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사람'이란 무엇인가. 지난 번에 생각해 보던 말이다. 좋은 사람이란 아마도 누군가가 좋아하는 사람일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을 좋아하나. 나는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떠올리기 어려우면 나는 어떤 사람을 싫어하나 생각해 본다. 그동안 겪은 봉변에 어떤 사람들이 등장했나 생각해본다. 트집 잡고, 언성 높이고, 본인이 잘못했는데 잘못인지도 모른 채 진심으로 사과하지도 않고, 말할 때 끊고 끼어들거나, 아무리 말해도 들어주지를 않는 등 다양한 종류의 무례한 행동을 보인 사람들이 있었다. 공통적으로 정리하면 내가 싫어한 사람은 나를 기분 나쁘게 한 사람이다. 기분 좋게만 지내도 짧은 소중한 삶의 순간에 똥물을 끼얹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좋은 사람이란 기본적으로 예의 있는 사람이다. 그는 다른 사람의 소중한 삶의 순간을 망치지 않는다. 우리는 상대를 존중하며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하는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그는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고, 목소리를 함부로 높이지 않으며, 실수나 잘못을 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상대가 말하는 중에는 끼어들지 않으며, 말하는 내용을 주의깊게 듣는다. 그는 남과 자신을 구분하지 않고 남도 자신처럼 존중한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으므로 실수나 잘못을 할 수도 있는데 좋은 사람은 완벽한 사람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수나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는 사람이다. 또한 남도 자신처럼 실수나 잘못을 할 수도 있음을 알고, 그가 진정으로 반성하고 사과한다면 너그러이 용서할 수도 있는 사람이다.
남을 자신처럼 존중한다고 할 때, 먼저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으면 남도 존중할 수 없다.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을 자존감이라 한다. 그러므로 좋은 사람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본인이 할 수 있을 만한 작은 목표를 세우고 이를 성취하는 성공 경험을 자주 쌓는 것이 효과적이다.
자존감 높은 사람은 남을 존중한다. 그러므로 타인과 갈등을 일으킬 여지가 적다. 달리 말해 타인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기 쉽다. 한 번뿐인 소중한 삶을 기분 좋게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구성원 하나 하나의 자존감을 높이는 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 먼저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왜 그렇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여러 면에서 꼼꼼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랑을 잘 못 받은 걸까.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걸까. 뇌에서 판단이나 공감 등을 담당하는 영역이 덜 발달했거나 무언가 문제가 있는 걸까. 자존감이 너무 낮거나 뇌에 문제가 있어서 타인이 괴로움을 느끼는데 즐거운 사람은 뉴스에서 보듯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안전하게 생활하기 위해서는 자존감 문제가 중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 주변의 누군가가 어떤 문제 행동을 보인다면, 혹시 그가 자존감이 낮거나 뇌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심리상담 센터나 정신과 방문 등 여러 대처 방법을 찾도록 적극적인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 '좋은 사람' 화두를 학기 초반에 혜라가, 그리고 최근에 송연이와 다연이가 던져 주었는데, 그건 윤진이가 작년에 던지고 간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때 내가 그 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쓴 게 있나 '윤진 좋은 사람'으로 검색했더니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 궁금하다는 내용만 있다. 졸업식 날 썼던 것이라 글과 사진을 보고 다시 잠시 그 때로 돌아갔다. 아직도 뭉클한 걸 보니 아직은 메마르지 않았군. 상실했다는 생각이 괴로움을 일으켰지만 나 님은 신박하게도 '너희를 마음의 포켓에 넣었다 꺼내볼 수 있다.'는 생각을 떠올려서 기연치 스스로를 구원해 냈다.
- 고등학생 아드님이 발등 골절로 절뚝거린다. 그걸 보고 아기 때가 생각 났다. 기저귀를 가는데 당췌 협조하지 않는다. 버둥버둥 난리가 나는 걸 겨우 붙잡고 하는데 그 생활이 계속 반복되니 너무 힘들고 순간 짜증이 솟구쳐서 다리 한쪽을 홱 팽개친 적이 있다. 그러고 겨우 기저귀를 다 채워 아기가 일어났는데 절뚝거리는 거다...! 아기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계속 절뚝이며 신난다는 듯이 돌아다니는데 나는 멀쩡하게 태어난 아이를 내가 장애인으로 만든 줄 알고 죄책감에 말 그대로 미치는 줄 알았다. 거실로 나가 돌아다니는 아이를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고 방에서 가슴을 쥐어뜯으며 거의 엎드려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나중에 엄마가 아이 상태 보고 잘 걸어다닌다고 말해주었을 때까지 어떡하냐고 소리치며 울고만 있었다.
기저귀 갈 때 힘들었던 것처럼 여전히 아이는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매우 자유로운 영혼으로서 같이 지내는 것이 쉽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을 잘 들어주지 않으니 솔직히 너무 미운 심정으로 힘든 때가 그동안 참 많았다. 서로 말도 안 하고 극단적으로 갈등 상황인 때도 자주 있었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힘든 여러 상황에 처할 때면 마음이 아프다.
아이가 힘든 상황인 것을 보는 부모의 마음은 다 같을 것이다. 다른 아이가 나의 아이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면, 그 아이 부모님 입장에서 한 번만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혹여나 아이가 한 행동이 본인이 생각하실 때 별것 아닌 것 같고, 힘들다고 한 아이가 너무 여린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도 누군가 매우 힘들었다는 그 사실만큼은 변함없다. 입장 바꾸어 나의 아이가 다른 아이 때문에 힘들다면, 몸에도 여러 증상이 나타나고 죽고 싶다고까지 말한다면 그 심정은 어떠할까. 나의 아이가 힘들었어도 힘든 아이가 여린 것이고 장난이 별거 아니었다고 쉽게 넘어갈 수 있을까.
물론 각자 내적인 힘을 키워 단단해져야 한다. 앞으로 어떤 사람을 만날지 알 수 없으니 그리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힘들었던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여려서였건 아니건, 힘들게 한 행위가 고의였건 아니건 크건 작건, 힘들게 한 사람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해야 맞다. 나의 아이도 언제 어느 순간 누군가로 인해 힘들 수 있다. 힘들게 한 아이가 제대로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은 모두의 아이를 위해 꼭 필요한 절차다.
- 어딘가에 담긴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너가 나에게 찾아올 때, 편지나 문자나 까페 쪽지나 댓글을 쓸 때, 책갈피나 꽃잎을 챙길 때, 무언가 만들고 나에게 주었을 때 너가 나를 생각한 시간이 있었다는 것. 거기에 생각이 미쳐서 나는 눈물이 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절대 외로울 수가 없다.
출근할 때 작년에 썼던 시가 생각난다. 그 시가 떠오른 건 너희가 떠올라서다. 그래서 그 길을 걸을 때면 가끔 너희를 생각하게 되고 걷는 건 나 혼자이지만 마음 속에 너희가 있으니 역시나 외롭지가 않다.
- 부모와 아이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본다. 부모는 아이 가장 가까이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지만 가장 가까이에서 영향을 미치므로 가장 쉽게 원망을 들을 수 있다. 특히 유아기나 아동기에 부모가 아이에게 무의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미디어에서 아이의 잘못은 부모 영향이 절대적인 것처럼 말하는 일부 육아 관련 프로그램 등을 접하면서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본인의 현재 어려움을 부모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부모가 무언가 잘못했을 수도 있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아이를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때려도 된다는 게 사회적 통념이었다. 그래서 지금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꽤 여러 번 부모에게 맞기도 했다. 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러했다. 아무리 교육적 목적이라고 해도 때리는 것은 아동 학대에 해당한다는 생각이 공고해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금의 나보다 어렸던 나의 부모나, 부모로서 과거의 내 모습을 돌아보면, 때리는 문제뿐 아니라 말과 행동 등 여러 면에서 미숙했던 모습이 분명히 있다. 예전에는 부모가 육아에 책임이 있으므로 뭔가 현재 내가, 혹은 나의 아이가 문제가 있으면 부모가 이러저런 잘못된 영향을 준 건 아닌지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에 완벽한 부모란 존재하지 않는다. 부모 탓을 하기 전에 부모도 완벽한 사람일 수 없음을 양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부모가 나에게 실수했을 수도 있지만, 나의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도와주는 사람은 부모다. 이상적인 모습으로 태어나는 부모는 없다. 부모도 아이처럼 계속 성장하는 존재다. 누구나 완벽하지 않다. 다만 과거를 돌아보고 오늘과 내일은 조금 더 나아져야겠다고 애쓸 뿐이다. 부모도 그러하다.
p.s.
돌아보았을 때 내가 아이에게 실수나 잘못을 한 부분이 있는 것 같으면 사과한다. 아이 마음에 뭔가 앙금으로 남는 게 없었으면 좋겠고, 최소한 사과는 해야 내 후회가 덜할 것 같아서다. 그래서 꽤 자주 사과한다... -.-
p.s.2.
실수나 잘못을 안 하고 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태어나서 삶을 마감하기까지 내내 완벽하기란 불가능하므로 완벽을 추구할 것 같으면 안 태어났어야 맞다. 기왕 태어났으니 우리가 추구할 것은 완벽이 아니라 성장, 어제보다 나은 오늘과 내일이다. 완벽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니 수용한다. 살다가 돌아보고 뭔가 실수나 잘못을 한 것이 있으면 사과하고 이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간다.
- 지금 상태가 어떠하든, 무언가를 읽는 자에게는 희망이 있다. 읽다 보면 과거와 현재 나의 모습을 돌아보고 연결지어 생각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읽는 것은 더 나은 현재와 미래의 나를 만들어준다.
- 아침에 출석부가 학급함에 있길래(지난 주말 외부시험으로 인해 문이 개방되어 있어서 먼저 온 학생들이 안 가져간 모양) 조회 때 가져가야지 하고 생각하고 깜빡했다. 교실에 가서 보니 누군가 그 사이에 출석부를 가져다 교탁에 두었다. 물어보니 재웅이가 가져다 주었다고 한다. 오 고마워라. ^^b
- 7반 채은이가 쿠키를 주었다. 우와! 좋은 사람이다. ㅋㅋ 여러 선생님과 나누어 먹었다. 고마워. :)
- 은서가 카드를 주었다. 뭉클해...
- 우리 반 남학생들이 거의 급식 때 새치기를 하고 있다고 신고가 들어왔다. 와... 줄 서는 것은 상식인데 그런 것까지 아직 개발이 안 되었다니... 미개한데... 앞으로는 새치기 신고 들어오면 바로 벌점 부여 예정. 새치기 당한 학생들은 화낼 필요가 없다. 조용히 와서 신고하세요. ^__^
- '혼내다'라는 것이 싫다. 그건 자신의 욕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화'라는 감정과 함께 분출하는 것이다. 혼내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원칙을 설명한다. 또한 화가 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므로, 마땅히 지켜져야 한다고 믿는 자신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화가 났다면 '...한 상황으로 인해 나는 화가 났다'고 자신을 주어로 감정을 풀어서 말한다. 화에 지배당하지 않는다. 감정은 나의 해석일 뿐이다. 사로잡혀 고통받지 않는다. 또한 함부로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여 화를 키우거나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는다.
<15반>
- 다음 시간에 수행평가 할 때 4번은 희망자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혹시 시간 모자라면 어떻게 하는지 질문한 학생들이 있다. 복사해서 다음 시간까지 써올 수 있도록 한다고 안내하였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태도가 예쁘다. :)
- 5모둠은 안락사 허용 문제를 가지고 토론하였는데 안락사 허용 근거로 제시된 것 중, '1) 가족의 경제적 고통을 덜어준다, 2) 정신적 문제가 심각한 경우에 실시할 수 있다'에 대해서는 1) 집이 가난하면 죽어야 하는지, 2) 정신적 문제의 경중을 따지는 기준은 무엇이며 정신적 문제가 심각하면 죽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이를 근거로 주장하는 글을 쓴다면 반박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 목소리 듣기 매우 좋은 친구들(서진이라든가 준기라든가...)이 있다. 들으면 마음이 안정된다. :)
- 끝나고 나올 때 꼭 인사해 주는 학생들(혜리라든가...)이 있다. 아 예뻐. :)
<14반>
- 통일 시대의 국어를 학습하기 시작했다. 관련 동영상을 보며 북한이나 북한말에 대해 평소 관심이 정말 없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평소 북한에 대해 생각하는 거라고는 저 위의 그 사람이랑 나랑 이름 똑같아서 짜증난다... 정도).
- 북한이나 북한말에 대해 관심을 촉구하는 동영상의 음악이 유난히 활기찼다. 사춘기 청소년들이라면 들썩거릴 법도 한데 다들 아주 심각하고 진지하고 조용하게 경청한다(뒤에서 나만 홀로 내적 즐거움 느낌..). 매체 제작자는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잘 드러낼 수 있는 음악을 선정한다. 동영상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와 관련지어 신나는 음악을 선정한 이유를 생각해 보라고 하였다. 아마 폐쇄된 사회로만 북한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쉬운 우리 학생들에게, 북한도 사람 사는 사회로 우리와 다를 바 없이 변화하고 활기가 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PD 등 매체 제작자로 진로를 생각한다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관련된 음악을 세심하게 선정할 필요가 있다.)
- p.149 1번에서 내용 요약하는 것이 많이 어려운 모양이다. 씨름 구경꾼 옷차림을 말하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그렇지 않다. 무슨 이야기가 핵심인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씨름 구경꾼은 단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 들여다 본 그림의 등장인물일 뿐이다.
<13반>
- 발표가 활발한 반이라 재미있다. 다음 수업은 수행평가 '주장하는 글쓰기'를 앞두고 모둠별로 토론 후 발표하려고 한다. 기대된다.
- 전시간에 태혁이가 질문한 '이데올로기', '농민 동맹'의 개념에 대해 호준이가 확인하지 않는지 물었다. 오. 준비한 모양이네. 다음 시간 시작할 때 다시 이야기해 달라고 하고 마쳤다. 그 개념 설명도 기대된다.
<종례 후>
- 수안이가 파격적인 패션을 선보였다. 오늘 그가 선택한 티셔츠는 야생 동물이 노려보는 인상적인 디자인이다. 나는 그가 그런 와일드한 취향이 있는 줄은 몰랐다. ㅋㅋㅋ
오늘도 학교 다니느라 수고 많았어. 내일 또 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