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야마모토 지업사의 만년필 추천용지 견본의 13번에서 18번까지 마지막 리뷰입니다. 사용한 펜과 잉크는 1회, 2회와 동일합니다.
1. 견본을 제작한 야마모토 지업사는
1972년 창업한 서양지, 일본지를 사용해 각종 노트, 수첩, 레터프레스 카드 등을 제작하는 회사입니다. 리뷰할 만년필 추천용지 견본 이외에도 각종 견본 용지 세트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여기입니다.
2. 사용한 만년필 및 잉크
(F,M,B닙, 딥펜: 워터맨 세레니떼 블루, STUB: 라미 코랄 핑크, MUSIC: 펜후드 바당)
EF/F : 쉐퍼 터치다운
M : 펠리칸 M600
B : 파카 51
STUB : 파이로트 프레라 캘리그라피 CM닙
MUSIC : 파이로트 커스텀 74 뮤직닙
딥펜 : 글라스펜인 애국펜
3. 평가 기준
실번짐: 글자 주변에 거미줄처럼 가느다랗게 뻗어나가 번지는 현상, 실제 닙 굵기보다 굵게 나오는 경우 포함.
헛발질: 필기 시작 시 잉크가 나오지 않거나 중간중간 잉크 흐름이 끊어지는 현상
긁힘 : 종이 재질이나 코팅 여부의 차이로 필기 시 긁히는 느낌이 나는 경우
뒤번짐: 뒷면에 잉크 얼룩이 번지거나 심하게 비쳐보이는 경우.
앞뒷면: 앞면과 뒷면의 필기감 차이. 앞면에 비해 뒷면만 종이의 요철이 심해 긁히거나 헛발질이 나는 경우
건조시간: F닙으로 필기 시 잉크가 마르는 데 드는 시간
잉크 테: 글자의 테두리에 원래 잉크 색과는 다른 색이 비쳐보이는 경우. 표면 코팅이 많이 된 종이에서 주로 보임
(예: 파란 잉크에는 붉은 테두리가 뜸.)
잉크농담: 잉크의 연하고 진한 농담이 표현되는 정도. 역시 코팅이 된 종이일 수록 잘 보이는 경향이 있음.
⑬ Typewriter paper
![](https://t1.daumcdn.net/cfile/cafe/992838345DB2E62619)
미츠비시 제지주식회사에서 만든 타자기용 종이 '타이프라이터 페이퍼', 평량 27.9g입니다.
효고현의 타카사고 공장의 오래된 초지기를 사용해 만든 이 종이는
타자기에 5장을 먹지와 함께 끼워도 5장 모두 선명하게 글씨가 찍힐 정도로 얇으면서도 튼튼하다는군요.
현대의 대량생산용 기계를 사용해서는 제작하기 힘든 품질의 종이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BB83365DB2E66C0E)
Glassine 정도는 아니더라도 역시 얇은 탓에 흐름 좋은 펜은 사용하고 나면 표면이 오글오글해지고,
가는 닙은 괜찮아도 스텁이나 뮤직 정도로 굵고 잉크가 많이 흐르는 펜은 헛발질이 좀 나네요.
하지만 이리 얇은데 실번짐도 거의 없고 매끄러운 데 뒤번짐도 없다는 점은 훌륭합니다.
반투명한 탓에 양면 사용에는 좀 무리가 있겠지만, 타자기용 복사용지로는 인기가 많았을 듯 합니다.
잉크테와 농담 표현도 살짝 보이긴 하지만, 흐름 좋은 굵은 닙을 사용해야 화려하게 뜨는 정도입니다.
⑭ Air mail Bond paper white
![](https://t1.daumcdn.net/cfile/cafe/99F4D53A5DB2E6BD04)
오우지 F-Tex 주식회사에서 만든 에어 메일 본드 흰색, 평량 61.7g입니다.
簀の目(스노메)라고 불리는 격자 무늬와 회사의 로고 워터마크가 있는 고급 편지용 종이입니다.
전통 종이 제작 시 섬유가 뜰채 위로 걸려 생기는 격자 무늬를 종이 디자인으로 재현하고,
댄디 롤을 사용해 워터마크를 찍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6EDE3C5DB2E6E51B)
화선지, 츠바메나 라이프 노블 노트의 종이를 빛에 비춰보시면 나오는 희미한 무늬가 바로 이 격자무늬입니다.
종이의 앞/뒷면 차이 리뷰 항목을 넣은 이유가 바로 이 무늬인데,
무늬가 있는 쪽은 표면에 요철이 있어 흐름 적은 F닙은 헛발질이 날 때가 있습니다.
이 종이는 앞면에 무늬가 있어서 닙이 긁히는 느낌이 좀 나고,
B닙은 선이 울퉁불퉁해져 실번짐이 생기는 것처럼 보입니다.
만년필로 필기하신다면 F닙이라도 흐름이 제법 좋은 펜이라야 헛발질이 덜 날듯 싶습니다.
잉크테나 농담 표현은 적은 편입니다.
⑮Air mail bond natural
![](https://t1.daumcdn.net/cfile/cafe/99F838395DB2E73D07)
오우지 F-Tex 주식회사의 에어 메일 본드 내츄럴, 위의 종이의 미색판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DD45355DB2E7580F)
실번짐이나 뒤번짐이 없고, 가는 펜은 헛발질, 굵은 펜은 글씨 선이 매끄럽지 않아 보이는 성향도 동일합니다.
유리 딥펜의 촉은 실시간으로 마모되는 느낌을 줄 정도입니다.
뒷면은 제법 반들반들해 헛발질은 적지만 실번짐이 좀 있습니다.
표면이 거친, 혹은 이런 무늬가 찍힌 종이는 대체로 잉크가 종이에 고일 경우가 적기 때문인지
글씨가 실제보다 가늘게 보입니다.
(16) Eastory COC![](https://t1.daumcdn.net/cfile/cafe/99BCBE3F5DB2E78F2C)
교토 카미 쇼우지 주식회사에서 만든 Eastory COC, 얇은 타입입니다.
디지털 시대를 역행하는 만년필의 인기에 대한 신문기사를 읽고 공감한 우치로 켄 씨가
표면이 부드럽지만 실번짐이나 뒤번짐이 없고, 잉크가 금방 마르며 양면 사용이 가능한 종이를 목표로 개발되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03E84C5DB2E7B42F)
앞면에 섬유의 질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살짝 거친 종이지만 헛발질이 날만큼은 아니고,
뒷면은 아주 조금 더 부드러운 편입니다.
흐름 좋은 B닙이나 뮤직닙은 실번짐이 좀 있어 실제보다 굵게 보이지만, 뒤번짐도 없고 글씨가 뭉개질 정도는 아니네요.
마르는 시간도 10초 이내지만, 잉크 테나 농담의 표현이 잘 보이지는 않습니다.
만년필을 사용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평균 이상'이 될 수 있도록 필기감과 실용성을 고려하여 만든 종이라는 인상입니다.
(17) OK Fools![](https://t1.daumcdn.net/cfile/cafe/993B9A4E5DB2E7E10A)
주식회사 오오토리 지업에서 만든 OK Fools, 평량 81.4g의 하얗고 매끄러운 종이입니다.
영국의 Fool's Cap paper (워터마크로 어릿광대의 모자와 방울 무늬를 찍은데서 유래한 종이 이름)가
일본에 들어온 것은 1800년대 후반으로,
그 종이 덕분에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Fool's paper'란 이름이 고급필기용지를 의미하게 되었답니다.
OK의 유래는 일본제 Fool's paper가 제조되었던 오우지 오구라 공장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BA7B485DB2E80E18)
매끄럽고 푹신한 느낌의 새하얀 종이입니다.
밀크 포토지의 얇은 버젼과 비슷한 느낌으로 글씨가 실제보다 가늘게 나오는 경향이 있네요.
실번짐이나 긁힘 등 대부분의 문제점은 하나도 없는 상위권의 종이로,
평량도 크고 종이 밀도가 치밀한 인상이라 아무리 흐름 좋은 펜이라도 다 받아줄 듯한 든든한 안정감이 있습니다만,
매일 쓰는 노트의 종이라기보다 가끔 일정을 표시하는 달력에 사용될 법한 필기감이라 호불호가 갈릴 듯 합니다.
잉크테도 제법 뜨지만 농담 표현은 흐름이 아주 좋은 펜에서나 살짝살짝 보이는 편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2B84495DB2E83313)
종이에는 영국산 원조 Fool's paper 의 전통을 잇기 위해서인지 이런 화려한 워터마크가 찍혀 있습니다.
(18) Colored Woodfree Black
![](https://t1.daumcdn.net/cfile/cafe/9946C3505DB2E86F05)
일본 제지주식회사에서 만든 나무가 전혀 사용되지 않은 검은색 종이입니다.
검은색 종이에 글씨를 썼을 때 익숙한 잉크색과는 전혀 다른 색이 보이는 이유는
잉크의 빛에 반사되는 성분 중 일부를 종이가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잉크로 색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 즐겨보라고 하네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999CAE455DB2E89904)
금색으로 보이는 글씨는 전부 워터맨 세레니떼 블루고, 희미하게 빛나는 녹색은 라미 코랄 핑크입니다.
파란색 잉크는 마르기 전에는 검은색으로, 마르고 나면 이렇게 화려한 금색으로 보이지만
빛을 비춰 종이를 살짝 기울여야 글씨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평평하게 내려놓은 상태에서는 그냥 검은색 종이로 보입니다.
검은 칠판에 물을 찍어 글씨를 쓰는 것을 상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펜쇼 잉크였던 바당은 아예 아무것도 안 보이네요.
세일러의 스토리아 안료 잉크를 사용해보면 어떨 지 궁금합니다.
불투명한 파스텔 안료 잉크를 사용한 젤 롤러볼은 칠판에 분필로 쓴 것처럼 선명하게 보이더군요.
건조시간은 5초 이내로 꽤 빠른데다 실번짐, 긁힘, 뒤번짐 등등 모두 없는 부드러운 종이지만,
만년필 용지로써의 실용성이라기보다 잉크 놀이에 적합한 종이입니다.
14번~18번의 특징 종합 (1:거의 없음/낮음----> 5:높음)
번호 | 13 | 14 | 15 | 16 | 17 | 18 |
이름 | 타이프라이터 페이퍼 | 에어 메일 본드 | 에어 메일 본드 | 이스터리 COC | OK Fools | 목재섬유 미포함 검은 색지 |
색 | 흰색 | 흰색
| 미색 | 크림/미색 | 흰색
| 검은색 |
평량(g/㎡) | 27.9 | 61.7 | 61.7 | 얇은 종이 | 81.4 | 두꺼운 종이 |
실번짐 | 2 | 1 | 1 | 1 | 1 | 1 |
헛발질 | 2 | 2 | 2 | 1 | 1 | 1 |
긁힘 | 1 | 3 | 3 | 2.5 | 1 | 1 |
뒤번짐 | 1 | 1 | 1 | 1 | 1 | 1 |
앞/뒷면 차이 | 없음 | 뒷면이 부드러움 | 뒷면이 부드러움
| 뒷면이 부드러움
| 없음
| 없음
|
건조시간(초) | 15 | 10 | 10 | 10 | 10 | 5 |
잉크 테 | 2 | 1 | 1 | 1.5 | 3.5 | 5 |
잉크 농담 | 2 | 2 | 2 | 1.5 | 2 | 1 |
4. 전체적인 인상 및 후기
좋은 종이를 찾아다닌 적이 있기에 만년필용 추천 종이 견본이라 하여 이 견본에 나오는 종이로 된 노트를 사기 위한 안내책자 역할을 하려나 하고 시작한 리뷰였습니다. 여행을 다니며 한 두권씩 안 써본 노트를 사는 것이 즐거움이기도 했고요. 나름 다양하게 사용해봤다고 생각했는데, 종이의 세상은 넓고도 깊네요.
전체적인 인상으로는 '이 종이로 된 제품을 찾아라' 의 안내보다는 '이런 종이에도 만년필을 사용해 볼 수 있다'
의 소개서 및 종이로 놀기 제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채권용지나 식용 포장용지, 혹은 검은색 종이로 된 노트가 (있더라도) 찾기 쉬울 리 없고, 실용성도 떨어지겠지요. 제지회사의 종류가 생각보다 풍부하게 들어가지 않은 점도 좀 아쉬웠습니다. 토모에리버가 들어가 있으니 고베 종이의 그라필로나 마스야의 모노카키에 들어간 종이, 마루만의 네모신도 넣으면 재밌는 비교가 되었을 듯 합니다.
그러나 이 리뷰 덕분에 평소 해외 문구점에서도 찾기 힘든 종이나 이미 단종되어 사라진 종이, 써볼 생각을 해
보지 못한 재미있는 종이에 써 볼 수 있어서 즐거웠고, 용도와 목적이 뚜렷한 종이-채권용 종이나 만년필용으로 개발된 종이-는 대체로 무난하고 안정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것, 영국의 종이가 고급 종이의 대명사로 불리웠던 것이나 타자기용 종이가 제조되는 방법도 배워서 즐거웠습니다. 실용성은 어떨 지 몰라도 만년필로 체험하기는 재밌는 견본이 아닌가 싶네요. 긴 리뷰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첫댓글 드디어 종이 리뷰가 끝났네요.
뭔가 대장정을 한 다큐멘터리의 마지막편을 본 것 같아요:)
.
리뷰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저자의 생각이나 느낌을 읽을 수 있는 것인데요, 4번 전체적인 인상 및 후기가 인상깊습니다.
저도 여러 종이를 찾아다니면서 어느순간부터 느낀 것이, 이런 종이에도 만년필을 사용할 수 있구나!였습니다. 예상 외의 종이에서 호감 느낀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역시 종이의 세계는 넓네요:3
좋은 리뷰 써주셔서 감사합니다:D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종류가 많다보니 겹치는 부분도 있는데 재밌게 읽어주셔서 리뷰한 보람이 있네요. 만년필을 사용하게 되면서 종이의 품질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많이 생기게 되어 즐겁기도 하고 괴롭기도 한 것 같습니다. 펜쇼 노트 부스의 성공을 기원드립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검은색 종이는 생각해보지 못한 종이에 써보게 되어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이 종이는 문구점/화방에서 부드러운 검은색 도화지를 사셔도 비슷한 경험을 하실 수 있지 않나 싶네요^^ 아무래도 종이 리뷰는 취향도 타고 직접 써 보셔야 재미있는데 글로만 설명하는 한계가 아쉽네요.
와 이러한 리뷰는 감탄과 감사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종이가 다양해서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길고긴 리뷰마라톤을 성공적으로 마치셨네요!!! 감동했습니다~~~
노트 하나 하는데도 허덕이는 저는... 반성합니다.ㅠㅠ
마지막 검은 종이는 정말 엄청 신기하네요~ 나무가 들어가지 않은데다 테가 진하게 뜨다니 말입니다.
음...바당도 마음의 눈으로 보니 잘 보입니다(?)
모든 종이 비교해가며 쓰는게 참 힘든 일인데 에이렌님 덕분에 편하게 보게 되었습니다. 정맣 감사합니다~
마지막 리뷰까지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회 격려의 댓글 올려주신 것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사실 마지막 종이는 생각보다 검은 도화지 느낌이 강해서 뭔가 문구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을것만 같은 친근감이 있습니다. 이 노트패드는 현재 연구소에서 상주하고 있는 것 같으니 기회가 닿으시면 한 번 써보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올리고 나니 얼마나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나 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이 기회에 다양한 종이를 써 보는 것이 가장 즐거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생각과 정성이 듬뿍한 리뷰 감사드립니다. 토모에리버와 같이 매끄러운 종이를 선호하는 저에겐 1 corona, 17 ok fools 종이에 맘이 가네요.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코로나 저도 참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OK fools도 고급 종이다운 품격이 있는 종이였죠. 가격대 있는 편지지나 카드 속지같은 분위기였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