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카미노 길에서 간간히 소식 남겼던 백두산입니다.
4월 23부터 5월 23일까지 은의 길(비아 델 라 플라타) 다녀왔습니다.
이 카페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어서 무탈하게 잘 다녀왔기에 이제 그 일부분이라도 보은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가장 최근의 정보(어쩌면 저의 주관적인 시각에서 느끼고 본 것일지도 모르겠지만...)를 공유하고자 이렇게 글 남깁니다. 다음에 가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참고하셔서 도움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1. 대부분의 정보는 이 카페를 통해서 얻었습니다. 먼저 다녀오신 분들의 여행기를 몇 번씩 읽어보니 대략의 개념이 잡혔습니다. 물론 예전에 카미노 데 산티아고(프란세스 길)를 다녀왔기에 그 경험도 많은 도움이 되었고요. 특히 ‘산띠아고로’님의 자료를 사전에 다운을 받아 스마트폰에 저장하여 갔는데, 길이 애매하거나 어떻게 이동해야 할지를 판단할 때 아주 유용하였습니다. 다른 외국인 순례자들은 대부분 빨간책(?)에서 발행하는 가이드북을 휴대하여 참고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책은 아마존에서 구했다고 하더라고요.
2. 스마트폰에 ‘maps me' 어플을 다운 받아서 갔는데 정말로 요긴하게 사용하였습니다. 계획을 세우면서 하루 이동거리를 감안하여 숙박지 및 꼭 가야할 장소를 사전에 북마크를 하여서 갔습니다. ’산띠아고로‘님의 자료와 ’맵스 미‘만으로도 길에 대한 것은 거의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산띠아고로‘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3. ‘카미노 데 산티아고’도 성수기, 비수기가 있습니다. 물론 최성수기는 여름휴가 기간인 7월~8월이며 그 전 5월~6월과 9월~10월은 준성수기이며, 그 외 계절은 비수기로 보면 됩니다. 하지만 은의 길은 지중해와 가까운 안달루시아 지방의 주도인 세비야에서 출발해야 하기에 프란세스 길에 비하면 훨씬 일찍 더위가 시작되며, 6월을 넘으면 40도에서 45도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더위와 싸워야 하기에 4월부터 준성수기에 해당됩니다. 제가 순례를 한 시기는 4월 23일에서 5월 23일까지 인데, 춥지도 크게 덥지도 않은 최적의 기간이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7월이나 8월에 세비야는 폭염으로 인하여 은의 길은 좋은 시기라고 볼 수가 없습니다.
4. 다 아시다시피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순례자 순위로 보면, 프란세스 길, 북쪽 길, 은의 길, 포르투칼 길 순인데, 은의 길은 인프라가 프란세스 길에 비하면 많이 부족합니다. 마을에 알베르게가 하나 혹은 두 개 정도이며 그 크기도 10베드에서 24베드 정도이고 그 크기도 적습니다. 또 구간 사이에 바르나 상점이 전혀 없는 구간이 제법 됩니다. 그래서 늘 간식과 물은 항시 휴대해야 하는 구간이 많은 편입니다. 길의 표식도 프란세스 길보다 잘 안내가 안 된 곳이 제법 있습니다. 특히 일부 구간은 잘못 표시되어서 알바를 하는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5. 알베르게는 무니시팔(공설) 알베르게와 프리바도(사설) 알베르게, 수도원이나 성당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 등으로 분류되는데, 무니시팔 알베르게의 경우는 관리자에 해당되는 오스피탈레도가 상주하지 않고, 저녁 6시 전후로 와서 세요를 찍어주고 투숙비를 징수하고는 곧 퇴근(?)합니다. 수도원이나 성당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의 경우엔 통제하는 것이 많습니다. 아침에 알베르게에서 나갈 수 있는 시간부터, 심지어 중간에 잠시 문을 닫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수도원이나 성당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는 대부분 도네이션으로 운영하는 편입니다. 일부 무니시팔 알베르게와 수도원, 성당 등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는 오픈하는 시간을 따로 지정해서 일찍 도착하면 배낭을 문 앞에 줄세워 놓고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 가능하면 사설 알베르게를 이용하는게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 은의 길은 세비야에서 모우렐라까지 북상하였다가 아스트라가로 가서 프란세스 길과 합류하는 코스와 시나브리아로 가서 오렌세를 거쳐 산티아고까지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세비야에서 모우렐라까지 가는 길은 거의 N630 도로를 따라 올라가기에 이 도로를 잘 활용하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 길을 잃어버리거나 우천 시에 이 도로를 잘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요령이 됩니다. 모우렐라 이후부터는 N631 도로와 N525 도로를 잘 이용하면 유용합니다. 대부분의 은의 길이 이 도로의 좌우를 넘나들면서 진행되기에 특히 비가 온 뒤에는 오리지널 은의 길 루트는 길의 상황이 최악이 됩니다. 일부 구간에서는 신발을 벗고 건너야 하는 구간도 많이 생기기까지 합니다만 이 도로를 잘 이용하면 거리상으로도 단축이 되고 걷는 구간의 환경도 더 좋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7. 사소한 것이지만 준비를 해 가면 아주 유용한 것들 중에, 요구르트(요플레처럼 걸쭉한 것)를 퍼 마시기 위해 플라스틱 티스푼을 한 개 챙겨 가면 좋습니다. 스페인의 마트에서는 티스푼을 팔지 않더라고요. 작은 주머니칼도 하나 가지고 하면, 과일을 깎아 먹을 때나 다른 취사 용구로서 유용할 때가 많습니다. 와인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와인 오프너를 하나 준비하면 마트에서 저렴하게 구입하여 알베르게 식당에서 먹을 때 도움이 됩니다.
8. ‘카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는 어느 코스이던지 관계없이 신발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하루에 20km~35km 정도를 걸어야 하는데 그 길의 상황은 아주 다양합니다. 아스팔트길에서부터 돌 길, 자갈 길, 흙 길, 산 길 등... 가능하다면 한국에서 신어보고 길을 들여서 발이 편안하게 해 주는 게 아주 중요합니다. 경 등산화에서 중 등산화까지 다양한데, 제 경우엔 가능하다면 발목을 덮어주는 중 등산화를 권합니다. 너무 가벼운 하이킹 화는 험난한 길 사정을 감안할 때, 비추입니다.
9. 등산 스틱은 가파른 산길이나 급경사의 내리막에서 유용합니다. 또 질척거리는 길이나 수로 옆으로 돌아서 갈 때도 아주 유용합니다. 평지나 아스팔트길에서는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 개들이 달려들 때,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 장비 혹은 여성 순례자일 경우에 비상용으로 효용 가치가 높습니다. 순례자의 90% 정도가 지팡이 혹은 스틱을 가지고 다닙니다. 스틱은 하나보다 두 개를 한 쌍으로 사용해야 그 효용성이 높다는 것은 다 아시고 있으시죠.
10. 배낭은 가볍고 편안한 것이 최고입니다. 비싼 것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만 싼 것은 그 이유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싸고 좋은 것은 없다는 것이 세상불변의 진리입니다. 순례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이커는 오스프리, 도이터, 퀘차 등이었습니다. 뭐 유명 브랜드가 좋다는 보장은 없습니다만 자신의 몸에 가장 적합한 것이 최고라고 봅니다. 평상 시 한국에서 자주 사용해서 자신의 몸과 일치를 이루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남자는 40~50리터(10~12kg) 정도, 여자는 30~40리터(7~9kg) 정도가 적당하리라 봅니다만 절대 기준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배낭의 무게는 자신의 체중의 1/10이 가장 좋다고 하는데 이 또한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가벼우면 가벼울수록 좋은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11. 준비해야 할 의류는 계절에 따라서 약간씩 다르겠지만, 5월부터 10월까지는 대체로 가벼운 의류부터 자켓과 비옷을 다 준비해야 합니다. 그 개수는 많지 않아야 하는데, 입고 있는 옷 외에 하나 혹은 두 개면 충분합니다. 패션 쇼하려 가는 게 아니면 그냥 편하게 입는 옷이면 무난합니다. 여름이라도 얇은 긴팔 티가 유용합니다. 바지는 7부 바지 혹은 얇은 긴 바지가 좋습니다. 반바지는 숙소에 도착해서 샤워하거나 마을을 돌아다닐 때, 잠자리에서 입는 정도가 좋으리라 봅니다. 양말도 신고 있는 것 외 2개면 충분합니다. 손이 햇볕에 그을리는 것을 방지하려면 얇은 등산용 장갑도 필요합니다. 자외선이 장난이 아니기에 선글라스는 필수품입니다.
12. 침낭(슬리핑 백)은 여름용으로 가벼운 것을 권합니다. 아니면 얇은 비치 타올도 대용으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코골이를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귀마개(?)도 준비하면 도움이 됩니다. 등산용 헤드랜턴도 준비하면 알베르게에서 아침 일찍 짐을 꾸리거나 새벽에 길을 나설 때 아주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스페인에서 일출은 대력 7시가 넘어야 해가 뜹니다. 6시에 길을 나서게 되면 헤드랜턴은 필수품이 되겠지요.
이상 생각나는대로 적어보았습니다. 나머진 후기를 쓰면서 꿀 팁이 될 만한 모든 것을 다 알려드리겠습니다.
혹 궁금한 점이 있으면 쪽지로 문의해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저에 대해 약간의 소개를 드리면...
나이는 올해 환갑을 맞이하여 6학년에 막 들어왔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두 번째 서른 살이죠.
개인적으로 걷는 것을 좋아해서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1995년부터 현재까지 히말라야 트레킹을 제법 많이(열다섯 번 정도 되려나?) 다녔고, 국내 산행과 트레킹도 부지런히 다닌 것 같습니다.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의 카페 카테고리에서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동호회인 "네히트"( http://cafe.naver.com/trekking )운영하는 카페지기이기도 합니다.
2005년에 동해안 종주( http://blog.naver.com/cih815/100014610992 ),
2009년에 서해안 종주( http://blog.naver.com/cih815/110057291678 ),
2010년에 남해안 종주( http://blog.naver.com/cih815/110089393782 )...
카미노 데 산티아고(프란세스 http://blog.naver.com/cih815/110032960582 )는 2008년에 다녀왔습니다.
교직에서 34년간 교사로 근무를 하였습니다만
현재는 은퇴하여 텃밭을 가꾸면서 소일거리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은퇴 후 제법 많은 버킷리스트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은의 길’을 순례하는 것이었습니다.
순례를 마치고 돌아와 제 책상 앞에 앉으니 마치 숙제를 하나 끝낸 기분이네요.
체력이 예전보다 못해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동가식서가숙하며 주유천하를 할 수 있는 시간들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기에
(6학년 동안만 열심히 돌아다니려고 합니다)
다시 다음 숙제(유럽 렌트카 여행)를 위해 하나씩 준비를 해야 할듯 합니다.
투 비 콘티뉴드...
첫댓글 훌륭핫ㅂ니다. 감사
멋지십니다, 선생님!!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