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반에서 자습을 하였다. 한 학생이 핸드폰을 써도 되냐, 게임을 해도 되냐고 했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사는 것이니까 자습 시간을 그렇게 쓴다면 안타깝지만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렇게 말했을 때 자습을 선택한 학생들은 게임을 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기 주도 학습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스스로 그런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자기 주도 학습 의지가 강화되기도 할 것이다. 둘러보니 2명 정도 빼고는 전부 자습을 하였다. 2명은 핸드폰과 크롬북으로 유튜브 시청 등을 하고 있었다. 두 학생을 밖으로 불러내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확인한 후 이야기하였다. 자기 인생의 시간을 쓰는 것은 자기 선택이다, 그러므로 어떤 것을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한 다음, 정말 지금 선택한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 지금 한 활동이 다른 친구들에게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으냐 물었다. 두 학생은 공부와 게임의 시간 배분을 하여 쓸 것이다, 다른 친구들에게 영향을 줄 것 같으면 애초에 그 친구들의 공부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였다.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지 선택권을 주었으나, 그 시간을 어떻게 쓸지 아예 방치하는 것은 내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이야기하였으며 자기 인생의 시간이므로 알아서 잘 쓰기 바란다, 다른 친구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도 생각하여 행동해 달라고 당부한 후 교실로 들여보냈다. 시간을 어떻게 쓸지 선택권이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 조용하게 공부에 집중하는 분위기로 시간을 보냈다. 훌륭한 학생들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인생에 도움이 되는 선택이 무엇일지 스스로 물어보고 좋은 선택을 하는 것이다.
- 12반에서 자습을 하였다. 정말 조용하다. 예전에는 자습을 하라고 하면 꽤나 시끄러운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기말 고사를 앞두고 자습 시간에는 거의 모든 반에서 속으로 놀란다. 학생들이 조용히 시간을 보내주는 덕분에 시끄러운 것에 대한 제재에 에너지를 쏟지 않고 내 공부나 다음 수업 준비 등에 집중할 수 있었다.
p.s.
드디어 의무 연수를 다 듣고 내가 선택한 연수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역시 해야 해서 하는 것보다 자유 의지가 실현될 때 행복하다. 살다 보면 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 때 마음가짐은 '그냥 한다, 일단 한다'여야 덜 괴롭다. 하나씩 clear. 그 자체에서 즐거움 찾기.
- 14반에서는 자습을 하는 시간으로 예고를 했는데 지난 번 안건이었던 '다른 반 학생 출입 금지'에 대해 다시 회의를 하고 싶다고 하여 그렇게 했다. 지난 번과 달리 다수의 학생이 다른 반 학생 출입 금지에 찬성하여 다음 주부터는 출입 시 벌점을 부여하기로 하였다. 다른 반 학생이 들어오면 반 분위기가 흐려지고(윤서), 사람이 너무 많아져 정신이 혼미(예찬)해지나 보다.
p.s.
윤서는 지난 번에도 다른 반 학생 출입 반대 근거로 '반 분위기가 흐려지고'를 말했는데. ㅋㅋ 윤서에게는 '반 분위기'가 중요한 듯.
- 11반에서는 박씨전 해설 영상, 북한말 초성 퀴즈 영상을 보았다. 오늘은 수업 때마다 거의 엎어져 있는 지뢰밭 5인방 중 무려 두 명이 일어나 있었다. 그들은 발표도 하고(!) 퀴즈도 맞추었다! 우와.
박씨전 해설 영상 관련하여, '모티프'라는 개념(여러 작품에서 반복되어 나타나는 구조나 주요 구성 요소. 박씨전이나 슈퍼맨은 '영웅 이야기' 모티프)을 알아두면 작품 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하였고, 작품에는 현실에서 좌절되곤 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실현되기도 함을 이야기했다. 좌절되는 욕망의 예시로 학생들이 수업 중에 화장실에 가거나 엎어지지 않고 수업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나의 욕망을 슬쩍 넣어주었다. ㅋ ㅋ 자고 일어났더니 슈퍼맨이 된다면 해소하고 싶은 욕망으로는 대통령이 되어 마음대로 하거나(종우), 지구의 내부 또는 우주를 관찰하거나(예준),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읽고 싶거나(채영), 엔트로피를 감소시키고 싶은(영진) 욕망이 있었다.
북한말 초성 퀴즈 영상을 보면서 맞추기 어려웠던 단어로 예준이가 남새(나물), 채영이가 몸틀(마네킹) 등이 추론하기 어려웠다고 뽑아주었고, 영진이는 '일없다'(괜찮다)가 갈등을 일으킬 수 있겠다고 말해 주었다.
11반에서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발표해 주어 즐거웠다.
수업 후 채원이가 시험을 앞두고 부담된다고 말했다. 긴장되지는 않지만, 할 것이 많고 잘 못 보면 엄마가 뭐라고 하실 것 같아 신경쓰이는 모양이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됐다.
- 굳이 다른 학생을 욕하거나, 문제가 되는 발언을 하는 학생들 이야기를 들었다. 가만히 있는 것이 더 쉬운 일이 아닌가? 그걸 못하네... 왜 그러지? 자신의 행동이 도움이 되면 가장 좋지만, 최소한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 안 듣는 것 같아도 듣는 귀가 있고 결국 누군가 알게 된다. 문제가 되는 말이나 행동인지 멈추어 생각했으면. 그것이 성장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
더운 날들인데 이번 주도 학교 다니느라 고생했어! :)♡
p.s.
<모티프>
모티프(motif)와 모티브(motive)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같은 의미로 사용되지만 이 둘은 엄밀히 말해 서로 다른 개념이다. 모티프(motif)라는 것은 어떠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개의 화소(話素), 즉 이야기의 구성원을 일컫는 말이다. 예를 들어 주몽 설화의 모티프를 따진다면 난생 모티프(유화부인이 알을 낳았고 그 알에서 주몽이 태어났다)와 천손 모티프(주몽은 천제의 아들인 해모수의 자식이다)를 손꼽을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어떤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는 단위를 가리키는 말이 바로 이 모티프라고 할 수 있다.
<확장 개념>
1) 모티브
모티브(motive)라는 것은, 어떤 행동에 대한 동기나 원인 내지는 어떠한 글에 대한 출발점을 의미한다. 만일 신화에서의 모티브를 따진다면 해당 민족의 기원을 찾고 자신들의 우월함을 뽐내고자 하는 것이 그 모티브라고 말할 수 있다.
2) 한국 시조 설화의 주요 모티프
천손 모티프
천손 모티프라는 것은 설화의 주인공이 하늘의 자손이라는 것을 뜻한다. 단군 설화에서는 천제 환인의 아들인 환웅이 땅으로 내려와 웅녀와 결혼하여 단군을 낳았다고 말하고 있으며, 주몽 설화에서는 천제의 아들인 해모수가 땅으로 내려왔다가 하백의 딸인 유화와 결혼하여 주몽을 낳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박혁거세 설화나 김수로 설화 등에서도 이러한 천손 모티프는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난생 모티프
난생 모티프란, 설화의 주인공이 알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몽 설화에서는 해모수와 결혼한 뒤 홀로 남겨진 유화부인이 알을 낳았고, 이 알에서 태어난 것이 주몽이다. 박혁거세 설화에서도 하늘에서 내려온 백마가 머물렀던 자리에 궤짝이 있었고, 그 궤짝 안에 있던 알에서 태어난 것이 박혁거세이다. 이처럼 난생 모티프는 천손 모티프와 함께 한국 시조 설화에서 중요한 핵을 담당하고 있는 모티프이다.
시조 설화에서 천손 모티프나 난생 모티프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한 나라의 시조에게 신비로움과 상서로움을 부여함과 동시에, 시조의 기원을 ‘하늘’에 둠으로써 자기 민족의 신성성을 강조하고자 하는 까닭이 크다. 우리의 시조가 하늘의 자손이며 알에서 태어나는 신비로운 탄생 과정을 거쳤으므로, 그의 자손인 우리들 역시 하늘의 자손이며 신비로운 민족이라는 의식을 고취시키고자 한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모티프 (통합논술 개념어 사전, 2007. 12. 15., 한림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