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의 정취 가득한 소록교당을 소개합니다
수 산 김 원 도
원기100년 5월 25일
지난 3월 소록교당으로 늦은 인사발령을 받았다.
소록도는 경관이 좋다는 소식은 들었으나 막연하게 그런 곳도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곧 잊혀진 어느 나라의 섬 정도로 생각하였다. 가기 싫은 마음도, 가고 싶은 마음도 없이 그저 해야 하는 숙제인 것처럼 부임길에 올랐다. 이런 마음은 녹동에 이르기까지 여여 하였다. 녹동을 지나면서 차는 소록대교로 접어들었고, 거창한 현수교를 지나가는데 왼쪽으로는 어선이며 여객선이 항구를 드나들고 아래로는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가 하면 멀리는 짙고 옅은 푸른 섬들이 어깨를 겨루고, 가까이는 하얀 등대 붉은 등대가 뱃길을 열어주고 있다. 다리를 건너는 동안 마치 영화의 장면처럼 멋진 그림들이 스쳐 간다.
곧 도착한 소록도 병원 정문. 오른편으로는 2지역으로 병원과 7개의 한센인들 마을이 있고, 왼편으로는 일반인들 출입이 제한되는 1지역으로 관사지역이다. 1지역에는 하나의 천주교 성당과 다섯 개의 개신교 교회가 있고, 2지역에는 병원 근무자들을 위한 성당 하나, 교회 하나 그리고 우리 소록교당이 있다. 별나게도 이곳에 절, 사찰은 하나도 없다. 대부분 거주자들이 기독교인들(개신교인90%, 천주교인10%)이란다. 원불교 교도도 몇이 있으나 거년에 교역자 없이 비워 두었든 관계로 현재는 법회가 없다.
교당입구를 마주하자 입이 딱 벌어진다. 입구는 일본신사 명패와 원불교 명패가 좌우로 서 있다. 우리는 일본신사와 별난 인연이 있는가 보다. 몇 십년 전에 들어온 성당과 교회 보다 여러모로 훌륭한 곳에 터를 잡았다. 남국의 큼직한 종려나무들이 서 있는가 하면 소철나무와 칠팔십년은 됨직한 거목들이 주위를 감싸고 있다. 멀리로는 바다가 보이고 크고 작은 섬들이 실루엣을 이룬다.
이렇게 날은 저물고 다음날 좌선을 끝내고 밖에 나와 상쾌한 공기를 즐기는데 송아지만한 사슴이 어슬렁거리며 지나가다가 멈추어 서서 멀뚱하게 뒤를 돌아본다. 마치 “어디서 오셨나 못 보던 사람이 있네”하는 표정이다. 별로 놀란 표정도 없이 다니던 길을 뚜벅거리며 쭉 쭉 뻗은 전나무, 삼나무가 울창한 산 속으로 들어간다. 이곳에는 꽃사슴과 누런사슴 그리고 드물게 볼 수 있지만 흰사슴이 있다고 한다.
4월에는 큰길을 따라 벚꽃이 흰색 분홍색 터널을 이루더니 꽃이 지면서 동백이 주먹만 한 붉은 꽃송이를 떨군다. 이에 따라 시샘이라도 하는 양 붉은 철죽꽃이 환하다. 요즘은 봄이 막바지라서 산책길을 따라 걸으면 찔레꽃, 후박꽃, 붓꽃, 라일락 향기가 가득 하고, 이름도 알 수 없는 야생화가 지천이다.
아침 저녁으로는 새들의 산란기 여서인지 꾀꼬리, 까치, 파랑새, 어치, 산비둘기, 뻐꾸기 등이 합창을 하고, 창 밖을 볼라치면 갑자기 장끼가 날아와서 홰를 치며 “꿩 꿩 ..”하고 까투리를 부른다.
이곳 소록도 교화는 중타원 김혜심 교무님의 소외된 계층을 배려하고 제도하려는 서원으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원불교 성직자임을 밝히지 않고 소록도병원 약사로 근무를 시작하여 한센인들과 직원들에게 정성과 성실함을 보임으로써 차차 원불교가 다른 종교 단체와 같은 구원과 봉사의 역할을 실천할 수 있는 종교로 인정을 받아 총부에서는 원기 63년 2월 선교소로 인가하였다. 얼마 후 운타원 이운숙 교무님은 김혜심 교무님과 뜻을 같이 하여 원기 67년 지금의 건물을 지어 봉축식을 갖게 된다. 김혜심 교무님은 원기 62년부터 이곳 소록도에서 6년을 근무하였고, 이운숙 교무님은 원기 66년-70년, 77년-83년 두차례에 걸쳐서 10년을 근무하였다. 이곳 소록도교당은 이 두분 교무님의 혈성과 개척정신으로 뿌리를 내린 교화터전이다. 지난 원기 93년에는 경산 종법사께서 다녀가셨다.
지금은 한센인들도 연로하시고(대부분 70-90세) 근무자들도 그 수가 많이 줄어서 새로운 교도를 확보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으나, 이곳 소록도가 점차로 관광지로 변모하고 있으며, 복지정책에 따른 봉사자들의 방문도 활발하여 새로운 개념의 교화지로 개척해 나가고 있다.
봉공활동으로는, 매년 4월이면 광주전남교구 봉공회에서 한센인을 위한 생필품 전달과 봉사를 하고 있으며, 8월에는 교학대학원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고, 12월에는 순천지구와 고흥교당 봉공회에서 김장김치를 전달하고 있다.
문화활동으로는, 매년 서울지역 청송시인문인회원(40여명)들이 내방하여 문학의 밤 행사를 하며, 지역 문화행사 참여와 문화단체들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하고 있다. 각 대학 건축과 학생과 연구생들이 일본신사를 방문하면서 원불교를 홍보하고, 종종 일본인들이 내방하여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교화활동으로는, 고흥교당 법회와 행사에 동참하고, 녹동교당에 매월 한차례 법회를 보고 있다. 이 외에 교도 가족단위의 쉼터역할을 겸한 교화의 장과 전국의 청년회 여성회 봉공회 모임과 봉사의 장으로 역할을 도모하고 있다.
이 글을 올리면서 바라는 바는 우리에게도 이같이 사회의 저변을 돌보는 기관이 있으며, 훌륭한 경관을 갖춘 시설이 있으므로 출가 재가 모두 활용하기를 기대함이다. 다행히도 본당 건물 외에 봉사원들이나, 방문객들을 위한 별관이 있어 숙박과 식사준비에 어려움이 없으므로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
많이 많이 오셔서 이국적인 정취를 즐기면서 쉬시기도 하고, 마음의 안정도 얻으며, 삶의 가치를 찾아보는 기연이 되기를 기대한다.
첫댓글 이제 들어와 보니 수산 김원도 소록교당 교무님 글이 올라 왔네요. 반갑습니다. 잠깐 저희들 신세를 지고 무심히 지나옴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저희들에게 잠자리를 제공 해 주신 뜻 깊은 감사를 들이며 우리 까페를 찾아주심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건강 하신지요. 저희집 외조자 장산(이성걸) 님과 한 번 가서 뵙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반깁니다. _()_
감사합니다. ^_^ 방문일정 있으시면 미리 연락주시면 고맙겠습니다. _()_
반갑습니다^*^
좋은 인연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감사합니다
소록도에서의 따듯한 배려 정말 고밉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정취 소록도여
진 초록으로 짙어지는 아름드리 나무들 잘 가꾸워진 공원,어우러진 바다 아~ 감사드립니다.
소록도의 비창과
한하운 님의 발자취가
지금도 어른거립니다
그곳을 선뜻선뜻
그리워 하고 있습니다
예서 또 뵈어 반갑고
감사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