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 이혼과 재혼가정의 실태와 평가 (4)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교회 안에서 맺어진 커플 중에도 폭력으로 인하여 이혼의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필자의 목회지인 천안지역에서 함께 목회하고 있는 장로교 N목사로부터 2009년 6월경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왔다.
그 내용인즉 대전에서 신앙생활하고 있는 모 여집사가 남편의 무차별 폭력에 견디다 못해서 자녀 둘을 데리고 무작정 가출하여 천안까지 왔는데 생활 대책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일단 6개월간은 YWCA에서 운영하는 미혼모를 위한 ‘쉼터’에서 숙식을 제공받기로 하였는데 생활비와 자녀들의 학비가 당면 문제란다.
이에 필자의 교회가 협력하고 있는 월드비전 가정개발 센터에 의뢰하여 긴급 학비보조금을 상신하여 자녀들이 천안에서 학교생활을 시작하는데 큰 도움을 받게 됐다.
필자의 23년 목회생활 중에 기억에 남는 폭력사건이 있는데 이혼위기에 처한 가정의 아내가 남편의 음주폭행에 견디다 못해 한 밤중에 교회로 피난을 오게 됐다. 그것을 알게 된 남편이 자정녘에 교회 현관문을 돌로 깨면서 고함을 치는 바람에 필자가 나가 만류하는 과정에서 그 취객 남편에게 여러 차례 폭행을 당했는데 다음날 술에서 깬 남편이 사죄하면서 일단 마무리 됐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 사건을 생각할 때마다 ‘그러다가 순교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극단적인 폭행이나 욕설을 당할 때에 그에 맞서지 않고 인내하면서 상대방을 진정시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목회사역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아내 학대는 뿌리 깊은 습관이며 일종의 패턴을 가진다. 남편의 정서적 미숙에 따른 습관적인 폭력행사, 공격적인 성향, 욕구 불만, 직장 등의 스트레스 상황도 그 원인이 된다. 학대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주변사람들의 무관심이다.
“부부싸움은 남들이 말려도 소용없다”, “괜히 끼어들었다가 나중에 원망 듣는다”는 속설 때문에 구경은 할 수 있어도 적극적인 개입은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가정폭력은 자칫 가족 구성원의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10년 7월 8일 정신병력이 있는 남편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베트남 신부의 경우와 같이 국제결혼을 통해서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신부들은 대개 철저한 배우자 검증이 생략된 채로 입국한다. 왜냐하면 한국의 결혼중매회사들이 한국 배우자의 실제 나이나 정신적 결점 또는 병력(病歷)등을 감추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1,200개 이상의 결혼중매회사가 있는데 이 중 77%는 적은 수의 직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영세회사이다. 이들 회사를 통해서 2009년 말까지 약 35,000명의 베트남 신부들이 한국에 입국했다.
이런 회사가 성심성의껏 양쪽의 세부적인 정보들을 일일이 수집하여 서비스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사법부는 외국인 아내와 결혼하는 모든 한국인 남성이 ‘혼인 도덕과목’을 의무적으로 배우도록 2010년 8월부터 시행하도록 새로운 규정을 만들었다. 이 과목을 수강하지 않으면 정부는 외국인 신부에게 비자를 발급하지 않도록 한다는데 그나마 다행스런 조치이다.
한국사목연구소가 2007년 11월 18일부터 한 달간 (주)코리아 리서치에 의뢰하여 가톨릭 신자와 일반인 각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최근 3개월간 부부싸움을 3∼5번을 한 경우’는 신자(21.2%)가 일반인(13.4%)보다 높고 ‘자녀에 대한 폭력행사 여부’도 신자(25.2%)가 일반인(20.1%)보다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사형제도에 대한 반대’ 의견은 신자(64.0%)가 일반인(50.6%)보다 훨씬 높았다.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기타 낙태, 이혼 및 재혼 여부, 자살 고려 경험, 가정생활의 만족도 등에서 신자들은 일반인들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가톨릭 신자를 조사 대상으로 삼은 것이 개신교의 경우와 다소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고려한다고 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교회의 생명 존엄에 대한 의식과 가정생활의 가치에 대하여 교회의 가르침이 신자들의 의식과 생활전반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서 그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이 시급히 요청된다 할 것이다.
3) 이혼 및 재혼가정에 대한 교회의 대응방식 실태
이혼가정에 대하여 목회자가 당면하는 윤리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는 이혼 후 재혼하는 사람들의 결혼식을 교회당에서 행하도록 허락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목회자는 어떤 경우에 재혼자의 결혼주례를 허락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 설문조사에 응한 30명의 목회자들의 생각은 첫째가 배우자와의 사별(30명), 둘째 배우자의 간음으로 이혼한 경우(17명), 셋째 배우자와의 종교적 갈등으로 이혼한 경우(15명), 마지막으로 배우자의 폭력 등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이혼한 경우(18명) 등으로 나타났다(복수 응답).
위의 내용을 보면, 배우자와의 사별로 이혼했을 경우에는 거리낌 없이 주례할 수 있다고 모두가 찬동했으며 기타의 사유에도 많은 경우 주례를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다만 배우자와의 종교 갈등으로 이혼한 경우 총 응답자의 50%만이 주례 할 수 있다고 응답함으로 다른 항목에 비하여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로 보건대 목회자들의 의식 속에는 사별 후의 이혼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없이 당사자의 재혼을 받아들이지만 소위 불법적인 재혼에 대해서는 분명한 가치체계나 원칙이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병욱은 불법적으로 이혼한 사람들이 재혼할 경우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교회에서 회복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목사 앞에 두 사람을 불러놓고 그들의 과거의 죄를 철저히 회개하는 과정을 거치게 하고 나서 마음껏 저들을 축복해 주면서 주례해 주면 그것이 교회가 보여주어야 할 덕목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