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하여 뛰어들거나, 새가 하늘로 날아간다. 모두 '이동'을 담은 그림이다. 한 세계에 머무르지 말자. 자기가 보는 것이 전부라고 믿지 말자. 우리 각자는 안 보이는 자기만의 투명 해석 틀(frame)속에 있다. 다른 세계가 있음을, 다른 해석도 가능할 수 있음을 생각해 보자. 다른 사람과 이야기 나누어 보거나 책을 읽거나 영화나 그림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등의 문화 활동은 자신의 세계를 확장시켜 준다.
p.s.
오늘 아침에 본 영상에 내가 좋아하는 귀여운 여행 유튜버 W가 파란 부분이 청신하게 느껴지는 맨투맨을 입고 나왔는데, 그걸 보고 마음에 환기가 되었고 파란 색이 들어간 그림이 눈에 띄었다. 그림이 말하려는 것이 변화, 혁신, 환기, 다른 세계로의 이동, 생각의 전환 등으로 느껴졌다.
- 나는 너(1,2)가 지난 수업 시간에 학교 폭력 피해로 자살한 학생 아버지의 영상을 볼 때 우는 것을 보았다. 평소 수업에 잘 참여하지 않는 어떤 아이가 수행평가에 참여하지 않을 거라고 누군가 단언할 때 너(3)는 그가 할 수도 있다고 크게 말해주는 것을 보았다. 나는 너(1,2,3)가 친구를 도와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임을 알고 있다.
- 하... 나는 너가 이렇게 훈훈한 아이인 줄 몰랐다. 솔직 담백하고 따뜻한 너의 매력. 너의 지금도 좋고 미래도 기대된다.
- 다연으로부터 선물과 편지를 받았다. 갈색 테두리가 둘러진 연두색 리본으로 정성스럽게 묶고 짱구 스티커로 아기자기하게 장식된, 푸르기 아까운 간식 포장과, 고운 분홍색 카드에 가득 쓰인 그의 마음. 나는 한 글자씩 눈으로 쓰다듬으며 읽는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교사라는 위치는 사실 뭐라도 한 마디 하면 안 하는 것보다 학생에게 당연히 도움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고맙다고 보아주는 순수함이 예쁘다. 오늘 너의 선물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갑작스러운 비난을 받은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따뜻하게 보아주는 마음에서 더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어제 다연이와 까페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그걸 까페에 쓴 것이 감동이었다고 한다. 그랬구나... 같이 만난 채은이는 내가 무슨 빵을 먹는지 관찰한 모양이다(그렇게 주변을 자세히 보려는 태도 좋다. 그럼 삶이 더 풍부해지니까. 꼭 풍부하게 살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재미있잖아). 다연이는 자신'도' 슈크림 빵을 좋아한다고 했다. ㅎㅎ 귀여워. >.<
(카네이션이 하도 세밀하게 그려져 있어서 원래 카드에 있는 그림인 줄 알았는데 직접 그린 거네! 끈을 풀고 나니 먹을 것에도 스티커가 붙어 있다. 세상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들어 주었네...)
다연이가 쓴 카드에서 내가 학생들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다는 표현이 눈에 들어온다. 너희는 관심 대상이자 탐구 대상이다. 관심,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은 알 수 없는 대상에 대해 발생한다. 하나 하나는 다 다르고, 내가 나를 영원히 알 수 없듯이 나는 너를 영원히 파악할 수 없다. 그래서 흥미롭다.
p.s.
그가 준, 파란 색 포장지에 싸인 바닐라 맛 로아커를 커피랑 마신다. 지금은 금요일이고, 날씨는 너무나 아름답게 화창하고 나에게는 책과, 빵과, 커피와, 과자와, 음악과, 학생이 정성스럽게 써 준 카드가 있다. 눈물나게 행복해. 내가 제일 부자다. 아무 부러울 것이 없다. :)
- 오늘 출근길에 '쭈니와 산책 중인 예원이'라는 그림 같은 풍경을 만났다. 오모나... 아름다워라. 하얀 색에 가까운, 화창한 아침 햇빛과 그 햇빛에 빛나는 초록 풀과 나무, 그리고 그보다 더 빛나는 그들. 쭈니의 털 색은 갈색이 아니라 황금빛이 섞인 갈색이다. 인형 털 같다. 전에 얼핏 본 강아지 관련 프로그램에서 강아지들은 머리 위에 손 대면 불안해 한다고 했던 것 같아서 그럼 턱을 만져주어야 하는 건가(강아지 지식 거의 없음) 물어보았더니 예원이 말로 쭈니는 그냥 다 괜찮다고 한다. 그래서 머리를 만져주고 싶었으나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상태로 등 돌린 쭈니 머리를 만지면 놀랄 수도 있을 것 같아 망설여졌는데 마침 그가 급한 용무에 들어가서 급 헤어졌다. ㅋㅋ 어쩌면 이렇게 힐링되니.
그들과의 갑작스러운 만남(encounter)에서 기쁨을 얻고 헤어지는데 그렇게 나에게 갑작스럽게 등장해서 나에게 기쁨을 주었던 학생들이 떠올라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갑작스럽게 등장해서 예상치도 못한 말과 행동으로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도 있지만, 갑작스럽게 등장한 점은 같은데 예상치도 못한 기쁨과 행복을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삶은 참 재미있고 살아볼 만한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게 해준 그들에게 감사한다. 사랑하는 당신들. 너무 고맙고 그리운 당신들.
- 혜라의 일기에 담긴 생각을 음미하며 읽었다. 그가 궁금해 한, '과거는 어디에서 오고 미래는 어디로 가는지'는 내가 늘 궁금한 것이다. 시간이란 것을 잘 모르겠다. 알 수 없는 개념인 거대한 시공간 속 우리의 존재 자체가 소중하고 신비하다. 삶의 여정 중에 다른 사람의 소중한 삶을 망치지 않아야 한다는 그의 생각에 적극 공감한다.
p.s.
그의 일기 첫머리 부분을 읽고 장난을 쳤는데 그가 생각보다 더 놀라서 웃겼다. 우헤헤
- 이번 일로 담임으로서 끼인 자의 괴로움을 생각할 수 있었다. 3개 학년의 모든 반에서 끼인 자가 되어야 하는 인성부 선생님들은 정말 힘드시겠다...
p.s.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화하고 단단하고 침착하신 한 인성부 선생님의 모습에 내공이 느껴졌다. 타고나신 것일 수도 있지만 단련되어 더 그렇게 되신 거겠지. 지금의 모습에서 선생님께서 지나오신 시간을 조금 엿본다.
- 나는 원래 교무실에서 조용히 자기 일 하는 편이지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스타일은 아니다. 작년에 같은 교무실인 선생님이 그 정도로 힘든 일을 겪으신 줄 몰랐는데 이제야 알고 놀랐다. 트집 잡아 그렇게까지 모멸감을 주고 짓밟은 줄은 몰랐다... 그 선생님께서는 정말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챙기고 반을 운영하는 분이셨는데.
이제 누군가 모여 이야기를 하면 가서 좀 들어야겠다. 제대로 알았어도 딱히 큰 힘이 될 수 없었겠지만 최소한 이야기를 듣고 같이 분노하고 나누었어야 하는 건데... 담임은 제비 뽑기로 결정된다. 누가 맡지 않았으면 그 학생은 내 학생일 수도 있었다. 단지 뽑기로 분배되었을 뿐이므로 같은 학년이라면 같이 고민하고 연대해야 맞다.
- 수학여행을 앞두고 반마다 슬프거나 넌더리나거나 따뜻한 이야기가 들린다. 소외되는 학생의 슬픈 이야기(...), 아무렇지 않게 누군가를 소외시키려는 생각을 드러낸(혹은 들킨) 이야기, 누군가를 챙기는 학생의 따뜻한 이야기. 성숙한 마음씨를 지닌 한 학생의 행동을 듣고 감동 받았다. 그는 너무 멋지다. 원래도 수업 때 그의 명석함을 좋아했는데 따뜻한 인간성까지 겸비한 학생이었네... 그렇게 성숙한 행동을 할 수 있는 학생의 부모님도 멋진 분들이겠지.
p.s.
어... 음... 좋은 이미지인 학생이었는데 아무렇지 않게 어떤 학생을 떨구어내려는 생각을 들킨 이야기를 듣고 내적 비명을 질렀다. 으악... 모르고 싶었던 이야기다. 또또또 들고야 말았다 환멸감. 빨리 지승이가 준 처방을 써야 한다. 좋았잖아 어쨌든 처음에는. 그래도 좋았던 시간이 있었잖아. ㅜㅜ 소외되는 학생을 좋아해야 하거나 챙겨달라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취향이나 생각은 고유 권한이다. 안 좋아해도 괜찮은데 안 좋아하는 것을 티내거나 들키지만 말아주었으면. 소외되는 학생, 소외시키려는 학생 이야기 모두 슬프다.
- 수학여행 때 컵라면 반입 금지라고 학년 공통 전달 사항을 전달했는데 그게 그렇게 충격적인 소식인지는 몰랐다. (??) 끓는 물로 인한 사고 예방 때문이겠지. 방에 포트 없을 예정.
<15반>
- 동물 권리를 생각하게 하는 동영상을 보고 이번 단원 학습 목표인 '타당한 근거를 들어 주장하는 글을 쓸 수 있다'와 연결지어 생각해 보았다. 동물 학대가 끔찍하게 여겨진 것은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많은 사람들의 주장에 의해 퍼져 당연시 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동물 권리 보장에 대한 생각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면 예전 사람들처럼 동물 실험이 아무렇지 않을 것이다. 전 시간에 예나가 독서 시간에 '가면생활자'와 '박씨전'을 연결지어 외모지상주의가 완화될 수 있을지를 물었다. 이 때 발표자들은 대체로 외모지상주의 완화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동물 학대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바른 사회적 인식으로 받아들여진 것처럼, 외모지상주의를 비롯하여 무언가 관습적이거나 당연시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나 생각이 말이나 글로 꾸준히 주장된다면 시간이 얼마간 걸리든 사회적 인식은 달라질 수 있다. 주장하는 글쓰기 학습의 궁극적 목표는 긍정적 방향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있다.
동물 권리 관련 동영상에 등장하는 끔찍한 학대 장면을 보며 내내 맴돌던 구절은 '내가 너라면'이다. 내가 너라면, 내가 상대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저 동물이라고 생각한다면 저렇게 함부로 대할 수는 없다. 친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너라고 생각하는데 함부로 놀리고 괴롭히고 따돌릴 수는 없다. 나와 남을 구분하지 않는 그 생각이 긍정적 사회 변화를 위한 토대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동물이 차지하는 것과 같은 위치에 있는 가장 약한 자들이 보호 받아야 한다. 그래야 너와 내가 안전한 사회에 살 수 있다.
<12반>
- 제시된 북한말 지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준우가 두 지문의 내용 요약을 해주었다. (??)
준우의 답변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되는지를 물었다. 그게 많이 어려웠는지 (??) 답변 듣는데 시간이 좀 걸렸는데 예린이가 잘 답변해 주었다. 쉽게 이해되냐고 물으면 '그렇다/아니다, 이유는 뭐다'라고 답변해야 하겠지.
<14반>
- 다연이가 '파친코'를 읽고 환대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환대받지 못한 때의 아픔도 읽어냈다(우와). 또 피상적으로 느껴지는 '일제강점기'에도 사람들의 일상이 펼쳐졌음을 생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오). 그렇다. 교과서에서 납작하게 접하게 되는 역사는 소설 속에서 뼈와 살을 갖추고 입체적으로 살아나곤 한다. 과거의 어느 시절에도 지금처럼 사람들의 삶이 이루어졌다. 오늘의 이 삶도 그렇게 과거로 흘러가겠지.
혜라가 '메리골드 마음세탁소'를 읽고 말한 문장에서는 과거의 내가 생각났다. 과거의 나는 예의에 지금보다 더 민감했는데, 무례한 학생들/부모님에게 상처받고 나서는 다정한 학생들/부모님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곤 했다.
<11반>
- 토론하는데 학습지 할 때와는 다른 활기가 느껴진다. ㅎㅎ 모둠 토론 결과를 발표하는데 모두 안락사에 동의했다며 창인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채원이가 드물게 보는 창인이의 행복한 모습이라고 말해주었다. ㅋㅋ 그러게. 쟤는 오늘 뭐 좋은 일 있니?
- 누군가 나에게 예쁘다고 해주면 나는 그에게 꼭 너는 더 예쁘다고 돌려준다. 오늘은 지수가 달콤한 말을 해주었고 너가 더 예쁘다고 했더니 "네에?" 하고 당황하며 순간 비틀거렸다. ㅋㅋ
- 무언가를 확인하면서 내가 정확하게 알지 못한 사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제 누군가 내게 부정확한 정보를 말했고 그 때문에 나는 오늘 새벽까지 냉소 모드였다. 지금이라도 그 정보가 오해를 일으켰음을 확인해서 다행이다. 조금이라도 사실과 달리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늘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그래야 몰라서 벌이는, 혹은 모르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벌이게 되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 졸업생 지성이가 와서 인사하고 갔다. ㅎㅎ 여전히 배드민턴을 자주 치는구나. 건강하게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나누는 것도. 나는 사실 쑥스러움이 많아서 어릴 때 선생님들과 사적인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 붙임성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는 까페에서 감지된 것을 읽고 나에게 힘드시겠다고 했다. 그러고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그를 따라 시선을 이동한다. 먼 곳을 바라본다. 지금 힘든 시간은 이렇게 시선이 멀리 이동하는 것처럼 먼 곳으로 사라지게 되어 있다.
한 주간 학교 다니느라 고생 많았어. 나는 예쁜 너와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생기 충전하고 다음 주에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