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2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내게는 아무 것 두려움 없어,
육상(陸上)에서, 아무런 힘과 권(權)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무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3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까지 있거든 통기(通寄)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秦始皇), 나파륜*, 너희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희 역시 내게는 굽히도다.
나하고 겨룰 이 있건 오너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4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조그만 산모를 의지하거나,
좁쌀 같은 작은 섬, 손뼉만한 땅을 가지고,
고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는 자,
이리 좀 오너라, 나를 보아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5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나의 짝 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길고 넓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저것은 우리와 틀림이 없어,
작은 시비, 작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조따위 세상에 조 사람처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6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저 세상 저 사람 모두 미우나,
그 중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담 크고 순진한 소년배(少年輩)들이,
재롱처럼 귀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너라 소년배 입 맞춰 주마.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시어 풀이
■ 泰山(태산) : 중국의 오악(五嶽) 중의 으뜸인 산. 흔히 높고 큰 산의 대유법으로 쓰임.
■ 육상(陸上) : 지상. 땅,
■ 權(권) : 권세. 권력.
■ 통기 : 기별하여 알림, 통지.
■ 진시황 : 중국 전국 시대의 여러 나라를 정복하여 천하를 통일한 진나라의 첫 황제 .
■ 나팔륜 : 프랑스의 나폴레웅(Napoleon)의 가차(假借)식 표기.
핵심정리
■ 갈래 : 신체시 (新體誇)
■ 연대 : 1908년
■ 성격 : 계몽적
■ 표현 : 직유법 반복법
■ 구성 : 전6연, 각 연 7행
■ 제재 : 바다(새로운 문명 )
■ 주제 : 새로운 문물의 도래와 소년의 시대적 각성 및 개화 실현의 의지
■ 출전 : <소년(少年)> 창간호
■ 의의 : 신체시의 효시가 되는 작품으로 근대 자유시 형성에 영향을 줌.
감상포인트
* 이 시의 형태 : 신체시로 분류한다.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개화 가사와 창가의 전통적인 율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7·5조 또는 4·4조가 부분적으로 들어 있어서 개화 가사와 창가의 율조를 찾아볼 수 있다. 최초의 신체시. 창가적 정형성 답습. 찬양조의 주제. 개화기 시가의 특성인 계몽성 답습 등으로 개화기 시가의 변형으로 보며 근대 자유시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형태이다.
* '바다'의 의미
의인화된 바다가 화자(話者)로 되어 있는 시이다. 이 바다는 두 가지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힘이 세다는 것, 다른 하나는 순결성이다. 센 힘을 지니고 지극히 순결한 바다가 사랑하는 것은 '소년배'뿐이다. 담 크고 순정(純情)한 소년배와 힘세고 순결한 인격체(바다)는 이에 완전히 대응되고 있다.
* 이 시의 표현 형식
담화체 형식으로 되어 있어 주제를 강조하는 효과는 거두고 있으나 시적인 긴장감을 떨어뜨려 산문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해설
이 시는 우리 문학사에서 창가에서 근대적 자유시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시 형태를 보여 주는 작품이다. 이 시가 완전한 자유시로 출발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형태의 시에서 자유시가 태동할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시를 신체시라 부른다. 작자는 바다를 의인화하여 소년과 말을 건네는 형식을 취하여 바다의 거침없는 위력과 기개를 대담한 어조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연에서 바다가 사랑하는 담이 크고 순정한 소년이라고 말함으로써 바다와 소년을 대응시키고 있다. 여기서, '바다'는 문명개화를 통하여 도달하고 싶은 동경의 공간이며, '소년'은 그 문명개화를 실현해야 할 미래의 주역임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