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지난 학기에 법의환경학을 배우며 불산 유출 시 대처 시나리오를 과제로 제출한 터라 당시에 조사해두었던 불산의 위험성을 간략히 적어보려고 합니다. 베오베에 올라온 네이버 블로그 펌글을 읽고 상당부분 동의하였는데 누군가 지나친 선동자료라는 주장을 제기하였는지 본인이 블로그에서 글을 내리셨더군요.
저는 불산을 다뤄본 경험이 없기에 조사를 통해 알아낸 팩트만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Honeywell, DuPont, ScienceLab, Solvay 등 화학계열 회사에서 공개하고 있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참고하였고, 중요한 부분을 추려모아 그대로 번역한 수준에 가깝습니다.
1. 불산은 염산처럼 강력한 산성 물질은 아니지만 치명적인 독성을 가지고 있으며, 소량의 피부 접촉만으로도 합병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화학물질입니다. 농도 50% 미만의 불산이 살에 닿게 되면 심각하지 않은 화상을 입힐 뿐입니다. 그러나 물로 씻어내고 응급처치를 한 뒤에도 점진적으로 깊은 조직으로 침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서운 거지요.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불산이 체내 깊숙히 침투하여 뼈 손상 및 극도로 고통스러운 조직의 괴사와 액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2. 약 피부 면적 160 cm² 이상이 불산에 노출되었을 경우에는 불소가 체내의 칼슘과 결합하여 저칼슘협증을 유발하며, 심한 경우에는 전해액 이상을 일으켜 심장마비까지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3. 호흡기를 통해 불산을 흡수할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불산가스는 후두와 기관지의 경련, 폐수종, 영구적 폐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심각한 경우에는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고 하니 아무리 소량이라고 하더라도 불산에 접촉하였을 경우에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즉시 병원에서 검사 및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4. 불산은 토양의 실리카 등과 닿으면 유독한 silicon tetrafluoride 가스를 만들어내고 물, 유리, 금속 등과 닿으면 폭발할 위험이 있습니다. 거기다 불산은 장기적으로 토양을 황폐화시킬 뿐더러 동식물의 유전변형까지 일으킬 수 있는 극히 위험한 물질입니다.
5. 불산이 발암물질인지는 불분명합니다. 그러나 갑각류 등을 불산에 노출시켰을 경우 다음 세대로 유전되는 신체이상과 돌연변이 등을 일으킨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따라서 불산이 극도로 위험한 물질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불산, 넌 도대체 뭐니?
구미의 한 공장에서 불산 가스 누출사고가 일어났다. 5명이 이미 사망하였고, 지금까지 알려진 피해자만 수백명이고 공단 안에서 난 사고이고 근처에 마을이 있고 인구 밀집지역이 있어 그 피해는 일파만파로 퍼질 것이다. 뉴스에서 본 영상을 봐도 이미 주변 동네는 초토화라고 생각된다. 이미 모든 농작물이 말랐고, 주변 건물이나 금속재는 그냥 녹아날 것이다. 또한 사람에 대한 영향 역시 치명적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불산이 당췌 뭐길래 이 난리일까?
강력한 화학반응을 불러오는 불산
불산은 불화수소산(hydrofluoric Acid, HF)의 줄임말로 무색의 자극성 액체이다. 공기 중에서 발연하며, 유독성으로 피부나 점막을 강하게 침투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강한 산성을 띠는 액채로 알고 있는 염산(HCl)이나 황산(H2SO4) 보다 더 강력한 산성을 가지고 있다.불산과 반응하지 않는 물질은 금, 백금 정도로 알려져 있다.
원소 주기율표에서 보면 불소 원소(F)는 9번 원소로 17족에 속한다. 17족에 속하는 원소들은 불소(F), 염소(Cl), 브롬(Br). 요오드(I)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원소들은 1족에 속하는 알칼리 원소(혹은 금속원소)들과 1:1로 결합을 하는 특징을 보인다. 또한 2족에 속하는 원소와는 1:2로 결합(2족:17족 = 1:2)하는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특히나 17족 원소들은 음이온화하려는 성질이 커서 양이온화 하려는 성질이 큰 1,2족 금속을 만나면 바로 화학결합 반응을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열이 발생하며, 굳이 화학반응을 위한 촉매나 가열이 필요없을 정도다.
특히 이러한 반응들은 그림에서 화살표 표시한 대로 주기율표 상에서 위에 있는 원소일수록 격렬하게 반응을 한다. 따라서 9번 원소인 불소(F)는 실온에서 불소 자체로 있지 않는다. 어떤 방식으로든 다른 원소와 결합한 상태로만 존재한다. 그래서 불산의 형태로 만들어 유통을 하게 되는데, 이불산 역시 반응성이 무척이나 큰 상태이기 때문에 46-50%의 수용액 상태로 합성수지제(폴리에틸렌) 용기에 넣어 밀봉하여 저장한다.
칼슘과 반응하는 불소
불산은 수용액 상태로 존재한다. 이 이야기는 물 속에서 불소이온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실온에 노출되는 순간 이 불소이온들이 바로 반응을 할 수 있는 물질에 붙어 바로 화학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그 중에서도 칼륨, 칼슘 등의 금속 원소를 함유하고 있는 물질을 만나면 즉각적인 반응을 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 불산 누출사고가 일어나고 나서 주변 금속들이 불소이온과 결합하여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열이 발생하고 합금들이 해체되면서 녹아내리는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또한 칼슘, 마그네슘, 칼륨 등을 포함하고 있는 생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 식물이나 동물(인간을 포함)들은 이러한 금속 원소들이 필수적으로 공급되어야 살 수 있는데, 이러한 금속 원소들이 불소와 만나서 화학반응을 일으키게 되면 파괴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누출사고 인근 지역의 식물들이 모두 말라버린 것은 이 때문이며, 사람 역시 이러한 피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불소의 반응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위에서 언급하였듯 불소와 반응하지 않는 물질은 금, 백금 정도이며 그 외의 모든 물질과 반응한다. 따라서 실제 보관하는데 유리병에도 보관하지 못할 정도다. 과학이 발달하여 폴리에틸렌이 개발되기 이전에는 이러한 불소를 보관한다는 것을 엄두내지 못할 정도였다. 그만큼 불소는 반응성이 높아 한번 불소에 노출되면 거의 대부분의 인체 조직이 파괴될 수 있다. (관련기사 :뭐든지 녹인다는 불산, 인체에 끼치는 영향은?SBS)
거기에 이온화 상태로 퍼지는데, 이 때 상대적으로 가벼운 원소에 속하는 불소는 기체 상태로도 충분히 멀리 퍼질 수 있다. 또한 원소의 크기도 작아 피부 속을 침투해서 인체 깊숙한 내부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염산이나 황산으로 인한 영향은 직접 이들 물질이 닿은 부분에 한하지만,불산은 아예 뼛속까지 침투해 들어가서 뼈의 칼슘과 결합하여 뼈를 녹이며, 폐에 들어가서 폐조직을 재생이 불가능한 상태로 파괴할 수 있다.
자연상태에서는 별 문제 없어
불소는 자연상태에서는 다른 물질들과 결합한 상태로 자연계에 존재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 치약에도 불소가 함유되어 있는데 현재 치약에는 1000 ppm 이하로 불소의 농도를 제한하고 있다. 칫솔질을 하면서 일부 불소가 이온화되고, 이들 이온화된 불소들이 치아 표면의 세균, 이물질과 결합하게 되어 세정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또한 일부 수돗물에도 불소가 함유되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나, 수돗물의 불소 농도는 0.08~1.02 mg/L 수준으로 조절되고 있다.
불산 가스 누출, 주변 지역은 어떻게?
불산 가스는 가볍기 때문에 주변으로 계속해서 퍼진다. 그리고 화학반응을 통해 안정화된 형태가 되면 더 이상 반응을 하지 않기 때문에, 불산 가스가 모두 화학반응을 한다면 이후에는 피해를 입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퍼진 불산으로 인한 피해는 어찌할 수 없다. 불산 가스가 누출이 되면 재빠르게 석회로 중화를 시켜야 한다. 중화시키는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구미 불산 가스 누출 사고 20여 시간 이후에나 석회를 뿌렸다. 20시간 정도면 이미 불산은 다 공기중으로 다 퍼졌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그 피해가 어디까지 확산될지는 알 수 없다.
(외국에서의 불산 가스 누출 사고 시 대응)
(불소에 대한 위험성을 다룬 프로그램)
물로 불산 가스를 씻어냈다고 하면, 주변 하천은 이미 불산으로 오염되었다고 봐야 한다. 때문에 상당기간 동안 하천의 물을 쓸 수 없다. 결국 피해는 일파만파로 퍼지는 형국이다. 주변 수십 키로 이내는 불산으로 인한 피해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들 지역에 있던 사람들에 대한 향후 역학조사는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사람들의 이주 대책 역시 시급하다.
어찌보면 일본에서 쓰나미로 인한 후쿠시마 방사능 누출사고와도 흡사해 보인다. 물론 방사능과는 또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어차피 누출된 지역은 초토화된다. 방사능 누출로 인한 변화는 즉각적으로 보이지 않고, 불산으로 인한 주변 환경의 변화는 즉각적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다.
결국 이번 불산 가스 누출 사고는 관리 소홀과 사고 후 대처 미비로 인해 피해가 커진 인재(人災)다. 불산을 다루는 공장에서 석회를 갖추지 않는 것도 이상하고, 실제 이러한 유독 물질을 취급하는 업체에 대해 관리 규제를 하지 않은 지자체 역시 이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음을 보여준 사건이다. 주변에는 의외로 유독물질에 대한 위험 경고나 인식 없이 취급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번 불산 가스 누출 사고가 적어도 유독 물질에 대한 경각심이라도 일으켜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첫댓글 이렇게 치명적인 물질이 누출되었는데
안이하게 대처하는 정부는 어느 나라 정부입니까..?
퍼드러 주세요....!!!
아사임님
늘 감사드려요
밑에 링크를 삭제하여 주셨으면 합니다
부탁 드릴께요^^
어이쿠!~~~
죄송합니다...
링크 달면 않되는군요....
규칙을 읽어야 하는데.... 삭제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
시간내서 다시한번 보께요~~ㅎ
고마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