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갑작스런 강영권 부장검사의 타계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하였습니다..
수일 전에 이 글을 발송하는 문제로 통화를 하였는데.. 그리도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하시다니...
오늘 상가를 다녀와서..서울고등법원 강민구 부장님으로부터 받은 다음의 글을 보내드립니다.
공직자가 아니드라도 직장인 등 일반인이 귀감으로 삼을만한 내용이라고 사료됩니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다소 길더라도 천천히 음미하여 보시길~!!!
변호사 박선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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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의 자세, 직업윤리
2009. 2. 9.
의정부지방검찰청 부장검사 강영권
목 차
1. 머리말.......................................................1
2. 공직자의 기초적인 자세..............................2
3. 공직자의 자세 개관....................................12
4. 자신에 대한 마음의 자세.......................... 14
가. 명결...............................................................14
나. 자중자애.........................................................16
다. 청렴.............................................................. 20
라. 근면...............................................................22
마. 삼가 함..........................................................24
5. 상사와의 관계............................................31
6. 동료와의 관계............................................33
7. 부하직원과의 관계......................................35
8. 민원인에 대한 관계....................................39
9. 업무를 처리하는 마음의 자세.......................88
가. 목계..................................................................71
나. 경청..................................................................75
다. 성의..................................................................78
라. 공정..................................................................82
9. 맺는 말........................................................83
머리말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 시간이 굉장히 졸리는 시간이어서 강의효과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시간에 강사의 이야기는 거의 자장가 수준입니다. 그러므로 일단 퀴즈형태의 이야기로 여러분의 관심을 끌면서 시작해 보겠습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입니다. 나는 차를 몰고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버스정류장 앞을 지나는데, 버스를 기다리는 세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한사람은 목숨이 경각에 달린 할머니입니다. 그리고 또 한사람은 내가 전에 크게 은혜를 입었던 의삽니다. 또 한사람은 마음속에서 평생을 그려오던 이상형인 여자입니다.
그런데 이 세 사람 중에 한사람만 차에 태울 수 있습니다. 누굴 태우겠습니까? 누굴 태워야겠습니까? 그에 대한 답은 이 강연을 하다가 중간에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 보도록 하지요.
● 앞서 거창하게 저를 소개해주셨는데, 검사생활 25년째 수사의 일선에서 떠나본 적이 없는 의정부지검의 근무하고 있는 강영권 부장검사입니다.
솔직히 여러분 앞에서 공직자의 자세와 직업윤리에 대해 강연을 한다면, 지위나 실력을 갖춘 사람이 해야 하는데, 그에 미치지 못한 사람이 사법보좌관의 요청으로 이 자리에 서고 보니 쑥스럽습니다.
그렇지만 공직자의 자세나 직업윤리는 실력이나 지위, 인품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더 많이 생각했을 수도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강연을 시작할까 합니다.
공직자의 기초적인 자세
● 오늘 강연 제목이 공직자의 자세, 특히 특별사법경찰관들의 직무자세 직업윤리라는 것인데, 그런 뜬 구름 잡는 식 주제를 놓고 강연한다는 것이 난감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떻게 해야만 진정한 공직자가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핵심 아닐까요!
공직자로서의 기본 마인드가 무엇인가 하는 점을 먼저 생각해 봅시다.
옛날 중국에 어떤 유명한 장군이 있었답니다.
그는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서도 용감히 싸워, 그 장군의 이름만 들어도 적군은 도망가기 바쁠 정도로 맹장이었다 네요.
3년여의 전쟁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장군에게 어떤 부자가 장군이 도자기를 좋아한다는 말을 전해 듣고, 전국에 몇 점 없는 아주 귀한 도자기를 선물했지요.
물론 그 장군은 그 도자기가 얼마나 귀한 도자기인줄 한눈에 알아봤답니다.
그는 도자기를 장롱 깊은 곳에 넣어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 감상을 하곤 했는데, 어느 날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그 친구는 장군이 귀한 도자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좀 보여 달라고 부탁했답니다.
장군은 그 도자기를 자랑하고픈 마음도 있고, 친한 친구의 부탁도 있고 하여, 그 도자기를 구경하게 했습니다.
빼어난 도자기에 감탄했던 친구가 소문을 냈는지, 그 다음날부터 그 도자기를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한번은 구경 왔던 사람이 도자기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도자기가 깨질 뻔 한 적도 있었답니다.
그때부터 장군에게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구경하던 사람이 도자기를 깨뜨릴까봐, 노심초사하게 됐지요.
그러다보니 꿈속에서 도자기가 깨지는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장군은 도자기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집을 떠나 있기도 했는데,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지요.
혹시 누가 도자기를 훔쳐 가면 어떡하나, 혹시 하인 놈이 도자기를 닦다가 흠을 내면 어떡하나,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천하제일의 장군이 어느새 놀람증과 불안증 환자가 되어 잠도 푹 못자고, 제대로 먹지도 못해 쇠약해지기에 이르렀답니다.
그 결과, 호쾌하고 위풍당당하던 장군의 위용은 점점 사라지고,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동네 아저씨로 변해갔답니다.
어느 날 그런 자신의 변한 모습을 거울에 비춰본 장군은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랐고, 그리고 크게 깨달았습니다.
천군만마를 호령하던 사람이 이 무슨 꼴이냐 싶어 그 도자기를 들고, 처음 도자기를 주었던 부자에게 되돌려 주었습니다.
초췌해진 장군을 본 부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자기도 장군과 똑 같은 일을 겪고서 그래도 천하가 알아주는 맹장인 장군만은 도자기를 소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그 도자기를 존경하는 장군에게 주고, 자기는 고통에서 벗어났다고요.
그래서 부자와 장군은 그들을 짓누르던 고통을 없애기 위해 그 도자기를 깨뜨려 없앴다네요.
자, 한번 생각해 봅시다. 우리 모두는 앞서 말한 귀하디 귀한 천하일품의 도자기 하나쯤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습니다.
마음속에 있는 그 도자기가 재물일 수도, 성공일 수도, 권력일 수도, 명예일 수도, 사랑일 수도, 이념일 수도, 종교일 수도 있지요.
사람에 따라 종류는 다르지만, 자기만의 귀중한 도자기를 누구나 적어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어떤 도자기를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도자기가 나에게 기쁨을 주느냐, 고통을 주느냐 하는 겁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우연히 어떤 책에서 읽고 우리 모두는 그야말로“해바라기”라는 가수가 부른 노래 제목처럼, 내 마음의 보석 상자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마음의 보석상자가 무엇인지는 각자의 인생관, 세계관에 따라 다를 겁니다만, 혹시 그 보석상자 때문에 고통 받고 있지는 않는지 되돌아봐야겠습니다.
그 보석상자가 자신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마음의 평화를 깨뜨린다면, 그 보석상자는 버리거나, 부셔야 버려야겠지요. 그런다고 하여 내 마음의 보석 상자를 두고 있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공직자에게 그 보석상자는 무엇일까요? 즉 공직자는 무엇으로 살 것인가 하는 점인데, 제 생각으로는 공직자로서 직업에 대한 자존심, 명예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오늘의 강연에 들어가기 전에 몸을 풀고, 머리를 푼다는 생각에서 가벼운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스타트 라인에 서서, 달리기를 시작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몸도 마음도 가볍습니다. 맨땅 아니, 탄탄대로에서 달리니, 걸릴 것도 없지요.
그런데 직장생활 내내, 탄탄대로를 달릴 것 같습니까?
아닙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비에 젖어 발이 빠지는 길, 소위 진창길을 달리게 될 겁니다.
상사로부터 혼이나 주눅이 들기도 하고, 동료와 비교해서 열등감을 느끼기도 할 거고, 후배는 들이받을 겁니다.
점점 걸리적거리는 것이 많아지지요. 옛날 맨땅에 달릴 때 100미터를 15초에 달렸는데, 20초가 걸리기고 하고, 1분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갈수록 속도가 느려집니다.
직장 내에서 일들만 장애로 다가오겠습니까? 자식이, 마누라가, 부모 형제, 친구가 장애로 다가오기도 할 겁니다.
사람이라는 것을 한자말로 인간이고, 인간은 사람 인(人)자에 사이 간(間)자를 쓰니, 인간이라는 그 보통명사 자체가 관계를 의미한다할 것이니, 관계 장애가 있는 것은 당연지삽니다.
그때쯤이면, 우리에게 다가오는 장애는 아마 무릎까지 물이 차 있는 상태에서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것과 같을 겁니다.
달리기를 해도 앞으로 나아가기 힘듭니다.
옛날 15초에 달리던 길을 10분에 가야 될 겁니다.
또 세월이 흘러 직장 내에서도 지위가 높아져 사무관이 됐다, 서기관이 됐다 이럴 때는 어떻게 됩니까?
아마 물이 목까지 차 있어, 100미터를 가려면 1시간이 걸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걸어가는 것도 귀찮아 질지도 모릅니다. 세월이 흘러 흘러, 계급이 높아지고, 먹고 살만해지면 점점 변화가 싫어집니다.
서 있고 싶습니다. 그런데 물은 점점 더 차서, 입까지 넘치고, 눈까지 넘치고, 머리꼭대기까지 넘칩니다. 그때쯤이면 걸어가자니 걸어갈 수가 없어, 거의 서 있습니다.
그런데 살려면 숨은 쉬어야만 연명하니, 빨대라도 입에 물고 있어야지요?
그런 것을 빨대 공직자라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텔레비전에서 이런 취지의 어떤 여성분의 강연을 들으면서 나야말로 빨대부장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잘 달리려면 가진 것이 적어야 합니다.
명예를 가지고, 부를 가지고, 권력을 가지면, 변화하기를 싫어합니다. 그야말로 빨대인간이 되는 거지요.
● 한 가지 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솔개는 가장 장수하는 조류로 알려져 있답니다.
솔개는 최고 약 70세의 수명을 누릴 수 있는데, 이렇게 되기까지 수명이 약 40세가 되었을 때, 매우 고통스럽고 중요한 결심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솔개가 40세가 되면, 발톱이 노화하여 사냥감을 그다지 효과적으로 잡아챌 수 없게 된다네요.
그때쯤이면, 부리도 길고 구부러져 가슴에 닿을 정도가 되고, 깃털은 짙고 두껍게 자라 날개가 매우 무겁게 되어, 하늘을 날아가기가 나날이 힘들게 되지요.
이 즈음이 되면 솔개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을 뿐이라고 하네요.
그대로 죽을 것인지 아니면, 약 반년에 걸친 매우 고통스러운 갱생의 과정을 수행할 것인지.
갱생의 길을 선택한 솔개는 먼저 산 정상 부근으로 높이 날아올라 그곳에 둥지를 짓고 머물며, 갱생의 위한 몸부림을 시작합니다.
먼저 부리로 바위를 쪼아 부리가 깨지고, 빠지게 만듭니다.
그러면 서서히 새로운 부리가 생기지요. 그런 후 새로운 부리로 발톱을 뽑아내고 새로운 발톱이 돋아나면, 그 발톱으로 몸의 깃털을 하나하나 뽑아냅니다.
이리하여 약 반년이 지나 새 깃털이 돋아난 솔개는 완전히 새로운 변신을 하게 되지요.
그리고 다시 힘차게 하늘로 날아올라 30년의 수명을 더 누리게 된다고 합니다.
어떻습니까? 빨대 공직자가 되지 않으려면 솔개가 두 가지 중의 하나를 선택하듯이, 우리는 고통스러운 변화와 개혁을 선택해야 됩니다.
어떤 공직자이든 간에 내내 명심하고 명심해야 할 사항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항상 일신(日新)하고, 우일신(又日新) 즉 매일 매일 새롭게 하고 또 새롭게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 울릉도와 독도의 생태를 연구하고 있는 경북대학교 추연식 교수라는 분으로부터 들은 이야깁니다.
제가 휴가 때는 이용하여 울릉도를 다녀와 그 교수와 경북대학교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처음으로 간 울릉도에 관심이 가서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울릉도에는 택시운전기사 말로는 향나무가 많아서 뱀이 없고 파리와 모기도 없다고 하던데 그 말이 맞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교수는 그렇지 않다면서 육지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울릉도까지 뱀이 헤엄쳐 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울릉도에는 뱀의 먹이가 될 먹이 사슬이 없어서 살 수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전 울릉도 향나무를 석향(石香)이라고 한다는데, 그건 무슨 까닭인지 물었습니다. 추교수는 이렇게 답하더군요.
울릉도에는 우리나라 육지에는 없고, 일본에 있는 너도밤나무가 많이 있는데, 너도밤나무가 원시림처럼 울창하게 있지 요. 그런데 너도밤나무나 참나무와 향나무는 경쟁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물론 소나무도 참나무와 경쟁할 수 없다고 하데요. 그래서 향나무는 참나무나 너도밤나무를 피해서 그들이 오지 못하는 곳으로 옮겨가다보니, 결국 바위틈이나 바위부근에서 살게 되는데 그 점은 소나무도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이런 것을 생물학적인 용어로 니셰(niche)라고 하는데, 일종의 틈새라고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질경이도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질경이는 탱크에 깔려서도 살수 있어 그래서 우마차가 다니는 길 위에 살곤 한답니다.
그런데 질경이는 다른 풀과 함께 살면 백전백패라고 했습니다. 다른 풀들이 질경이를 덮어서 햇빛을 차단하니 살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사는 방법은 다른 풀들이 도저히 살 수 없는 곳 즉 우마차가 지나다니는 곳에서 살게 된다고 했습니다.
생물은 이렇듯 자기가 살 수 있는 영역을 가지고 있답니다.
경영학에서도 니셰이론 즉 틈새시장, 틈새산업, 블루오션 이런 용어를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깊히 깨달은 바가 있어 그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사람도 마찬가지겠다고 했습니다.
즉 어떤 사람이라도 그가 살아갈 틈새는 있다고 할 것이므로, 생존할 수 있는, 활동할 영역은 모두 다 있다 그런 것으로 봐도 되느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동의를 하더군요.
저는 추교수로부터 들은 니셰이론의 여운이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울릉도 석향으로 통섭(統攝)해 보건대, 사람도 모두 자신이 생존하고, 활동할 수 있는 틈새는 다 가지고 있는지 모릅니다.
인간이 활동하는 모든 영역을 어떤 한 사람이 다 차지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비루하게 보일지라도, 능력이 없어 보일지라도 그 사람이 선 자리는 잘난 사람, 많이 배운 사람이 침범할 수 없는 고유한 영역일 수 있다는 거지요.
따라서 살아있는 모든 사람의 존재, 아니 멸한 사람도 마찬가지일지 모르겠습니다만, 모든 존재에 대한 수긍은 그 존재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라는 생각이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그게 바로 향기로운 석향이 바위틈에서 힘들게 자라, 이제는 울릉도의 명물이 된 까닭이 아닐까요?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비록 너도밤나무나 전나무에 져서 바위틈으로 쫓겨나, 바위틈에 어렵게어렵게 뿌리를 내려 비록 구불구불, 비틀어지고, 뒤틀려 있더라도 그 아름다운 향나무가 뿌리듯 여러분도 여러분의 고유영역, 다른 사람이 따라올 수 없는 전문영역을 개척하여 공직자 생활을 윤택하게 뜻깊게 하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입니다.
공직자의 자세 개관
● 앞서도 말씀드렸다시피, 공직자의 자세란 어떻게 공직자가 직장에서 제대로 근무할 것인가 하는 방법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직장에서 근무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개괄적으로 설명하자면 직장에서 나 자신(我)에 대한 자세는 어떠해야하며, 남(非! 我)에 대한 자세는 어떠해야 하고, 내가 하고 있는 일(事)에 대한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 라는 것 아닐까요?
무엇보다도 먼저 나 자신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은 지신(持身)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요.
즉 몸가짐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겁니다.
그런데 몸가짐은 마음가짐에서 나오니, 몸은 마음의 어릿광대로서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한다고 보아야겠지요.
마음이 떠나면 몸도 제멋대로 놀테니, 마음가짐을 바로 잡는 것이 바로 몸가짐의 첫걸음 일 겁니다. 그 몸가짐의 첫걸음은 명결해야 하며, 청렴해야하고, 자중자애해야 하며, 근면해야 합니다.
● 다음으로 남에 대한 자세는 ?상사에 대한 자세, ?직장동료에 대한 자세, ?부하에 대한 자세, 그리고 ?우리가 접촉하는 민원인에 대한 자세라고 크게 분류할 수 있을 겁니다.
이도 또한 간략히 줄여서 설명하자면, 상사에 대한 자세는 공경(恭敬)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고, 직장동료에 대한 자세는 믿을 신(信)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고, 부하에 대한 자세는 사랑 즉 애(愛)로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며, 민원에 대해서는 겸손(謙遜)또는 친절로서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
즉 경, 신, 애, 겸손이라는 네 글자로 남에 대한 자세를 설명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일에 대한 자세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여기 앉아 계시는 여러분들, 특히 특별사법경찰관들은 아시겠지만, 다른 사람의 생명과 신체, 그리고 재산 등을 다루는 일입니다.
사람 몇 주 다치게 한 교통사고사건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 비일비재한 일이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매일 같이 그런 사건을 처리하는 우리에게 사소한 일이지, 평생 가봐야 그런 일 한번도 겪지 않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런 중요한 일을 어떤 자세로 일해야겠습니까?
먼저 민원인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들을 줄 알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경청(傾聽)을 들 수 있을 것이고, 업무를 처리함에 정성(精誠)을 다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하고 있는 일이란 사람의 생명과 신체, 재산, 자유를 다루는 중요한 일이므로 그 처리는 신중(愼重) 또는 삼가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결론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승복할 수 있도록 공정(公正)해야 할 것입니다.
좀 뜬 구름 잡는 것 같고, 구체적이지 못한 느낌이 듭니다.
자신에 대한 마음의 자세
[明潔]
● 제가 이번에 의정부지검으로 옮겼는데, 제가 전임지인 대구에서 한권씩 사서 읽은 책이 그동안 약100여권 되는 것 같더군요. 의정부지검 사무실로 가져갈 책과 집으로 보낼 책을 분류하고, 책상서랍을 열어서 사물들을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책상서랍안에는 상당히 많은 쓰레기가 있더군요. 그때그때 버렸어도 될 수많은 잡스러운 문서, 그렇지만 외부로 반출되어서는 안 될 문서들을 세단기에 넣어서 잘게 부수고, 쓰레기에 가까운 서류들은 쓰레기통에 매일 매일 넣었습니다.
좀 한심했습니다. 검사생활 25년째, 18번의 인사이동을 당하면서, 제대로 정리를 해가며 근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짜증이 났습니다.
평소에 참으로 게으르고, 여기저기에 아무렇게나 쑤셔 박아두고 근무한 것을 후회했다는 말입니다.
한심한 제 모습을 생각하면서 짐을 치우는데, 문득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대사간을 지낸 이식이라는 분이 쓴 글이 생각났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 문순공 이황이 단양군수로 있다가 떠났을 때 일이다. 아전이 관사를 수리하려고 들어가 방을 보니, 도배한 종이가 맑고도 깨끗하여 새 것 같았다. 요만큼의 얼룩도 묻은 것이 없었다. 아전과 백성들이 크게 기뻐하였다. 짧은 글입니다.
● 그런데 인상적이지 않습니까?
몇 년을 거처했던 방인데, 어제 도배한 것처럼 깨끗했다니요? 어떻게 생활했기에 이랬을까요!
새로 도배한 벽이 1년도 못돼 땟자국에 지저분해지는 우리네야, 어떻게 이런 경지에 들겠습니까?
퇴계 이황선생의 성리학에 대한 심원한 학설보다, 신화처럼 떠도는 이런 저런 이야기보다, 이런 작은 기록을 통해 퇴계 선생의 진면목을 볼 수 있지 않는가요!
결국, 자신에 대한 자세로 무엇보다도 먼저 명결(明潔)해야 함을 이 글로서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自重自愛]
● 다음으로 자중자애(自重自愛)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2년전엔가 서울서부지검에 근무할 때 매일경제신문의 매경춘추 란에 칼럼을 2개월 쓰다보니, 매주 발간되는 매경 이코노미스트를 보게 됐습니다.
상당히 유익한 내용이 많아, 지하철로 출퇴근하면서 읽곤 했습니다.
최근에 그 주간지에 이런 글이 있더군요.
CEO 창업이야기라는 코너에 있는 글인데 동양, 오리온 그룹의 창업주인 고 서남 이양구 회장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 내용 중에 이양구 회장이 기업가로 성공한 뒤에도 종종 회상하곤 했다는 두부사건에 얽힌 이야깁니다.
이양구회장은 1916년 함경남도 함주군에서 출생하여 집안이 너무 가난하여 초등학교만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15살 되던 해, 소년 이양구가 처음으로 사환으로 취업한 곳이 시노자키 라는 일본인이 사장인 함흥물산이라는 식료품 도매상이었답니다.
정식사원이 되기 전,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사장이 소년 이양구를 불렀다고 합니다.
사장에게 가면서 소년은 별별 생각을 다 했다네요.‘아주 중요한 심부름을 시킬 모양이다.’‘중요한 심부름을 시키는 것은 내가 똑똑해 보여서 일거다.’라는 등 등
그러나 사장은 이양구에게 빈 냄비를 건네면서 두부를 사오라고 시켰답니다.
잔뜩 기대를 하고 갔던 이양구를 난감하게 한 것은 두부 집으로 가려면 큰 길을 이용해야 했는데, 마침 그 시간이 등교시간이라 상급학교에 진학한 친구들은 멋드러지게 교복을 입고 학교로 가는데, 자신은 빈 냄비를 들고 초라하게 두부심부름이나 하게 된다는 사실이었지요.
그래서 이양구는 큰길을 이용하여 바로 두부 집으로 가 두부를 사지 않고, 큰길을 이리저리 훔쳐보면서 숨바꼭질 하듯 골목길을 이용하여 두부를 사왔다네요.
이미 식은 두부를 본 사장은 얼굴이 굳어졌답니다. 그리고 이렇게 묻더랍니다.
“두부가게는 걸어서 5분 거리다. 그런데 너는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느냐?”
“뒤, 뒷골목으로 돌아왔습니다.”
“왜?”
“친구들이 등교하는 시간이라 그랬습니다. 큰길로 오면, 오고가는 친구들하고 마주칩니다. 그게 부끄러워서....”
시노자키 사장의 눈길이 돌연 날카로워지면서 이렇게 묻더랍니다.
“잘 생각해봐라, 냄비를 들고 대로로 가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운지, 아니면 냄비를 든 모습을 부끄러워하면서 남들의 시선을 피해 골목길로 숨어 다니는 모습이 더 부끄러운지를”
소년 이양구는 사장의 말을 듣고, 무엇이 부끄러운지 알고는 다시 큰길을 이용하여 두부가게로 갔답니다.
그는 길에서‘바보 같은 이양구! 친구들은 친구들의 길이 있고, 나는 나대로의 길이 있어, 남들 눈 의식하지 않고 나는 내 길을 부지런히 달려야지. 넌 친구들과 이미 다른 길을 택하지 않았느냐 라고 깨달았다는 거지요.
그런 생각을 하니, 당당하게 큰길을 걸을 수 있었고, 다녀왔습니다 라고 큰소리로 이야기 할 수 있었고, 뜨끈뜨끈한 두부 한모를 사장에게 올릴 수 있게 되었답니다.
그러자 사장은 이렇게 충고했다네요.
“수고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자기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자신이 하는 일을 부끄러워하는 사람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두부사건은 소년 이양구에게 쓸데없는 수치심과 자존심을 극복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무슨 일을 하는지는 중요치 않고, 오히려 일을 열심히 하는 자세가 중요하며, 무엇보다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게 했답니다.
인생은 제 각각 간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한 표현으로 아무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남편도 아내도 자식도 부모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도와주는 것 같지만, 잠 못 이루는 밤이나, 새벽잠 깨어 뒤척일 때는 벽 앞에 혼자 앉자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제 각각의 길을 떳떳하게, 용감하게, 자신 있게 걸어 가야하리라 믿습니다. 이런 걸 일러서 자중자애라고 할 겁니다.
● 제가 전임지 서부지검에 근무할 때, 심 모 수사관을 보면 계급은 비록 6급 검찰주사로서 높은 자리에 있다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수년째 전문적인 경지에 이를 정도로 전문적인 학교에서 사서삼경 강좌를 지속적으로 수강하고 있었고, 또 여러 해 째 붓글씨 공부를 하여, 공무원문예대전에 출품해 상을 타기도 했습니다.
남들이 가는 길을 기웃거리지 않고, 사무실에서는 열심히 수사를 해서, 억울한 사람들의 맺힌 마음을 풀어주고, 퇴근해서는 사서삼경을 공부하여 그 경지가 도저함에 이르렀으며, 취미생활로서 서도(書道) 공부를 하고 있는 자세를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그것이 바로 자기를 중히 여기고,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자세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자신을 대하는 자세가 바로 자중자애(自重自愛) 아니겠습니까!
[淸廉]
● 다음으로 청렴(淸廉)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후한서(後漢書)에 이런 이야기가 있지요. 형주자사가 된 양진의 천거로 창읍지역의 원님을 제수 받았던 왕밀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양진에게 금 열 근을 내어 놓으면서‘어두운 밤이라 아무도 모릅니다’라고 했답니다. 그러자 양진이 이렇게 말했다고 하데요.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그대가 아는데 어찌 아무도 모른다고 하오?”이에 왕밀이 부끄러워하며 물러갔다고 하는데, 이걸 사지(四知)라고 한다네요.
청렴과 관련하여 한 가지 고사를 더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중국 춘추시대 송나라 때, 어떤 농부가 밭을 갈다가 진귀한 옥을 주웠답니다. 그래서 그곳을 다스리는 사성이던 자한에게 그 옥을 바치자, 자한이 이를 거절했다네요.
그러자 그 농부는“이것은 우리들이 보배로 여기는 겁니다. 바라옵건대 상공께서 받아 주십시오.”라고 했답니다.
그러자 자한이 이르길,
“그대는 옥을 보배로 삼고, 나는 받지 않는 것을 보배로 삼는다. 만일 내가 이것을 받는다면, 그대와 내가 모두 보배를 잃는 셈이 된다.”
과연 지혜가 높고 사려가 깊은 사람은 그 욕심이 크므로 염리(廉吏)가 되고, 지혜가 짧고 사려가 얕은 사람은 그 욕심이 적으므로 탐리(貪吏)! 가 된다고 하는 옛날 말이 있는데, 그른 것이 없습니다.
● 청렴과 관련하여 한 가지 더 말씀드릴 내용이 있습니다.
중국의 하남은 표고와 선향이 많이 나 유명한 곳이라네요.
그래서 그곳에서 벼슬살이 하는 사람은 매양 그것을 취해서 요로(要路)에 선사를 하였답니다.
그런데 그곳 순무사(巡撫士)로 있던 우숙민공은 그런 것에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순무사로 근무하다가 떠한 후, 이런 시를 남겼답니다.
싸 보내온 표고와 선향은(手巾?菰與線香)
본시 백성들의 자산이나 도리어 재앙이로다(本資民用反爲殃)
맑은 바람에 소매를 나부끼며 서울로 돌아가니(淸風兩袖朝天去)
거리에 짧고 긴 소리 험구가 없으리(免得閭閻話短長)
왜 재앙이라고 했을 것이며, 재앙이라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백성들은 그들의 자산을 빼앗기니 재앙일 터이고, 벼슬아치는 백성들의 자산을 빼앗아 종내는 재앙이 될지 모른다는 것을 은유한 것이라고 봅니다.
성호사설을 쓰신 이익 선생께서는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개구리는 시내나 도랑에서 나는데, 꼭 계단이나 뜰 사이에 숨는다. 닭들이 마구 뒤져 잡히기만 하면 죽는다.
나는 말한다. 왜 수풀 사이에 가만있지 아니하고, 인가 가까이 와서 재앙을 면치 못하는 것일까!
생각건대, 사람 가까운 곳에는 땅이 기름지고, 땅이 기름지면 벌레가 많으니, 개구리는 벌레를 ?아온 것이다.
아! 이로움이 있으면 해가 뒤따른다는 말을 이에 있어 경험할 수 있겠다.
[勤勉]
● 다음으로, 어떤 자세로 자신을 대할 것인가 하는 덕목으로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근면 즉, 부지런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 출근시간이 몇 신가요? 아홉시지요. 아홉시까지 사무실에 나오면 된다는 건가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홉시부터 일하는 시간 아닌가요? 그러자면 적어도 8시 50분까지는 나온다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검찰청 일을 예를 든다면, 같이 검사로 임관되어, 같은 일을 하는데 어떤 사람은 월말 미제가 20건대인데, 어떤 사람은 100건대입니다.
더 어려운 사건을 배당받아서 그런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건을 대하는 마음의 자세에서 비롯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은 근면(勤勉)해야 한다는 겁니다. 부지런해야 한다는 겁니다.
●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 강진 유배시절, 허름한 주막집에서 하숙을 하고 있었지요.
그때 열다섯 살 난 황상(黃裳)이라는 어린이가 다산선생을 찾아 왔다네요.
“공부를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거라”라고 덕담을 했습니다. 그러자 소년 황상이 이렇게 물었답니다.
“하지만 선생님! 저는 머리도 나쁘고, 앞뒤가 꽉 막혔고, 분별력도 모자랍니다. 저 같은 사람도 공부를 할 수 있을까요?”
그러자 다산선생은 잔뜩 주눅이 든 소년에게 기를 북돋아줬습니다.
“그럼 할 수 있고말고. 항상 문제는 자신이 민첩하다고 생각하고, 총명하다고 생각하는데서 생긴단다.
한번만 보면 척척 외우는 아이들은 그 뜻을 깊이 음미할 줄 모르니 금세 잊고 말지.
제목만 주면 글을 지어내는 사람들은 똑똑하다고는 할 수 있지만, 저도 모르게 경박하고 들뜨게 되는 것이 문제다.
한마디만 던져주면, 말귀를 알아듣는 사람들은 곱씹지 않으므로 깊이가 없지. 너처럼 둔한 아이가 꾸준히 노력한다면 얼마나 대단하겠니?
둔한 끝으로 구멍을 뚫기는 힘들어도, 일단 뚫고 나면 웬만해서는 막히지 않는 큰 구멍이 뚫을 수 있는 게다.
꼭 막혔다가 뻥 뚫리면, 아무런 거칠 것이 없겠지. 미욱한 것을 닦고 또 닦으면, 마침내 그 광채가 눈부시게 될 것이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되겠니? 첫째도 부지런함이요. 둘째도 부지런함이며, 셋째도 부지런함이 있을 뿐이다. 너는 평생 부지런함 이란 글자를 결코 잊지 않도록 해라. 어떻게 하면, 부지런할 수 있을까?
네 마음을 다 잡아서 달아나지 않도록 꼭 붙들어 매야지.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
스승의 이 말씀을 들은 소년은 그로부터 61년이 지난 76세의 나이가 되도록 스승이 남겨주신 그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뼈에 새겨, 자나 깨나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삶을 살았노라고 임술기(壬戌記)라는 글에서 눈물겹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삼가 함]
● 안정복 선생의 순암정요라는 책에 이런 내용이 있답니다.
벼슬살이를 함에 있어 석자의 오묘한 비결이 있으니 첫째는 맑음(淸)이요 둘째는 삼가함(愼)이며 셋째는 부지런함(勤)이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맑음과 부지런함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되니 삼가함에 대해서 설명해 보도록 하지요.
● 삼가 함이란 두려워함(畏)의 다른 말이 아닐까요?
의를 두려워하고, 법을 두려워하고, 상관을 두려워하고, 백성을 두려워하여 마음에 언제나 두려움을 간직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혹시라도 방자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고, 따라서 가히 허물을 적게 할 수 있을 것 아니겠습니까!
● 삼가지 못했던 것, 두려워하지 못했던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얼마 전에 0000 사건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이하 사례 부분은 저자의 동의를 구하여 생략함--
공직자가 된 이상, 앞으로 여러분들은 국민들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업무를 처리하다보면, 그로 인해 손해를 보는 사람이 발생하여 여러분들을 펨훼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할 겁니다.
그런데 꼭 명심해야 조심해야 할 것은 조심성 없이 함부로 말해서 당사자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일은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0000 사건을 타산지석 또는 반면교사로 삼자는 겁니다.
● 자, 어떻습니까?
서울시청에서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여러분, 두 번 세 번 거듭 말씀드리지만, 우리가 일을 처리하는 업무의 저 깊은 그 밑바닥에는 앞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의를 두려워하고, 법을 두려워하며, 상관을 두려워하고, 국민을 두려워하는 그야말로 삼가하고, 또 삼가하는 것을 두텁게 깔고 처리할 때에만, 적정한 결정이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상사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 상사는 직장생활을 하는데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분들의 평가 하나하나가 앞으로 공직자로 생활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제 경우를 예를 들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검사로 출발한 사람들은 처음 만난 부장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업무처리를 하는 방식이나, 노는 스타일까지도 많이 닮게 됩니다.
검사로 임관되어 제가 처음으로 모신 부장님이 바로 아주 탁월한 부장님이셨습니다. 그분은 여러분도 언론을 통해서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 그런데 솔직한 표현으로, 그렇게 탁월한 부장을 만난 후, 그 다음에는 몇 분의 상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상사들은 저에게 깊은 영향력이나, 감명을 주지 못했습니다.
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상사를 만났다가 그 뒤로는 탁월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만난 그 탁월했던 부장님 때문에 저에게 평범하게 비친 상사 분들.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분들을 시큰둥하게 봤기 때문에 오히려 저는 발전이 더뎌졌습니다. 너무 젊어 너무 잘난 분을 만나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여담으로 한 말씀드리자면, 그래서 옛말에 사내의 비극은 네 가지가 있다고 하던데, 빈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어려서 고아가 된 것(少年孤兒), 젊어 과거 급제하는 것(靑年登科), 장년에 상처하는 것(壯年喪妻), 노년에 돈 없는 것(老年無錢).
네가지 비극중 젊어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 왜 비극이겠습니까? 그건 바로 일찍 과거에 급제하다보니 겸손하지 못하고, 안하무인이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에도 처음 만난 그 부장님이후로 만난 수많은 상사들도 지금 생각하면, 다 한칼씩 하는 분이었는데, 그 당시는 좀 빛이 바래 보였습니다.
제가 왜 이 말씀을 드리느냐 하면,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여러 부류의 상사를 만나게 됩니다.
● 그러나 어떤 상사도 모두 스승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이인로의 파한집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천지는 만물에 있어 좋은 것만 다 가질 수는 없게 하였다. 때문에 뿔 있는 놈은 이빨이 없고, 날개가 있으면 다리가 두 개뿐이다. 이름난 꽃은 열매가 없고, 채색구름은 쉬 흩어진다. 사람에 이르러서도 또한 그러하다. 기특한 재주와 빼어난 기예로 뛰어나게 되면, 공명이 떠나가 함께하지 않는 이치가 그러하다.
이치가 그러한데, 어찌 상사에 대한 공경함에 차별이 있겠습니까. 전에 모셨던 상사와 비교하여 현재 모시고 있는 상사를 품평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모시는 상사를 험담하는 것은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동료와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 동료는 가족입니다. 가족과는 친(親)해야 하며, 서로 믿음(信)을 가져야 합니다. 동료 중에는 마뜩찮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또 탁월한 사람도 있을 겁니다.
탁월한 동료를 본보기로 삼아 실력을 배양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며, 마뜩찮은 동료를 통해서는 어떤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인지를 배워야 할 것입니다.
● 동료를 판단함에 있어 외양으로 판단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말을 살핌은 비쩍 마른데서 놓치게 되고, 선비를 알아봄은 가난에서 실수가 생긴다(相馬失之瘦, 相士失之貧)고 했습니다.
삼국사기 온달전에 나오는 이야기랍니다.
온달이 처음 말을 살 때, 평강공주가“삼가, 시장사람의 말은 사지 마시고, 나라 말로 병들어 비쩍 말라 쫓겨 난 말을 고른 뒤에, 이것을 사십시오.”
이게 무슨 말일까요?
겉보기에 번지르르한 말은 시장사람의 말입니다. 병들어 비쩍 말라 뼈가 다 드러난 말은 나라의 마굿간에 있다가 병들어 쫓겨난 말입니다.
하지만 혈통이 다릅니다. 시장사람의 말은 기껏해야 마차 끄는 데나 쓸 수 있지만, 전장에 나가 싸우는 장수의 말은 될 수가 없습니다.
세상에 천리마가 없었던 적은 없지요. 다만 백락이 없었을 뿐이지요.
마찬가지로, 꾀죄죄한 형색 때문에 눈길 한번 받지 못하는 가난한 선비 속에 숨은 그릇이 있을 수 있으니, 동료를 사귐에 있어 그 외양에 천착하면, 분명 큰 실수를 한다는 뜻이겠지요. 일본의 격언처럼, 후지산 위에 구름이 있습니다.
● 앞으로 근무하시면 아시겠지만, 동료 중에 단점만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장단점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성호 이익 선생의 관물편이라는 글에는 이런 내용이 있는데, 동료로서, 단점만 가진 사람은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해 봅니다.
감나무를 심었다. 열매가 많은 것은 알이 작았고, 열매가 드문 것은 알이 굵었다.
나중에 잘 자라 그늘이 지기에, 하나를 베어버리려 하니, 알이 작은 것은 싫지만 많은 것이 아깝고, 열매가 드문 것은 미워도 그 알이 굵은 것은 아까웠다. 내가 말했다.
“둘 다 그대로 두어라. 비록 단점이 있더라도 장점을 취할 뿐이다.”
부하직원과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 여러분에게 부하직원이 있을 겁니다. 부하직원은 하루 중 어쩌면 가족보다 더 오래 마주하고 사는 사이지요. 그러기에 관대하게 대하고, 허물을 감쌀 줄 알아야 합니다.
어여삐 여겨야 합니다.
그뿐 아니라, 믿어야 합니다. 옛날에 검사가 피의자를 석방하겠다고 석방품신을 올리면 삐딱하게 보는 상사도 있었습니다.
누구 부탁받고 풀어주는 것 아닌가 의심하는 상사들이 있었지요. 정말 속상하지요. 요즘은 그런 상사가 다 없어졌습니다.
또 옛날에, 어떤 검사는 모든 기록을 자기 캐비넷에 넣어두고, 조사를 해야 할 사건기록을 수사관에게 넘겨 조사케 하고, 조사 후에는 그 기록을 되돌려 받아 자기 캐비넷에 넣어두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 검사실에 무슨 효율성이 있을 것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부하직원의 실수를 응징하기에 급급한 사람에게는 사람이 따르지 않습니다. 물이 너무 맑아도 고기가 살지 않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당송 팔대가의 한사람이고, 서예, 문장, 그림, 시 뿐 아니라 요리사로서도 명성이 드높은 송나라 때 소동파 선생께서 22세에 과거시험을 보러가서 쓴 답안지에 이런 내용이 있다고 합니다.
“인자함은 지나쳐도 군자로서 문제가 없지만, 정의로움이 지나치면 그것이 발전하여 잔인한 사람이 된다. 그러므로 인자함은 지나쳐도 되지만 정의로움이 지나쳐서는 안된다”
이것은 부하직원에게만 해당되는 소리가 아니고, 대민관계에서도 충분히 설득력 있는 소리입니다.
●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으므로, 실수에 대해서는 될 수 있으면 관대해야 합니다.
제가 오래전인 1995년도에 부산고등에 근무할 때, 선배 되는 분들과 광안리 해수욕장 인근에 단란주점을 간혹 가곤했습니다.
그런데 그 집 상호가 반반이었어요. 처음에는 무슨 술집 상호를 반반으로 정했을까 궁금했는데, 그 궁금증은 그 단란 주점 벽에 걸린 족자 한 폭에서 풀렸습니다.
족자의 내용은 우현지반반(愚賢之半半)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술집 이름은 그 서예작품의 반반에서 따온 듯 싶었습니다.
저는 그 가게에 갈 때마다, 그 뜻을 음미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곤 했습니다.
상당한 정도 감흥이 있어 아직도 잊지 않고 있는데, 아무래도 그 뜻은 어리석음과 현명함이 반반이어야 한다는 뜻으로 새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사 모두 꿰뚫는 사람인 것처럼, 칼끝처럼 잘난 체 해서야, 부하들이 편하겠습니까?
어리숙한 점도 보여야, 부하들이 쉬어가지 않겠습니까!
이런 이야기를 해도 잘 난 체 하는 사람은 자기가 잘난 체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기 십상입니다.
● 관대해야 함에 대해 말씀 드렸는데, 부하를 대함에 있어서 금기사항은 막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쉽게 화를 내는 것도 절대 금물입니다.
그래서 옛사람은 조급히 성내는 병통이 있는 사람은 마땅히 마음속에 맹세하여 노즉수(怒則囚, 성나거든 가두어라) 석자를 폐간에 새겨 두어야 한다고 했겠지요.
윗사람 되는 자로서 그 한번 움직이고, 한번 정지하며, 한마디 말하고, 한번 침묵하는 것을 아랫사람이 모두 살피어 의심쩍게 탐색하는 법입니다.
그 결과, 방안에서 있었던 일이, 문으로 새나가고, 문에서 시내로, 시내에서 사방으로 새나가서 온 나라에 다 퍼지게 됩니다.
그래서 윗사람이 된다는 것은 몸이 곧 화살의 표적이 된다는 것이므로, 한마디 말과 한 가지 행동도 삼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칭찬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 옛 고사 한 가지를 더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정승 남지는 정승 남재의 손자였는데. 음직으로 감찰이 되었지요. 퇴근하면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일한 것을 물었답니다. 하루는 돌아와 이렇게 여쭈었다고 하네요.
“하급관리가 창고에 들어가더니 몰래 비단을 품에 넣고 나왔습니다. 도로 창고에 들어가게 했는데 이같이 하기를 세 번을 했더니 관리가 그 뜻을 알아차리고, 비단을 두고 나왔습니다.”
할아버지가 말했습니다.
“네가 어린 나이에 벼슬을 하므로 매번 물어 잘하는지 못하는지 알아보려 했던 것이다. 이제부터는 내가 묻지 않아도 되겠다.”
이 고사는 무엇을 말합니까! 아랫사람의 잘못을 보고도 그 자리에서 야단치지 않고,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았다는 것 아닙니까? 불같이 노여워한다면 불평과 불만을 사서 앞에서만 굽실대는 면종복배를 불러오지만, 침묵의 일깨움은 두려움과 공경심으로 아랫사람이 마음으로 복종하게 합니다.
민원인에 대한 자세
● 앞에서, 공직자로서 민원인에 대한 자세는 무엇보다도 겸손 또는 친절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럼, 먼저 겸손의 기본정신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씀을 드려볼까 합니다.
저는 겸손의 기본정신은 바로 첫째 주인정신이고, 둘째 일기일회의 정신이고, 셋째 베품의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主人精神]
● 먼저 주인정신에 대해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중국불교 선종사에 우뚝 솟은 임제의현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임제종의 개조이신데, 한국 조계종도 임제종의 법맥을 이은 것입니다.
그 분의 상당 법문 중에 이런 법문이 있습니다.
구도자 여러분! 어느 장소에서든 주체적일 수 있다면, 서 있는 곳이 모두 참된 곳이다.(隨處作主 立處皆眞)
이렇게 되면 어떠한 경계에서도 잘못 이끌리지 않을 것이다. 또 종래의 나쁜 습기와 무간지옥에 떨어지는 카르마(業)가 있더라도 삶은 자연히 해탈의 큰 바다로 변한다.
이 법문을 보고 제가 생각한 것은 수처작주에 입처개진이라는 그 말입니다.
어느 자리에서든지 주인이 되려고 한다면, 서있는 곳이 어디든지 모두 진실 되다. 는 것입니다.
즉 간명하게 “어디서고, 주인이 되라”는 겁니다.
● 겸손의 기본정신은 바로“수처작주 입처개진”입니다. 어디에서든지 주인이 되려고 하는 정신, 그게 바로 겸손의 기본정신입니다.
서울시청의 주인이 누구입니까?
시장님이나 부시장님, 국장님, 과장님입니까? 물론 그분들도 주인이지요. 그러면 여러분은 객입니까? 손님입니까? 아닙니다. 여러분, 역시 주인입니다.
겸손의 기본정신은 바로 주인정신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서울시청에서 근무하면서 부딪치게 될, 시청에 찾아오는 수많은 민원인, 그들은 손님입니다. 평범한 이야기지만 주인은 손님을 잘 대접해야지요. 옛 명문양반집안에서 중요한 일 두 가지가 있는데 그건 바로 봉제사 접빈객이라는 것으로 제사를 잘 모시고, 손님을 접대해야 한다 것에서도 명백해 진다고 하겠습니다.
[一機一會의 精神]
● 다음으로 겸손의 정신은 일기일회의 정신입니다.
부모와 자식, 부부간, 친지, 친구간의 만남과 같이 지속적인 만남이 있는가 하면, 오늘 만났다가 다시는 만나지 못할 단 1회의 만남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수많은 만남이 모두 아무래도 필연 같고, 섭리 같은 생각이 듭니다.
불교적인 용어로 하면 인연이라고 해도 될 겁니다. 우리는 수많은 섭리 또는 인연의 실타래가 뭉쳐서 삶을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래 묵힌 만남이든, 스쳐지나가는 짧은 만남이든 사람에게는 그 만남에 최선을 다해야 할, 성의를 다해야 할, 책무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일본다도의 비조(鼻祖)라고 할 센리큐가 주장하는 일기일회의 정신이고, 일기일회의 정신이야 말로 겸손의 기본이 되는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 여러분 중에서도 많이 읽었을 겁니다만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대기를 그린 대망(大望)이라는 소설 아시죠?
그 소설 속에서 일본 다도의 비조라고 할 센 리큐는 다도 정신을 한마디로 일기일회(“一期一會”) 로 정리했습니다.
일기일회를 소박하게 해석하면“나의 삶 가운데, 이 사람과 만남은 오늘 이 자리에서 딱 한번이다.”라는 뜻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함께 차를 마시고 앉아 있는 저 사람은 이 차를 마시고 헤어진 뒤에 다시 만날 기약이 없으므로, 오늘 이 만남을 마지막 만남, 오직 유일한 만남으로 소중하게 여겨, 성심을 다하라는 뜻일 겁니다. 한번 만났던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지만, 그 사람 역시 전에 한번 만났던 그 사람이 아닙니다.
● 일본 전국시대에는 오늘 살아서 함께 차를 마시던 사람이 헤어진 뒤에는 어느 전쟁터에서, 어느 사무라이의 칼에 세상을 하직할지 모릅니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일기일회를 사람의 만남은 항상 최후인양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라고 저는 해석하고 있습니다.
● 여러분 앞에 선 저 민원인, 정말 두 번 다시 이 삶이 끝나는 날까지 다시 만날 길이 없는지 모릅니다.
옷깃만 스쳐도 큰 인연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켜켜히 쌓인 숙세의 인연법으로 만났으니, 정말 옷깃 스치는 그 만남,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지요.
[베품의 정신]
● 다음으로 겸손과 친절의 정신은 베품의 정신입니다.
불교에서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을 남에게 나누는 것을 보시라고 하는데 이걸 바로 베품이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반야 등 육바라밀 중의 하나입니다. 지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베품을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할 일입니다.
베품에는 속된 표현으로 부처님 불전 앞에 시주를 많이 하고, 탑을 세우고, 절을 짓는데 돈을 많이 내놓는, 재물로 베푸는 것도 있고, 진리를 나누는 베품도 있습니다.
그리고 재물이 아닌 정신을 나누는 평안의 베품도 있습니다.
평안의 보시에는 무재칠시라는 일곱 가지 베품이 있는데, 무재칠시는 신시(身施), 심시(心施), 안시(眼施), 화안시(華顔施), 방시(房施), 좌시(座施), 언시(言施)가 있습니다.
● 어떻습니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무재칠시는 모두 겸손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즉 여러분이 겸손하게 남을 대한다는 것은 결국 베푸는 것이지요.
우리는 돈을 많이 가지고 있은 것도 아니어서 크게 재물로 베풀 수도 없고, 인생에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은 아니므로 진리를 나누어 줄 수도 없습니다.
그런다고 지혜로 들어가는 관건인 베품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가장 쉽게 베푸는 평안의 보시, 무재칠시를 하는 겁니다.
그것도 가장 쉬운 것은 화안시이고, 언시이고, 안시일테니 가진 것 별로 없는 우리가 해 볼 수 있는, 쉬운 것부터 민원인을 상대로 해 봅시다. 가장 쉬운 것이 어려운 것이라고 했습니다만 그래도 그것부터 출발해보죠.
[친절, 또는 겸손의 의미]
● 그러면 민원인에게 하는 친절이란 무엇입니까?
친할 親자는 설 립(立)+나무 목(木)+볼 견(見)이 합쳐진 것으로 일을 하러 갔던지, 볼일을 보러갔던지, 집 나간 사람이 언제쯤 돌아오나, 나무위에 올라서서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기다린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석하니까, 친(親)자는‘가족이라는 뜻’입니다.
● 절(切)자는‘자를 절자’로 읽지 않고, 정성스러울 切자로 보아야 합니다. 저는 절차탁마와 관계있다고 생각합니다.
절차탁마는 시경(詩經) 기욱 편에“아름다운 우리 님이시여, 깍은 듯하시고, 다듬은 듯 하시고, 쪼은 듯하시고, 간 듯 하시네”(有匪君子, 如切如嗟, 如琢如磨)라는 구절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결국, 친절은 수양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광채 나는 구슬을 만들기 위해 자르고, 깍고, 쪼고, 갈 듯이 정성을 다하되, 가족을 대하듯 그렇게 정성을 다하라는 뜻 아닐까요?
[민원인은 왜 중요한가]
● 그러면 우리에게 고객 즉, 민원인은 왜 중요합니까?
제가 읽은 책 중에 홍하상이라는 저자가 쓴‘오사카 상인들’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 책 중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더군요.
● 일본의 옛 수도 교토에는‘오하라메’라는 유명한 콩떡이 있답니다.
그 떡은 찹쌀에 검은 콩을 꾹꾹 눌러 박은, 볼품없는 싸구려 떡이라는데, 교토의 명물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이 떡에 얽힌 사연을 이야기하면서 고객관리가 왜 필요한지를 설명 드리겠습니다.
● 교토인근에 오하라(大原) 라는 작은 마을이 있는데, 척박한 땅이다 보니 찢어지게 가난한 마을로서 먹고 살 길이 없는 곳이라네요.
그들은 호구지책으로 산에서 나무를 해다가, 장작으로 만들어 교토에 팔았는데, 오하라 마을의 여자들은 생계를 위해 산에 가서 나무를 잘라 한단의 나무를 만들어 머리에 이고, 교토로 팔러나가는 것이지요.
지금은 자동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옛날에는 대여섯 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이므로 아침에 죽 한 그릇 떠먹고, 출발하여 오전 내내 걸어서 교토에 도착해 나무를 팝니다.
나무 값이야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몇 천원에 불과했지만, 그나마 나무 한단이라도 팔아 그 돈을 마련해서 보리를 사면 다행이었겠지요.
나무 단을 팔고 다시 마을로 돌아가려면, 오후 내내 또 걸어야 합니다.
집에는 어린 자식들이 어머니가 돌아오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지요.
왜냐하면 어머니가 보리를 사와야만 그날 저녁을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그런 사정을 아는 어머니는 서둘러 집으로 가는데, 아침에 죽 한 그릇 먹고 점심은 건너뛰고, 그 머나먼 집으로 돌아가려면 정말 발걸음은 천근만근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돌아가는 길목, 교토 데마치 거리에 떡집이 있었습니다. 그 앞을 지나가는 오하라 여자는 어떻겠습니까?
힘은 없지, 배는 고프지, 정말 괴로웠겠지요!
눈앞에 자식들이 어른거리지만 떡이라도 한개 사먹지 않으면 기진맥진해서 도저히 집까지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콩떡 한 개를 사먹는 답니다.
그런데 오하라 여자의 몰골이 어땠을까요. 옷차림은 거지나 진배없고, 장작을 머리에 이고 교토까지 오느라, 땀을 뻘뻘 흘려 땀 냄새가 풀풀 나므로, 떡집주인으로서는 떡을 팔고 싶지 않아 처음에는 떡을 팔지 않았다고 합니다.
● 그런데 그 여자들이 오하라마을의 나뭇단 장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들의 사연을 알게 되었고, 그들이 콩떡을 사먹기 위해서 내미는 동전 한 푼이 그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되었지요.
떡집 주인은 그들의 한 닢 동전이 얼마나 소중하고, 천금보다 더 힘들게 번 돈이며, 그들의 노고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게 되었던 거지요.
그래서 떡집주인은 오하라 여자들이 먹는 콩떡은 좀 더 크고, 실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비록 한 개의 떡을 사먹은 볼품없는 고객이지만, 자신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고객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거지요.
이런 사연으로“오하라메”라는 콩떡이 유명하게 되었답니다.
● 이 사례가 주는 교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하찮고, 볼품없고, 무시해도 좋을 만큼 액수의 돈을 내미는 손님이라도 소홀히 하지 마라, 그들을 소홀히 대하면 언제가 손님의 발길이 끊어지고, 결국 상점은 문을 닫고 만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 이제, 여러분 한사람 한사람은 서울시청이라는 상점에서 고객이라고 할 민원인을 맞이하는 얼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앞으로 여러분을 찾아오는 수많은 민원인 즉 여러분의 고객이 하찮아 보이고, 배우지 못해 무식하다고, 소홀히 대하지 마십시오. 손님 안 오면 상점 망하지요.
저도 검찰청에 근무하지만, 볼일이 있거나 동료검사를 만나기 위해 제가 근무하지 않는 검찰청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청사 입구에서부터 방호원이 거드름을 피우면서 불친절한 청도 있었습니다. 완장 찼다고 폼 잡는 거겠지요!
그런데 방호원이 웃으면서 친절하게 맞이하는 청을 들어가면 벌써 기분부터 달라집니다.
그래서 톰 피터스는 이렇게 말했는지 모릅니다.
즉 충성심을 잊어버려라.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잊어버려라. 그러나 고객에 대한 충성심, 휴먼네트워크에 대한 충성심은 강화라라고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모든 업무를 기업화 하라. 피고용자는 없다. 직원 모두를 1인 기업사업가로 만들라고 했을 겁니다.
[겸손하고 친절해야 하는 까닭]
● 미국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커다란 몽둥이를 가지고 있을수록 부드럽게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이 보기에는 여러분이 커다란 몽둥이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특별사법경찰관인 여러분이 식품관련업소, 약국이나 병원 등에 대해 가지는 권한은 커다란 뭉둥이를 들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그런데 뭉둥이를 함부로 휘두르지 마십시오. 칼이 갑 속에 들어 있을 때 훨씬 무섭습니다.
앞서 말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말을 생각해보면 몽둥이 휘두르는 것에 의존했던 오만한 조지 부시보다 훨씬 훌륭한 리더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생각지 않으십니까.
앞으로도 미국이 계속 몽둥이만 흔들 줄 아는 주먹국가로 진화의 방향을 잡는다면, 그동안 다이내믹한 대중문화와 민주주의, 인권과 열린사회를 지향하는 개방성 등으로 대변되어 온 가치를 상실함으로써 2차 대전 이래 누려왔던 영향력과 지도력을 잃게 될 겁니다.
● 그렇다면 결론을 내 봅시다. 공직자는 왜 겸손해야하고, 왜 친절해야 합니까?
특별사법경찰관이든, 저 같은 검사든 간에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가장 유효한 수단이 겸손과 친절이며, 또한 고객 감동의 시대를 맞아 우리의 고객에게 최선의 법률적 서비스를 하기 위해 겸손하고 친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한사람 한사람이 이 상점의 주인이다. 라는 생각에서 찾아오는 고객을 진정성을 가지고 친절하게 맞이할 때, 여러분의 조직은 국민과 유리된 조직이 아니라 국민의 서울시청이 될 겁니다.
고객감동의 시대, 고객감동의 시대라고 하는데, 그거 별거 아닙니다.
거창하게 경영마인드 운운하면서 상식적인 이야기를 이론화하려고 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우리의 고객에게 만족을 주기 위해, 친절하고 겸손해야 합니다.
요즘은 제가 일하는 검찰청에서 제대로 조사하지 않아서 진실을 발견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인 경우보다는 검찰청에서 조사를 하는데 인격적으로 모독을 줬다고 검찰청에 원한을 가진 사람이 많습니다.
검찰청에서 진실을 못 밝혀내면 사악한 고소인이 책동을 부리는 바람에 자신이 억울하게 되었다. 또는 사악한 피의자가 능수능란하게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진실을 못 밝혀냈다고 상대 고소인이나 피의자를 탓하지, 검사나 검찰청 직원을 일차적으로 탓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불친절하고 인격적으로 모독을 가한 것에 대해서는 절대 잊지 않습니다. 속으로 나쁜 놈들이라고 헙니다.
재산권이나 자유권을 침해당하는 것은 그래도 참을 수 있지만, 인격권이나 평등권을 침해당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하는 세상이 됐습니다.
여러분도 특별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하다보면 제가 오늘 말씀 드리는 것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겁니다.
[민원인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 공직자인 우리에게 오는 민원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제가 검사생활 25년을 하면서, 최 일선에서 수사업무에 주로 일하다보니, 검찰청에 조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을 상대로 직접 조사를 많이 해 봤습니다.
그런데 간혹 입에서 감 냄새를 풍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즉 낮술을 먹고 검찰청에 조사를 받으러 오는 것이지요.
제가 젊고, 경험 없을 때는 검찰청에 조사를 받으러 오면서 왜 낮술을 먹고 오느냐고 막 나무랐습니다.
● 그런데 과연 검찰청 알기를 우습게 알아서 낮술을 먹고 올까요?
아닐 겁니다. 보통사람은 검찰청에서 나오라고 하면,“죄 지은 것도 없는데, 왜 나오라고 할까? 옛날에 저지른 못된 짓을 검사가 알고 나오라고 하는 것은 아닐까?“
오만가지 생각을 다할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밤새 잠을 못 잤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도 배짱 좋은 사람은 무슨 일이냐고 물을텐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검찰청에 왜 나오라고 하느냐고 배짱 좋게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훨씬 적습니다.
물어볼 용기가 없는 사람은 끙끙 앓다가 검찰청 직원과 친척인 사람에게 이리 연결하고, 저리 연결해서 속칭 줄을 대서 그 사람을 통해서 왜 부르는지를 물어보게 됩니다.
내용을 소상하게 이야기해주면, 그제서야 안심을 하고 출석을 하겠지요!
그런데 그런 내용도 모르는 상황에서 출석하라고 하면, 검찰청이라는 곳이 겁이 나서 맨 정신으로 출석을 못합니다.
그래서 강심제의 하나로 낮술을 먹고 오게 됩니다.
제 생각이 과장된 것일까요?
물론 요즘 출석해서 당당하게 따지고, 덤벼드는 사람 참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은 겁이 나서 오히려 허장성세로 자신이 약한 것을 감추기 위해서, 당당한 사람인 것처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허장성세로 폼 잡으면서 큰소리치는 사람들, 앞으로 눈을 정면으로 봐 보십시오. 제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겁니다.
아무리 검찰청의 힘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검찰청이라는 조직은 두려움을 주는 조직입니다.
그런데 그런 무시무시한 기관에 왔는데, 인상 좋은 아저씨 아리따운 여직원이 상냥하고 친절하게 대해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들의 긴장은 봄 눈 녹듯이 스러질 겁니다.
눈 부라리는 기관의 직원인 줄 알았더니 따뜻하고 친절하게 대할 때, 그 감동은 더욱 큽니다.
● 아무리 하찮고 무식한 사람이라도 집에 돌아가면 그 집안의 가장이고, 그 집안의 고명딸이고, 귀한 장손이며, 그 집안의 귀한 자식입니다. 우리가 함부로 대해도 되는, 그런 사람 아니라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매일 마주치는 한사람, 한사람은 하늘이 반드시 쓸 곳이 있어서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이태백은 장진주라는 시에서‘天生我材必有用’이라고 읊었습니다.
하늘이 필히 내가 쓸 곳이 있어서 낳았을 것이다. 라는 것이지요.
●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오래전에 이야기입니다만, 제가 지방의 어느 검찰청에 근무하고 있는데, 저와 절친하게 지내는, 다른 지역에 근무하는 어느 검사가 전화를 했습니다.
울먹이는 목소리로‘강검사, 나랑 좀 만나자’고 했습니다.
나는 깜짝 놀랐지요. 웬일이냐고 했습니다.
그리고 약속 장소로 황급히 나갔더니, 바로 밑에 동생이 목을 매 자살했다는 겁니다.
그 동생은 다리를 심하게 절고 있는 장애아였는데, 항상 집안에 박혀 혼자서 빙빙 돌다보니 어려서부터 우울하고 내성적이었는데, 인생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창틀에 목을 매 자살했다는 겁니다.
그 검사는 자신이 검사이지만, 막상 동생이 변사체로 발견되니 어떻게 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고 하면서, 저에게 일처리를 좀 해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바로 관할 경찰서 수사과장과 통화하여 내막을 이야기하고 바로 변사체 지휘를 해 줄 테니, 그 검사의 집으로 경찰관을 보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경찰관이 의사를 대동하고 와서, 집에서 사체의 상태를 전부 살펴보고,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렸기에 그 자리에서 제가 사체는 유족에게 인도하라고 지휘를 해 주었습니다.
●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기자들이 검사 동생이 자살했다고 하니, 무슨 의혹이나 있는 듯 우르르 그 검사의 집으로 왔데요.
그래서 제가 기자들에게 전부 설명을 해주고, 기자들에게 쐬주를 한잔씩 먹여서 돌려보냈습니다.
다음으로, 부모와 함께 살면서 부모 집에서 목을 매 죽은 자식, 정말 불효자식 아닙니까? 부모님께서 내일 새벽에 일찍 화장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데요.
내일 화장을 하여 장례를 치르려면, 사체에 대해 염을 해야 하는데 장의사들에게 연락을 해도 통 연락이 안 되고, 연락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바쁜 일이 있어 그렇게 급하게는 안 된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궁리 끝에, 천주교 성당에 속해있는 염하는 사람을 부르면 된다고 누군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그 사람을 찾으려고 하니, 얼마나 어렵습니까!
그런데 다행히도 당시 저는 공안검사로서 운동권 신부들을 좀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신부들을 통해서 염하는 사람에게 신속히 연락하여 무사히 염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 그리고는 아침 일찍 7시쯤에 화장을 하려고 했지만, 화장장은 9시부터 시작하므로 또 곤란에 봉착하게 된 것입니다.
그 문제도 화장장을 관리하는 행정기관의 아는 직원을 통해서 예외적으로 일찍 문을 열게 해서 화장을 하고 장례식을 마쳤습니다.
● 시체를 염하는 사람, 어떻습니까?
험하고 궂은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검찰청에 고객으로 온다면 고객 중에 정말로 하찮은 사람이지요.
또 화장장에서 사체를 화장하는 사람, 어떻습니까?
여러분 그들을 좋은 직업이라고 합니까? 그들이 많이 배운 사람이겠습니까?
정말로 무식하고, 하찮은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시기에 꼭 필요한 사람이며, 있어야 할 사람들입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이 마주치는 그런 민원인들이 없어도 되는 사람이 아니고, 꼭 필요한 사람이며, 꼭 있어야 할 사람들입니다.
없어져도 될 하찮은 사람, 이 세상에 하나도 없습니다.
여러분을 찾아오는 고객들 모두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많이 배우고, 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만이 꼭 있어야 할 사람이 아닙니다.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쓰레기를 치우는 사람을’,‘분뇨차를 운전하는 사람을!’
그들은 여러분 못지않게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없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모두 많이 배우고 잘났다고 검찰청이나 경찰서, 법원에 근무하고 서울시청에 근무하거나 좋은 회사에 근무해야 한다면 누가 쓰레기를 치우고, 분뇨차를 운전합니까?
● 파레토의 법칙이라고 들어봤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조직이든지, 20퍼센트의 조직원이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 80퍼센트는 잔머리 굴리거나, 눈치봐가면서 노는 조직원이 이라는 겁니다. 그러면 80퍼센트의 일하지 않고 눈치봐가면서 노는 조직원은 불필요한 조직원이므로 그 조직원을 없애면 어떨까요?
그러면 남은 20퍼센트의 조직원 중에서 또 80퍼센트는 놀고 나머지 20퍼센트는 일하는 조직원이 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80퍼센트의 일하지 않고, 놀고 있는 조직원이 불필요한 조직원일까? 그렇지 않습니다. 20퍼센트의 열심히 일하는 조직원은 결국 80퍼센트의 일을 대충대충 하고, 노는 직원들 덕분에 열심히 일하게 됩니다.
80퍼센트를 무시해서는 20퍼센트가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즉 세상에 가벼운 사람, 무시해도 되는 사람은 없다는 결론이 됩니다.
[겸손하고 친절해지는 방법]
● 그러면 민원인에게 어떻게 하면 겸손해 질 까요?
제가 근무하던 서부지검 세면장에서 본 시입니다.
송수권이라는 시인의 시라는 제목입니다. 읽어보겠습니다.
물은 바위를 뚫지만
바위는 물을 뚫지 못한다.
태풍은 나무를 꺽지만
뿌리를 만질 순 없다.
오늘 아침 부드럽게 쌓인 눈 위에
삼나무가 넘어져 있다.
영혼을 울리는 건 작은 힘
천리를 날아가는 쇠기러기 울음도
한점 부드러운 작은 깃털
이 시 어떻습니까? 여러분은 어떻게 읽었습니까? 저는 민원인들을 상대하는 공직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낮은 데로 임하는 물이 되어 바위를 뚫고, 뿌리를 만지는 흙이 되고, 삼나무를 넘어뜨리는 부드러운 눈이 되고, 쇠기러기를 천리 먼 길 보내는 깃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즉 바위를 뚫고, 뿌리를 만지고, 삼나무를 넘어뜨리고, 쇠기러기를 천리 먼 길로 보내는 것은 시인은 물이고, 흙이고, 부드러운 눈이고, 깃털이라고 했지만, 그건 바로 겸손하고 친절을 말하는 게 아니냐 하는 겁니다.
● 여러분을 찾아오는 사람들, 정말 답답한 사람 많지요?
엉뚱한 소리를 하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합니다. 성질납니다.
그렇지만 대부분 사람보다 여러분은 훨씬 잘난 사람이고, 배운 사람이고, 힘센 사람입니다.
그래서 참아야 합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끝까지 들어 줘야 합니다.
아함경이라는 불교경전에, 이런 말이 있답니다.
“자기보다 못한 사람 앞에서 참는 것이 진정한 참음이다.” 라고 했습니다.
조선시대 미수 허목 선생은 기언서라는 글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제 힘만 믿고 날뛰는 사람은 제 명에 죽지 못한다. 이기기만 좋아하는 사람은 반드시 적수를 만나게 된다. 도둑은 주인을 미워하고 백성은 윗사람을 원망한다. 군자는 천하의 위가 될 수 없음을 알아 아래에 처하고, 뭇사람의 선두가 될 수 없음을 알므로 뒤에 선다. 강하(江河)가 비록 아래로 흐르지만, 온갖 시내의 우두머리가 되는 것은 자기를 낮추기 때문이다. 천하의 도는 친함이 없이 항상 착한 사람과 함께 한다.”
결국 참는다는 것은 자기를 낮추기 때문입니다.
자기를 낮추는 것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므로 참는 일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민원인 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겸손과 친절의 첫 번째 방법은 참고, 낮은 데로 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겸손과 친절의 두 번째 방법은 민원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자세입니다.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물 한 컵을 준다든지, 커피 한잔을 시켜서 마시면서 사건과 관련 없는 세상사는 이야기를 한다든지 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충분히 들어줄 자세가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 그에 관한 예는 현재는 순천지청에 근무하는 김웅검사라는 사람에게 있었던 예화를 뒤에 언급하는 것으로 대체하겠습니다.
옛말에 입은 원수를 만들고, 귀는 친구를 만든다고 했습니다.
법구경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모든 재앙은 입에서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입을 놀리거나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지 말라.
맹렬한 불길이 집을 태워 버리듯, 말을 조심하지 않으면 결국 그것이 불길이 되어 내 몸을 태우게 된다.
자신의 불행한 운명은 바로 자신의 입에서부터 시작된다.
입은 몸을 치는 도끼요, 몸을 찌르는 날카로운 칼날이다. ”
● 제발, 그들이 말도 안 되는, 비논리적인, 감성에 호소하는, 그런 소리를 인내심을 갖고 들어주면서, 함부로 말하지 맙시다.
그렇다면 친절의 두 번째 방법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자세가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입니다.
● 또 한 가지 예를 들어서 설명하겠습니다. 제가 광주지검의 특수부 검사일 때 이야기입니다.
그 당시 전국의 특수부 검사들이 그 당시 무자료 주류도매상들을 일제히 단속할 때인데 광주지검에서도 약 15명가량 검거해서 조사를 마친 후, 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빈 사무실에 그들을 대기시켜두고 있었는데, 한꺼번에 영장을 청구하다보니 영장이 빨리 나오지 않았습니다.
당시 가짜 양주에 대한 수사 및 무자료 주류도매상을 단속하던 때라, 가짜 여부 감정을 위해 양주, 맥주 이런 것이 임의 제출되어 사무실 안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퇴직했지만, 당시 우리 특수부의 차석검사의 제의로 양주 한 병을 꺼내어 맥주와 섞어서, 소위 폭탄주를 제조해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잔씩 주었습니다.
물론 우리도 마시고요.
● 그러면서 국가 시책 상 무자료주류도매상들을 단속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라든지, 이런 것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잘 설명을 해주니, 정말로 고마워하면서 넙죽넙죽 술을 받아 마시데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 영장이 모두 발부된 그들을 모두 교도소로 보내 구속영장을 집행했습니다.
버스를 태워 보내면서 우리가 손을 흔들었습니다. 나오면 연락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들은 기소된 후 얼마 되지 않아, 죄질이 중한 몇 사람을 빼고 보석으로 다 석방되었는데, 차례로 검찰청에 찾아왔습니다.
고맙다고 했습니다. 잘 조사해줘서 보석으로 나왔다고 했습니다.
검사님들한테 폭탄주를 다 얻어 마시고 영광이라고 했습니다.
● 그들을 감동케 한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아무리 죄를 지은 사람이라고 해도 인간적으로 대우해 준 것, 자세히 설명해 준 것, 죄는 미워하되, 인간은 미워하지 않은 것일 겁니다.
친절하고 인간답게 대하는 것, 그것은 거창한 목표가 아닙니다.
여러분들이야 시청이 매일 출근하는 직장이므로 아무렇지도 않지만, 많은 사람들은 정부기관을 무서워하고 경원시하고 그럽니다.
절대로 여러분의 눈과 민원인의 눈이 같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렇다면 겸손과 친절의 세 번째 방법은 인간적으로 대우해 주는 것, 자세히 설명해 주는 것입니다.
● 결론으로 어떻게 하면 겸손하고 친절해 질 것인가? 첫째는 참는 것, 둘째는 들어주는 것, 셋째는 인간적으로 대하면서 자세히 설명하는 것입니다.
● 민원인에게 실천할 수 있는 친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검찰청에서 친절로 실천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현관으로 출입하는 민원인에게 환한 미소를 띠면서 어서 오십시오. 라고 맞이하고, 그들의 질문에 상냥하게 답변하는 것만이 친절입니까?
물론 앞서 수없이 말씀드린바와 같이 아주 중요한 친절의 방법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제가 서부지검에 근무할 때, 어떤 사람으로부터 서부지검으로부터 전화소환을 받았는데, 무엇 때문에 부르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습니다.
전화소환한 사람에게 물어보지 그러냐고 했더니, 그냥 나오면 안다고 했다는 겁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담당검사에게 전화로 사건의 내용을 물어보니, 돈을 빌려간 뒤에 갚지 않는다고 고소장이 접수되어 직접수사를 하면서 피고소인을 부르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 아마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여러분도 소환요구를 받은 사람으로부터 무엇 때문에 부르는지 알아봐 달라고 하는 부탁을 받아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사람을 소환하면서 왜 부르는지를 가르쳐 주지 않습니까?
밀행주의로서 사법권을 행사하는 사실을 미리 알게 되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염려가 있어서 보안을 지킵니까? 그런데 소환요구를 하는 범죄가 무엇인지 우회적으로 알아보면 다 알 수 있는데, 왜 민원인에게 알려주지 않습니까? 왜 국민을 불안하게 합니까?
● 검찰청에 고소되는 사건 또는 수사기관에 고소되는 사건의 대부분은 무혐의 처분되는 사건입니다.
제가 2004년도 범죄백서를 찾아보니,
2004년 한 해 동안 검찰이나 경찰에 고소된 사건이 49만 건 66만 명 쯤 됩니다. 그중에 기소된 것이 10만 건, 11만 명 쯤 되고, 불기소 된 사건이 34만 건, 47만 명이 되며 나머지는 이송됐습니다.
불기소된 사건 중 무혐의처분 된 사건이 13만 건 20만 명 쯤 되고, 10만 건, 11만 명 정도는 기소중지 되고 있더군요!
즉 거의 대부분이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민사상 채무불이행 사건이라는 겁니다.
민사상 채무불이행사건에 대해서는 권리구제를 위해서 법원에 민사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법원에서는 원고의 솟장을 등본하여 피고에게 보냅니다. 그리고 원고의 주장에 대해서 답변서를 작성케 한 다음, 재판기일에 원, 피고가 출석한 가운데, 원고 측의 준비서면 낭독, 피고 측의 답변서 낭독 등의 절차를 거쳐서 재판을 진행합니다.
즉 피고 측에서는 원고가 무엇을 주장하는지, 원고의 증거자료가 무엇인지 대략 감을 잡고 재판에 임합니다.
그러니 소송이 제기되어도 불안하지 않습니다. 필요하면 변호사를 선임하면 됩니다.
● 그런데 검찰수사관이나 사법경찰관은 민사상 채무불이행인 형사사건에 대해서 왜 수사밀행주의니 하면서 정보를 감추고, 피고소인을 불안하게 합니까?
오히려 우리는 이제 인식과 발상을 전환해서 검찰에 제출된 고소장에 대해서 고소인의 주장을 조서로 받고, 고소인이 제출하는 자료와 증인 등의 조사를 마친 다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 사건이라는 판단이 서면, 고소인이 어떤 증거를 제출하고 있다는 취지를 명기한 소환장에 고소인의 고소장사본을 첨부하여 피의자에게 출석 요구서를 보내는 것이 진정한 겸손과 친절이 아닐까요?
얼굴 환하게 하고, 겸손하고 친절한 한 말 한마디도 중요하지만, 우리 제도에 권위주의적이고,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제도는 없는지 살펴보고, 끝없이 시정하려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겸손과 친절의 결과]
● 그러면 민원인에게 친절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친절하면 민원인에게 좋은 일일 뿐일까요?
물론 친절한 응대로 민원인이 기분 좋겠지요! 그런데 사실은 친절하면 자신에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에 관한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무심코 한, 내가 느끼지도 못했는데,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상대는 제 말을 고맙게 여긴, 황당한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988년, 제가 군산지청에 근무할 때였습니다.
분묘발굴사건이 제 사무실에 배당되었는데 사건의 내용은 분묘1기에 대해 소유권을 다투고 있는 사건입니다.
오래전에 고향을 떠난 피의자측은 그 분묘가 자기들의 고조부 묘라고 주장하고, 고소인측은 그 분묘는 8대조의 묘라고 주장하는 겁니다.
재산적인 다툼 때문에 고소가 벌어진 것이 아니고, 서로 간에 조상의 묘를 지키려고 하다가 생긴 다툼이었습니다.
그런데 피의자 측에서 몰래 분묘를 발굴하여 유골을 수습하고 다른 곳으로 묘를 이장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분묘 발굴 고소사건으로 번졌는데 경찰에서는 족보를 조사하고, 동네사람을 조사했지만 누구의 묘소인지 명확하지 않자, 다른 사람의 묘라는 것을 알고도 분묘를 발굴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무혐의 의견으로 송치했고, 그 사건이 제게 배당되었습니다.
그 사건을 읽어보고 노인네들의 명예감정싸움과 조상의 묘소를 두고 다투는 것이니까 화해하기는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 사건이 배당된 지 며칠 되지 않아 70살 가까운 노인이 찾아왔습니다.
그 노인은 고소인으로서 남의 조상의 묘를 파헤친 저런 나쁜 놈들은 가만 두면 안 된다고 난리를 쳤습니다.
이왕 온 김에 고소인 조사를 해 둘 필요가 있어서 조사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래전에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묘를 파헤쳐 유골을 수습했다면, 그 사람들이 착각하고 묘를 파 갔을 가능성이 농후해서 할아버지 말씀이 옳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묘가 할아버지의 묘라는 확실한 증거를 찾아내서 꼼짝 못하게 해야 하는데, 현재 상태로는 꼼짝 못하게 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가 동네사람들을 상대로 다시 한번 잘 조사를 해보고, 확실한 증거를 찾아오면 좋겠다고 설득했습니다.
● 제 속마음은 저는 얼마 후면 인사이동으로 군산을 떠날 예정이므로, 일단 노인에게 잘 설명하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저는 의정부로 발령 나 떠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사건을 까맣게 잊었습니다.
● 의정부로 발령 난 다음, 전주로, 광주로 발령났다가 서울북부지청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분묘발굴사건 조사한지 약 7년쯤 지난 뒤였습니다.
법무부에서 갑자기 전화가 왔습니다. 법무부장관에게 진정서가 왔다는 겁니다.
저는 검사를 상대로 진정서를 보냈다고 하면, 수사를 잘못하여 억울하다는 내용이 보통이므로, 내가 뭔 수사를 잘 못했다고 진정서를 받았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진정서 내용은 저같이 훌륭한 검사가 없다고 하면서 저 같이 훌륭한 검사를 좋은 데로 발령을 내 줘야 한다고 했다는 겁니다.
진정서를 팩스로 보내줘서 받아보니, 군산에 사는 문모라고 하는 앞서 말한 분묘발굴사건의 고소인 할아버지였습니다.
● 저는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제 생각은 우선 할아버지를 잘 달래서 돌려보내고, 다른 곳으로 발령 나 가면, 후임검사가 사건을 해결하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는 제 의도와 달리, 제가 할아버지의 한을 풀어줄려고 노력한 검사로 기억하고, 결국 그 사건의 분묘 발굴 책임자에 대해서 대법원과 대검찰청까지 가면서 민사상 형사상 책임을 묻는데 실패하자, 그래도 옛날에 그 검사가 조사를 계속했으면 자신의 한을 풀어 주었을 텐데, 엉터리 같은 검사와 판사를 만나서 결국 조상의 묘를 지키지 못했다고 자책의 내용의 편지를 써서 장관에게 보낸 겁니다.
그 할아버지는 제가 부산고검에 있을 때에도 제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한결같은 내용입니다. 선조의 묘소하나 지키지 못한 못난 후손이라는 자책과 함께 황천에 가면 어떻게 선조를 뵐 것인지 통탄하고 있었고, 그 사건의 후임검사에 대한 불만, 전임 검사인 저에 대한 칭찬 등등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 어떻습니다. 저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고, 그럭저럭 시간을 때우고 사건을 후임검사에게 넘기려고 했는데도, 상대는 제가 친절한 검사, 성의 있는 검사로 기억한 것입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생각지도 않게 무량공덕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부산 고검을 끝으로 그분으로부터 편지를 받은 적 없습니다.
아마 돌아가셨을 겁니다.
● 저는 그 사건을, 그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항상 반성하게 됩니다.
그 사건은 우리가 봐서는 별거 아닌 사건입니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온 정성과 재산을 털어 넣어서라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건입니다.
여러분의 눈으로 민원인을 보지 마시고, 민원인의 눈으로 민원인을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들은 평생 처음으로 시청에 오는 사람이므로 평생 처음 오는 사람에게 성의를 보인다고 생각하십시오.
친절과 성의, 그리고 겸손은 결국 여러분에게 되돌아오는 무량한 복덕입니다.
어떤 자세로 업무 처리해야 할까요!
[木鷄]
● 마지막으로 그러면 공직자 특히 특별사법경찰관은 업무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부지검에 근무할 때, 전 한가한 시간이면, 청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길 좋아했습니다. 호기심이 많아서였겠지요. 대기실도 가보고, 검사실도 기웃거렸습니다.
검사실 중에서도 올해 임관된 초임 검사들의 사무실을 지날 때는 앞으로 검찰의 동량이 될 초임검사들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궁금한 게 많아, 은근히 귀를 쫑긋거리며 지나가곤 했습니다.
특히, 제 바로 옆 방 모 초임검사실을 지날 때면, 솔직히 눈에 띄는 게 있어서 관심 있게 곁눈질하며 갔습니다.
그 검사 책상 앞에는 지나칠 때마다 거의 대부분, 사건관계자 인 듯싶은 사람이 한사람 내지 두 사람 앉아있더군요.
직접조사를 참 많이 하는 것도 기특했지만, 사건관계자가 하는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있거나, 두런두런 조사를 하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습니다.
저도 초임일 때는 직접조사를 많이 했습니다만, 사람들을 앞에 앉혀두고 다그치거나, 언성을 높여 윽박지르곤 했기에 조용하게 조사하고 있는 모습이 비교가 됐습니다.
그가 주의를 집중하고 있다는 것은, 제가 지나가도 사람이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뭔가 이야기를 하거나 듣고 있는 것으로 감 잡을 수 있데요.
너무 조용조용해서, 열정이 부족한 게 아닐까 생각될 때도 있지만 열심히 들어준다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어 흐뭇해지는 한편, 앞으로 초임검사 교육프로그램에 끈기 있게 듣기 훈련을 시키는 프로그램이 있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어떤 책을 읽다보니, 일본의 어느 백화점에서는 새로운 판매직원을 채용하면, 일단 신발매장에 배치를 한다더군요.
고객에게 고개를 숙이고, 신발을 신겨드리는 훈련을 통해, 자기를 낮추게 하기 위해서랍니다.
제가 공판검사를 하면서 법원 판사들에게 불만을 더러 가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제가 판사들을 높이 평가하는 부분은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피고인들의 말을 끈질기게 들어준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그들의 판사로서의 시작이 배석판사로서 듣기만 하는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일 게고, 양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는 속성 탓도 있겠지요.
앞서 말씀드린, 홍하상 씨의 책에서 다시 한번 인용해 보겠습니다.
이 분과는 제가 쓴 글 때문에 인터넷상으로 알게 되어, 이제는 간혹 술도 마시는 사이가 됐습니다. 인터넷 참 대단합니다.
그런데 최근 그가 쓴‘이건희’라는 책(2003년,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출판)을 고향의 친한 선배가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소포로 보냈기에, 책 탐이 많은지라 단숨에 읽었습니다.
정말 유익하고 재밌더군요.
그 책 내용 중에,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어느 초임검사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어 감회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장자(莊子) 달생편(達生篇)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네요.
싸움닭을 잘 만들기로 유명한 기성자라는 사람이 있었답니다. 그에게 왕이 싸움닭을 만들라고 했습니다. 열흘이 지나 왕이 이제 대충 싸움닭이 되었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기성자는 아직 멀었다면서, 지금 한창 닭이 허장성세를 부리는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또 열흘정도 지나, 왕이 또 물었습니다.
“대충 됐겠지?”
“아직도 멀었습니다. 다른 닭의 울음소리나 그림자만 봐도 덮 치려고 난리를 칩니다.”
그리고 열흘이 지나 왕이 또 묻자, 기성자가 답합니다.
“아직도 훈련이 덜 됐습니다. 적을 오직 노려보기만 하는데, 여전히 지지 않으려는 태도가 가시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열흘이 지나자, 기성자가 대충 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왕이 궁금해서 묻습니다.
“도대체 어떻길래?”
“상대 닭이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덤벼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흡사 나무로 만든 닭 같습니다. 다른 닭들이 보고는 더 이상 반응이 없자, 다들 제 풀에 꼬리 내리고 그냥 가버립니다”
이 고사가 뜻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서 저자는 이렇게 해석했더군요.
상대가 아무리 물어뜯으려 해도, 나무로 깍은 닭처럼 초연하게 대처해야한다는 뜻이라고요. 즉 목계처럼 초연하게 대처하면 제풀에 스스로 무너진다는 것이지요.
이게 바로 삼성그룹의 창업자이셨던 이병철 회장의 처세관으로서 그분은 거실에 목계(木鷄)를 걸어두고, 그 의미를 되새겼답니다.
그분이 그런 처세관을 터득하게 된 것은 5. 16 혁명이후 부정축재자 1호로 몰려 조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루기도 했고,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자식이 구속되는 우여곡절 끝에, 애써 만든 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해야 하기도 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신군부에 의한 방송사통폐합 되는 과정에 TBC 방송국을 빼앗기는 등, 신산(辛酸)과 굴곡(屈曲)을 거치며 자신을 지키고, 기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목계와 같은 마음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더군요.
그래서 이병철 회장은 후계자인 이건희 회장에게 상대가 으르렁 거려도 맞대응하지 말고, 초연하라는 뜻으로 목계를 교훈으로 가르쳤다고 합니다.
[傾聽]
● 그리고 목계 뿐 아니라, 이병철 회장이 또 하나 가르친 것이 경청(傾聽)이랍니다.
중앙일보 이사이던 셋째 아들인 이건희 회장을 후계자로 정하면서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사무실도 자신의 집무실 옆으로 옮기게 한 후,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시켰답니다.
첫 출근하던 날, 이병철 회장이 아들에게 붓을 들어 써 준 휘호가 바로 경청(傾聽)이라네요.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이야말로 대기업 총수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자질이라는 뜻이었겠지요.
물론 경청하는 방법도 있을 듯 합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상대를 도와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고, 또 맞장구를 치면서 상대의 이야기에 몰입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습니다.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은 어느 대기업 회장의 좌우명을 홍보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경청이나 목계와 같은 마음, 그것도 특히 경청은 우리 검사들이나 검찰청 직원들이 금과옥조로 여겨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경청을 생각해 봅시다.
남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준다는 것, 귀를 쫑긋거리며 남의 말을 들어준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검사라는 사람이나 수사관, 특별사법경찰관은 언필칭 잘난 사람들이고, 그 앞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는 사람은 못난 사람이 십중팔구일 겁니다.
잘난 사람들이 못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를 씻고 들어준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책들을 읽어보면, 대통령들도 그런다지요.
대통령이 되면, 처음에는 주위 사람들 말에 귀를 기울이는데, 어느 정도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익숙해지면, 점차 말이 많아지면서 성정이 변한다고 하데요.
하긴 대통령 보다 더 많이 아는, 소위 풍부하게 정보를 가진 사람이 없겠지요.
그러니 청와대를 방문하여 만나게 되는 사람이나, 외부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 모두 만만해 보일 겁니다.
아무리 많이 배워 그 분야의 최고전문가라 할지라도, 내공이 심후한 원로라고 하여도, 대통령이 그들을 가르치려 든다고 헙디다.
공직자들이라고 예외겠습니까? 잘난 사람들은 못난 사람들의 말, 귀 기울여 듣지 않습니다. 무시하기 십상일 겁니다.
오히려 더 많이 안다고, 잘났다고 장광설을 늘어놓지요.
별로 잘나지 못했지만, 저도 예외는 아니지요.
그런데 열심히 들어주는 자세만 갖추어도 사건의 반은 해결한 것 아닐까요?
그러고 보면 열심히 들어주는 것, 그게 바로 공직자의 자질이나 업무를 대하는 태도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것 같습니다.
목계는 어떤가요?
불의한 사람이나 세력에 맞서 싸워야 할 검찰청 사람들이나 여러분과 같은 특별사법경찰관들을 싸움닭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싶습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을 최고경지에 이른 사법기관의 종사자라고 할까요?
허장성세를 부리거나, 적의 울음소리나 그림자만 봐도 덮치려고 난리를 피우는 사람을 최고경지에 이른 사람이라고 하지 않을 겁니다.
또 적을 노려보기는 하나, 여전히 지지 않으려는 태도가 아직 가시지 않은 사람도 아닐 것 같습니다.
알파이자 오메가인 경청의 자세를 가지고 수련하여, 마침내 목계처럼 초연하게 대처하는 사람을 최고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것입니다.
[誠意]
● 제가 이번에 이 강의안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참고한 책이 한양대학교 정민교수가 쓴 죽비소리(마음산책출판사)라는 책과 1978년판으로 누렇게 변색되어 제 서재 깊숙이 박혀있던 창작과 비평사의 주석 목민심서1(다산연구회 역주), 그리고 이인철님이 편역한 리더쉽의 고전, 목민심서(주, 고려원북스)입니다.
● 공직자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쓴 책 중에 가장 탁월하다고 생각되는 책, 목민심서 형전6조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청송지본(聽訟之本)은 재어성의(在於誠意)하고, 성의지본(誠意之本)은 재어신독(在於愼獨)이니라 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우리말로 풀어보자면, 송사를 처리하는 근본은 성의에 있고, 성의의 근본은 홀로 있어도 삼가 함에 있다는 그런 뜻�! � 겁니다.
좀 더 간략히 말씀드리자면 법의 근본은 성의라는 것입니다.
●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민원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자세가 필요한 사례이기도 한, 김웅 검사의 이야깁니다.
어떤 여인이 있었습니다.
자식이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했다네요. 그런데 회사에서 왕따를 당하던 아들은 2002. 8. 세상살이를 비관하여 농약을 마시고 자실을 기도해, 식물인간이 됐습니다.
그 여인은 회사에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산업재해로도 인정받지 못했고요.
그녀는 청와대와 검찰청, 법원에 진정서를 내고, 소장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소복을 입은 채, 자리를 깔고 앉아 시위와 농성을 했습니다.
생떼 같은 자식이 그리됐으니 이해할만 하지 않습니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쉬지 않고 1인 시위를 했습니다.
그동안 뿌린 유인물은 2만장이 넘었고요. 이로 인해 그녀는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 업무방해죄로 경찰서와 검찰청을 제 집 드나들 듯, 수시로 드나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되돌아오는 소리는“아줌마, 도대체 얼마나 받으려고 그러는 거냐!”는 핀잔과 싸늘한 의심의 눈초리뿐이었지요.
그런데 그녀는 대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다가, 구청 공무원을 폭행한 혐의로 공무집행방해죄로 구속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녀는 구속이후, 단식을 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했지요. 그 구속 사건이 바로 아까 말한 김 검사에게 배당됐습니다.
김 검사는 그녀에게 “어머니, 저는 고향이 순천입니다. 순천이면 마산하고 가깝지 않소, 아드님이 서울대 후배니까 저도 어머니처럼 생각할테니, 다 말해보소, 뭔 한이 그렇게도 많소!”라고 허심탄회가 말하며 접근했답니다.
그리곤 김 검사는 그녀를 구속기간 만료 때까지, 매일 계속 불러서 그녀가 하는 말을 열심히 들었습니다.
성의를 다해서 억울함이 없는지 살피고, 억울함을 구제할 방법이 없는지 찾았습니다.
● 구속기간이 만료될 무렵에, 그 여자는 변했습니다. 검사새끼들 판사새끼들 하고 욕하던 그녀는 김 검사를 검사님이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앞으로는 시위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자 검사는 이례적으로 그녀를 구속 취소하여 석방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고향으로 내려가 아들의 병간호에 전념했습니다. 산재사건도 2년 동안 끌다가 김 검사의 조언에 힘입어 산재사고로 인정받기에 이르렀고요.
그녀는“김 검사님을 만나고 난 후, 3년간 가슴속에 쌓였던 울분이 많이 풀렸다. 검찰이나 법원이 우리처럼 힘없는 사람들의 하소연을 많이 들어주고, 아픈 가슴을 쓰다듬어 주면 데모 같은 것은 하라고 해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답니다.
이 사건을 크게 보도한 동아일보를 읽으면서, 김 검사의 마음 언저리를 추단해 봤습니다.
김 검사가 접근한 것은 아무리 악독한 여자라고 해도 자기 배 아파가면서 낳은, 자식의 목숨을 빌미로 돈을 더 받아 내려고 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사실에서 접근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상식 또는 평범한 진리를 무시하고, 사건에 접근하기 쉽습니다. 그러면 잘못된 결정을 하기 십상입니다.
평범한 진리를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길은 열심히 듣고, 의미를 되새기는 겁니다.
김 검사의 사례는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원인과 처방을 찾기 위해 경청과 목계를 스스로 실천한 모범적인 사례이고, 석궁테러사건과 대비되고, 그 사건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해 주는 사례입니다.
이것을 일러, 일본의 특별수사 검사로 유명했던 가와이 노부타로(河井愼太郞)씨가 그의 검찰독본이라는 책에서 말한“정성을 적의 뱃속에 쏟는다.”라는 말 아니겠습니까!
[公正]
● 우리가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덕목은 공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선가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호설 편편불락처(好雪 片片不落處)!
즉, 눈이 참으로 좋구나, 한송이, 한송이 떨어지지 않는 곳이 없도다. 라는 뜻입니다.
눈은 바위가 밉다고 바위에는 덜 내리고, 나무가 좋다고 나무에 많이 내리지 않습니다.
논을 좋아한다고 논에 많이 내리고, 밭을 싫어한다고 밭에는 덜 내리지 않습니다. 두루두루 고르고, 고르게 눈이 내립니다.
가난하고 배운 게 없다고 무시하고, 많이 배우고 가진 자라고 편벽되게 봐줘서는 안 될 겁니다.
힘센 사람이라고 특별히 대우하고, 힘 약한 사람이라고 무시하면 그 댓가가 어떠한지는 역사가 가르쳐 줍니다.
따라서 공평무사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공직자들의 기본자세가 되어야 합니다
맺는 말
● 오늘 말씀드리는 내용 중에는, 제가 정말 실행하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저도 그랬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후회를 담은 내용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현직에 있는 한, 후회만 하고 있을 수 없습니다. 희망을 담기도 합니다.
● 여러분 한사람 한사람이 서울시청 공무원들의 얼굴이며 주인입니다.
서울시청의 주인은 시장을 비롯한 국장, 과장들만이 아니라,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주인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자신을 우리 조직의 주인이라고 생각할 때, 공직사회라는 조직, 기관은 환골탈태(換骨奪胎), 다시 태어나는 겁니다.
● 마지막으로, 남명 조식 선생의 문하로서, 조선중기의 학자로 명망이 높았던 최영경 선생의 일화를 말씀드리는 것으로 오늘의 제 이야기를 끝낼까 합니다.
최영경 선생이 정여립의 역모사건에 연루되어 신문을 받으며“이제 도리어 간흉들의 모함을 받게 되었으니, 만 번 죽더라도 속죄하기 어렵게 되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심문을 하던 정철이 간악한 무리는 누굴 두고 하는 말이냐고 물었답니다. 이에 최영경은“바로 그대 같은 무리다”라고 했다네요.
긴 수감생활과 고문으로 죽어가던 공에게 밖에 있던 집안사람이 상태를 알아보려고, 한 글자라도 써 줄 것을 간절하게 청했답니다.
그러자 사인(士人)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던 공이 천천히 일어나, 큰 글씨로 바를 정(正)자 한자를 썼는데, 이미 자획이 이지러져 있었답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며,“그대들이 이 글자를 알 수 있겠는가?”말하고서는 조금 후, 세상을 떴다고 합니다.
“나는 바르다. 부끄러울 것이 없다.”라는 뜻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삶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저는 어떤 글자를 쓸까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해 보면, 위 일화는 모골을 송연하게 만듭니다.
전도양양하게 앞으로 달려가야 할 여러분에게, 너무 무거운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아 미안합니다.
서울시청이라는 좋은 직장에서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사법권을 행사하게 될 여러분!
시청이 여러분의 뼈를 묻고 싶어지는 좋은 직장이 되도록 잘 만들기 빕니다.
● 처음 질문했던 내용에 대한 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운전하던 사람은 자동차키를 의사에게 주는 겁니다. 그리고 목숨이 경각에 달린 할머니를 태우고, 병원에 데리고 가라는 겁니다.
그러면 의사에게는 신세진 것에 대한 보답을 해서 좋고, 목숨이 경각에 달린 할머니는 생명을 건지게 해서 좋습니다. 자신은 이상형의 여자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는 금쪽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자기 것을 버리면, 모두에게 행복이 오게 된다는 것을 가르쳐준다고 하겠습니다.
지금껏 경청을 하여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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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배운 것은 참으로 작은 조각들이라는 생각이... 수백년천/수천년전에 사람이 깨달은 것을 실천하지 못하고 같은 잘못과 실수를 반복하면서 살고 있으니,... 그나마 어제일, 조금전 일을 후회 한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작지만 하나씩 깨달아 간다는 것이고 배우고 깨달아 간다는 것에 기쁨을 삼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네요.
그러게 고전이 왜 고전이겠슴까?? 실수 투성이 인간이 조금씩 나아지는게 우리의 목표 아닌가 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네.. 실천한다는 것은 너무나 애루버~~
애루버도 열씨미 하다보면 좋은 결실이 올걸 믿숨다..
머리 좋으신분만 다 읽으셨네. 저는 읽지도 않고 두분 댓글이 있어 올려봅니다....
좀 길긴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