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겁니까?
세월이 대답하네
흘러가는데로 두어라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겁니까?
바람이 대답하네
맑고 투명하게 살지어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겁니까?
허공이 대답하네
사랑하고 용서하라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겁니까?
인생이 대답하네
정답을 찾지 말고 열심히 살아라
오늘이 내게 말하네
하루하루는 살면서 비워내는 거라고
집착하지 않으면 쉬워진다고
좋다 싫다
구별 없으면
날마다 좋은 날이라네
▶ 글 : 여을 이상두
▶ 음악 : [명상음악] 바람 잔 곳 - 왕준기
▶ 편집: June
무무소유(無無所有)굶주리는 사람이 건강 단식을 어떻게 이해하나
없는 사람이 무소유를 어떻게 이해하나
잃을 것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잃을 것은 사슬뿐인 사람들은
자유를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날 거라지만
그들도 잃을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
가진 것 아무것도 없는 거지는 동냥 구역을 잃을 게 있지
없을수록 집착할 수밖에
거액의 자산가가 방송에 나와 무소유의 자유로움에 대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할 때 그건 분명 진심이었을 거다
무소유의 청빈함을 제대로 글로 쓰는 작가는 좀 살 만한 자다
어디 가나 밥과 집이 넉넉한 스님이라야
무소유를 제대로 설법할 수 있다
무소유는 가진 뒤의 자유다
무소유는 소유라는 단어가 있은 뒤 조합된 낱말이다
다 내려놓은 사람의 무소유는 이미 그 낱말이 아니다
가진 것이 넉넉해야 무소유를 맘껏 가질 수 있다.
백무산 시집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 창비시선 202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