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만의 가뭄이 농경지를 타들어 가게 하고 있다.
필자가 농사를 짓고 있는 춘천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가뭄 피해가 적은 지역으로 분류되었었다.
비록 소나기성 강우지만 다른 곳보다는 비가 많이 내려 가뭄의 피해를 덜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달 초에 비가 내린 이후 계속 비가 내리지 않고 고온이 계속되자 농토가 타들어 가기 시작하였다.
가뭄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옥수수와 호박이다.
강한 햇빛이 내려 쬐는 한낮에 옥수수 잎이나 호박잎은 축처진다.
다행히 저녁이 되면 증산량이 줄어 잎이 다시 원상회복이 된다.
그러나 비가 계속 내리지 않으면 말라 죽게 된다.
참깨를 파종했으나 싹이 나지 않은 곳에 보식을 했는 데, 며칠 지나서 가보니 70%는 말라 죽었다.
물을 주고 심으면 대부분 활착을 하여 사는 데 고온에다가 비가 계속 내리지 않으니 땡볕에서 살 수 없었을 것이다.
남에게 빌린 땅까지 합해서 세곳에 농장을(?) 운영하다 보니 밭이 있는 곳의 환경과 작물의 종류에 따라 가뭄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제1 농장은 남에게 빌린 곳인데 집에서 가까운 곳이다.
200평이 조금 못되는 데 작년에 산 밑에 있는 밭이 멧돼지의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고구마와 땅콩과 옥수수를 심었다.
고구마 중에 밤 고구마는 활착률이 높으나 호박 고구마는 성질이 까다로와 활착이 잘되지 않는다.
그러지 않아도 까다로운데다가 가뭄까지 겹치는 호박고구마는 절반 가량이 말라 죽었다.
마늘을 조금 심었는 데 물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에 가뭄을 타니 생육이 좋을 까닭이 없다.
며칠에 한번씩 물을 가져다가 주었는 데 덕분에 타죽는 것은 면했으나 기대한만큼 수확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제2 농장은 차로 30분은 가야 하는 좀 먼 곳에 있다.
절반 정도인 200평 가량을 지주인(?) 내가 붙이고 나머지는 시내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이 같이 경작하고 있다.
작년과 재작년 2년 연거퍼 멧돼지에게 땅콩과 고구마 등을 헌납한(?) 곳이라 올해는 멧돼지가 먹지 않는 참깨를 주로 심고 옥수수를 조금 심었다.<옥수수는 멧돼지의 자비심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
참깨는 가뭄에 강한 작물이라 아직 피해가 없지만 며칠 전에 가보니 한낮에 옥수수의 잎이 마른 것이 보인다.
일을 하다가 저녁때에 보니 잎이 다시 싱싱해졌다.
아직 생육의 피해는 없지만 계속 비가 오지 않으면 자라는 데 장애가 있을 것이다.
제3 농장은 집에서 차로 1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는 데 주변은 산으로 둘러 싸여 있다.
작년에 퇴직하면서 산 땅인데 300평 가량 된다.
작년에 옥수수와 고구마를 심은 이웃들이 멧돼지에게 피해를 많이 본 곳이다.
올해는 주위의 밭 임자들이 밭 주위에 울타리를 하였다.
이웃 밭의 경작자들과 같이 어쩔 수 없이 철망 울타리를 하였다.
작은 창고를 한동 짓고 울타리를 하는 데 250만원이 넘는 돈이 들어 갔다.
올해 생산물을 모두 판다고 해도 투자한 돈이(?) 나오지 못할 것이다.
멧돼지 때문에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쓰게 된 것이다.
3미터 간격으로 굵은 철제 파이프를 박아 콩크리트로 굳힌 기둥을 세우고 철망을 두른 120cm 높이의 울타리다.
이 밭에는 고추와 감자, 옥수수, 콩, 대파 등과 일상적으로 먹는 채소를 심었다.
금상첨화인 곳은 밭에서 50m 정도 떨어진 곳에 농수로가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패트병의 일부를 오려내고 양파망을 씌우고 병입구에 고무호스를 연결하고 접착 테이프로 감은 간단한 장치에
농지까지 가는 고무호스를 연결하여 물을 끌어다 쓰고 있다.
물을 대는 원리는 사이펀 장치를 이용한 것인데 밭의 높이가 농수로보다 낮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웃의 도움으로 이 시설을(?) 설치하고 물을 끌어다가 쓸 수 있게 되었다.
가뭄이 계속되니 농수로에 물이 흐르지 않는 날이 있게 되었다.
물을 대야 될 때에 물이 없어서 대지 못하니 가뭄의 피해가 생기기 시작했다.
큰 피해를 본 곳은 감자였다.
물을 대는 고무 호스의 길이가 짧아 물을 대주지 못한 곳의 감자가 피해를 당했다.
감자가 누렇게 말라 죽었다.
어쩌다 물을 주기도 했는 데 여러 곳의 밭을 다니며 일을 하다보니 잘 돌보지 못해 피해를 받게 되었다.
물을 준 곳의 감자는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다.
다행히 피해 면적이 큰 것은 아니지만 말라죽은 감자를 보니 마음이 아팠다.
타들어 가는 농작물을 보고 안타까와 하는 농부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오늘 하지날이라 말라죽은 감자포기에서 감자를 캐보니 작은 감자 몇개만 달려 있다.
어제 오랫만에 목회를 하는 친구를 만나 점심 식사를 같이 하고 경치가 좋은 곳에 위치한 휴게소에 가서 커피를 마시러 가는 데 이웃 밭의 아저씨가 전화를 한다. 농수로에 물이 흐르고 있다고....
커피 마시러 가는 것을 다음으로 미루고 아내와 함께 제3 농장으로 갔다.
농수로에 가보니 도랑에 물이 흐르고 있다.
3일만에 저수지에서 물을 준 것이다.
패트병으로 만든 사이펀 장치를 거꾸로 높이 들고 물을 부어 공기를 밀어내니 밑에 있는 밭의 고무 호스에서 물이 나온다고 한다.
패트병을 다시 물에 담그고 무거운 돌로 떠오르지 못하게 고정시키고 밭으로 내려 갔다.
고추, 옥수수, 파 등과 얼마 전에 모종한 콩과 들깨 모판에도 물을 주었다.
자가소비를 하려고 조금씩 심은 호박, 토마토, 오이 등에도 물을 충분히 주었다.
도랑에 물이 흐르니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오늘 밭에 가보니 농작물들이 다시 싱싱해졌다.
그러나, 농작물의 옆을 파보니 어제 물을 주었는 데도 흙이 바짝 말라 있었다.
비료를 주느라 구멍이 뚫어진 곳에 호스를 들이 대어 물을 주고 잡초로 덮은 곳에는 수분이 보존되고 있어 멀칭을 하는 것이 잡초만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가뭄 예방에도 도움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제 물을 주지 못한 곳에 물을 주고 싶었으나 농수로에 물이 흐르지 않아 물을 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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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곳에 농장이(?) 분산되어 있어 이곳저곳을 다니며 일을 해야 하고,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다 보니 잡초가 무성하다.
급한 곳은 풀을 뽑아 주지만 며칠이 지나면 도로 마찬가지다.
가뭄에도 잡초는 잘 자란다.
고추밭 고랑은 간격이 넓고 거름을 많이 준 곳이라 잡초도 잘 자란다.
사람이 앉으면 앉은 키를 넘길 정도로 잡초가 자랐다.
고추를 심은 이랑은 멀칭을 하여 고추가 직접 잡초의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고랑에 우거진 풀 때문에 고랑에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아 피해를 받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밭고랑에 까는 잡초 방지용 부직포를 사왔다. 그러나, 부직포를 깔려고 해도 허리를 넘게 자란 풀을 베어 주어야 한다. 낫을 가지고 고랑의 풀을 베어 주었다. 몇 시간의 노동력이 소모되었다.
밭에 물을 대주고, 콩 모종을 하는 등 다른 일을 하면서 풀을 베다 보니 오늘 저녁에야 풀베기가 끝났다.
내일은 고랑에 부직포를 덮어 버리면 고추밭 고랑에서 잡초와의 전쟁은 끝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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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자연이 도와주어야 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다.
비가 많이 올 때에는 농경지의 유실이나 고추의 탄저병이나 역병 등 병충해를 걱정해야 하고, 가물면 농작물이 타들어 가는 것을 안타까와 할 수밖에 없다.
산간 지방에서는 늦서리나 때 이른 서리가 동해를 입히기도 한다.
씨를 뿌릴 때부터 거둘 때까지 계속 날씨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농사다.
농업을 생업으로 하는 전업농도 아니고, 주말농장보다는 규모가 크지만 전업농에 비하면 적은 규모로 농사꾼 흉내를 내고 있는 처지에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부끄럽다는 생각도 든다.
과정은 힘들지만 수확의 기쁨 때문에 힘든 것을 극복하게 되는 것이 농사다.
5월말부터 계속 수확을 하는 기쁨이 있다.
쑥갓, 상추, 아욱, 케일, 풋고추 등 싱싱한 채소를 먹을만큼 수확할 수 있다.
요즈음은 밭에 갈 때마다 못생기고 꼬부라지고 비틀어졌지만 오이도 몇개씩 수확을 한다.
토마토도 발갛게 익기 시작했다. 수박덩굴에는 수박이 달리고, 호박 덩굴에는 호박이 달려서 크고 있다.
말라죽은 감자 포기에서지만 감자도 캐왔다.
덕분에 퇴직후의 생활이 무료하지 않다. 건강도 많이 좋와졌다.
한달에 두번 정도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고, 가능한 한 친구들 경조사에도 열심히 참석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지금은 방학을 했음) 장신대 평생교육원에 가서 성경공부를 한다.
방송통신대 일본학과에 편입을 해서 일본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다.
주경야독의 생활을 흉내내다 보니 심심할 시간이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모자람도 있고, 불만도 있고, 못마땅한 점이 없을 수는 없지만 오늘의 소박한 삶에 만족하려고 노력한다.
"사람마다 먹고 마시는 것과 수고함으로 낙을 누리는 그것이 하나님의 선물인 줄도 또한 알았도다"<전 3:13>
"땅의 소산물은 모두 사람을 위하여 있나니 왕도 밭의 소산을 받느니라"<전 5: 9>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시 126:5 >
"너희가 즐겨 순종하면 땅의 아름다운 소산을 먹을 것이요"<사 1:19 >
첫댓글 자연과의 삶을 글로 읽어보면 전원적이고 마음의 여유로 살아가는 것 같지만
실제로 작물은 자식 기르는 것과 같아서 순간순간이 고달픔의 연속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비가 많이 와도 걱정, 적게 와도 걱정, 심지어 작물이 잘 자라도 멧돼지 때문에 또 걱정이 되나 봅니다.
그렇지만 자연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기에 마지막 주는 기쁨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할 것입니다.
서강사람님의 작물사랑, 공부사랑 그리고 마지막 말씀 사랑...너무 좋습니다.
저도 꼭 그리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농사를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은 곧 하나님 마음같을 것입니다.
형제님께서 마음 고생이 크시겠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농부에게 일은비와
늦은비로 마음을 시원케하는 단비를 주시기 때문에 길이참고
인내로 결실을 요구하고있는것이지요 우리의 싱앙도 그런것같아요
저도 한 15평 정도 이것저것을 심어놓고 아침 저녁마다 물을주는일로
힘은 들어요 그런데 저의 농사는 아주 주렁 주렁 열렸어요
우리가 모일때에 반찬으로 맛있게 해서 먹으니 감사도 나옵니다
오늘도 여러 흩허저있는 교회 형제들가정마다 주의 단비로 흡족히
채우시리리 믿습니다 오늘대전에서 귀한 형제들이모임다니
좋은 나눔이 될것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서님, 사랑합니다 ~~~~.
강서님? 서강을 꺼꾸로 쓰시면 완전 딴사람된다는거...ㅎㅎㅎ
쉼터니까 웃고 가라는 거죠?^^
명 댓글입니다. 마리안느님 아니었다면 그대로 받아들일 뻔 했습니다. ㅎㅎㅎ
농사를 지으시는군요... 하나님을 체득하실 것 같습니다.^^
호반의 도시라는 춘천에 계시군요.. 좋은 곳에 사십니다. 부럽습니다.
논농사는 덜하지만 밭농사는 날마다 잡초와의 전쟁이지요.. 잡초라는 것도 나름대로의 대접받을 이름모를 식물이긴 하지만
당장 인간에게 도움이 안되다 보니 잡초로 취급되어 날마다 뽑히는 신세...하지만 그 끈질긴 생명력이란....
지독한 가뭄에 이래 저래 고생이군요.. 4대강 공사만 끝나면 가뭄 걱정도 끝이라고 그리 자랑하고떵떵거리드만...
나라 가뭄은 걱정 안하고 다른나라 가서도 종북 타령만 하는 그 양반이 불쌍합니다...
창조질서를 뒤집으면서도 장로라는 칭호를 자랑스레(?) 여기는 불쌍한....
여전한 천수답의 나라 같네요... 어려운 여건 잘 이겨내시고 아름다운 결실 거두시길....
"사람마다 먹고 마시는 것과 수고함으로 낙을 누리는 그것이 하나님의 선물인 줄도 또한 알았도다"<전 3:13>ㅡㅡ > 젊을 때 부터 저도 전도서 이 구절 말씀 무척 사랑 했읍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