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의 황제' 라파엘 나달(스페인, 2위)이 이틀 동안 3시간 49분의 혈전 끝에 전인미답의 프랑스오픈 남자 7회 우승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디펜딩팸피언 나달은 6월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재개된 2012 프랑스오픈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4대회 연속 그랜드슬램 우승을 노리던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1위)를 6-4 6-3 2-6 7-5로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비가 두 선수를 웃기고 울렸다. 나달이 비의 방해를 용케 피한 반면 조코비치는 비로 인해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프랑스오픈에서 6번 우승한 비외른 보리를 제치고 프랑스오픈 남자단식 최다 우승자에 이름을 올린 나달은 "정말 영광이다. 보리는 전설적인 선수이며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스타였다"며 "보리와 비교되는 것만도 환상적이다. 그는 언제나 내게 다정했다. 이 자리를 빌어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고 감격해 했다.
나달은 프랑스오픈 7번 우승으로 프랑스오픈 여자단식에서 역시 7번 정상에 오른 크리스 에버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또 나달은 "이 대회는 세계 어느 대회보다 내게 정말 특별하다"며 "결승전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를 상대로 정말 힘든 경기를 했다. 이전 세번의 그랜드슬램 결승전 패배를 잊을만큼 기분이 좋다"고 기뻐했다.
올 시즌 조코비치를 상대로 3번의 클레이코트 대회 결승전에서 모두 승리한 나달은 상대전적에서도 19승 14패의 우위를 이어가게 됐다.
이번 정상 정복으로 11번째 그랜드슬램 우승을 차지하게 된 나달은 오픈시대 이후 그랜드슬램 최다우승 순위에서도 보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공동 3위에 오르게됐다.
또한 나달은 이번 우승으로 ATP 투어에서 50번 우승을 기록한 10번째 선수가 되었다. 나달은 '클레이의 황제'라는 명성에 걸맞게 50번의 우승 중 클레이코트에서 36번 우승을 차지했다.
호주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1969년 로드 레이버 이후 최초로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노렸던 조코비치는 결승전에서 라켓을 부수고 애꿎은 의자에 화풀이하는 등 과거 안좋았던 멘탈로 되돌아간 모습을 보이며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조코비치는 "16강 아니 8강에서 탈락했을 수도 있었지만 이겨내고 생애 첫 프랑스오픈 결승에 오른 것은 내게 의미가 있다"며 "나달과 나는 정말 환상적인 경기를 펼쳤다고 생각한다. 오늘 쉬는 날이 아님에도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에게 놀랐다. 대단했다"고 말했다.
또 조코비치는 "오늘 패배에 대해 누굴 탓하거나 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제 3세트에서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지 못한 것이 불행이 되었다. 오늘 나달은 더 강했고 나는 어제보다 느렸다. 오늘 첫 게임에서 흐름이 바뀌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전 3번의 그랜드슬램 결승에서 나달에게 모두 승리했던 조코비치는 이날 패배로 1992년 짐 쿠리어 이후 누구도 이루지 못한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 연속 우승에도 실패했다.
또한 작년 윔블던부터 이어온 그랜드슬램 연승 기록마저 27승에서 막히며 로드 레이버의 29연승 기록 경신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