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들어가 첫번째 맞은 여름방학 때의 일입니다. 우리 가족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미산계곡으로 자연학습을 가기로 했습니다. 미산계곡은 강원도 인제군 내린천 상류의 깊은 산 속에 있습니다. 바위틈에서 솟는 옹달샘, 풀뿌리를 적시며 흐르는 작은 물줄기들이 한데 만나서 계곡을 이루고 있는 곳입니다.
미산계곡은 물이 너무나 맑아 모래 알갱이가 다 들여다보였고 아름다운 우리 민물고기가 헤엄치며 노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만큼 미산계곡의 물은 깨끗했습니다. 그것이 내가 처음으로 가서 본 미산계곡의 풍경이었습니다.
우리는 집에서 가져온 낚시도구와 그물, 그리고 관찰할 그림도구와 물고기 도감으로 자연학습을 했습니다. 미산계곡은 물이 맑아 일반 저수지나 낚시터에 가장 많은 물고기인 붕어와 잉어는 만날 수 없습니다. 일반 다른 냇물에 주로 사는 피라미도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가장 많이 잡히는 물고기는 갈겨니였습니다. 갈겨니는 피라미와 비슷한 모양이고 크기까지 같아 처음에는 피라미인 줄 착각했습니다.
물고기도감과 자세히 비교해 보니 피라미 눈에는 붉은 줄이 있는데 갈겨니에는 없고 조금 컸습니다. 갈겨니는 눈이 커다랗고 검어서 눈검쟁이라고 불리기도 한답니다. 갈겨니가 사라지고 피라미가 많아지면 그 만큼 물이 오염되기 시작했다는 증거가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래무지라는 신기한 물고기도 잡았습니다. 모래무지는 모래 색깔과 비슷한 색이었습니다. 거무스름한 반점이 등에 박혀 있었습니다. 모래 속에 몸을 파묻고 머리만 내놓는 걸 좋아해서 모래무지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가장 신기한 것은 영화 이름이기도 한 쉬리였습니다. 쉬리는 가장 깨끗한 물에서만 산다고 하는데 미산계곡의 물이 정말 깨끗한가 봅니다. 모양이 아주 예뻤습니다. 몸이 날씬하고 색동옷을 입은 듯 갖가지 색깔의 줄무늬가 화려했습니다. 처음으로 보았는데 너무나도 신기해서 얼른 수첩을 꺼내 들고 그렸습니다.
또 꺽지라는 물고기를 잡았는데 이 물고기는 야행성이라고 하는데도 신기하게 낮에 어항에 들어가 잡혔습니다. 빛을 별로 안 좋아하는지 바위 밑 컴컴한 곳에 숨어 있었습니다. 꺽지는 심술궂게 생겼습니다. 생김새와 마찬가지로 꺽지는 정말 거칠고 난폭했습니다. 통을 살짝 건드렸는데도 난폭하게 막 움직였습니다.
그 외에도 미산계곡에서는 작은 신기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무당개구리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무당개구리는 등에 점박이 같이 점이 마구 박혀 있어 정말 징그러웠지만 너무 신기했습니다. 산제비나비라는 신기한 나비도 보았습니다. 나비라기엔 너무 크고 언뜻 보면 검은색 나방 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검은색의 날개 빛깔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이제는 날이 저물고 우리 가족이 집에 돌아갈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잡았던 물고기들을 다시 물에서 헤엄칠 수 있도록 풀어주고 우리 가족은 물고기들처럼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떠나는 길에 본 미산계곡의 풍경은 역시나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이날 내가 본 미산계곡의 모습이 이제 마지막이라는 것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10년 가까이 기회 있을때마다 아빠를 따라 미산계곡을 찾아다녔습니다. 처음에 책에서 보고 물어물어 찾아 나섰을 때는 인적이 없어 무섭기도 했습니다. 미산계곡을 다니면서 처음으로 우리 민물고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 민물고기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되었습니다. 10년 전에 만났던 미산계곡에는 신기로운 민물고기들이 많았지만 매년 갈 때 마다 물고기들이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3년 전부터는 미산계곡을 끼고 포장도로가 새로 나면서 계곡은 크게 훼손 되었습니다. 길가에 서서 환한 얼굴로 반기던 많은 나무들도 이제는 잘려 나가 만날 수 없습니다. 다음에 미산계곡에 갈 때가 걱정되고 겁이 납니다. 이번에는 또 누구를 못 만나게 될지를 말입니다.
지금까지 미산계곡을 지키며 살아온 우리 토종물고기들을 예전처럼 다시 만날 수 있을 날을 기약해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우리 모두가 환경보전을 실천해야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