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울산을 비롯한 국토 동남권은 `메가시티`로 달아오르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실상 동남권메가시티를 이끌던 김경수 경상남도 지사가 지난 7월 21일 이른바 `드루킹 댓글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지사직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말하자면 현재의 광역시와 도를 몇 개 합친 특별광역행정구역을 만들자는 것이다. 행정구역 측면에서만 보면 `동남권메가시티`는 1963년 부산이 직할시가 되기 이전의 경상남도로 돌아가는 것이고, 또 다른 `그랜드메가시티`는 여기에 대구시와 경상북도까지 합치자는 개념이다. 광역행정구역을 더 크게 만들자는 목적은 한마디로 인구 규모가 1천만 명 이상인 행정구역을 만들어서 수도권에 버금가는 발전을 꾀하고, 국가적으로는 수도권 집중을 해소해서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수도권인 서울, 인천, 경기도에는 이미 총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고, 지역총소득(GRNI)의 56.1%, 예금의 70.1%, 지방세 수입의 56.9%, 100억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 수의 92.5%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항공 노선 대부분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국내 20위권 대학 중 19개가 수도권 대학이다.
이처럼 거의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방의 공동화와 경쟁력 하락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반면에 수도권은 자동차 통행량 증가에 따른 교통혼잡, 멀어진 통근거리, 높은 주거비용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 등 그림자도 만만치 않다. 결국 수도권 과밀과 지방 과소화는 같은 문제의 다른 측면일 뿐으로 이를 해소하는 길 만이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발전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은 2020년 말 지방지치법 전면개정으로 특별자치구역 설치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고, 이미 뉴스를 통해 전해지고 있는 것처럼 내년 초의 `동남권특별광역자치단체` 출범이 공식화되었다. 동남권메가시티는 이전의 광역권 통합 논의와는 큰 차이가 있는데 중앙이 아닌 지역이 논의의 주체인 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칫 이 메가시티라는 그림이 정치인들의 헤게모니 싸움이나 당리당략에 좌우될 우려는 항상 있다. 그런 염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런 유혹에서 벗어나서 동남권 메가시티와 수도권 및 기타 지역이 함께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한편, 이 구상의 많은 분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통물류체계 정비다. 그런데, 현재의 구상이나 진행 중인 계획을 보면 울산시민 입장에서는 우려되는 점이 많다.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는 제4차 국가 철도계획에 반영된 울산지역 광역철도다. 2개의 노선 중 하나는 부산 노포동-양산시 웅상-울산시 웅촌-무거동으로 이어지는데, 이 노선은 다시 고속철도 울산역으로 연결된 다음 통도사-양산 시내로 들어간다. 울산시를 통과하는 구간은 무거동, 웅촌면, 법서읍, 삼남읍 정도로, 말하자면 도시 외곽부다. 이 노선의 가장 큰 취약점은 태화강역 등 울산시 관내 동해선의 각 역과 연결되지 않는 점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장차 무거동은 철도교통의 중심이 되는데, 정작 태화강역과 무거를 연결하는 교통수단은 울산시가 추진 중인 트램 뿐이다.
그렇잖아도 지난 2010년에 개통된 고속철도 울산역과 올해 개통 예정인 동해선 복선전철에 속하는 울산시 관내 7개 역의 역세권이 모두 시가지 외곽을 통과하고 있어서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기 어려운 사정인데, 동남권 메가시티의 기본 틀인 광역철도계획 마저 울산 도심을 외면하고 있어서 아쉬움을 넘어 걱정이 크다.
동남권의 통합을 통한 상생발전도 중요하지만, 울산시의 각 지역간 상생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계획이 더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