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부터 준비해야 할 노후대책 일곱 가지 Chapter1 건강
부자가 되려면 우선 건강을 유지하라 일본 나라현 이카루가쵸에 위치한 한 절을 소개할까 한다. 대나무 숲에 둘러싸여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길 찾기도 어려울 정도지만, 일 년 내내 법회를 드리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 절은 ‘길전사’라는 원래 이름보다 ‘폿구리테라’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절 이름은 바로 ‘갑작스런 죽음, 돌연사’를 의미한다. 이 절이 유명해진 것은 최근 10년 동안인데, 이유가 바로 ‘고령화’라고 한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마련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죽음 이후 세계에 대한 궁금증에 더해, ‘이왕이면 어느 날 갑자기 죽는, 편안한 죽음’을 원하는 것이다. 이 절이 바로 편안한 죽음을 기원하는 곳인데, 그 연유는 이 절의 창건 신화에 있다. 지금으로부터 천 년 전이라고 하면 일본의 불교가 귀족의 비호를 받아 번창하던 시기였다. 당시 에신승이라는 훌륭한 스님이 있었는데, 이분은 효심이 아주 두터웠다고 한다. 그가 어머니의 임종시, 편안하게 돌아가실 수 있도록 자신이 기도를 올릴 때 입었던 옷을 입혀드렸다고 한다. 덕분에 어머니가 고통 없이 편안하게 돌아가셨다고 하며, 에신승은 어머니의 3주기를 기려 이 절과 본존 아미타여래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역사가 유래가 돼, 이 절의 본존 앞에서 기도를 올리면 장수와 편안한 죽음을 이룰 수 있다는 속설이 생기게 된 것이다. 특히, 속옷을 불단 위에 올려놓고 기도를 드린 뒤 그 속옷을 집에 가져가 입으면 죽기 전까지 다른 사람으로부터 하반신의 시중을 받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곳을 찾는 노인들은 이를 철석같이 믿는다고 한다. 하반신의 시중이란, 기저귀를 차거나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용변을 보는 것을 지칭하는 것인데, 노후의 가장 큰 불안 가운데 하나이다. 평균 수명이 길어질수록 병수발을 받는 기간 역시 길어지고 있다. 이는 공중보건이 발달한 일본이나 첨단의료로 무장한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은퇴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70세 이상의 노인 가운데 심각한 의존 상태에 빠진 노인이 수발을 받아야 하는 기간이 평균 5~6년이라고 한다. 또 일본의 통계(1995년)를 보면 사망 전 자리에 누워지내는 기간이 3년 이상인 경우가 전체 인구의 19%를 넘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을 수발 들어줄 가족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족 구조의 변화, 일하는 여성들의 증가에 따라 가족의 힘만으로 수발이 어렵게 됐다. 결국 수발을 전문으로 하는 유료 간병 서비스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다. 결국 노년기에 질병이나 장애에 걸리는 것은 치명적인 재산 손실을 의미한다. 의료 간병 서비스가 철저하게 시장에 맡겨져 있는 미국의 경우, 많은 노인들이 재산의 대부분을 간병 비용으로 쓰고 죽는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는 준비가 안 된 부모의 간병 비용마저 젊은 세대가 짊어지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중년 세대들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 결국 건강을 지키는 것만이 가난해지지 않는 방법이다. 나아가, 건강해야 노후에도 계속 일을 할 수 있고, 보람 있는 노후 생활이 가능하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몸에 조금씩 이상이 생기고 질병에 걸리기 쉽다. 하지만 건강한 생활 습관에 따라 노화를 늦추고 더 오래까지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다. 꾸준히 운동을 할 것, 뼈가 약해지지 않도록 우유를 마실 것, 담배는 끊고 술은 적당히 즐길 것, 신선한 야채와 균형 잡힌 식단으로 식사할 것 등 건강한 습관이야말로 노화 과정을 억제 할 수 있는 비결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 건강한 습관 대신 나쁜 습관이 몸에 밴 탓에 이를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몸은 매일 매일 하는 생각과 행동의 축적물이다. 지금이라도 자신의 습관이 건강한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지 점검해볼 일이다. 정기 건강검진을 받아라 화초를 기르다보면 생명의 신비함을 보는 것 같다. 물, 햇빛, 공기만 있으면 이들은 흙을 뚫고 여린 새싹을 틔워 하루하루 줄기가 굵어지고 내 눈을 피해 꽃을 피워 놀라움을 선사한다. 그런데 식물들이 늘 잘 자라주는 것만은 아니다. 한번은 진노랑 빛깔에 반해 메리골드를 구입해 애지중지했다. 그런데 일주일 정도 출장을 다녀왔더니 가지 한쪽이 노랗게 말라 있는 것이 보였다. ‘물이 부족해서 그렇거니’ 하며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것이 갈수록 말라가더니 회생불가능 상태가 되고 말았다. 공들인 자식이 심각한 병에 걸릴 것 같아 안타까웠지만 화초에 관한 지식이 없는 나는 그냥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다. 주말에 겨우 시간을 쪼개 그 화분을 싣고 다시 화훼농장을 찾았다. 원인을 찾는 나에게 “조금 일찍 손을 썼더라면…”이라며 주인 아줌마는 고개를 젓는다. 그 나무 종류에 주로 생기는 벌레가 나무의 생명력을 빼앗아버린 것이다. 벌레가 처음 올라붙었을 때 재빨리 털어냈으면 아무 문제없었을 텐데, 지금 손을 쓰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것이다. 주인 아줌마는 “화초도 우리 몸과 같아서 질병이나 해충을 일찍 발견해 조치를 취하면 다시 건강을 회복하지만, 때를 놓치면 회복시키기 어렵다.”고 말한다.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이다. 우리 몸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몸의 작은 이상이나 신호를 무시하고 있다가 작은 병을 큰 병으로 키우는 일이 종종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되는 경우이다. 아예 가래로 막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암이다. 암은 주어진 환경에 순응해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생활을 위해 이를 악물고 살았던 사람일수록 걸리기 쉽다.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암에 걸리면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엄청난 치료비가 때문에 본인뿐 아니라 가족 전체가 고통을 받는다. 행복한 노후는커녕 앞으로 가족의 안녕마저 위협받게 된다. 이토록 암은 무서운 질병이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높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 암센터에 따르면 암을 초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2~4기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에서도 최근 조기 발견의 중요성이 거론되면서 조기 검진을 확대시키고 있다. 현재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무료 암 진단을 받게 하고 있으며, 중산층이 암 검사를 받는 경우에도 이전에는 30~55%가 자기 부담이었는데 2004년부터 20%로 부담을 낮추었다. 또 예전에는 전액자기 부담이었던 MRI의 경우 보험 처리가 돼 비용이 20%만 지불하면 된다. 정기 건강검진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은 암뿐만이 아니다. 일 년에 한 번 정기 건강검진을 받으면 대부분의 질병은 조기에 발견된다. 어떤 병이든지 조기 발견하면 완치율이 높아진다. 건강검진은 특히 35~50세 사이의 중년기에 더욱 필요하다. 신체가 각종 질병에 노출되는 시기인 데다, 생활에 쫓겨 몸에서 오는 빨간 신호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Chapter2 노후 자금
노후 자금 계획표를 세워라 평균 수명 증가에 따른 고령화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래 전에 고령 사회에 돌입한 선진국들을 둘러보면 고령화의 심각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고령화율이 높은 독일은 늘어나는 연금, 노인들의 의료비를 감당하느라 빚이 눈덩이 불어나듯 불어나고 있는 상태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큰일이다. 일찍 퇴직하고 수명은 늘어나니, 소득 없는 노년기가 늘어나기만 한다. 정부에서 받는 연금으로 뜀박질하는 물가를 따라 잡기도 어렵다. 오래 산다는 것이 재앙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함부르크 대학 가족사회학과 명예교수인 그레고리어 지퍼 교수는 이런 실상을 가감 없이 얘기한다. 그는 고령화의 결과에 대해 “가난한 사람은 일찍 죽어야 하는 사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돈이 없어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면, 사망률이 높았던 19세기에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오래 살게 된 사실’에 일찍 눈을 뜬 사람들을 중심으로 노후 자금 마련이 시작됐다. ‘노후’라는 유령에 현재마저 쫓기는 삶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현재와 장래 수익, 정년 이후 소요될 노후 자금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과연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데 필요한 노후 자금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자. 송양민 씨가 쓴 『30부터 준비하는 당당한 내 인생』을 보면 5~8억 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한편 교보생명의 추산에 따르면 노후 생활비로 3억 7,200만원을 잡고 있다. 이는 월 생활비 124만 원을 25년간 (60~85세) 소요하는 비용이다. 월 생활비 124만 원은 도시 가구 4인 가족 평균생활비 204만원의 61%에 해당하는 비용이다. 두 가지 계산을 비교해보면 송양민 씨의 계산은 중산층의 생활 수준을 기초로 한 것이고, 교보생명은 서민들의 생활에 토대를 두고 자금을 산출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교보생명의 추산을 토대로, 노후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국민연금이 있다. 직장인의 경우 생활비의 30%수준의 금액을 국민연금으로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월평균 소득이 280만 원인 직장인의 경우 (40등급) 월 보험료를 22만 4천 원씩 20년 간 불입했다고 하자. 이 경우 60세부터 매달 64만 7,200원의 연금을 받게 된다. 여기에 배우자가 있는 경우 가급연금액(연 18만 4,14,원)을 받게 된다. 또는 월평균 소득이 219만 원(35등급)이라면 월 보험료 17만 5,200원을 20년 간 납부하면 연금을 55만 5,700원을 받게된다. 국민연금은 물가연동형이기 때문에 현재의 물가 수준으로 상정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55~65만 원 수준이라면 60세 이후 은퇴자의 월 생활비 124만 원의 44~5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여기에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는 개인연금이 있다. 국민연금과 개인연금, 여기에 2005년 말부터 시행 예정인 기업연금까지 합하면 생활비는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 게다가 퇴직 연령을 늦춘다거나, 퇴직한 후에도 부업 등으로 일을 계속한다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다, 퇴직한 후에도 부업 등으로 일을 계속한다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다. 또 퇴직한 후 도시에서 농촌으로 옮겨 생활한다면 생활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노후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경우라면 살고 있는 주택이나 아파트를 담보로 생활비를 빌려 쓰는 ‘역모기지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 또 자녀의 교육비와 결혼 자금에의 지출을 줄인다면 노년에 한결 여유가 있을 것이다. 사실 자녀에 대한 과도한 투자는 바로 지금 노인 세대들이 겪고 있는 빈곤의 가장 큰 원인이다. 자녀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자녀 뒷바라지도 적당히 한다면 노후 준비도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돈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노후 준비를 한다고 개인연금을 몇 개씩 가입하고, 현재 생활에서 아무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분명 본말이 전도된 생활일 것이다. 누군가 노년에 행복하기 위해서는 돈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 말은 충분한 돈이 있어야 한다는 말과는 다르다. 돈은 많이 있건, 적게 있건 부족한 것이 속성이다. 자신의 능력 안에서 준비하고, 또 돈으로 얻지 못하는 행복을 추구하는 노력 역시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평생 일할 결심을 하라 평생 한 직업에 종사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직업 수명이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따라서 재취업을 위한 직업 교육의 중요성은 갈수록 더해진다. 게다가 평생 일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당위가 되고 있기에,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평생 일할 수만 있다면 노후에 대한 불안도 상당히 해소될 것이다. 나이 들어서도 일을 계속할 때 얻는 이점은 여러 가지다. 우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주말을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며, 단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노인 대상의 시민 강좌에 어슬렁거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평생 일을 계속해야만 한다고 해서 직장을 전전하며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60세를 기준으로 할 때 이전에는 ‘일’을 중심으로, 이후에는 ‘여가’를 중심으로 생활을 하리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단지 60세 또는 65세 정년이라는 경계를 점점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10년 동안 열심히 일한 뒤 2~3년 간 휴식과 재교육을 한 뒤 다시 직장에 들어가는 식으로 퇴직과 취업을 반복할 수 있다. 직장과 집을 연결하는 회전문을 타고 자신의 육체적경제적 상황에 따라 이쪽 또는 저쪽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전문을 적절히 드나드는 비결은 무엇일까? 실직을 제2의 직업을 찾기 위한 기회로 생각하는 마음의 여유와,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얻기 위해 능력을 개발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등의 노력일 것이다. 이밖에 일하는 분야에 따라 전직에 필요한 덕목은 다르겠지만, 나는 공통적으로 다음의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하고 있는 일(에서 얼마나 인정을 받느냐), 외국어 실력, 자격증 그리고 인맥이다. 전직을 꿈꾸는 사람들이 현직에 소홀한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현직에서의 성공, 평가가 바로 다른 일로 향하는 징검다리가 된다. 한 직업에서 성공한 사람일수록 다른 분야에 진출해 성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기업 환경이 글로벌화되면서 많은 일들이 국제적인 협력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영어 또는 제 2외국어를 능숙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즘은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경쟁에서 더 나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자격증을 갖고 있는 것도 좋다. 자격증은 바로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이기 때문이다. 자격증이 꼭 업무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도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맥도 필요하다. 전직을 하거나 재취업을 하는 경우 추천서를 써주는 일에서부터 취업 정보를 얻는 일에 이르기까지 남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바쁜 와중에도 고등학교 동창회, 동호회 모임 활동에 얼굴을 내미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아는 사람이 많다고 항상 도움을 받는 것은 아니다. 평소 남들에게 도움을 주고, 신용을 잘 지킨 사람만이 자신이 어려울 때 도움을 받는 것 같다. Chapter3 자녀와의 관계
자녀로부터 독립하라 부모는 자식에게 사랑을 쏟아부었지만, 자식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 그래서 노인이 되면 “어떻게 내 자식이 저럴 수 있나? 내가 저희를 어떻게 키웠는데?”라고 괘씸한 마음을 버릴 수가 없다. 이렇게 기대가 무너지면서 부모 자녀 관계가 위태로워지기 시작한다. 특히 ‘자식이 나의 전부’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던 사람일수록 더욱 심하다. 내 입에 들어갈 것을 자식 입에 먼저 넣어주었던 부모에게 자녀는 당연히 ‘노후 보장’이 돼야 한다. 하지만 자녀에게 물어보면, ‘부모는 당연히 희생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자식이 비난받아 마땅한 상황을 제외하면 이런 것을 모두 자녀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모를 돌볼 여건이 못 되는 현실 탓도 있고, 부모가 자식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기대하는 것도 문제다. 특히 부부 중심으로 가정이 유지된 서양과 달리 부모-자식 관계가 중심인 한국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자녀의 비중은 커지기만 한다. 젊었을 때 배우자에게 얻지 못했던 만족감을 자식을 통해 얻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한편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자녀에게 군림하기 원하거나 자녀를 아이 취급하는 부모도 있다. 부모의 눈에는 자식이 영원히 ‘어린아이’로 보인다. 이를 자녀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성인이 된 자녀들은 불만이다. 출근을 하는 중년의 아들에게 노부모는 “차 조심해라”, “밥은 잘 챙겨먹어라”고 당부를 한다. 지나치면 자녀의 생활에 일일이 간섭을 한다. 자녀가 성장한 뒤에도 언제까지나 어린아이로 바라보는 것 또한 부모 자녀간의 동물적 애착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격히 보면 자식도 남이다.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비슷하고 오랫동안 공동 생활을 해와서 누구보다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사이이기는 하지만, 서로 다른 개성과 인격을 지닌 독립된 개체인 것이다. 따라서 성인이 된 자녀에 대해서는 개성을 존중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양에서는 부모와 자식은 ‘수프가 식지 않은 거리’에 사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를 지칭하는데, 요즘은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수프가 식지 않은 거리가 점점 범위를 넓혀가며 ‘상호 지원과 자립’이란 이율배반적인 관계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미국 사회학회 회장인 마틸다 화이트 릴리 박사는 자신과 딸의 관계를 이렇게 말했다. “내 딸과 나는 45년을 함께 지내왔다. 그 가운데 단지 18년만이 부모와 자녀 관계로 지내왔다. 수명이 짧았던 조상들과는 달리 우리는 부모 자녀 관계를 넘어 함께 성숙하며 늙어왔다. 같은 취미와 경험 등을 공유하며 서로의 인생을 풍부하게 해주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부모들은 성장기 자녀와 보내는 시간보다 성인이 된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더 길어지게 됐다. 자연스럽게 부모 자녀 관계도 보호에서 대등한 관계로 옮겨가고 있다. 만약 부모를, 또는 자녀를 친구로 생각하고 살 수 있다면 그보다 이상적인 관계는 없을 것 같다. ‘의무-권리의 관계’에서 벗어나 ‘인생을 함께 살아갈 동반자’로 본다면 그동안 갖고 있던 섭섭하고 괘씸한 마음이 사라질 것이다.
Chapter4 배우자와의 관계
노년은 행복감은 배우자와의 원만한 관계에 비결이 있다 노년기에 부부의 역학 관계는 남편에서 아내 쪽으로 기울어진다. 나이가 들수록 여성들은 독립적이며 능동적으로 변해간다. 인간 관계를 중시하는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주위에 자기 편이 되어줄 사람들을 많이 만들어 두었다. 반면 회사밖에 몰랐던 남편들은 정년 퇴직과 함께 갑자기 무력한 존재가 돼버린다. 아내가 돌봐주지 않으면 자기 속옷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가 된다. 경제력 상실과 함께 가족이 가정을 바라보는 눈이 사뭇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족 위에 군림하려는 경우가 많다. 살림 간섭을 한다거나, 아내의 외출을 못마땅하게 여김으로써 노년기 갈등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정년 이후의 소외감, 분노 등을 아내에게 쏟아냄으로써 가정 폭력으로 치닫는 경우마저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한평생 내조를 해준 아내에게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애정 표현을 하는가 하면, 아내도 남편이 신분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동창 모임 대신 남편과 외출을 자주 하는 식으로 배려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내 주변을 둘러보면 금슬 좋은 노부부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를 더 많이 보게 된다. 아무래도 평생 부부 중심의 생활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가족 생활이 서양과 달리 부모-자녀 중심으로 이루어져왔기 때문에, 부부가 서로 대면하게 되는 기회가 드물었다. 그런데 노년기에 이르면 그동안 완충 역할을 해왔던 자녀들이 독립하고 부부만 남겨진다. 그제야 “평생 함께 살아왔던 타인”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 주기에서 보면, 빈 둥지에 남겨진 노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기가 신혼기와 비슷하다고 한다. 신혼기는 서로 개성이 다른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면서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는 시기이다. 노년기 부부 관계도 마찬가지다. 가정 또는 직장에서 서로 다른 생활을 해오다 보니 더 멀어져버린 경우도 많다. 그런데 노년기 부부 관계가 신혼기와 다른 점은, 신혼기는 애정으로 넘치지만, 노년기에는 살아오면서 실망하고 힘들었던 점이나 원망 등이 쌓여 부정적인 감정을 갖기 쉽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부의 공동 생활에서 일어나는 갈등, 불만 등은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아두지 말아야 한다. 나는 평소 ‘부부는 싸움을 많이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물론 말로 하는 싸움을 말한다. 서로의 입장을 차근차근 풀어가다 보면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고, 타협점도 찾을 수 있다. 평소 대화를 많이 하는 부부라면 노년 준비는 절반은 한 셈이다. 또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데이트를 한다거나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부부만의 여행을 가는 것도 바람직하다. 평소에는 자녀들 보살피느라 부부만의 시간을 갖기가 어렵다. 평균 수명이 길어질수록 배우자와 관계가 더 중요해진다. 자녀가 독립해 집을 떠나기까지의 시간이 20~25년 정도라면 배우자와 함께 살아야 하는 시간은 훨씬 길다. 자녀에게 쏟는 애정의 절반이라도 배우자에게 표현해보자. Chapter5 사회 참여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라 은퇴를 하고 사회 활동의 폭이 줄어드는 노년기에 들어설수록 ‘친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60대 후반이신 시어머니는 “친구가 영감보다, 자식들보다 좋다”고 하신다. 같은 마을에 살면서 30년 단짝으로 지내신 두 할머니는 비 오는 날이면 함께 부추전을 부쳐 먹고, 자식들 문제로 언짢으시면 두 분이 팔짱 끼고 이웃 마을로 나들이를 가신다. 우리 시아버지 역시 “남자는 자고로 친구가 많아야 한다”고 주장하신다. 그런데 최근 친구들의 부고가 들어올 때마다 의기소침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나이 들어갈수록 내 친구의 안부를 살펴봐야 한다. 영국의 지성 새뮤얼 존슨(Samuel Johnson)은 “당신은 우정조차도 보수, 개선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향에 남아 있는 초등학교 친구, 다른 종류의 일을 하느라 거의 교류가 없었던 대학 친구, 직장 생활을 함께 시작했던 사회 친구들… 이들은 모두 어디에 가 있는 것일까? 그는 또 “사람이 인생을 헤쳐 가는 동안 새로운 친구를 사귀지 못한다면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외톨이로 남겨질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오랜 친구와 계속 교류하는 것만큼,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얘기한 것이다. 지식이나 기술도 계속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것처럼, 사람이 되도록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게 좋다. 늘 같은 사람만 만나다보면 편협해지기 쉽다. 특히 진영이 전문화되고 고도화될수록 인간 관계도 폭이 좁아지기 쉽다. 직업상의 필요한 사람만 만나다보면 자기 주변만 아는 ‘속 좁은 사람’이 돼버린다. 이런 경우 정년 퇴직했을 때 더욱 문제다. 따라서 종교적인 만남, 동호회를 통한 만남, 동창 모임 등을 통해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러 자신의 생활에 생기를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60년대 여성 K씨는 딸 나이의 젊은 여성과 좋은 우정을 나누고 있다. 그녀는 직장에 다니는 딸 대신 손주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일을 하다가 손주 친구의 엄마와 알게 된 것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의 교육 정보에 대해 듣고 딸에게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는 등 좋은 대화 상대라는 것을 알게 됐다. K씨는 한 달에 한 번씩 그녀를 식사나 영화관에 초대하기도 한다. K씨는 “나이 든 사람이 옛날 이야기로 젊은 사람들을 지겹게 해서는 안 돼. 요즘은 오히려 젊은 사람들에게 배울 게 많거든. 식사 대접하는 것을 정보 수집비라고 할 수 있지”라며 웃는다. K씨는 요즘 세상에서는 나이든 사람들의 지혜나 인생 경험보다 짧은 사람들의 문화가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깨달은 경우이다. Chapter6 취미생활
취미생활을 위한 7계명 자기에 맞는 취미 한 가지를 습득하기 위한 “취미생활을 위한 7계명”을 보자. 첫째, 자신에게 맞는 취미를 찾아라. 평소 책상 앞에서만 지내는 직업을 갖고 있다면 여행의 기회가 많은 사진이나 스포츠 등 동적인 취미를, 두뇌를 많이 쓰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라면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원예나 도예 등이 좋다. 취미는 자신의 잘못된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취미로 삼아야 한다. 자신의 관심사또는 목적과 맞아떨어지는 취미라면 발전의 속도는 더 빠를 수 있다. 둘째, 시간 핑계를 대지 마라. 먹고사는 일에 바쁜 나머지 취미생활을 ‘호사’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지금 취미생활을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은 정신적으로 풍족한 노년을 위한 투자이다. 가끔 취미생활을 통해 경지에 오른 이들을 만나보면 충격을 받게 되는데, 이들 역시 먹고사는 일이 바쁘지 않았을 리 없다. 생계와 무관한 관심을 위해 노력하는 일은 삶을 질적으로 높이는 일임을 기억하자. 셋째, 궁리하라. 새로운 기술을 익히기 위해 부단히 연습하고 시도하다보면 뜻밖의 성과를 얻을 수도 있다. 일본의 자연생태의 사진작가인 사토시 구라비야시는 곤충의 세계를 찍기 위해 궁리하다가 근접촬영술과 적외선 센서를 부착한 고속접사촬영기계를 발명했다고 한다. 취미로 출발한일이 인생의 새로운 경지를 열어줄 수도 있다. 넷째, 행동하라. 도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 다음 단계로 발전할 수 있느냐는 행동의 유무에 달려있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방 도서관을 방문해 향토사 자료를 뒤적이고 현지 답사를 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흥미에 깊이와 넓이를 더해가야 한다. 만들고 체험하고 찾아가는 적극적인 행동만이 취미생활을 발전시킬 수 있다. 다섯째, 감상하라. 발전하기 위해 그 분야의 거장이 만든 작품이나 작업 과정을 보는 것은 필수이다. 창작은 모방에서 시작된다. 좋은 작품을 보면서 안목까지 덤으로 얻게 된다. 여섯째, 도전하라. 자신의 취미 활동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적극 활용하라. 아마추어들의 작업을 격려하기 위한 공모전이나 작품 모집 공고들이 의외로 많다. 여행 잡지에서는 여행기를 모집하고, 신문이나 잡지 등 다양한 매체에서는 아마추어들의 사진 작품을 채용한다. 인정받았을 때의 만족감은 다음 도전을 위한 에너지가 된다. 일곱째, 취미의 폭을 넓혀라. 한 가지 취미에서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올랐다고 생각되면 인접 영역으로 관심의 폭을 넓혀보는 것도 필요하다. 노년의 시간은 길기 때문에 다양한 취미를 가져 이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40대에는 3가지, 50대 이후에는 5가지 이상을 자기 취미로 꼽을 수 있어야 한다. Chapter7 죽음 준비
당신의 죽음을 인식하라 도덕보다 생존이 더 중요했던 시절을 살아왔던 때문인지,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 때문인지, 우리의 머릿속에는 선행을 했던 기억보다 악행을 저질렀던 기억이 더 많이 남아 있다. 그리고 나쁜 일을 많이 했다는 기억은 죽음을 더욱 두려운 것으로 만든다.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기대는 것이 바로 종교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어떤 종류이건 신앙심은 필요하며, 죽음을 앞둔 사람일수록 절대자와의 만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에 대해 관심이 많다. 최근 일본의 승려 작자 겐유 소큐가 쓴 책을 읽고 윤회가 바로 과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흥미로운 내용이라서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불교는 물질 불멸의 법칙에서 생각한다. 예를 들면 컵의 물이 증발했다고 하면, 물이 줄어들었으니까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한다면 없어진 것이다. 그런데 물리학에 따르면 물은 없어진 게 아니라 수증기로 형태를 바꾸어 컵 주변에 머물러 있다.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중음(中陰)’이라고 부르는 상태이다. 즉, 이 세상과 저 세상의 중간이다. 그런데 수증기는 컵 주변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점점 사방으로 퍼져가게 된다. 이는 자연적인 현상인데, 인도 사람들은 이를 ‘슈냐’라고 부른다. 슈냐라고 하면 ‘팽창하는 것, 넓어져간다’는 의미이다. 세상 가운데의 모든 물질은 이렇게 팽창해서, 퍼져간다. 이 슈냐라는 말은 중국에 오면 ‘공(空)’이 된다. 우주가 팽창해간다는 설은 이것을 가설로 해 연구된 것이다. 이렇게 우주 전체로 퍼져간 입자를 ‘미진’이라고 부르며, 이는 다시 일곱으로 나뉘어져 ‘극미(極微)’라고 불리는 것이 된다. 극미란 불교에서 말하는 물질의 최소 단위인데, 학자들에 따르면 소립자와 거의 같은 크기라고 한다. 소립자라는 것은 현재 150 종류 이상 발견되었기 때문에 그 소립자를 구성하는 더욱 작은 단위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정도 되면 더 이상은 물질이 아니라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공’이라는 것을 일종의 에너지로 파악한다. 에너지이기 때문에 한 번 더 사용될 수 있으며, 이것이 윤회사상과 연결된다. 윤회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보면 에너지가 리사이클되는 것이다. 그런데 윤회로 다시 태어난다고 했을 때 이왕이면 아름다운 모습으로 태어나고 싶은 게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다. 불교에서는 내세에 좋게 태어나기 위해 공덕을 쌓을 것을 설교한다. 죽음을 의식하면서 자기 삶을 가치 있고 선한 것으로 만들라는 이야기이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사람은 죽으면 순수한 빛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미국의 병동에서 이런 티베트 불교의 사상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죽음을 긍정할 수 있도록 이렇게 사후에 대한 이미지를 아름다운 것으로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독교에서도 죽음은 끝이 아니다. 기독교 사상의 핵심은 죽음에서의 ‘부활’이다. 스스로 공덕을 쌓아 좋은 모습으로 환생 할 수 있다는 불교 사상과는 달리 신으로부터 구원이라는 점이 다르지만,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점은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점은 유교도 마찬가지다. 흔히 내세관이 없기 때문에 유교는 종교가 아니라고 하지만 대신 영혼관은 있다. 우리가 제사를 지낼 때 향불을 피우고 술잔을 세 번 기울이는 것은 하늘로 올라간 혼을 불러들이고 땅에 묻은 백을 되살리는 것이다. 죽음 뒤 하늘과 당으로 갈라진 혼과 백이 하나로 합치될 때 제사가 이루어진다. 사람은 죽어서 그냥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로 또는 빛으로 윤회하거나 천국에 간다고 생각하면 위안이 된다. 종교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선하게 살아야 한다’는 명제에 눈뜨는 것이다. 어느 종교에서도 악한 사람이 복을 받으며, 천국에 간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노인 요양시설을 운영하는 어느 원장은 노인들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시설 내에 ‘자원봉사대’를 만들었다고 한다. 노인들이 선행을 하도록 유도해 ‘조금이라도 편안한 죽음’을 준비하게 하자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죽음을 인식하는 사람만이 용서와 나눔, 봉사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 주변 정리 - 유언장 쓰기 유언장은 꼭 죽음을 목전에 둔 노인들만 쓰는 것이 아니다. 젊은 사람들도 가끔 유언장을 써볼 필요가 있다. 유언장을 쓰는 동안 죽음을 가깝게 느끼고 삶의 가치를 다시 한번 발견하게 된다. 배우자, 자녀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가족이 더 소중하게 여겨지며, 세상에 남길 목록을 정리하면서 자신이 이미 많이 가진 사람임을 깨닫게 된다. 혹은 남길 게 없다는 생각을 한다면 좀 더 분발해야겠다고 결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유언장을 어떻게 쓸 것인가? 유언장이 법적인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민법이 정산 유언장 작성 요건을 맞춰 만들고, 공증사무소의 공증을 받아두어야 한다. 이 경우에도 자필로 작성하고 작성 연월일, 주소, 성명을 쓰고, 수정할 때는 도장을 찍으며 증인 2명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유언장에는 상속에 관한 지시와 함께 장례 절차에 대해 언급하게 된다(하지만 젊은 사람에게 유언장 쓰기란 상징적인 의미가 더 강하므로, 이렇게 구체적인 준비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임종을 앞둔 시기의 치료 방법에 대해서도 의사를 표시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호흡기나 영양튜브에 의존해 무작정 생명을 연장시키는 연명 의술에 대항해 최근 ‘인간으로서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점차 ‘소극적 안락사’를 인정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권리’를 서약하고,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증서를 지갑 속에 넣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필요 이상의 치료를 거부함과 함께 창기를 기증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죽음이란 마지막으로 나눔과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 저자 김동선 1965년 마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신문」과 「한국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2001년 일한문화교류기금 펠로우십으로 1년 간 일본의 고령화 연구에 참여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일본 노인 복지정책에 관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한국일보」에서 퇴사한 뒤 치매 노인 미술치료 전시회를 기획했고, 불교방송 노인 프로그램 〈새로운 인생〉에서 김동선의 브라보 시니어를 맡아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 고령화와 건강한 노년에 관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또 고령 사회 지식경영 전문 사이트 웰비즈(http://welbiz.co.kr) 대표로, 중년부터 준비해야 할 노후 대책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이 있고, 역서로는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 있다.
[출처 : http://www.summary.co.kr/] |
첫댓글 다 좋은데 한가지가 부족하네요. 돈 돈 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