다. 그 900m에 세 개의 고개를 넘었다. 200m마다 고개가 하나씩 있다. 나머지 300m는 도명산 삼거리다. 늘 하는 얘기지만, 한국의 산은 막판까지 사람을 가만두지 않는다. 군사 훈련장으로 보이는 곳을 지나, 헉헉대며 첫 번째 고개를 오르는데, 왼쪽은 대 슬랩이다. 고개에 도착해 보니, 왼쪽의 슬랩은 출입 금지다. 그런데, 그쪽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내가 다시 이 산에 온다면, 이 슬랩 때문이다) 해서 친구에게 우리도 올라가자고 했는데, 결사반대라, 슬랩을 버리고 등산로를 따라 계속 가 고개 두 개를 넘고 다음 고개로 올라가자 도명산 삼거리다. 여기까지 오는 내내 슬랩 쪽에서 들려오는 '야호' 소리에 그 방향으로 가지 않은 걸 후회했다. 사실 그 슬랩이 도명산으로 가는 지름길로 굳이 고개 3개를 오르내릴 필요 없는 편한 길이다.

이제 도명산까지 300m, 왕복 600m가 남았다. 왕복이라 당연히 배낭을 짊어지고 갈 이유가 없어, 배낭을 이정표에 걸어두고 핸드폰만 들고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도명산이 암봉이라 암릉을 따라 난 나무계단, 또는 철계단으로 위로 올라가며 보니, 많은 등산객이 내려오고, 익숙한 복장의 남녀가 위로 올라가는 게 보인다. 요원이다. 그 요원과 등산객이 중간에서 만난 얘기를 나누는데, 10만 원이 어쩌고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걸로 봐서 정상에서 음주 얘기를 하는 거 같다. 그 둘이 얘기하는 곳에 도착해 '경치 좋은 곳에서 한잔하면 10만 원도 싸지요.' 했더니, 두당 10만 원은 싼 게 아니라면서 내려갔다. 사실 처음에는 정상에서 한잔할 계획이라, 배낭을 들고 올까 고민하다가, 정상주 대신 계곡주를 마시기로 하고 배낭을 두고 오기 잘했다고 여기는 순간이다. 그 두 요원을 지나쳐 가자, 등산 앱이 정상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도명산이다.

데크 계단을 올라가자 잘생긴 소나무가 반겨준다. 그런데, 여성 등산객 서너 명이 그 소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어 그 앞을 지나가기 불편했다. 해서 그 옆 바위로 기어 올라가서 보니, 이게 정상이다. 물론 정상석은 아래에, 북한산 비봉의 정상이 바위 위가 아니라 비가 서 있는 곳이듯. 암봉의 바위 위에 올라섰으니, 가리는 게 아무것도 없어 전·후. 좌·우, 위. 아래 모든 걸 조망할 수 있다. 그 바위에서 내려오는 순간, 대 슬랩으로 갔던 두 산꾼도 막 도착했다. 다행히 요원은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넷이서 걸리지 않은 거에 관해 농담한 후 그 산꾼에게 부탁해 인증을 남겼다. 그런데, 정상석이 있는 곳에서 보니, 데크 계단 길이 보이는데, 분명 우리가 올라온 길은 아니다. 해서 요원에게 물어보니, 첨성대 가는 길이라고.

당시에는 지도를 유심히 살피지 않아, 첨성대의 위치가 정상 직전에 봤던 이정표만 기억나, 학소대 반대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는 화양천을 따라 학소대 아래로 날머리인 주차장에서 더 가깝다. 그리고 국립공원 지도의 소요 시간을 보면, 등산로도 더 좋다. 물론 그걸 알았다고 해도. 그 방향으로 가지는 않았을 거다. 뭔지는 모르나, 도명산에서 학소대 구간에 문화재가 있다는 건 알았다. 분명 지도에서 마애불이라고 봤음에도, 기억을 못 하고 있었을 뿐. 어쨌든 가무낙도의 마지막 도의 정상에서 인증을 남기고, 떠난 시각이 2시 21분이다. 마감까지 남은 시각은 2시간 10분가량. 물론 하산하는 중 길목에 있는 소나무를 배경으로 친구 사진도 찍으며 내려가, 2시 29분에 배낭을 걸어 둔 이정표에 도착했다.

이정표에 걸어뒀던 배낭을 다시 둘러메고, 2시 29분에 학소대를 향해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거대한 바위틈을 지나기도 하며 내려가는데, 저 앞에 또 문화재 소개문과 같은 형식의 안내문이 서 있다. 지나칠 수 없는 거라, 가까이 다가가 확인해 보니, '괴산 도명산 마애불상군'이다. 마애불을 찾아 떠나는 산행을 계획하는 내가 반드시 와야 할 산이 도명산이다. 그걸 보고, 주위의 암벽을 자세히 살펴보니, 희미하게 음각된 부처가 보인다. 불상군이니, 하나면 안 된다. 해서 눈을 부릅뜨고 그 주변을 노려보니, 셋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소개문에는 '괴산 도명산 마애삼존불상'으로 소개하고 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대어를 낚은 기분이다. 마애불을 사진으로 남기고, 빠르게 내려가는데 안전 난간에 건너편 암벽이 코끼리를 닮았다는 안내문이 달려있다. 왜 코끼리인지 한참을 째려본 후 비슷하다 인정해 주고 또 바로 떠났다. 지금은 코끼리가 아니라 홍어무침이 급하다.

길 상태가 과히 좋지 않은 등산로를 따라 가능한 한 빠르게 내려가, 2시 50분가량 되자, 인봉골의 물소리가 들리고, 55분에 계곡에 도착했다. 국립공원 지도에 첨성대보다 학소대 방향이 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표기한 이유는 길 상태 때문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어쨌든 인봉골에는 서너 명의 등산객이 탁족을 하며 쉬고 있어, 우리도, 골로 들어가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세족을 했다. 물론 세수도. 이후 대조시장에서 산 홍어무침을 안주로 주행이 가져온 화요와 문배주로 본격적인 계곡주이자 하산주를 마셨다. 3시 1분부터 3시 50분까지 대략 50분 정도 계곡주 먹방을 끝내고, 인간의 모든 흔적을 깨끗이 정리하고, 인봉골을 떠나,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향한 시각이 3시 50분이다. 마감까지 남은 시각은 40분!

비록 남은 거리가 10리 가까이 되고, 남은 시각이 40분에 불과하나, 그렇다고 절경을 지나칠 수는 없어,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남기며 갔다. 과거 화전민이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집터를 지나, 3시 58분에 학소대 옆 화양천을 건너는 다리에 도착했다. 다리를 건너며 단풍과 어울린 학소대를 사진으로 남겼다. 이제부터는 주차장까지 도로다. 물론 도로를 따라 빠르게 가며 주변의 명소나, 절경을 사진으로 남기다 보니, 어느새 친구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찍을 게 너무 많아, 이대로 가다가는 마감 시각을 못 맞출 거 같다. 나와 비슷한 산행을 하는 산꾼이 많아 이번 산행에도 아는 산꾼이 꽤 되는데, 지각한다는 건 말이 안 되고, 그렇다고, 뛴다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식당가를 지나서 더는 볼 게 없을 때부터 최대한 속보로 가 마감 1분 전인 4시 29분에 버스가 보이는 주차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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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내 모습을 발견한 버스가 어차피 주차장을 벗어나려면, 내가 있는 방향으로 와야 해서 천천히 오는 걸 세워, 짐칸에 배낭을 넣고, 버스에 탔다. 버스 앞창 위에 달린 시계 기준, 4시 31분! 1분 지각이다. 모든 승객에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어주고 내 자리가 자리를 잡고 앉아,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운전석을 주시했다. 누군가, 민원보다 생명이 소중하다고 인솔 대장에게 얘기했는지, 내비게이션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리고, 인솔 대장은 통로 계단이 아니라, 자기 자리인 3번 의자에 앉아 있다. 그래도 알 수 없는 거라, 차의 운행 상태를 유심히 살폈는데, 빠르지 않게 규정 속도를 지키며 달리는 걸로 보였다. 그리고 흔들림이나, 급방향선회 따위도 없어 안심하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롤러코스터 같던 버스와 기사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안정된 자세로 달린 버스는 6시 30분경 덕평 휴게소로 들어가 휴식했다. 신선한 공기가 필요해 버스에서 내려 볼일을 본 후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다시 버스에 타서 책을 보고 있는데, 40분경 버스가 출발했다. 죽전에서도 자연스럽게 승객을 내려줬는데, 양재 가까운 고속도로에 차량이 많아 속도를 내지 못해 정체된 곳에서 대형 사고가 날뻔했지만, 노 기사의 노련한 운전으로 그걸 피했다. 상행 운전의 옥에 티다! 운전하는 거로 봐서는 버스 기사 출신이 아닌 거로 보인다! 그리고 양재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려는데, 뒤에 앉은 산꾼이 내 두 어깨를 꼭 잡고, "양재에서 내리는 사람이 부러운 건 처음입니다!" 한다. 그 산꾼에게 씩 웃어주고, 다른 안면 있는 산꾼들에게도 목례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물론 친구에게도. 그때가 7시 34분으로 무사히 산행을 마감한 시각이다. 물론 집에 도착해 무사 산행을 자축하는 하산주를 마셨다.

안내산악회 계획대로 '충북자연학습원 → 자연휴게소 → 거북바위 능선 → 가령산 → 무영봉 → 낙영산 → 공림사 갈림길 → 도명산 → 마애삼존불 → 인봉골 → 학소대 → 화양탐방지원센터 → 화양계곡 주차장'의 13.61km(트랭글)를 6시간 24분 동안 탐방했다. 이동 5시간 32분, 휴식 52분! 휴식 대부분은 무영봉에서 컵라면과 인봉골에서 계곡주 먹방 시간이다.

늘 하는 얘기지만, 국립공원은 산꾼을 빈손으로 보내는 적이 없다. 정 갈 곳이 없으면 가까운 국립공원에 가면 된다. 참고로 도명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국립공원 사이트에서 탐방로 예약을 해야 한다.

두 번째 도전 만에 낙무가도(가무낙도) 종주에 성공했으나, 2018년과 같은 조건이라면 한 시간 이상 더 걸렸을 거다.

이번 산행에 만족한 만큼, 10월 말 속리산 종주에 대한 기대도 그만큼 커졌다.

[동서울_주행]

12km라 6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오르락 내리락이 많아 시간 맞추기가 쉽지않은 코스더라.

[雲峰]

산 4개를 연계해서 달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