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지옥 체험 간증들에 대해-2
김재욱
얼마 전 신약교회를 지향하는 한 독립교회에 갈 일이 있었다. 나는 밖에서 주로 전투적이고 삐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그곳에서 만난 형제들과의 대화는 평소 가진 생각들이 평이하게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럽기만 했고, 그런 과정에서 나는 위로와 함께 화병이 치유되는 듯한 느낌마저 받을 수 있었다. 대화 중 자연스레 내가 있는 곳의 이야기들이 나왔는데, 다름 아니라 교계와 크리스천들의 동향이 이상하다는 내용이었다. 점점 종교의 벽이 허물어지고 말씀의 기근 현상이 두드러지며 기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일들이 해괴하기 짝이 없다는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그런데 그곳의 형제들은,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얼른 와 닿지 않을 정도로 정말 그런가 하고 묻기도 하는 것이었다. 가만 보니 그곳 사람들은 외부 개신교계와 직접 접할 일이 많지 않아 섬이나 오지처럼 지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 형님의 처가 동네에 가면 충청도 깊은 산 속에 황골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그 마을의 몇 안 되는 사람들은 6.25 전쟁이 나고 휴전이 될 때까지 전쟁 난 줄도 몰랐다고 한다. 마치 그처럼 그 형제들은 세상 물정(?)을 잘 모른 채 살고 있었다.
잠깐의 '휴식' 후에 나는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록펠러 예화와 '주여 삼창'과 절기 헌금의 중요성과 이젠 외울 줄 모르는 개정판 사도신경을 듣고 강요받는 삶을 산다. 그러다가 한 교회분과 이슬람 문제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분이 이슬람 홍보 책자를 보고 알라가 같은 하나님이고 강경분자는 소수이며, 평화와 구제의 종교라고 하는 바람에 한참 설명을 해서 겨우 알려줬다. 문제는 내 얘길 듣고 주변 목회자한테 물었더니 일류 신학대학원을 나온 그분도 그랬다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전에도 똑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만 나는 신학대학원을 안 나와서 그런지 귀담아 듣지 않은 모양이다.
진짜 답답한 얘기는 지금부터다. 또 다른 분이 오래전부터 천국 지옥 간증을 자꾸 얘기하는 거다. 이분이 이상한 신자는 절대 아니고 오히려 일반적인 수준보다 탐구심과 바른 자세가 좀 더 있는 분인데, 그분 말고도 또 다른 지인도 자꾸 이런 내용을 알리려고 전도지를 만드는 등 열심이다. 한 번 다음의 해당 글을 보여 드렸는데도 막무가내다.
천국 지옥 체험 간증들에 대해 http://woogy68.blog.me/140116283856
요즘 유행하는(?) 천국은 세 살, 다섯 살 난 꼬마들의 체험담인데, 정황상 조작이라고 볼 수 없는 너무나 신기한 일들이 많다는 것이다. 세 살짜리가 배우지도 않은 그림을 그려서 천국에서 만난 예수님을 표현한 일러스트도 있었다. 이런 식의 간증들은 전 세계적으로 정말 수천 가지가 될 것이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기독교 라디오 방송을 듣다 보면 '새롭게 하소서' 같은 간증 프로그램에 천국과 지옥을 보았다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나왔다. 어떤 아이가 예수님을 만났는데 그 부모의 나태한 신앙을 질책 받았다든지, 누가 지옥에 가보니 교회 직분자들과 장로들이 어둠 속에서 흉악한 새들로부터 끔찍한 고통을 받는다든지 하는 이야기들.... 어린 마음에 매우 무섭고 또 그럴 듯한 일들이 많았다.
그런데 대개 이런 간증을 보면, 어린 아이들이나 여성들, 노인들 위주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 육체가 강건하지 못한 사람들이 더 환각이나 무아지경에 잘 빠지고, 채식을 하는 이들이 명상과 황홀경에 잘 몰입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 같다. 조용기 목사 덕에 이단 누명을 벗은 큰믿음교회의 한 여전도사도 초등 5학년 때의 체험을 녹음한 오디오와 당시에 본 것들을 그린 그림들로 간증을 하고 있다.
세 살, 다섯 살 아이들의 체험을 담은 '5분'이니 '3분'이니 하는 책들도 많이 팔리고 있는데, 이런 책들은 골라서 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이제는 그 많은 간증들이 진짜인지 공인인증서라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인증을 통과할 만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인증 자격이란 신기한 정황도, 책이나 간증의 판매량이나 조회 수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곧 간증 감별사라도 등장할 기세다.
사람들은 말씀의 권위와 믿음이 사라진 세상에서 기댈 곳을 찾고 있다. 크리스천들에게서 말씀을 약화시키자 이런 결과가 생기는 것이다. 구원의 확신에 대해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록펠러처럼 많이 철저하게 십일조를 못하면 두려워지고, 무언가 눈으로 보아야만 믿든지 말든지 하는 지경이 되어 공포에 떨고 있다. 마귀는 성경이라는 건물 밖에서 공격하여 건물의 일부를 손상시킨 것처럼 보이게 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건물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이제 마귀들의 땅에서 자며 환각을 쫓고, 건물 안에서 아무리 불러도 남루한 카펫을 깔고 밖에서 잔다. 여진의 공포로 그 집이 무너질 지도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오라고 손짓을 한다.
말씀의 기근 현상은 자연히 저급한 오순절 은사주의로 갈증을 해소하려는 신자들을 만들어내고, 많은 은사들 중 희소가치가 높은 고급 은사로서 천국과 지옥 체험자들은 VIP 대우를 받고 있다.
하나님이 말하노라. 보라, 날들이 이르리니 내가 그 땅에 기근을 보내리라. 그것은 빵으로 인한 기근도 아니요 물로 인한 갈증도 아니며 오직 주의 말씀들을 듣지 못한 기갈이니라. 그들이 바다에서 바다까지, 북쪽에서 동쪽까지 떠돌아다니며 주의 말씀을 구하려고 이리저리 달음질하여도 그것을 얻지 못하리니 그 날에 아름다운 처녀들과 청년들이 갈증으로 인하여 기진하리라. (암 8:11~13)
그런데 이 주제에서도 성경의 문제가 또 나타난다.
그가 낙원으로 채여 올라가서 말할 수 없는 말들을 들었는데 사람이 그것들을 말하는 것은 법에 어긋나느니라. (고후 12:4)
분명 셋째 하늘에서의 일을 본 것을 말하는 일은 '법에 어긋난다(not lawful)'고 명확히 표현했는데, 개역성경은 다음과 같이 번역했다. (개역) 그가 낙원으로 이끌려 가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말을 들었으니 사람이 가히 이르지 못할 말이로다 (고후 12:4)
이런 표현은, 너무 신비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뜻으로 들린다. NIV는 이 부분을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았다(not permitted)'고 번역하고 있다. 개역성경보다는 좀 더 원뜻에 가깝지만 애매하긴 마찬가지다. 성경 문제는 절대로 만만하게 볼 문제가 아님을 직시하지 않는 한 이런 오류에서 헤매는 일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정말 많은 일들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는 세상이다. 이것들을 들고 사람들은 주님 앞에 서려고 한다. 조용히 말씀을 믿고 그날이 다가오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복음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 화려하고 놀라운 것이 옵션으로 있어야 믿는다는 것인가. 그러나 이런 것은 죽어가는 심장에 충격을 가해 잠깐씩 되살려놓는 것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분들이 이런 것으로라도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고, 이웃들에게 간곡한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마음까지 잘못되었다고 정죄할 자격은 내게 없지만, 부디 좋은 목적이 수단이나 과정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계시 없이 알아낼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에 말씀을 주신 것이 아닌가. 그런데 영과 성령을 구분하지 못하고, 면벽 수행하는 자들이 환상을 보듯, 또는 아무것도 모를 어린 아이에게 신이 내리는 듯 하늘의 비밀들이 계시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하나님의 속성에 어긋나는 일이다. 성경에는 그런 일이 없고, 하나님께서 아이들을 사랑하신다고 했을 뿐 그들에게 '파티마의 기적' 같은 신비적 계시를 주신 일이 없다. 어린 아이와 같은 자가 천국을 본다는 말씀도 '천국'과 '왕국'의 이해 부족에서 생긴 결과이며, 하나님께서 어린 아이처럼 순수한 사람들을 이른 말씀이지, 어려야 신령한 것을 체험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른으로서 그런 체험을 한 사람들의 경험에 신빙성의 문제가 생기므로 연속적인 모순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들의 열정에 못 미칠 수도 있다. 또한 내가 뭘 더 알고 잘 하고 있어서 답답해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구원받은 신앙인들에게 그런 일들은 (미안하지만) 매우 초라하고 민망한 수준의 간증이요, 미신적인 일들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도 아이였을 때에 세상의 초등 원리 밑에서 종노릇 하였느니라... 그러므로 네가 더 이상 종이 아니요 아들이니 아들이면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상속자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가 하나님을 알지 못하던 때에는 본래 신들이 아닌 것들을 섬겼느니라. 그러나 이제 너희가 하나님을 안 뒤에 혹은 하나님께 알려진 뒤에 어찌하여 다시 약하고 천한 초등 원리로 돌아가 다시 그것에 종노릇 하려 하느냐? (갈 4:3, 7~9)
부디 말씀만으로 족한 크리스천들이 가득하기를... 그것을 위해 바른 성경이 하루속히 이 땅에 정착하기를 또 한 번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