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경여빈(相敬如賓)
부부는 가장 가까운 사이이지만, 늘 공경하기를 마치 손님을 대하듯이 한다는 말이다.
相 : 서로 상(目/4)
敬 : 공경 경(攵/9)
如 : 같을 여(女/3)
賓 : 손 빈(貝/7)
출전 : 후한서(後漢書), 동주열국지(東周列國志)
이 성어를 동주열국지(東周列國志)에서는 이렇게 전한다.
진(晉)나라 문공(文公)이 자신을 보필하던 충신들이 죽어가자 상심할 때 신하 서신(胥臣)이 나와 아뢴다. "주공께서는 과도히 상심 마옵소서. 비록 호모(狐毛)와 호언(狐偃)은 죽었으나 신이 주공을 위해서 한 사람을 천거 하오리이다."
胥臣進曰 : 主公惜二狐之才, 臣舉一人, 可為卿相, 惟主公主裁.
문공이 말했다. "그대는 나에게 어떤 사람을 천거하려하오?"
文公曰 : 卿所舉何人也?
서신이 아뢴다. "지난날 신이 사신으로 길을 가다가 기(冀)라는 들판에서 잠시 휴식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때 사람이 가래로 밭을 갈고 있었는데 때마침 그 아내가 점심밥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그 아내는 점심밥과 반찬을 일일이 두 손으로 들어서 남편에게 공손히 바쳤습니다. 남편은 옷깃을 여미고 조용히 음식을 받아서는 기도를 드린 후에 먹었습니다.
胥臣曰 : 臣前奉使, 舍於冀野. 見一人方秉耒而耨, 其妻饋以午餐, 雙手捧獻, 夫亦斂容接之.
아내는 남편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그 곁에서 모시고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은 집으로 돌아가는 아내가 안 보일 때까지 바라본 후에야 다시 밭을 갈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태도 시종여일 하였습니다.
夫祭而後食, 其妻侍立於旁. 良久食畢, 夫俟其妻行而後復耨, 始終無惰容.
부부간에도 서로 대하는 기품이 꼭 귀한 손님을 대하는 것 같았으니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인들 여복하겠습니까.
夫妻之間, 相敬如賓, 況他人乎.
신이 듣건대 공경할 줄 아는 사람이라야 반드시 덕이 있다고 합니다. 신은 그 사람에게 가서 성명을 물었습니다. 알고 보니 바로 극예(郤芮)의 아들 극결(郤缺)이었습니다."
臣聞; 能敬者必有德. 往問姓名, 乃郤芮之子郤缺也.
(東周列國志/第044回)
이 고사로부터 생겨난 상경여빈(相敬如賓), 부부지간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며 잘 지내는 모습을 형용한 것이라 한다.
또 '대학(大學)'에서는 부부의 소중함을 이렇게 표현했다. '뿌리가 엉망인데, 열매가 근사할 수는 없다.' 풀이하자면 부부는 모든 사회적 관계의 뿌리다. 뿌리가 틀어진다면 그 나중은 볼 것도 없다는 뜻이다.
얼마 전 유명 연예인 부부가 가정폭력에 시달려오다 세상에 알려지면서 모두가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느낀 적이 있었다. 여성가족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전국 1만 가구를 대상으로 가정폭력에 대한 실태 조사를 했는데, 부부폭력 발생률이 40.3% 정도 됐으며, 가정폭력은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성적인 폭력, 경제적 학대도 나타나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가정폭력은 살면서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치부하지만 엄연한 범죄행위며, 어떤 형태의 폭력도 묵인해서는 안 된다. 가정폭력이 발생할 경우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받도록 해야 한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게 되면 먼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시켜 피해자를 우선 보호하고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여성보호기관이나 응급구호기관인 병원에 갈 수 있고, 또한 가해자의 폭력행위가 심하거나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현장에서 경찰관이 강제퇴거 등 긴급임시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가정폭력에 관해 상담을 받고자 한다면 여성긴급상담전화 1366으로 전화를 하면 전문상담원과 24시간 가정폭력 문제에 대해 상담이 가능하다. 가정폭력은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가해자에 대한 인성프로그램 교육, 피해자에 대한 보호 및 지원대책 등 폭력을 근절키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폭력이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깨뜨리는 원인이 되고 궁극적으로 사회의 안전에 위험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모두가 알아야 한다. 가정폭력은 개인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어 경찰 등 관계기관에서는 지속적으로 홍보활동과 더불어 추가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부모와 자식간 가족 구성원 모두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울러 가정의 단초인 부부간의 상경여빈(相敬如賓)의 마음이 생긴다면 가정의 행복은 꼭 지켜낼 것이다.
▣ 황혼 이혼과 퇴계의 아내 사랑에서
춘추시대 진나라에 '서신'이라는 대부가 노나라 사신으로 파견되어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밭에서 김을 매고 있는 한 사내를 보게 되었다. 때마침 아내로 보이는 여인이 새참을 들고 와서 그 사내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고 가지고 온 새참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받들어 올리는 것이었다.
그러자 사내도 똑같이 예를 갖추어 새참을 받는 것이었다. 서로 손님 대하듯 예를 갖추고 공경하는 부부의 모습에 감명을 받은 '서신'은 훗날 그 사내를 왕에게 추천하였는데 그가 바로 진나라 공신으로서 명성을 날린 '극결'이었다.
지난해 20년 이상 결혼 생활을 한 부부의 황혼 이혼이 처음으로 결혼 4년 미만의 신혼 이혼을 앞질렀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혼한 4쌍 가운데 1쌍이 황혼 이혼이라고 한다. 최근 한 방송사 여성 앵커의 진흙탕 이혼소송 소식도 들려온다. 이런 이혼 뉴스를 들으면서 조선시대 유학자 퇴계 이황 선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퇴계는 당대 최고의 학자로 명성이 자자했지만 결혼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첫 번째 부인 허씨는 다섯 살, 한 달 된 어린 자식을 남겨 두고 일찍 세상을 떠났다. 둘째 부인 권씨는 정성 드려 차린 제사 음식에 먼저 손을 대고, 남편의 흰 도포 자락을 빨간 헝겊으로 꿰맬 정도로 정신이 온전치 못했다.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할 수 없었을 만큼 모자랐던 부인을 말없이 품었던 이가 바로 퇴계다.
퇴계의 부부관은 제자 이함형에게 보낸 편지에 잘 나타난다. 이함형은 부인과 금실이 좋지 않아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안 퇴계는 어느 날 제자가 고향에 다녀오겠다고 하자 슬며시 편지를 건넸다. "나는 두 번 장가를 들었지만 내내 불행했다. 그렇지만 결코 마음을 박하게 먹지 않고 노력해 온 것이 수십 년이 된다. 그동안 몹시 괴롭고 심란해 번민을 견디다 못할 때도 있었지만, 어찌 감정에 이끌려 대륜(大倫)을 소홀히 하겠는가."
퇴계는 자신의 아픈 가정사까지 드러내며 제자에게 부부간 도리를 일깨워줬다. 이후 잘못을 깨우친 이함형은 부인을 따뜻하게 대했고, 후손도 번성했다고 한다. 훗날 퇴계가 세상을 뜨자 이함형 내외와 그 자손들은 퇴계의 삼년상을 치렀을 정도로 퇴계를 부모처럼 여겼다.
퇴계는 장가 가는 손자 이안도에게, "무릇 부부란 인륜의 시작이고 만복의 근원이니, 아무리 지극히 친밀하고 가까워도 또한 지극히 바르고 지극히 삼가야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퇴계의 결혼관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군자의 도(道)는 부부에게서 시작된다는 믿음이다. 부부생활이야말로 치가(治家)의 근본이라는 것이다. 둘째 부부란 서로 손님 대하듯 공경해야 한다. 퇴계는 이를 '상경여빈(相敬如賓)'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 상경여빈(相敬如賓)
모범이 되는 삶이란 어려운 게 아니다. 가족과 세상을 위한 착하고 바른 삶을 의미한다. 아내의 역할 또한 크다. 어머니 같은 아내로서 남편에게 너그럽고 자상하게 챙기며, 누이동생처럼 애교를 부리듯 남편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친구처럼 편안하게 남편을 맞이하는 아내의 모습이다. 따뜻함이다.
그래서 3000여년 전 주나라 건국의 설계자 태공망은 "아내의 예절은 반드시 그 말이 고와야 한다(婦人之禮 語必細)"고 강조했다. 결국 부부 서로 위해줘야만 화평을 이룰 수 있다. '가족이니까 이해해 주겠지'라는 생각으로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면 파경을 맞을 수 있다.
그래서 상경여빈(相敬如賓), '부부라도 손님 모시듯 서로 공경하라'고 후한서는 가르치고 있잖은가. 태공망의 훈계는 계속된다. "어리석은 남편이 아내를 두려워하고, 어진 아내는 지아비를 공경한다(癡人畏婦 賢女敬夫)."
인간사 최소공동체는 가정이다. 가정의 중심은 부부이고, 그 인연의 끈은 사랑이다. 부부사랑은 한순간 타올랐다 사그라지는 불꽃 같은 사랑이 아니라, 은근한 온기가 오래오래 이어지는 군불 같은 사랑일 것이다. 손잡고, 얼굴 맞대고,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 속에 참사랑이 피어 오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가정의 달 5월에는 둘이 하나 된다는 뜻을 지닌 '부부의 날'(21일) 등 뜻깊은 날이 많다. 일심동체, 모두 서로 아끼고 사랑하자.
▶️ 相(서로 상, 빌 양)은 ❶회의문자로 재목을 고르기 위해 나무(木)를 살펴본다는(目) 뜻이 합(合)하여 나무와 눈이 서로 마주본다는 데서 서로를 뜻한다. 나무에 올라 지세(地勢)를 멀리 넓게 보는 모습, 목표를 가만히 보다, 보고 정하는 일, 또 보는 상대, 상대의 모습 따위의 뜻으로도 쓴다. 지상에서 제일 눈에 잘 띄는 것은 나무이기 때문에 木과 目으로 합(合)하여 쓴다는 설도 있다. ❷회의문자로 相자는 '서로'나 '모양', '가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相자는 木(나무 목)자와 目(눈 목)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相자는 마치 나무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래서 相자의 본래 의미도 '자세히 보다'나 '관찰하다'였다. 相자는 나에게 필요한 목재인지를 자세히 살펴본다는 의미에서 '자세히 보다'를 뜻했었지만, 후에 나무와 눈의 대치 관계에서 착안해 '서로'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相(상, 양)은 (1)얼굴의 생김새 (2)각 종류(種類)의 모양과 태도(態度) (3)그때그때 나타나는 얼굴의 모양새 (4)옛적 중국(中國)의 악기(樂器)의 한 가지. 흙으로 만들었는데 모양은 작은 북과 같음. 손에 들고 장단(長短)을 맞추어 두드림 (5)물리적(物理的), 화학적(化學的)으로 균질(均質)한 물질의 부분, 또는 그리한 상태. 기상(氣相), 액상(液相), 고상(固相)의 세 가지가 있음 (6)명사(名詞) 뒤에 붙어서 그 직위(職位)가 각료(閣僚)임을 나타내는 말 (7)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서로 ②바탕 ③도움, 보조자(補助者) ④시중드는 사람, 접대원(接待員) ⑤담당자(擔當者) ⑥정승(政丞) ⑦모양, 형상 ⑧방아타령 ⑨악기(樂器)의 이름 ⑩자세히 보다 ⑪돕다 ⑫다스리다 ⑬가리다, 고르다 ⑭따르다 ⑮이끌다 ⑯점치다 ⑰생각하다 그리고 ⓐ빌다, 기원하다(양) ⓑ푸닥거리하다(양)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서로 호(互)이다. 용례로는 서로 서로를 상호(相互), 서로 도움을 상조(相助), 두 가지 이상의 요소가 서로 효과를 더하는 일을 상승(相乘), 서로 어울림이나 상호 간에 교제함을 상고(相交), 서로 짝짐이나 서로 함께 함을 상반(相伴), 서로 반대됨 또는 서로 어긋남을 상반(相反), 서로 믿음이나 서로 신용함을 상신(相信), 두 가지 일이 공교롭게 마주침을 상치(相値), 서로 같음을 상동(相同), 서로 고르게 어울림이나 서로 조화됨을 상화(相和), 남녀가 불의의 사통을 함을 상간(相姦), 서로 마주 보고 있음이나 마주 겨룸 또는 그 대상을 상대(相對), 생김새나 모습을 양상(樣相), 잘 알려지지 않거나 잘못 알려지거나 감추어진 사물의 참된 내용이나 사실을 진상(眞相), 어떤 사물이 다른 사물과의 관계 속에서 가지는 위치나 양상을 위상(位相), 실제의 모양을 실상(實相), 사람의 얼굴의 생김새를 인상(人相), 겉에 드러나는 추한 몰골을 흉상(凶相), 서로서로 도움을 일컫는 말을 상부상조(相扶相助), 서로 돕는 일을 일컫는 말을 상호부조(相互扶助), 서로 사랑하고 서로 도움을 일컫는 말을 상애상조(相愛相助), 사랑하는 남녀가 서로 그리워해 잊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상사불망(相思不忘), 뛰어난 선비도 지나치게 가난하면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서 활동할 길이 열리기 어렵다는 말을 상사실지빈(相事失之貧), 서로 바라보이는 가까운 곳을 이르는 말을 상망지지(相望之地), 남녀가 서로 그리워하면서도 만나보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상사불견(相思不見), 오직 생각하고 그리워함을 일컫는 말을 상사일념(相思一念), 서로 사랑하는 도리를 일컫는 말을 상애지도(相愛之道), 금金 수水 목木 화火 토土의 오행이 상생하는 이치를 일컫는 말을 상생지리(相生之理), 윗물이 흐리면 아랫물도 맑지 않다는 뜻으로 윗사람이 옳지 않으면 아랫사람도 이를 본받아서 행실이 옳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상즉불리(相卽不離), 서로 욕하고 싸움을 일컫는 말을 상욕상투(相辱相鬪), 서로 높이고 중하게 여김을 일컫는 말을 상호존중(相互尊重), 눈을 비비고 다시 보며 상대를 대한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학식이나 업적이 크게 진보한 것을 이르는 말을 괄목상대(刮目相對), 간과 쓸개를 내놓고 서로에게 내보인다는 뜻으로 서로 마음을 터놓고 친밀히 사귐을 일컫는 말을 간담상조(肝膽相照), 같은 병자끼리 가엾게 여긴다는 뜻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서로 불쌍히 여겨 동정하고 서로 도움을 일컫는 말을 동병상련(同病相憐),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한다는 뜻으로 묵묵한 가운데 서로 마음이 통함을 일컫는 말을 심심상인(心心相印), 부자나 형제 또는 같은 민족 간에 서로 싸움을 일컫는 말을 골육상잔(骨肉相殘), 사물은 같은 무리끼리 따르고 같은 사람은 서로 찾아 모인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유유상종(類類相從), 수레 덮개를 서로 바라본다는 뜻으로 앞뒤의 차가 서로 잇달아 왕래가 그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관개상망(冠蓋相望), 생각이나 성질이나 처지 등이 어느 면에서 한 가지로 서로 통함이나 서로 비슷함을 일컫는 말을 일맥상통(一脈相通) 등에 쓰인다.
▶️ 敬(공경 경)은 ❶회의문자로 등글월문(攵=攴; 일을 하다, 회초리로 치다)部와 苟(구)의 합자(合字)이다. 등글월문(攵)部는 급박하여 다가온다는 뜻이다. 혁은 엄격하게 격려한다는 뜻으로 말을 삼가는 뜻이 있는데 다시 등글월문(攵)部를 더하여 敬(경)은 한층 더 게을리하지 않음을 뜻으로 삼가다, 조심하다의 뜻이 있다. ❷회의문자로 敬자는 '공경하다'나 '정중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敬자는 苟(진실로 구)자와 攵(칠 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苟자는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개를 그린 것으로 '진실로'나 '참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진실되다'라는 뜻을 가진 苟자에 攵자가 결합한 敬자는 '진실하도록 하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敬자에 쓰인 攵자는 예의를 갖추도록 만든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강제성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고대에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글자가 많다. 그래서 敬(경)은 성(姓)의 하나로 ①공경(恭敬) ②예(禮), 감사(感謝)하는 예(禮) ③공경(恭敬)하다 ④삼가다(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마음을 절제(節制)하다 ⑤정중(鄭重)하다, 예의가 바르다 ⑥훈계(訓戒)하다, 잡도리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공손할 공(恭), 공경할 흠(欽), 공경할 지(祗), 공경할 건(虔)이다. 용례로는 노인을 공경함을 경로(敬老), 공경하는 마음을 경의(敬意), 존경하고 사모함을 경모(敬慕), 남의 말을 공경하는 태도로 듣는 것을 경청(敬聽), 공경의 뜻을 나타내는 인사를 경례(敬禮), 존경하여 일컬음을 경칭(敬稱), 초월적이거나 위대한 대상 앞에서 우러르고 받드는 마음으로 삼가고 조심하는 상태에 있음을 경건(敬虔), 공경하고 중하게 여김을 경중(敬重), 공경하고 사랑함을 경애(敬愛), 존경하여 높이어 부르는 말을 경어(敬語), 속마음과는 달리 겉으로는 존경하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멀리함을 경원(敬遠), 공경하여 삼가 답장한다는 경복(敬復), 존중히 여겨 공경함을 존경(尊敬), 삼가서 공손히 섬김을 공경(恭敬), 존경하는 마음이나 예의가 없음을 불경(不敬), 숭배하고 존경함을 숭경(崇敬), 공경하고 두려워함을 외경(畏敬), 더욱 공경함을 가경(加敬), 항상 마음을 바르게 가져 덕성을 닦음을 거경(居敬), 부모를 잘 섬기고 공경함을 효경(孝敬), 씩씩하고 공경스러움을 장경(莊敬), 공경하되 가까이하지는 아니함 또는 겉으로는 공경하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꺼리어 멀리함을 이르는 말을 경이원지(敬而遠之),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함을 이르는 말을 경천애인(敬天愛人), 하느님을 받들고 백성을 통치하기를 게을리 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경천근민(敬天勤民), 신을 공경하고 조상을 숭배함을 일컫는 말을 경신숭조(敬神崇祖), 노인을 공경하는 생각을 일컫는 말을 경로사상(敬老思想),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일컫는 말을 경외지심(敬畏之心) 등에 쓰인다.
▶️ 如(같을 여, 말 이을 이)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동시에 음(音)을 나타내는 계집녀(女; 여자)部와 말을 뜻하는 口(구)로 이루어졌다. 여자가 남의 말에 잘 따르다의 뜻이 전(轉)하여, 같다의 뜻과 또 음(音) 빌어 若(약)과 같이 어조사로 쓴다. ❷회의문자로 如자는 '같게 하다'나 '따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如자는 女(여자 여)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여기서 口자는 사람의 입을 그린 것으로 '말'을 뜻하고 있다. 如자는 여자가 남자의 말에 순종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부권 중심의 전통사회에서 여성의 순종을 미덕으로 삼았던 가치관이 낳은 글자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본래의 의미는 '순종하다'였다. 하지만 지금은 주로 '~와 같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어 쓰이고 있다. 그래서 如(여, 이)는 법의 실상(實相)이란 뜻으로 ①같다, 같게 하다 ②어떠하다 ③미치다(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다), 닿다 ④좇다, 따르다 ⑤가다, 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⑥당연히 ~하여야 한다 ⑦맞서다, 대항하다 ⑧비슷하다 ⑨어찌 ⑩가령(假令), 만일(萬一) ⑪마땅히 ⑫곧, 이것이 ⑬~과, ~와 함께 ⑭보다, ~보다 더 ⑮이에, 그래서 그리고 ⓐ말을 잇다(=而)(이)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어떤 대상이 변함이 없이 전과 같음을 여전(如前), 이와 같음을 여차(如此), 얼마 되지 아니함을 여간(如干), 사실과 꼭 같음을 여실(如實), 어떻게 하는가 하는 것을 여하(如何), 왼쪽에 적힌 내용과 같음을 여좌(如左), 이러함을 여사(如斯), 일이 뜻대로 됨을 여의(如意), 있어야 할 것이 없거나 모자람을 결여(缺如), ~만 같은 것이 없음을 막여(莫如), ~만 못함을 불여(不如), 혹시나 설혹을 혹여(或如), 어떠함을 하여(何如), 뒤섞여서 어지러움을 분여(紛如), 뜻하지 않은 사이에 갑자기를 홀여(忽如), 3년과 같이 길게 느껴진다는 뜻으로 무엇을 매우 애타게 기다리는 것을 이르는 말을 여삼추(如三秋), 얇은 얼음을 밟는다는 뜻으로 몹시 위험함을 가리키는 말을 여리박빙(如履薄氷), 거문고와 비파를 타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부부 간에 화락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고금슬(如鼓琴瑟), 손바닥을 뒤집는 것과 같이 일이 썩 쉬움을 일컫는 말을 여반장(如反掌), 바람이 귀를 통과하는 듯 여긴다는 뜻으로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태도를 일컫는 말을 여풍과이(如風過耳),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 자주 날갯짓하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배우기를 쉬지 않고 끊임없이 연습하고 익힘을 이르는 말을 여조삭비(如鳥數飛), 여러 사람의 말이 한 입에서 나오는 것처럼 한결같음을 이르는 말을 여출일구(如出一口), 시키는 대로 실행되지 못할까 하여 마음을 죄며 두려워함을 이르는 말을 여공불급(如恐不及), 물고기가 물을 얻음과 같다는 뜻으로 빈궁한 사람이 활로를 찾게 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어득수(如魚得水), 원망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사모하는 것 같기도 함을 이르는 말을 여원여모(如怨如慕), 개미가 금탑을 모으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근검하여 재산을 축적함을 이르는 말을 여의투질(如蟻偸垤), 천금을 얻은 것 같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이루어 마음이 흡족함을 이르는 말을 여득천금(如得千金), 강을 건너려 하는 데 마침 나루터에서 배를 얻었다는 뜻으로 필요한 것이나 상황이 바라는 대로 됨을 이르는 말을 여도득선(如渡得船), 남의 마음을 꿰뚫어 보듯이 환히 앎을 일컫는 말을 여견폐간(如見肺肝), 아주 작은 고을을 콩 만 하다고 비유하는 말을 여두소읍(如斗小邑),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과 같은 뜻으로 무슨 일을 하는 데 철저하지 못하여 흐리멍덩함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여수투수(如水投水), 물고기가 물을 잃음과 같다는 뜻으로 곤궁한 사람이 의탁할 곳이 없어 난감해 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어실수(如魚失水), 얼굴의 생김생김이나 성품 따위가 옥과 같이 티가 없이 맑고 얌전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여옥기인(如玉其人), 나는 새가 눈앞을 스쳐간다는 뜻으로 빨리 지나가 버리는 세월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여조과목(如鳥過目), 발과 같고 손과 같다는 뜻으로 형제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깊은 사이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족여수(如足如手), 원망하는 것 같기도 하고 호소하는 것 같기도 함을 이르는 말을 여원여소(如怨如訴), 한 판에 찍어 낸 듯이 조금도 서로 다름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여인일판(如印一板), 앓던 이가 빠진 것 같다는 뜻으로 괴로운 일을 벗어나서 시원하다는 말을 여발통치(如拔痛齒), 한쪽 팔을 잃은 것과 같다는 뜻으로 가장 믿고 힘이 되는 사람을 잃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실일비(如失一臂),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다는 뜻으로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것과 같이 하늘로 비상하여 더 큰 일을 이룬다는 의미를 일컫는 말을 여호첨익(如虎添翼) 등에 쓰인다.
▶️ 賓(손 빈)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조개 패(貝; 돈, 재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의 원자(原字) 宀 + 丏(빈)으로 이루어졌다. 존경하여 기다리는 사람, 곧 손님, 손님을 대접할 때는 반드시 예물(禮物)이 따랐으므로 貝(패; 재물, 돈)를 써서 그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賓자는 '손님'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賓자는 宀(집 면)자와 止(발 지)자, 貝(조개 패)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賓자는 매우 단순했었다. 집을 뜻하는 宀자에 人(사람 인)자만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손님이 방문한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이후 금문에서는 貝자가 더해지면서 손님이 선물을 들고 방문한다는 의미가 더해지게 되었다. 소전에서는 사람 대신 발을 뜻하는 止자가 쓰였는데, 역시 선물을 들고 손님이 방문했다는 뜻이었다. 후에 止자가 변형되면서 지금의 賓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賓(빈)은 (1)관례(冠禮) 때에, 그 순서나 방법을 잘 알아서 모든 일을 알선하던 손님의 한 사람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손, 손님 ②사위(딸의 남편을 이르는 말) ③물가(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濱) ④(손으로)대접하다 ⑤객지살이하다 ⑥복종하다, 따르다 ⑦인도하다 ⑧따르게 하다, 굴복시키다 ⑨물리치다, 버리다 ⑩존경하다 ⑪어울리다, 화친하다 ⑫(손을)모으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손 객(客), 나그네 려(旅),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임금 주(主), 임금 제(帝), 임금 왕(王)이다. 용례로는 손님 또는 문하의 식객을 빈객(賓客), 손님이 아닌 사람이 손님이 되는 셈을 빈격(賓格),조선시대에 궁중에서 대신이나 비변사의 당상들이 모여서 회의하던 곳을 빈청(賓廳), 딴 나라에서 온 나그네를 빈려(賓旅), 예의를 갖춰 손님으로 대접함을 빈례(賓禮), 외국에서 와서 좇음을 빈복(賓服), 손님으로 대접하는 좋은 벗을 빈붕(賓朋), 높은 사람에게 손님으로 대접을 받는 사람을 빈사(賓師), 손님을 맞이 하는 방을 빈실(賓室), 손님과 주인을 빈주(賓主), 손님을 초대하는 곳을 빈차(賓次), 손님과 친구를 빈우(賓友), 손님을 맞아 접대하거나 묵게 하는 집을 빈헌(賓軒), 손님으로 접대하고 위로함을 빈회(賓懷), 손을 대접하는 자리를 빈연(賓筵), 참새를 달리 이르는 말을 빈작(賓雀), 나라의 손님으로 우대를 받는 외국 사람을 국빈(國賓), 반가운 손님을 가빈(佳賓), 천하고 가난함을 천빈(賤賓), 귀한 손님을 귀빈(貴賓), 와 계신 손님으로 주로 회의장이나 식장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 온 손님을 내빈(來賓), 손님을 맞음을 영빈(迎賓), 손님을 맞음을 연빈(延賓), 손님들 중에서 주가 되는 손님을 주빈(主賓), 높이 공경하고 존중히 받들어야 할 손님을 대빈(大賓), 잔치 등에 손님을 청함을 청빈(請賓), 회사의 손님을 사빈(社賓), 새로 초대된 손님을 신빈(新賓), 외부로부터 온 귀한 손님 또는 외국에서 온 손님을 외빈(外賓), 손님을 대접함을 접빈(接賓), 높은 사람을 모시고 자리를 함께 하는 손님을 배빈(陪賓), 손과 주인과의 사이를 일컫는 말을 빈주지간(賓主之間), 손님과 주인 사이에 지켜야 할 예의를 일컫는 말을 빈주지례(賓主之禮), 남의 의견이나 주장을 제쳐놓고 제 마음대로 처리하거나 방자하게 행동함을 이르는 말을 회빈작주(回賓作主), 거느리고 복종하여 왕에게 돌아오니 덕을 입어 복종치 않음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솔빈귀왕(率賓歸王), 특별히 가까운 손님이나 기밀을 상의할 수 있는 상대를 일컫는 말을 입막지빈(入幕之賓), 부부는 가장 가까운 사이이지만 늘 공경하기를 마치 손님을 대하듯이 한다는 말을 상경여빈(相敬如賓)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