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가위 감독이 말하는 해피투게더 뒷이야기

[Pedro Almodóv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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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게더는 아르헨티나에서 만들어서 97년 칸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죠. 저도 첫 시사석상에 있었는데 사람들이 이건 좀 대담하지 않나 하는 반응을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홍콩의 대스타 두 명을 데리고 동성애 러브스토리를 찍었으니까요. 이런 식으로 이해하는 게 맞는 건가요?

해피투게더 같은 경우는 97년 이전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땐 사람들이 중국 본토 반환 이후의 삶이 어떻게 될지 걱정하던 시절이었어요. 캐나다, 미국, 호주 영주권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비극도 많았어요.

홍콩 사람들이 제일 실망한 순간 중 하나가 여권을 받을 때였습니다. 그건 분명 영국 여권이지만 'BNO' 즉 해외 영국 국민용이란 꼬리표가 있었어요. 이는 곧 자신들이 영국 여권을 가진 영국 국민이지만 본토 반환 후에 영국에서 살 권리는 없다는 뜻이었죠. 말하자면 우린 사생아란 뜻이었습니다.

저는 이 문제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받아들여지기를 원하지만 거절당하는 이야기.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관계, 즉 이를 테면 동성애에 대한 영화를요. 저로선 특히 97년 이후에도 홍콩에서 게이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서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장국영한테 말했어요. "우리 게이영화 하나 만듭시다." 그랬더니 그가 "좋아, 못할 거 없지." 하더군요. "진심인 거죠?" 하니까 이러더군요. "당신이 감독인데 당연히 진심이지. 근데 상대역은 누구야?" 그래서 "양조위"라고 하니까, 그가 "좋네" 하더군요.

감독님이 시나리오 없이 일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도 되겠죠? 줄거리는 생각하신 게 있었습니까?

아이디어만 있었어요. 모두에게 이렇게 말했죠. "우리는 아르헨티나로 가서 순회 서커스처럼 돌아다니며 로드무비를 찍을 거다.

근데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날지는 나도 아직 모른다. 거기서 3개월 있다 올 거란 것 말곤 정해진 게 없다. 자 그럼 출발!"

처음으로 뭔가 건졌다 하는 느낌이 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촬영이 한없이 길어졌기 때문에) 장국영이 "더는 여기 있을 시간이 없어" 했을 때. 어쨋든 가능한 경우의 수가 좁혀졌습니다. 그때 저는 영화가 양조위 시각에서 보여질 부분이 더 많으리란 걸 알게 됐죠.

장국영이 홍콩에 갔다가 다시 올 수 있다고 한 적도 있었지만 어떤 시점 이후로는 "다시 합류 못 할 것 같아. 이번 공연은 전 세계를 도는 거라서" 라고 하더군요. 그 말은 확실히 그의 분량이 짧아진다는 의미였습니다. 이런 일은 늘 일어납니다. 어떤 배우와 일주일밖에 못 찍는 상황이라 그를 데려다 온갖 장면을 찍은 다음 일단 보내주는 식으로.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시나리오가 완성돼 있을 때 이야기죠. 저에겐 그런 시나리오가 없었기 때문에 그가 가기 전에 뭐가 됐든 최대한 많이 찍었어요. 그런 다음 장국영이 가기 전 마지막 날에, 양조위가 떠났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가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을 찍었습니다. 

그 때 확신이 섰어요. 목적지인 폭포에 도착하는 사람은 양조위 혼자라는 걸.

양조위에게 이 배역은 뭔가 출세작이 됐습니다.

이 영화 전에는 양조위가 어떤 배역이든 누구 못지않게 잘해내는 배우였다면 이 영화에선 그걸 넘어 온전히 그만이 가능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영화는 그를 위해 맞춤 제작된 것이었고, 장국영은 사실상 유가령 (양조위의 실제 아내, 당시의 연인) 을 자처한 연기를 펼쳐 그를 확실히 밀어주죠.

장국영이 저한테 이랬어요. "내 연기는 그냥 유가령을 그대로 따라한 거야. 그래야 양조위도 안 헤매고 잘 받을 테니." 그 정도로 장국영은 너그러운 사람이었습니다. 

이 영화 제목을 <해피투게더>라고 한 이유는 당시로선 반환 이후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몰랐기 때문입니다. 

이 제목은 대답이라기보다 질문이었던 거죠. 하지만 하나는 분명했습니다. 97년 이전의 홍콩은 이제 없다는 것. 

양조위가 홍콩으로 돌아가는 장면이 안 나오는 건 그 때문입니다. 영화는 그대로 끝나고 그가 어디로 갔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출처 : 영화에 매혹되는 순간 (왕가위 + 존 파워스) 

[고화질]

촬영이 길어져서 그런거잖아요
몇달을 묶여 있을때 쪽대본 말고 제대로 써주지 촬영도 빨리 하고..
보영이 너무 궁금하다구요...
아휘를 보낸 보영이...
찍어둔게 없으니 저는 그를 미공개분으로도 볼수 없잖아요..

[간다!갔다!]

22 이 때 장국영 고생했다 들었긔
데려와선 뭐가 진행되질 않으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해피투게더는 단순 퀴어영화로 보면 안되겠더긔

[Pedro Almodóvar]

왕가위 영화가 다 그런식으로 나왔긔. 쪽대본이고 즉흥적이고. 화양연화나 2046 같은 영화들도 촬영기간이 너무 길어져서 장만옥이나 배우들 불만 엄청 많았었긔

[간다!갔다!]

네네 알긔
근데 해피투게더는 촬영지가 촬영지인지라 ㅋㅋㅋ 저 인터뷰는 왕감독이 좀 돌려서 말한 느낌이쟈나 ㅋㅋㅋ

[2년존버해서경력쌓는다]

영화 보고 와서 인터뷰 읽으니 더 좋긔ㅋㅋ 글 감사하긔

[Pedro Almodóvar]

제가 느낌으로만 생각하다가 한마디로 표현이 안됐는데 그러고보니 정말 후련해 보이는 표정이었던 거 같긔. 후련하다는 말이 딱인 거 같쟈나 ㅋㅋㅋㅋ

[Summerdays]

22 그러니깐요 ㅠㅠ 불확실성때문에 스케쥴 관리는 물론이고 캐릭터 잡지고 못하고 그냥 즉석 연기하느라 힘들어 죽는데 또 결과물은 유일무이한 색채가 있고 홍콩 감독중 가장 평도 좋으니...배우들이 애증의 감정이겠긔

[Noah Benjamin Lennox]

어쩐지 상호구 같더라니 ㅜㅜ 유가령에 대입해서 보니까 양조위 완죤 다큐수준같을거 같고요미..?

[Summerdays]

생각해보면 은근히 웃기긔 ㅋㅋㅋ 뭔가 확실한 데드라인과 제약을 둬야 틀이 잡히는 감독인가보긔. 주연배우 둘 중 하나가 나 여기까지밖에 참여 못한다고 하니 그제서야 그림이 나왔다는 거 아니냐긔

[Summerdays]

저걸로 양조위 장국영이 둘다 금상장 남우주연상 올랐는데 양조위가 받고 장국영이 엄청 축하해주고 유가령이 기뻐하면서도 장국영 손 꼭 잡고 수상소감 듣던거 기억나긔

[선무펭달]

해피투게더 생각하면 빡치긔. 장국영 그 멀리 데려다 놓고 제대로 촬영도 안하고 아오 ㅜㅠ결국 콘서트 일정 땜에 장국영은 홍콩으로 돌아가고요. 왕가위의 즉흥성 유명하지만 시간 지나니 짜증났긔.장국영 물갈이로 배앓이 해서 개고생하고 제멋대로 스케줄 때문에 스트레스 엄청 받았을거긔. 그후로 장국영은 왕가위와 작품을 안했죠. 아무리 대단한 감독이라도 맨날 저 방식이면 저라도 안하긔.장국영도 아비정전이후 해피투게더까지 할만큼 했긔. 그나마 이 작품으로 이질걸려 고생한 장국영이랑 양조위가 친해진 계기가 되긴 했단게 유일하게 다행이긴 하긔.

[Starbucks]

양조위만큼 장국영도 엄청 고생했긔 촬영하면서 이질 걸려서 살도 엄청 빠지고 그 덕에 개인적으로 장국영 영화 중에 비주얼 제일 푸석하게 나온 것 같냄.. 하지만 연기만큼은 최고긔 ㅜㅠ

[nick amaro]

마지막 갈곳잃은 보영에 반환된 홍콩의 상황을 투영한거겠긔??너무 흥미롭다긔 ㅜㅜ영화시작 전 왕가위 코멘트하는 장면부터 압도되더라긔 카리스마랑 에너지 여전해서요

[Hotcocoa]

둘다 정말 고생하면서 찍은 영화고, 보영의 나레이션이 저도 참 궁금했지만. 촬영 방식과 기간과 여러가지의 상황들에서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 영화가 나온 것 같긔. 그래서 전 해피투게더 이 영화를 너무 사랑하긔... 정말 보편적인 사랑얘기를 보영과 아휘, 그리고 장을 통해서 보여줬다고 생각해서요. 이번에 리마스터링 보면서 또 한번 느꼈긔..

[박평식]

해피투게더는 지금을 기준으로 봐도 놀라운 초기 설정들이 있었고 어떤 설정은 진짜로 카메라에 담기도 했는데 (보영이가 아휘 아빠의 드랙퀸 내연남이라는 설정) 촬영을 제대로 다 했으면서 편집한 필름들도 너무 보고 싶긔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 디그리에서 편집 장면들 조금만 보여준 것도 감질나긔

[간다!갔다!]

보영이 아휘 아버지 내연남 설정이었긔? 첨 알았긔 중간에 아르헨티나 드랙퀸도 보여준 게 이 설정 때문이였냐긔 그냥 흘려봤는데 ㅠㅠ
영화 또 봐도 좋더라긔 ㅠㅠ

[dont miss it]

아ㅠㅠㅠㅠㅠㅠ 글까지ㅠㅠ 진짜 너무 좋긔....... 재개봉하고 정말 거의 20년 만에 다시 본 거였는데 제가 기억하던 해피투게더보다 훨씬 좋더라긔ㅠㅠ 많이 울고 왔긔ㅠㅠ

[누나시간있어요? 아껴써요]

주먹구구식으로 찍었다니 놀랍긔...

[발로나]

장국영이 울던 장면에서 엔딩에 대한 확신이 섰다니 뭔가 슬프고 그렇긔ㅜㅠ 그냥.. 그 폭포에서 혼자 서있던 아휘가 너무 슬퍼보였거든요...ㅠㅠㅠ 하 진짜 개쌉명작이긔

[도토리베이지2]

며칠전에 봤는데 또 봐도 넘 좋았긔 역시 시대상황을 알게되니 더 깊이가 있는 것 같긔. 주인공들은 홍콩에 돌아가고 싶어하고 홀로 남겨진 보영ㅠㅠ

[I repeat, lightning has struck]

네?? 유가령을 그대로 연기한거라니 도대체 양조위한테 유가령이 어떻게 한거긬ㅋㅋㅋㅋㅋㅋㅋㅋ 머선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