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맥주 한캔 넣어 마서로 넘어간다.
사촌 형제들이 벌초하던 묘지는 대나무들이 가득 차 있다.
고모는 알지도 못하고 아버지 삼형제의 사촌간에 남자는 나 혼자 남았다.
누구의 산소인지도 모른다.
서산정에 들러 기문과 방명자들의 현판을 읽어보려는데 글씨가 작고
페인트가 떨어져 읽기가 어렵다. 중학교 다니던 때 막 만들어진 이 2층 정자에서
사진을 찍었던 것이 생각난다. 그 사진은 어디에 있을까?
서재 송선생을 기리는 이들이 많던데 왜 이토록 녹슬고 부스러지도록 관리가 안된 걸까?
내가 자랄 때 거창하게 만들었던 것이 아직 내가 살아 있는데도 이렇게 무너져 가니
무슨 일을 꾸미지 말라는 교훈일까?
충권이 집 오르던 쪽으로 내려가니 승합차에서 공구를 내리는 인부들이 여럿이다.
차에는 문화재복구 이런 글뀌가 보인다.
어디 공사하느냐니 건너 단청이 된 정문을 가리킨다.
마서에 자주 드나들었으면서도 윗쪽 정문은 올라보지 못했다.
골목을 보니 중학교 어느 땐가 광연이 집의 텔리비전 권투 중계를 보러 간 기억이 희미하다.
여산송씨쌍충정려다. 최근 송씨문서들이 국가지정문화재로 등록되었다더니 관리하러 온 모양이다.
밖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인부들이 청소용구 등을 들고 올라온다.
한 사람이 열쇠를 열면서 시간 잘 맞춰왔다고 한다.
안쪽까지 들어가 송대립과 송심 부자의 목판 교지를 찍는다.
한 사나이가 말을 붙여 대화를 나누다보니 포두 중흥에 사는 갑장이다.
대원이 수열이 등을 들먹이며 이야길 나누다 보니 선식이의 순천고 동창이기도 하다.
이야기를 나다 인사를 하고 내려오며 샘 위의 유식이 집을 올려다 본다.
조용하다. 지은이 집쪽에서 한 여성이 나오며 어디서 왔느냐 한다. 근호씨 부인이냐니 그렇단다.
광연이 집을 가리키며 사람이 사느냐 하니 어머니가 계신단다.
종가 광수집에도 나이드신 할머니가 계신단다.
유식이집도 그렇고 광수집도 그렇고 들러 인사해야지만 난 지나친다.
사람노릇을 못한다.
비석거리 말만 했지 누구의 비석인지도 몰랐던 송선생 유허비를 열고 들어간다.
비석은 깨끗하다.
친구들과 배구를 하던 마당은 흔적을 찾을 수 없고 2층 회관 동쪽으로 세로 선 건물 앞에는
유모차들이 여럿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