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어쩐지 마을에 감이 별로 열리지 않았지요.
그런데 올해는 마을 이곳저곳에 감이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지금은 많이 따긴 했지만, 가을이 폭 들어찬 감나무 가지들이 풍성하게도 여울어
빈 곳 없이 감을 들고 서있었지요.
감이 주렁주렁 열린 모습을 멀리서 보며 걷다 보면,
꽃을 볼 때처럼 황홀하기도 하고, 넉넉한 기분도 듭니다.
지금은 까치밥만 남기고 거의들 따냈어요.
까치밥이라고는 하지만,
까치 말고도 어치, 참새, 직박구리같은 새들이 와서 감을 쪼아 먹습니다.
새들은 그 맛난 감을 쉽게도 따먹습니다.
막상 한 번 따보려 하면, 생각보다 감나무가 높아
맨 손으로 따기는 어렵습니다.
노랫말처럼 감이 먹고 싶어 돌팔매질 하는 아이를 생각해봅니다.
조막돌로 감을 맞추는 게 잘 될 리가 없겠지요.
약이 바짝 오를 만도 했겠어요.
감이 ‘던져보시롱 헤헤헤 안 맞았지롱’ 하고 놀렸다니,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요.
공감이 가면서도 웃음이 납니다.
감홍시 (노랫말 황도곤, 가락 백창우)
감홍시는 빠알간 얼굴로 날 놀긴다
돌을 쥐고 탁 던지니까
던져보시롱 던져보시롱
헤헤헤 안 맞았지롱 안 맞았지롱 한다
요놈의 감홍시 두고 보자
자꾸자꾸 돌팔매질을 해도
끝까지 안 떨어진다
재밌는 노랫말에 아이의 시선과 아이의 입말이 담겨 있어서,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마을 산책하다가 만난 감나무들 그려보았어요.
다들 매일 감나무를 보았다고 하는데,
그림으로 그리려 생각해보니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았어요.
이 책, 저 책 꺼내어 감나무를 찾아내어 보고 그렸답니다.
조금만 더 애써서 그리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데,
아이들에게 어려운 일입니다.
'여기 색칠 조금 더 해볼까?'
'색을 조금만 더 써보면 어때?'
'이쪽은 좀 더 진하게 해도 좋겠다'
아이들은 한숨을 푹~ 쉬고 돌아갔다가는
이내 다시금 멋진 그림 한 폭을 들고 옵니다.
어려웠지만 애써서 한 걸음 더 나간 그림 들고 온 얼굴이 밝습니다.
감나무 그림이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첫댓글 감나무는 입을 벌리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지요 ^^
제발 내 손에~ 내 입에 떨어지길~~ ^^
은성이는 머리를 잘랐고, 아이들의 감나무는 하늘에 닿을 듯 튼튼하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