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의 둘째날.
전날 낙조를 보기 위해 개머리 언덕에서 한없이 기다렸지만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기 시작했다.
민박집에서 자면서도 새벽에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려니 하늘에 구름이 살짜기 끼어서 다음날이 걱정이었는데
아침이 되니 언제 그랬냐는듯 역시 하늘은 개여 있다.
물론, 온도는 전일보다 떨어져서 살짝쿵 춥더군.
우리가 묵은 고씨네 민박집에서 느즈막히 아침을 해먹고는 할머니네 주방을 빌려서 먹은 그릇들 설겆이 끝내고,
각자 짐을 꾸리고 계획했던 연평산으로 가기 위해 나섰다.
마을을 벗어나 뒤돌아 보니 어제 우리가 거닐었던 개머리 언덕 초지가 저 멀리 펼쳐져 보인다.
사람들이 다닌 길은 머리에 가르마가 있듯, 초지에 가르마처럼 길이 보인다.
저 개머리 언덕에서 비박을 못한게 무척이나 아쉽다.
날씨가 아주 춥지만 않았으면 했어도 무방했을텐데. 쩝;;
다음을 기약해 본다.
저 멀리 해변가를 지나 연평산 정상이 보인다.
이장님 말씀으로는 고릴라 산이라고 했다.
얼핏 보니 오른쪽 산은 고릴라의 생김새와도 비슷하네.
그리고 다른 한편에는 공룡 바위라고도 불리우고, 사자 바위도 있다.
왼쪽 낮은 봉우리는 사자가 얼굴을 하늘을 향해 누워 있는 듯한 모습이다.
해변에 박혀진 낮은 전봇대.
전기줄도 없는 이 전봇대는 어디에 쓰이는 것일까의 궁금증도 있지만 밋밋한 해변에 더할 나위 없는 소품(?)이다.
모래위 소라는 바람을 안고, 바람을 제 몸에 품었다가, 바람을 뱉어낸다.
산 중간 둔덕에서 내려다본 굴업도 해변.
저 멀리 선착장이 보이고, 바닷물이 만조가 되었을때는 아마도 이 해변의 양쪽은 맞닿아서 해변이 잠기지 않았을까?
참 신기한 섬이다. 굴업도는.
벗님들이 산에 오르는 대신 어느 해변가로 내려간다.
일행과 간격이 너무 벌어진데다, 올라오는게 걱정이 되어 언덕 위에서 바라만 보며, 벗님들의 길 방향을 대충 짐작해
둔덕 위에서 같은 방향으로 거닐어 본다.
저 아래 웅덩인 뭘까?
얼핏 보면 썩은물 같아 보이기도 하고, 바닷물이 넘쳤을때 생긴 웅덩이 같기도 하고.
굴업도는 바람이 세다.
바람의 섬이다.
얼마나 바람이 센지 해안가 모래가 둔덕 위까지 휘날려서 곳곳이 모래에 파묻혔다.
저 멀리.. 벗님들이 거닐고 있는 바닷가 해변을 내려다 보니 어마어마한 닻의 향연이다.
굴업도는 새우와 민어 파시(波市)가 유명했던 섬이라고 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섬에 사람들이 살아서, 이곳 덕적도 부근에서는 굉장히 유명하나 어장으로 이름을 날렸다는 굴업도.
하지만 이 섬은 1923년 엄청난 폭풍우와 해일을 만나 시련을 겪었다고 한다.
굴업도 전체를 휩쓸고간 태풍은 선박파괴 200여척, 130호의 가옥 유실이 있어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섬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이후.. 이곳 굴업도에서는 사람의 흔적을 볼 수 없다고 한다.
그 이후 자리를 조금씩 잡아 15가구가 살며, 1980년대 초반까지 소방목과 땅콩 농사를 주로 하며,
생태계가 안정을 되찾아 관광지로 명성을 날리게 됐다.
최근에는 2009년 산림청 주관 <제 10회 아름다운 숲 전국 대회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천혜의 자연 보고 굴업도.
그 예전의 성시를 이루었던 민어 파시는 이제 녹슨 닻들이 바닷가 해변에서 그 옛날의 굴업도의 전성기를 말해주고 있는듯 하다.
이 천혜의 자연 보고 섬인 굴업도는 근자에 이르러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굴업도처럼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섬이 있을까?
1994년 정부가 핵폐기장 건설계획을 발표하면서 비로소 세간에 알려진 굴업도는
1년간에 걸친 인천시민들의 범시민적인 반대운동을 통해 핵폐기장 건설이 철회되면서 핵쓰레기섬이 될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2006년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100% 자신과 가족 소유의 C&I레저산업을 설립한 후
굴업도의 전체부지 중 98.5%를 매입, 이곳에 19홀의 대규모 골프장 건설을 주축으로 한
굴업도 Ocean Park 관광단지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굴업도의 자연이 크게 훼손될 위기가 또 다시 찾아왔다.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골프장에서 멋진 샷을 날리며 무한대의 쾌락을 발산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해양관광단지라는 멋진 조감도로 굴업도를 변형시켜 특권화하려 하고 있다.
시인 천금순은 말한다.
<그대 그리움이거든 굴업도로 가라>고.
온갖 생명들이 살아 숨쉬며 나무늘보처럼 아주 느린 삶 속에의 여유와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있는 굴업도의 천연 자원들.
주민의 반은 개발에 찬성하고, 나머지 반은 개발에 반대한다.
문득, 굴업도를 들어가던 날.. 배 안에서 굴업도 개발 반대 서명을 받았던 서인수 이장님이 생각났다.
나오던 날도 이장님은 한참 동안을 선착장에서 굴업도에 대해서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셨다.
그는 굴업도가 개발이 되어 주민들이 다 나간다 해도 <천막을 치고라도 굴업도에서 살겠다>라고 했다.
굴업도에 민어 파시의 그날이 오면.. 기업의 이기적인 욕심도 물러가는 걸까.
아니면, 지금의 굴업도가 좋다면서 관광객의 눈으로 보는 내 입장도 이기적인 욕심인걸까.
<사진 : 이정민>
첫댓글 비박을 스릴있게 즐기는 처자.......... 그녀는 정녕 여인인지? ㅎㅎ~~
암튼.. 여행길. 몸과 맘.. 늘 건강하길..^^
넵!!
항상 조심히 다니겄습니다.
내년 초봄.. 그때도 굴업도에 민간인의 출입이 허락된다면 비박하러 다시 가볼라고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사자가달라졌다~~~^^*
나~~초콜렛님...^^*
항상.. 인간의 욕심이 문제지라~~~
개발 보다 더 좋은 것은 있는 그대로 잘 보존하고 가꾸는 것인데..
그래야.. 후손들에게도 좋은 볼거리를 유산으로 남겨 줄 수 있지 않을까요?
멋진 풍경들.. 잘 보고 갑니다. 땡큐!!
그러게요. 에효~~~~
삼숭은.. 그걸 잘 모르는것 같아요.
1%의 행복을 위한 그들의 행보가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습니다.
기팔님이기에 관심100
난 갤럭시 텝~~
그래도 환상~~~^^*
난 이섬에 굴이없다고 봐~~~
굴업도에 굴과, 민어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여요.
자연이 그 먹거리들을 인간에게서 빼앗아 갔거든요.
자연이 넘아름답네요.구경잘하고갑니다....
넵!!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섬 굴업도
기구한 섬 굴업도
에구 예쁜 것도 죄야~~
흠..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이쁜만큼 값을 한다더니.. 굴업도가 너무 아름다워 죄값(?)을 치루는가 봅니다요. 안타까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