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찰 벽화로 배우는 부처님의 지혜 >
제8회 보살과 신장, 중생들의 세상 ( 제8 육도윤회 ~ 제9 구산팔해, 하늘과 인간 )
* 본 회에서는 『보살과 신장, 중생들의 세상』을 게재하겠습니다. 우리가 사찰에서 자주 접하는 보살과 부처님을 지켜주는 수호신 신장들과 그리고 중생들의 세상과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또한 분량이 많은 관계로 2회에 걸처 나누어 게재토록 하겠습니다. 이 번회에서는 8. 중생의 여섯 갈래길, 육도윤회 ~ 9. 구산팔해(九山八海), 하늘과 인간 편입니다.
8. 중생의 여섯 갈래길, 육도윤회
'저승은 어떤 곳일까?', 아마 인류 역사이래 끊이지 않는 질문가운데 하나가 사후세계가 아닐까요. 누구나 알고 싶지만, 가 본적이 없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갔었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전생에 대한 기억이 없으므로 당연히 사후세계도 생각나지 않는 것입니다.
저승세상을 그린 '신과 함께'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주인공이 저승에 도착해 재판을 받는 내용을 통해 비록 영화였지만 우리는 저승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판관들은 그의 결백을 믿기보다는, 일단 생전의 모습을 낱낱이 살피며 잘못을 찾는 일에 온 힘을 쏟습니다. 때문에 우리를 변호해 주는 지장보살의 자비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저승에 도착한 중생은 생전의 업에 대해 재판을 받게 됩니다. 재판관은 열 분의 대왕으로 명부시왕冥府十王이라 불립니다. 시왕마다 다스리는 지옥이 있어, 재판에서 유죄로 판결나면 해당 지옥으로 떨어집니다. 우리가 살아있을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 생전의 기록은 무서우리만치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더구나 업경대業鏡臺라는 거울이 있는데,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를 마치 영화처럼 되돌려 보는 신비한 장치입니다.
업경대 옆에는 나졸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울 위로 올라 선 사람의 초조한 눈빛이 느껴집니다. 반대편의 돌덩이는 유죄와 무죄의 기준입니다. 몸무게를 재는 거울이 아니라 죄의 무게를 달아보는 저울입니다. 만약 저울이 사람쪽으로 기운다면 결과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외모에 신경쓰며 노력하는 다이어트는 잠깐이지만, 저울 위에서 정해지는 몸무게는 한평생을 정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어떤 다이어트가 더 중요한지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혹시 모를 과거의 잘못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선행을 부지런히 닦아야 합니다.
< 열 가지 지옥 >
* 도산지옥(제1 진광대왕)
첫 번째 맞이하는 재판관으로 진광대왕은 망자가 살아 생전에 공덕이 있는지 없는지를 가늠합니다. 만약 도산지옥에 갇히게 되면, 칼날로 이루어진 산을 맨발과 온몸으로 기어올라 살점이 모두 떨어져 나가는 형벌을 받습니다.
* 화탕지옥(제2 초강대왕)
초강대왕은 남의 물건을 훔쳤는지, 빌린 것을 돌려주지 않았는지, 베풀지 않고 받기만 했는지 등을 판결합니다. 화탕지옥에서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 위 끓는 쇳물 속에 죄인을 집어넣어 삶는 형벌로 상상도 못할 무서운 고통을 받게 됩니다.
* 한빙지옥(제3 송제대왕)
송제대왕은 부모에게 효도를 했는지, 화목한 가정을 이루었는지, 주변 어른들을 존경했는지를 재판합니다. 송제대왕이 다스리는 한빙지옥은 죄인을 얼음 속에 가두는 지옥입니다. 죄인들이 구덩이에 빠지면 세찬 얼음바람으로 꽁꽁 얼려버려 뼈와 살이 모두 찢기는 고통을 받습니다.
* 검수지옥(제4 오관대왕)
살인이나 도둑질, 음행, 거짓말, 음주등 오계를 어긴 사람은 검수지옥에 떨어집니다. 이곳의 숲과 들판에는 나뭇잎과 나뭇가지, 풀 등이 매우 날카로운 칼날로 우겨져 있어, 스치기만 해도 살점이 뚝뚝 떨어져나가는 무서운 지옥입니다.
* 발설지옥(제5 염라대왕)
염라대왕은 저승시왕의 재판가운데 다섯 째로 만나는 왕으로, 험한 욕을 하거나, 거짓말, 말재간으로 남을 속인 사람 등 입으로 지은 죄를 재판합니다. 발설지옥에서는 혀를 뽑아 그 위에서 소가 밭을 갈 듯 쟁기로 혀를 파내어 갈아엎는 형벌을 내립니다.
* 독사지옥(제6 변성대왕)
이곳은 발설지옥을 거치고도 남은 죄가 있는 사람을 골라내어 추가로 형벌을 주는 곳입니다. 말 그대로 징그럽고 날카로운 이를 가진 독사가 우글우글한 동굴에 죄인을 가두고 온 몸을 물어뜯게 하여, 죄를 뉘우치게 만듭니다.
* 거해지옥(제7 태산대왕)
나쁜 음식을 팔거나, 쌀을 속여서 파는 등 먹거리로 사람에게 해를 입힌 사람을 재판합니다. 거해지옥에서는 죄인을 틀에다 묶고 온몸의 뼈와 살을 톱으로 썰어 도려내는 잔인하고 끔찍한 형벌이 주어집니다.
* 철상지옥(제8 평등대왕)
철상지옥은 사람들에게 사기를 쳐 재물을 모은 사람이 가는 곳입니다. 철상이란 날카롭고 무시무시한 쇠못이 빼곡히 박힌 침상입니다. 이곳에 죄인을 눕혀 묶거나 구르게 하고, 또 온뭄에 긴 못으로 찔러 구멍을 내는 무서운 형벌을 내리는 지옥입니다.
* 풍도지옥(제9 도시대왕)
이곳은 남편이나 아내가 있으면서도 다른 이성에 끌려 부정한 행동을 한 사람들이 갇히는 지옥입니다. 옥졸들이 당겨 올리는 조그만 추는 떨어질 때 엄청나게 커지면서 아래의 죄인들을 빻아 가루로 만들고, 살을 에는 바람이 불어와 몸을 갈기갈기 찢는 형벌을 받게 됩니다.
* 흑암지옥 (제10 오도전륜대왕)
아홉 분의 명부대왕 즉, 각각의 지옥을 무사히 통과한 중생은 마지막 순서로 오도전륜五道轉輪 대왕의 재판을 받습니다. 만약 이 재판에서 유죄로 판명되면 흑암지옥에 떨어지는데, 밤도 없고 낮도 없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지옥입니다. 오도五道는 육도윤회六道輪廻가운데 지옥을 제외한 다섯입니다. 일설에는 이곳에 도착하기까지 3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신중한 판결을 내리기 위해 변론의 기회가 부여되고, 서로 치열한 공방을 벌이다보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제 마지막 판결에 따라 다섯 곳의 세상으로 다시 태어나므로, 대왕의 이름이 오도전륜입니다. 사람이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기도 하고, 축생은 몸을 바꿔 좋은 곳에 태어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그보다 더 못한 짐승으로 윤회하기도 합니다. 마지막 판결에 따라 갈 곳을 정하는 판관들의 모습이 엄숙하면서도, 판결을 기다리는 여러 갈래의 중생들 표정이 천진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육도윤회는 천상, 인간, 수라, 축생, 아귀, 지옥의 여섯 갈래길을 말합니다. 이 가운데 지옥을 제외한 다섯 갈래로 중생은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천상, 인간, 수라를 삼선도三善道라 하여 그나마 좋은 세상으로 분류하고, 그 아래로 지옥, 아귀, 축생은 나쁜 몸으로 태어나는 과보이기에 삼악도三惡道라고 부릅니다.
그림 속에 구름처럼 퍼지는 장면을 보면, 맨 위로 올라가는 중생은 천상으로 태어나는 분들입니다. 그 바로 아래로 줄지어 나가는 이들은 다시 인간의 삶으로 태어나는 중생들입니다. 그리고 차례대로 수라, 아귀나 축생의 몸을 받아 저승을 떠나 새롭게 윤회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윤회및 환생에 관련된 자료는 네이버 검색창에 '래용의 잡설'을 치시면 ① 나는 환생을 믿지 않았다 ② 왜 우리는 윤회, 환생사상에 환호하는가?라는 제목으로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역사적 기록및 사실증명에 관한 자료들이 많이 있으니 참조바랍니다
< 배고픈 귀신 아귀 >
지옥, 아귀, 축생의 세 곳은 육도 가운데 나쁜 곳이기에 삼악도를 삼악취三惡趣라고도 부릅니다. 축생이 짐승의 몸으로 윤회하는 것이라면 아귀는 배고픈 귀신으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살아 생전에 탐욕스럽고 인색하여 보시를 하지 않았다거나, 먹을 것에 욕심이 많고 또한 음식을 남겨 버리게 되면 아귀의 몸을 받습니다.
아귀의 모습은 지옥과 별반 다르지 않기에 이곳은 아귀지옥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아귀는 태산처럼 커다란 배를 갖고 있습니다. 배를 채우려면 엄청난 양을 먹어치워도 모자랄 판에, 목구멍은 밥 한 톨 겨우 넘어갈 정도로 가느다랗게 생겼습니다. 더구나 입에서는 불이 뿜어져 나와 입으로 들어간 음식은 모두 타버립니다. 결국 아귀는 평생을 배고픔과 갈증에 시달리며 벌을 받는 배고픈 귀신으로 지내게 됩니다.
저승이 어떤 곳인지 모른다지만, 사실 지난 저승에서의 경험이 기억나지 않을 뿐입니다. 우리는 모두 저승에서의 재판을 통해 육도 가운데 인간세상으로 윤회했습니다.
육도의 어느 곳으로 가게 되는지, 자신을 돌아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명부시왕이 중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들의 무서운 재판 앞에서 반드시 생전에 선한 업을 쌓아야만 좋은 세상의 몸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판결을 받게 됩니다.
9. 구산팔해, 하늘과 인간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가 올라온 곳은 어디일까요. 불교에는 인간이 태어나는 세상을 네 곳으로 나눕니다. 따라서 서로 다른 네 종류의 사람이 있게 되는데, 그 중에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남섬부주에 해당합니다. 그 외에 북구로주, 서우화주, 동승신주라 불리는 세상이 각각 수미산 동서남북으로 위치합니다.
가운데 보이는 우주의 중심, 수미산 중턱에는 사천왕이 다스리는 사왕천이 있습니다. 이곳은 하늘 세계의 관문으로 하늘과 지상의 경계에 해당됩니다. 허공에는 앞서 오도전륜대왕의 재판 결과에 따라 새로운 세상으로 떠난 중생가운데, 하늘로 올라온 이들이 구름을 타고 도리천으로 태어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불교의 우주관에서는 수미산을 중심하여 우주를 감싸고 있는 철위산까지 9개의 산과 산 사이에는 바다가 있어 아홉개 산을 여덟개 바다가 산을 에워싸고 있다
산 아래 칼과 창의 무기를 들고 있는 사람들은 수라입니다. 아수라라고도 하며, 평생 서로 싸우고 다투며 피를 흘리는 전쟁의 참혹한 환경속에 살아가야 하는 중생입니다.
벽화의 가장 아래, 수미산 남쪽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남섬부주입니다.
선업의 결과로 가장 좋은 판결을 받아, 천상에 태어난 중생은 33천이라 불리는 도리천으로 올라갑니다. 이곳은 제석천이 다스리는 하늘 세상으로 동서남북으로 뻗어있는 하늘이 모두 33곳이기에 33천이라고 부릅니다. 예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제석천을 옥황상제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림에서 처럼 늘 꽃비가 내리는 하늘에서 좋은 옷과 좋은 음식을 먹으며 하루하루 즐겁게 보낼 수 있지만,다만 이곳도 중생이 윤회하는 곳 가운데 하나인지라 수명이 다하면 다시금 윤회의 재판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천상의 수명은 우리와 다릅니다. 천상의 하루는 지상의 100년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영원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긴 시간을 즐거움으로 보낼 수 있는 곳이 천상세계입니다.
육도윤회의 가르침은 우리가 모르는 인과의 모습을 자세히 보여줍니다. 그래서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윤회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 왔는지 스스로에게 반성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합니다. 그것이 바로 불교에서 육도윤회를 가르치는 목적입니다.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출처] < 사찰 벽화로 배우는 부처님의 지혜 > 제8회|작성자 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