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장롱
/신달자
꽃밭이다
노랑 파랑 빨강
어머니의 희망이 방글방글 웃고 있다
찬란한 이부자리
향기 자욱한 꽃베개
멋스런 호랑나비 한 마리
우람하게 날고 있다
그 꿈을 지키시려고
누더기만 덮고
꽃밭 잠 속을
드나들었나
//우리 집에도 신달자 시인이 보았던 장롱이 있었다. 장롱엔 새 이불과 새배 게가 맨 아래 이불보에 싸여 그 자리를 항시 지켰다. 어머니뿐이랴? 우리도 늘 허름한 이불을 아무 상관도 하지 않고 깔고 덮으며 자랐다. 좋은 이불은 미래의 행복한 날의 준비였고, 막상 비슷한 그날이 되면 헌 이불이 되어 있었다. 어머니의 기다렸던 지난 세월이 어찌 그리 허망하게 보이는지.... 누더기 이불을 덮고 꽃밭의 꿈을 꾸던 어머니, 우리 어머니. - 이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