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들리는 소리
서유경
아무도 몰랐다.
골목에서 콩콩콩 뛰어오는
내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 어, 우리 준이 오네!"
엄마가 안 사줘서
개미 소리로 "마~"
'딸기 하나, 포도 하나'
속으로 말했는데
마이쮸 두 개
계산대 위에 있어서
나도 몰랐다.
할아버지가 말하기 전까지
"에미야, 보청기 하나 사 다오!"
송송 숭숭
주말농장 옆집 아저씨
틈만 나면 쐬쏴 농약을 친다.
아저씨 배추밭 벌레들이 씩씩,
할머니 배추밭으로 이사 중이다.
"그만 좀 뿌려요! 나가고 있잖아요?"
송송 구멍 뚫린 배춧잎
숭숭 구멍난 할머니 마음
갓 뽑은 배추 후르르 씻어
고기랑 마늘 넣고 두 볼 빵빵하게
씸 싸 먹는 우리 가족
내 입가에 삐죽 나온 밥풀 하나!
할머니 빠진 앞니 사이로
송송 숭숭 웃음 바이러스 나온다.
시집 『시와 소금』 2023년 봄호
서유경
대구 출생. 2021년 <시와소금> 봄호 신인상 동시 등단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童詩. 時調 감상
잘 들리는 소리 외 1편 / 서유경
박봉준
추천 0
조회 27
23.04.10 00:44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