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합병증…증상없어 방치땐 시력장애·심근경색까지
[생활 속 건강 Talk]
국내 성인 셋 중 한 명은 고혈압 일교차 커져 건강 관리 유의해야
전세계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혀 소금 섭취 줄이고 체중 감량 필수
<사진 출처=픽사베이>
가을에 걸맞지 않게 9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부분 지역의 낮 기온은 30도를 웃돌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해지면서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일교차가 커지는 환절기에는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고혈압 등을 앓는 환자들이 건강 관리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기온이 내려갈수록 우리 몸의 대사 활동이 감소하고 혈관도 움츠러들기 때문이다.
기온이 1도 내려가면 1mmHg 내외로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관이 수축되면 협심증 빈도도 증가한다.
국내 고혈압 환자는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고혈압은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이 보유한 대표적인 국민병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20세 이상 성인 4434만명 중 30.8%가 고혈압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고혈압은 전 세계적으로도 주요한 사망 요인으로 꼽힌다”며
“성인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히는 심뇌혈관질환도 고혈압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아직 국내 고혈압 조절률은 50%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혈압 기준 <자료=대한고혈압학회·서울아산병원>
고혈압이 위험한 이유
심장이 펌프질을 통해 각 장기로 혈액을 보낼 때 드는 압력이 혈압이다.
보통 혈압은 ‘120/80’처럼 두 가지 숫자로 표시한다.
높은 숫자는 수축기 혈압으로 심장이 혈액을 밖으로 밀어내는 압력을 뜻한다.
낮은 숫자는 이완기 혈압으로,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올때 혈관이 받게 되는 압력이다.
문제는 고혈압 환자 대다수는 별다른 증상을 못 느낀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흔히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뒷목이 뻣뻣한 증상을 호소하며
혈압이 올라간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같은 증상은 혈압 수치와 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고혈압은 증상을 못 느낀다고 방치하면 심근경색, 협심증, 심부전증 등 여러가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진다. 고
혈압으로 신장 기능이 악화돼 만성 신부전증을 일으킬 수도 있고, 눈 망막에 출혈을 일으켜 시력 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다.
고혈압이 부르는 또다른 질환으로는 뇌내출혈이 있다.
갑자기 뇌내 혈관이 터지면서 뇌 안에 피가 고이는 병으로, 대부분 고혈압이 원인이다.
오래된 고혈압은 뇌내 소혈관을 손상시킬 수 있는데,
손상된 뇌혈관은 스트레스나 압력에 취약해져 잘 터지게 된다. 특히 60대에서 많이 발생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체 뇌내출혈로 진료인원(5만7345명) 중 60대가 28.4%(1만6309명)로 가장 많았고,
70대가 23.3%(1만3371명), 50대가 18.8%(1만756명) 순이었다.
남성은 6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31.1%로 가장 높았고, 50대(21.8%), 70대(20.9%)가 뒤를 이었다.
여성은 70대(26.3%), 60대(25.1%), 80세 이상( 24.6%) 순이었다.
이윤호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내출혈 주요 증상으로
갑자기 발생하는 반신마비, 반신의 감각 소실을 들 수 있으며 발음이 어눌해지는 구음장애 또는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만 말을 못하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하는 등의 언어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한쪽이 잘 안보이거나 물체가 두 개로 겹쳐서 보이는 복시 증상 등
시각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으며 소뇌 병변의 경우
어지러움증, 구토 또는 균형에 문제가 발생해 비틀거리고 넘어지는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뇌내출혈은 재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재출혈시 사망률이 현저히 높아지기 때문에
증상 발생이 병원으로 빠르게 이송하는 등 초기 대처가 매우 중요하다.
올바른 혈압 측정 방법 <자료=서울아산병원>
염분 섭취 제한·체중 감량도 중요
고혈압 치료는 혈압을 조절해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그로 인한 사망 위험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고혈압 치료제는 워낙 종류가 다양하고 고혈압 정도나 고혈압 외 환자가 앓고 있는 질병, 연령 등에 따라
추천 약물과 용법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 처방을 따라야 한다.
처방에 따라 꾸준히 약물을 복용해야 하며, 운동이나 금연 등과 같은 비약물요법도 병행하게 된다.
건강한 식사와 운동, 금연, 절주와 같은 비약물요법은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뚜렷하기 때문에 모든 고혈압 환자에게 권장된다.
특히 고혈압 전단계 혈압이라면 이같은 습관을 지키는 것이 좋다.
소금 섭취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소금의 권장 섭취량은 하루 6g 이하, 1 티스푼 정도다.
김 교수는 “하루에 소금을 10g 정도 섭취하는 고혈압 환자가 소금 섭취를 절반으로 줄이면
수축기혈압이 4~6mmHg 낮아진다”며 “뿐만 아니라 소변으로 염분을 배설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이뇨제를 복용할 필요도 없어지면서 칼륨 배설이 줄어 골다공증, 요로결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고혈압은 체중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고혈압 환자의 체중이 표준 체중보다 10% 이상 초과하는 경우 5kg 정도만 감량해도 혈압이 뚜렷하게 감소한다.
체중은 4~5kg 정도 줄이는 것을 우선 시도해보고 필요에 따라 추가로 감량하는 것이 권장된다.
김 교수는 “체중 감량과 더불어 알코올, 소금 섭취 제한을 병행하면
혈압 감소 효과는 더욱 두드러진다”며 “금연과 절주를 생활화하며,
하루 30분 이상 주 5~7회 중등도 강도(moderate intensity)로 운동을 하는 게 고혈압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유주연 기자(avril419@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