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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를 쓰게되기까지...
아버지께서 금융권에 계셔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렸을 때부터 돈거래의 냉혹성을 피부로 느끼면서 살아왔습니다.
고등학교 과외비, 학원비, 대입등록금 및 기타 생활비는 모두 제가 충당하거나 아니면 아버지께 빚을 지는 것으로 되었는데,
한가지 특이한 사항은 그 빚과 관련한 차용증을 작성하셨다는 거... ㅡㅡ;;
빚지고 있는 내용의 문서를 보면 참... 사람 마음이 그렇습니다. 조급증 생기고... 저는 가끔 그것만 아니었어도 내가 공부 더 잘할 수 있었다고 탓하곤 합니다. ㅎㅎ 물론 아버지는 웃기지마라시지만...
그렇게 아버지께 진 빚은 대학 졸업시점으로 3천만원이 되었습니다.
대학 장학금, 알바비 등등으로 어떻게 좀 줄인 것이 그정도였어요. 이 빚을 갚는데 총 2년이 소요되었습니다. 연봉 1500짜리 사무직이었기 때문이죠. 회사 몰래 졸업전 하던 알바도 계속 했습니다. 과외였고요, 용돈은 여기서 충당했었습니다. 월 40이었죠. 나름 풍족했습니다.
그렇게 빚청산 하고나니, 아~ 정말 내 인생은 뭔가 하는 회의에 잠시 빠지면서... 돈 쓰는 재미를 슬슬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적금관리를 계속 하고 계셨지만 눈치껏 금액을 줄여나가면서 매 주 백화점에 갔었습니다. 비싼 커피에, 비싼 화장품에, 이제야 뭔가 보상을 받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나도 돈을 버는구나. 그래서 자유롭게 쓸 수 있구나...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요..
연봉이 2000정도 되었을 때, 연 적금은 1000만원 수준이었습니다. 저축 비율이 50%가 되었죠. 용돈은 월 80이 되었지만 좀 부족했습니다.
과외는 이미 끝냈기 때문에 추가수익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으는 수준이 오히려 대졸초임에 비해 500이 줄어버렸죠.
김이 샜습니다. 집값 2억 정도 생각했었는데(무작정), 연 1000만원씩 모으면 20년 모아야하는데, 그럼 집값도 뛰고 나는 영영 못사는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어 엄마에게 한숨쉬며 말했더니, 어머니 왈 "집은 남자가 해오는 거니까 괜찮아"라고 하시더군요... ㅡㅡ;;;
살짝 빈정상했습니다. 남자한테 기대서 살라는 말이야?? 하면서 나 잘난맛에 살던 시절이니까요...
그래서, 결국 가계부를 쓰기로 했습니다. 용돈 기입장은 간간이 썼어도, 용돈은 두 배가 됬는데 부족함만 느껴지고...
월급이 적은거 같고... 집도 못살거 같고... 남자에게 꿀리긴 싫고... (꿀린다는 표현 좀 그렇네요? 그래도 그땐 그런 생각 들었어요~ ^^)
[미혼여직딩의 가계부]
월평균 수입: 170 만원가량 (보너스 연 1회 100% 아... 부끄...)
적금: 90만원 (아빠가 관리하시는 통장으로 모두)
점심: 10만원
저녁(외식 또는 친구교제): 20만원
핸드폰: 5만원
교통비: 5만원
대딩친구들과 친목계:5만원
고딩친구들과 친목계:3만원
학원비: 10만원
부모님용돈: 10만원
그외 매 달 화장품/옷/신발/가방 등: 나머지 금액
가계부를 쓰면서 항목을 달았을 때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커피"항목이었습니다. 커피를 워낙 좋아하는 저로서는(커피빈을 커피빈 사장님보다 더 사랑했던 거 같습니다...) 한달에 커피값이 얼마나 나갈까 궁금했습니다.
한 5개월 정도 평균내보자... 그러면서 두어달 체크했더니, 월 커피값 10만원... ㅡㅡ;;;
밥값만큼 나오더군요... 당장 커피를 끊었습니다.
[미혼 여직딩의 가계부 작성 결과: 커피값 10만원 => 영어학원비로 전환]
외국계 기업을 다니던 저로서는 영어에 대한 압박이 상당했습니다. 학원비 10만원으로도 뾰족한 방법이 없었는데, 커피값을 줄인 다음에 영어학원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사실... 커피마시느라 학원못다닌다는게 말이 됩니까.. ㅎㅎ 하지만, 그 전까지는 그저 용돈이 모자라서 학원비가 없다... 이렇게 생각했었죠...
그런데, 막상 가계부를 적어보니, 친구도 만나고, 살 거 다 사면서 학원만 안끊고 있더라구요... ㅡㅡ;;
100% 저의 의지로 안끊는다는 사실... 가계부가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학원수강증 끊고(수강하고), 커피도 끊고... ㅎㅎㅎ
마침 회사에서 또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여놓았네요. 덕분에 아메리카노는 먹을 수 있게 되었고...
(라떼나 모카는 못만들게 하는군요... ㅡㅜ 세척 및 관리가 어렵다며... ㅜㅜ)
솔로일 때 가계부 작성은 생각보다 쉬웠습니다. 예산에서 크게 어긋나는 것 없고, 돌발!지출이 나오는 경우도 거의 없었구요.
부모님과 함께 살기 때문에 아버지 표현을 빌자면, "제 몸 하나 건사하는 비용" 밖에는 드는 것이 없으니, 저축율도 50-60%에 도달했고, 개인적으로 목표는 "무조건 저축비율 50%이상 60% 달성원함" 이었습니다.
[기혼여직딩의 가계부]
그렇게 매 년 1000만원 가량을 저축하면서 몇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모아놓은 돈이 있어 결혼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배우자는 저보다 세 살 연하의 공무원입니다. 부모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지만, 어쨌든 사람이 좋은데 어쩌겠습니까. 다른 어떤 것도 생각이 안나더라구요.
결혼하기 전, 저는 제가 쓰고 있던 엑셀 가계부를 보여줬어요. 좀 자랑삼아... ㅎㅎ 커피값 발견 얘기도 했죠.
신랑은 "결혼하면 자기에게 경제권을 줘야겠어. 이렇게 관리를 잘하다니!!!" 하면서 놀라더군요.. (지금은 간혹 후회한다고도 해요. ㅎ)
결혼 비용은 어른들이 양보해주신 덕분으로 저희가 알아서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예는 갖추었지만, 신랑과 저 각각 1000만원씩 내놓아서 2000만원으로 결혼식 당일 밥값을 제외한 모든 결혼준비비용을 커버했습니다. 혼수,예단,사진,드레스,가전,가구 등등... 모두 브랜드 무시하고 저렴하고 품질 좋은 넘으로.. 어짜피 이사 자주 다닐 거라서 좋은 거 필요없다면서 말이죠 ㅎㅎ
집은 관사에서 살기로 했어요(이 대목 부러워하시는 분들 좀 계시던데... 살아보면 그리 부럽지만도 않네요. ^^ 장단점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아... 예단 500만원 드리고 200만원 돌려받았으니, 저는 1300만원 내놓은건가요?? 암튼...
결혼식 끝나고 모든 비용 정리하고, 부주금 및 절값 받은 거 계산해보았더니, 어머나... 1000만원이 남았네요. 얼른 신랑 이름으로 예치했습니다. (물론... 신행다녀와서요 ㅎㅎ) 하지만, 결혼도 알뜰히 잘하고 예금도 하나 했다는 기쁨도 잠시였어요...
월 평균 수입: 380만원 가량. (보너스는 제외했습니다.)
- 나(220) + 신랑(160)
적금(변액보험포함): 270만원 (71% !!!!)
동창계: 3만원
신랑용돈:30만원(교통,중식,핸드폰포함)
내 용돈: 40만원(교통,중식,핸드폰포함)
친정용돈: 15만원
시댁용돈: 10만원
(차별대우같아 눈치좀 보였지만, 신랑이 제안했습니다. 시부모님은 경제활동중이시고 연세도 친정부모님에 비해 10살 이상 젊다는 이유로... ㅡㅡ;;):
공동생활비:100만원!!!
보시다시피... 적자입니다. 그것도 매우 큰... 90만원 정도 적자.
우울한 마음에 주변에 얘기해보니, 원래 신혼초에는 살 것도 많아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저 씀씀이가 그리 줄어들 거 같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피같이 모아놓은 적금 중에서, CMA에 넣은 짜투리돈을 솔솔 빼먹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신랑과 저 모두 결혼전에 들던 적금을 그대로 유지하는 수준이었는데 적자가 나는 이유는 온전히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더군요.
도데체, 공동 생활비는 왜 100만원씩이나 드는 것일까요?
- 공과금: 20만원 (아파트관리비포함)
- 주유: 20만원(각자 살 때는 차가 없었는데, 합치면서 하나... ^^;;)
- 경조사: 10-20만원(결혼 전 안챙기던 경조사를 챙기기 시작하면서...)
- 인터넷 비용: 3만원
- 마트에서 무언가 구입한 비용: 50만원가량
그래서 마트에서 장보는 비용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산 것도 없는 거 같은데 큰 비용을 차지하고 있는 저녀석!
내용은 이미 추측하셨을 것 같은데..
맥주, 치킨, 우유, 행거... 살림살이, 간식, 살림살이, 간식, 살림살이, 간식... 이런 겁니다. ㅎㅎ
신랑과 약속했습니다. 한 번에 8만원이상 구매하지 않겠다. 4주면 32만원, 5주면 40만원입니다.
이렇게 결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계부를 적으면서, 마트 비용 20% 이상 절감 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요.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초기에는 맥주를 못끊어서 우유를 끊었으니까요. ㅡㅡ;;;
신혼 초 야밤에 둘이 TV보면서 먹는 맥주는 왜그리 중독성이 강하던지... @@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어쨌든 각자 부모님 슬하에 살던 때에 비해 비용이 증가할 수 밖에 없는데, 저축을 그대로 둔다는 것이 말이 안되니까요. 버는 돈은 똑같잖아요? 그래서, 또 하나 강행된 사항은 적금을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눈물 납디다... 적금을 줄인다니... 내가 된장녀처럼 번번한 가방이라도 질러가면서 살았다면 몰라도 왜 적금을 줄여야하는거지?? 하는 실망감으로 괴로운 나날들이었습니다.
[결혼한 여직딩의 가계부 작성 결과]
1. 현실직시: 어쩔 수 없는 비용 증가분 인정하고, 수익/적금/비용구조 재편성하여 예산세우기 => 저축비율 40%대로 조정
2. 생활비구조파악 후 마트에서 장보는 비용 예산 설정 및 실제 비용 20% 이상 절감
3. 신랑의 지출규모 파악에 대한 어려움 발생 - 서로 기록 잊어버리는 경우 지출 누락 발생됨
수치로 기록되니 이런 재미가 있죠? 어디서 몇 % 줄였더니 적금 얼마 더 넣더라... 이게 다 가계부 덕입니다.
매일 적는건 어려워도 데이터가 되면 제 생활패턴을 가감없이 보여주죠... 반성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자랑스러운 경우보다는... ㅎㅎ
[워킹맘의 가계부]
알콩달콩 살다보니 토끼같은 자식이 생겼습니다. 두려움 반 설레임 반...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를 키울 것이냐,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할것이냐... 당연히 일을 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워킹맘이 아이와 빠이빠이하고 출근하는 그 시점만 딱 잘라서 본다면 "미워도 다시한번"이나 "엄마찾아 삼만리" 저리 가라일 겁니다.
그 심난하고 서글프고 미안하고 딜레마에 빠진듯한 기분이란...
어쨌든, 아이를 낳을 때 즈음... 주변 워킹맘들에게 물었습니다. 추가 비용에 대해서 말이죠.
한 엄마가 "50만원 무조건 추가"라고 답을 주더군요. 그래서 우선 예산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위해(그리고, 내가 일을 하기위해) 들어가는 비용... 과연 50만원일까요??
월 평균 수입: 490만원 가량
- 나(270) + 신랑(220)
적금(변액보험포함): 150만원 (비율:30.6%)
보험: 43만원 (종신보험, 실비보험, 어린이보험 등등)
동창계: 3만원
신랑용돈:30만원(교통,중식,핸드폰포함)
내 용돈: 40만원(교통,중식,핸드폰포함)
친정용돈: 70만원(아이 봐주시는 것에 감사하며...)
시댁용돈: 10만원
공동생활비:100만원-120만원(
대출이자: 10만원 (친정아빠에게 사채빌려씀 ㅡㅡ;;)
보시다시피 적금은 30%대로 줄어들었고, 대신 보험이 늘었습니다.
보육을 맡아주시는 친정부모님 용돈을 70만원으로 올려드리고, 저희 생활비는 최대한 줄여봤지만, 아이의 분유+기저귀값이 월 20만원 정도 추가되다보니 공동생활비는 거의 그대로이고 간혹 소폭 상승합니다.
애들 예방접종비용은 또 왜그리 비싼지요... ㅡㅡa
그 와중에 모아놓은 돈으로 작은 아파트를 하나 샀습니다. 전세끼고... 여전히 관사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내 집 살지 않겠습니까?
그런 마음으로 작은 아파트를 사면서 대출을 받았는데, 일명 사채... 친정 아버지께 빌렸습니다.
아버지께서 선심쓰셔서 대출이자를 받지 않으시고, 예금이자만 받으시더군요... 은행에 맡겼을 때 받을 수 있는 예금 이자만 내라... 뭐 이겁니다... 2010년 들어서 예금이자 상승하는 바람에 저희가 아버지께 드릴 이자도 상승했습니다. ㅋ 하지만 퇴직금 중도인출로 어느정도 갚았고, 이제 500만원정도 남았네요... 휴웅~
공동 생활비 규모는 줄어들지 않을 듯 싶습니다. 아이가 분유와 기저귀를 뗄 무렵,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비용이 추가될테고,
그렇다고 부모님께 안맡기는 것도 아니니,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은 그대로이겠죠? 어린이집 출퇴근을 제가 시킨다면 모를까...
워킹 맘들에게 시장조사 해보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비용은 50만원 정도 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유난떨지 않는 엄마들인데도요... 영어유치원 뭐 이런거 하려면 100만원도 생각해야한다더군요? ㅎㅎ
그래서 아이 낳고 난 뒤 목표는 저축율 40% 달성입니다. 실현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결혼한 뒤 느꼈지만 아이낳고 더 느껴지는 것이, 솔로일때에 비해서 돌발지출이 종종 생깁니다.
아이 낳고 아픈 곳도 많아지고, 부모님도 더 자주 아프시고요... 늙어가신다는 증거겠죠...
신랑과 나의 월급이 드라마틱하게 오르지 않는이상 40% 달성은 꽤나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꿈꿔보기는 합니다.
[워킹맘의 가계부작성 결과 추가된 생활목표]
1. 카드비용을 가계부에서 어떻게 잘 구현할 수 있을지 연구
2. 선카드결제-월급날 카드비용결제 후 잔고 \0 의 구조를 하루빨리 개선할 것
3. 아이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투자"라고 생각하면 ROI를 생각하게 되므로, 깨끗이 비용처리할 것.
4. 건강관리주의(의료비지출 상승): 보험이 받쳐줘도, 의료비 지출은 문제가 있다. 따라서, 최대한 건강유지에 힘쓰자. 병원비/약값 보다는 차라리 보약값이 낫다..
5.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 연구
적금은 이제 바닥까지 내려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이상은 물러날 수 없습니다.
(제가 아는 분은 적금율 0%라고도 하더군요... 외벌이 다둥맘... 그나마 맞벌이 외둥맘이라서 다행인건가요...)
어르신들은 아이가 돌이 지나니까 둘째 언제 낳을꺼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음... ㅡㅡa 저희 현재 형편으로는 좀 어렵겠죠?? 물론, 하나 키우는 비용이나 둘 키우는 비용이나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현재 시점에서 아이 하나를 대학까지 보낼 때 드는 비용이 2억 2천만원이라고 합니다.
인플레이션 따져보면, 앞으로 정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더라구요...
동생 낳아주라고 TV 광고도 하던데, 쉽지않은 결정입니다.
억울하게도, 출산장려를 위해 현재 발표되고 있는 여러 제도들은 월급쟁이 맞벌이 부부에게는 그리... 효용성이 없답니다.
저소득층 위주의 정책이기 때문이죠... 보육비가 없는 것과, 보육제도가 없는 것은 묘하게 얽혀있지만 또 제각각입니다. 월급쟁이 맞벌이부부를 위한 정책이 보완되었으면 하는 바램 잠시합니다... 그럼 저, 자식 셋 까지는 키워보고 싶습니다.ㅎㅎ
아마, 저는 앞으로 7년 정도 더 이회사에 다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사이 월급은 매 년 10만원 안팍으로 오를 것 같습니다.
그 금액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대안을 강구하는 중입니다만, 이직도 쉽지 않고, 부업도 쉽지 않죠...
현재 신랑과 합쳐서 연봉 6천 정도 되는데도 이런데요,
제가 회사를 그만두는 시점에 신랑이 연봉 6천이 될까요? 그렇다고 해도 시간은 흐르고 수입은 줄어든 격이겠죠...
신랑과 제가 초기에 세운 목표는 100억이었습니다. 우리 100억 모으자... 최대한 빨리... 목표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20년 안에 100억 모으기..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수익 구조를 바꿔보자는 대안이 나왔습니다. 주식 공부를 시작하고 직접 투자비중을 일부 추가했습니다.
펀드도 공부하고, 부동산 경매와 분양시장 소식도 관심을 가지고 공부합니다.
돈만 모으는 게 다인 것도 아니고, 그 사이사이 또 아이에게도 충실하고 싶습니다.
목표가 복잡해질수록 가계부도 복잡해집니다.
그렇게 제 가계부는 진화해가고 있습니다.
엑셀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필요에 따라 구조를 바꾸기도 하고, 레포트를 뽑아보기도 합니다.
2010년 저의 가장 큰 목표는 선카드결제-후지불 구조를 바꾸는 것입니다.
현재는 월급날 적금,보험 빠져나간 뒤, 전 달 카드값 나가고 나면 0원입니다. 마이너스 150만원의 삶을 살고 있달까요...
못해도 3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당분간 현금영수증으로 소득공제를 대비하렵니다.
물론 펀드의 현재 가치도 종종 리뷰하고, 주식의 현재 가치, 변액 보험의 현재가치를 종종 리뷰합니다. 그러면서 위안도 받고요.
3월에 적금타면 아빠에게 빌린 사채를 갚아버릴 수 있습니다.
헬스대신 집에서 운동하고, 마트대신 재래시장 이용하고, 학원대신 인강듣고, 아울렛이나 보세 의류에, 화장품은 페이스 샵을 씁니다.
가끔 기분이 좀 허전할 때 신랑한테 푸념도 하지만 "왜이래, 나 SK II 쓰던 여자야~" 하면서 말이죠. ㅎㅎ
그렇게 많이 우울하거나 내가 구질구질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최근 새로 배운 한가지 지출규칙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출을 할 때는 제로베이스에서 생각하라"
어느 비용을 몇% 줄이느냐가 지금까지 저의 컨셉이었다면... 제로베이스 이론(?)은, 지출을 하는 시점에서 "이것이 정말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필요하다면 구매하고, 조금이라도 필요하지 않다면 구매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이렇게 생각해보니 의외로 지출이 꽤 통제됩니다.
화장품 매장에서 "내가 꼭 한방 화장품이 필요한가?" => 아니오
"내가 꼭 외국브랜드의 화장품이 필요한가?" => 아니오
"내가 꼭 저 할인세트가 필요한가?" => 아니오
"나에게 필요한 것은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고, 보습효과가 좋은 로션이다"라는 답을 얻었으면, 그 답을 충족하는 제품 중 가장 싼 것을 고릅니다. 좀 더 좋은 부가가치를 생각하기 보다는, 꼭 필요한가? 라는 질문에서 더 이상 안나가는 거죠. ㅎㅎ
아이와 관련된 것도 이 질문덕에 많이 통제됩니다. 비싸고 귀여운 옷이나 소품에 손이 안가는 것이고요.
책의 경우에도 한번에 전집을 사주기 보다는 조금씩 한 두권씩 사주고,
부모님이나 친인척에게 선물을 할 때도 분수에 맞게 합니다.
만약 위의 질문에 "예" 라는 대답이 나왔다면 아마 저는 실행에 옮겼을 겁니다. 그건 정말 저에게 필요한 것이었을 테니까요.
저는 저를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가끔 이런 자기합리화도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예"라는 대답이 나왔는데도 지출을 못하는 상황이라면 아마 엄청 우울하고 속상할 겁니다...
워킹맘 가계부의 미래:
다둥이부모(혹시나...) > 학부모 > 미혼자녀를 둔 부모 > 기혼자녀를 둔 부모 > 은퇴한 신랑을 둔 마누라...
이런 식으로 진화해나가겠죠.
지출 비중이 큰 항목도 바뀌고, 수익구조도 바뀌겠지만,
가계부가 저에게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신뢰할만한 자료"를 줄 것은 언제나 한결같을 겁니다.
"생활비가 빡빡해..."하고 투정부릴 때 신랑이 "가계부 가져와봐" 하면 당당히 내밀 수 있어서 좋구요.
그럼 서로 서로 흠을 짚어내기 바쁩니다만, 아직까지는 장난스럽습니다. "너 밥값 좀 줄여~" "너나 줄여~" 이러면서 말이죠. ㅎㅎ
가끔 니용돈으로 밥좀 사 그럴 때도 있고요...
또, 신랑이 용돈 모잘라~ 하면서 투정부릴 때도 역시 가계부를 들이밉니다.
저 역시도 용돈이 모자르다고 느낄 때마다 가계부를 보면서 "충분히 쓰고 있구만 멀..."이런 생각으로 맘고쳐먹기도 하고요...
얘기가 길어졌네요.
자고나면 어제 쓴 비용보다, 오늘 내 통장에 들어온 수익이 더 많아질 그 날을 꿈꾸며...
내년에는 우리 가정의 대차대조표와 현금흐름표, 손익계산서를 만들어볼까해요
한 번 열심히 살아봅시다요... 모두모두 홧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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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댓글 입니다.
ㅎㅎㅎ 감사합니다~ ^^;; 비록 순위권에는 못들었지만, 제 글을 재밌게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 저를 즐겁게 하네요~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엄... ^^;;; 자의반 타의반이었죠 뭐... ㅡㅡ;;; 안갚을 수 없게 되게 치사한 말도 많이 듣고 그랬거든요... ㅡ0ㅡ;; "너는 딸인데, 시집가면 그만 아니냐, 나는 아들이 없으니까, 이렇게라도 나살길 찾겠다 머 기타등등등..." 지금 생각해보면 나름 근성을 키워주시느라 하신 말씀이겠지만, 되게 섭섭해서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ㅡ0ㅡ;;; 아버지가 워낙 넘 무서운 성격이라서 반항도 못하고 그랬죠. ^^ 지금은 그래도 나름 경제적인 멘토가 되어주시고 있습니다. 전보다는 덜무섭게... @@;;; 요즘은 손자 통장 챙겨주시느라 바쁘시죠... @@;;
그나저나 님 댓글 보고 제 글을 보니, 진짜 신랑 월급이 꽤 많이 올랐었네요??? @@;;;
실제로 잘 못느끼고 있던 부분인데... ㅡㅡ;;; 역쉬... 또 하나를 느끼고 갑니다... 월급이 꽤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못느끼고 있다니 정말 문제가 있긴 있네요... 쩝...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른 분들 수기 읽어보면서 배울 점 찾고 저도 좀 더 개선해야겠네요~ ^^
ㅋㅋㅋㅋ 완전 공감가는얘기에여...^^ 버는돈은그대론데 나가는 지출항목은 정말 마나졌어여..ㅠㅠ 얼릉 저축을 마니해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