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서 북으로 간 태권도>
북한에 태권도가 보급된 것은 1980년대초부터입니다. 북한 언론도 "조선
에서 본격적으로 태권도가 보급된 것은 82년부터" 라고 소개하고 있습니
다. 북한에 태권도를 도입하는데 큰 기여를 한 사람은 남한에서 사단장
대한태권도협회장 말레이시아대사 등을 지내다가 70년대말 캐나다로 망명
한 최홍희씨입니다. 바로 친북한태권도단체인 국제태권도연맹(ITF)을 창
설한 사람이죠.
최홍희씨는 북한의 태권도 뿐만아니라 남한의 태권도 발전과 보급에도 많
은 영향을 끼친 인물입니다. 해방을 전후로 국내에는 당수도 권법 공수
도 등의 명칭을 내건 도장들이(청도관 오도관 무덕관 등) 여러 있었습니
다. 그러던 것을 1954년 군 장성 출신인 최홍희씨가 태권도라는 명칭으
로 통일시킨 것입니다. 이승만(李承晩)대통령으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았
죠. 그 이후에도 한동안 태수도 당수도 등의 명칭도 같이 사용되지만요.
북한의 태권도가 60,70년대 남한의 태권도와 비슷한 모습을 띄고 있다는
지적도 최홍희라는 인물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거죠. 물론 북한의 태권
도도 나름대로 변화의 과정을 겪었습니다.
북한이 우리에 비해 태권도 역사가 짧지만 전인민체육으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군사훈련 뿐만 아니라 직장교육 학교교육을 통해 전주민들에
게 보급하고 있다는 군요. 김일성주석이 92년 “노인도 태권도를 하면 백
살 이상 산다”고 말한 이후 「건강 태권도」라는 태권도 체조까지 등장
했답니다. 건강 태권도는 50개의 기본동작으로 이루어지며 가요 「우리
를 보라」에 맞춰 3분간 진행됨. 북에서 아주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남
한의 국기원에 해당하는 태권도 메카로 북한에는 평양 청춘거리에 태권도
전당(1만8000㎡, 2400석)이 있습니다.
<전투적이고 실전적인 북한의 태권도>
한마디로 북한의 태권도는 남한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매우 격렬한
게 특징입니다. 남한에서는 머리 가슴 낭심 보호대 등을 착용하고 경기
를 하지만 북한에서는 머리 가슴 보호대 없이 경기용 장갑과 신발을 착용
한 후 겨루기(북에서는 맞서기라고 함)를 합니다. 경기용 장갑을 끼는 것
은 주먹으로 얼굴을 강타하는 것이 허용되기 때문으로 몸통 가격만 허용
되는 남한과 큰 차이점이 있죠. 남한 태권도가 점수제 위주의 스포츠방식
으로 진화한 반면 북한 태권도는 초기의 무술적인 성격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북한 태권도는 남한과 마찬가지로 기본동작 틀(품세) 맞서기(겨루기) 호
신술 위력(격파) 등으로 구성됩니다. 이중 품세와 겨루기가 우리와 많이
차이가 나는 점입니다. 품세의 경우 남한은 유급자 품세(태극 1~8장)와
유단자 품세(고려~일여) 등 19개로 이뤄진 반면 북한은 24개 품세 3천2백
개 동작으로 다양하다고 하는군요.
겨루기에는 남북한 모두 상대방과 동작을 약속한 후 하는 약속 겨루기와
임의로 하는 자유 겨루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자유 겨루기에는 `1
대 2 겨루기` 도 있다는 군요. 그리고 북한의 겨루기는 3분 3회전의 경기
를 치르는 남한과 달리 3분 2회전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체급경기도 남
녀 일반의 경우 각각 8체급인 남한과 달리 5체급으로 이뤄져 있으며 단
(段)수에 따른 경기도 있다는 군요.
작년 8월말 중국 옌벤에서 열린 ‘남북 태권도 축전’을 되돌아 보면 더
쉬울 것 같군요. ‘남북 태권도 축전’은 충청대학 태권도 시범단과 북한
의 조선태권도위원회 태권도 시범단이 공동으로 펼친 행사였습니다. 행사
에 참가한 오노균 충청대교수는 “남측의 태권도가 스피드와 유연성을 기
본으로 한 고난도 기술을 펼치는데 비해 북한은 힘과 절도를 앞세우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오교수에 따르면 남측은 스포츠 위주로, 북측
은 무예 수련 중심으로 발전했다는 거죠. 즉 남측이 겨루기를 위한 기술
에 주력한데 비해 북측은 병을 깨는 등 전투 무술에 초점을 맞췄다는 분
석입니다.
북한 태권도의 또 다른 특징중 하나가 무릎을 구부린 상태에서 동작을 펼
치며 각각 동작마다 ‘쉿!’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이러한 ‘쉿’소리는
현재 일본의 가라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먹이나 발차기를 할때마다
짧은 호흡을 내쉬면서 위력을 배가시키는 거죠.
<북한의 격술 유술 우슈>
북한의 무술이 태권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태권도는 위에서 지적했듯
이 80년대에 보급되기 시작했죠. 태권도가 보급되기 전에는 「주체격술」
이라는 이름을 붙인 무술을 군인들에게 주로 보급했습니다. 이 주체격술
은 급소를 가격해 살상을 목적으로 하는 전투무술로 민간인들 사이에서
는 운동으로 보급되지는 못했다고 하는군요. 지난 68년 1·21사태 당시
김신조씨는 자신이 훈련받은 무술을 「격술」이라고 불렀죠.
그리고 유술도 있습니다. 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당시 세계 최강
이라는 일본의 다무라 료코를 꺾고 북한에 유도 금메달을 안겨준 16세 소
녀장사 계순희를 모두 아실겁니다. 북한에서는 유도를 유술이라고 부르
죠. 유술이 북한에 소개된 것은 60년대입니다. 일본에서 유도를 배웠던
재일동포들이 북한에 귀국해 유도를 보급하기 시작한 거죠. 당시 북한은
일본 유도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씨름 등 조선의 전통적인 움직
임을 가미해 유술로 하자고 결정했답니다.
따라서 북한 유술은 유도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나 기술이나 정신적인 측
면에서는 상당히 다른 점이 많습니다. 공격은 최대의 방어가 된다는 공화
국의 유술철학이 나온 것이라고 하는군요. 북한선수는 점수에서 이겼다
고 해도 마지막까지 공격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유술은 북한
의 입장에서 보자면 공화국을 지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하는 국방체육으
로, 군에서는 물론이고 사회안전부를 비롯한 각종기관과 대학에서 장려하
고 있답니다.
중국 무술인 우슈도 있습니다. 북한 우슈팀이 10월 1일부터 7일까지 아르
메니아에서 벌어지는 제6회 우슈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고 얼마전에
보도가 났었죠. 2년 전 국제우슈협회에 가입한 북한이 국제무대에 선을
보이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달 중국을 다녀온 한국우슈협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 전지
훈련을 통해 본토의 정통 무술을 집중적으로 배웠다고 합니다. 이번 대회
에는 권술(장권.남권.태극권)과 장.단 병기술 등 투로에 남녀 15개씩 30
개, 산수(대련) 11개 체급에 11개 등 모두 41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고
합니다. 북한의 실력을 한번 살펴볼 기회가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