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선수의 스킬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다. 오랜 기간 갈고 닦은 결과다. ONSIDE가 이들의 노하우를 엿봤다. 12월호는 여자축구 최고의 테크니션이자 키커이면서 A매치 101경기에서 활약한 측면 공격수 전가을의 스킬을 담았다.
SKILL MASTER 전가을
전가을은 여주대를 졸업하고 2009년 수원시설관리공단(현 수원FC 위민) 소속으로 WK리그에 데뷔했다. 이곳에서 2년을 뛰었는데 2010년에는 수원이 정규리그 2위,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는데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 2011년에는 인천현대제철로 이적해 2017년까지 뛰었다. 인천현대제철에 있는 동안 WK리그 총 4회 우승을 경험하며 팀의 핵심 멤버로 자리했다.
국내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선수로 일찌감치 자리 잡았지만 전가을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2016년 미국 웨스턴 뉴욕 플래시로 임대 이적하면서 한국 여자축구 선수 중 최초로 미국 무대를 노크했다. 2017년에는 호주 멜버른 빅토리에서, 2018년과 2019년에는 국내로 돌아와 화천KSPO에서 뛰었다. 이후 다시 해외 무대 진출을 택했다. 2020년 잉글랜드 브리스톨 시티, 그 다음에는 레딩에서 활약했다. 2022년에는 세종스포츠토토 소속으로 WK리그에서 마지막 열정을 불태웠다.
국가대표로도 빛나는 가치를 보였던 선수였다. 2007년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 베트남전을 시작으로 2019년 아이슬란드와의 친선경기까지 총 101경기에 나서 38득점을 올렸다. 특히 2015년 캐나다에서 열린 FIFA 여자월드컵은 전가을의 축구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무대다. 한국 여자축구는 캐나다 월드컵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16강을 기록했다. 전가을은 조별리그 2차전인 코스타리카와의 경기에서 골을 터뜨리며 팀의 16강 진출에 기여했다.
2023년 선수 은퇴를 선언하고 제2의 인생을 준비 중인 전가을은 측면 공격수로서 영리한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는 크로스, 드리블, 프리킥 등 기초 기술을 잘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이 기술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려면 반복 훈련 말고는 답이 없다고 강조했다.
전가을의 BEST MOMENT 3
2010년 9월 30일 W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 (울산종합운동장)
인천현대제철 0-2 수원시설관리공단
수원시설관리공단은 2010년 WK리그에서 역전 드라마를 썼다. 그 중심에는 ‘테크니션’ 전가을이 있었다.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인천현대제철과의 WK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0-1로 진 수원시설관리공단은 3일 뒤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차전에서 2-0으로 승리하며 1, 2차전 합계 2-1로 우승을 차지했다.
전가을이 2차전에서 두 골을 넣으며 원맨쇼를 펼쳤다. 후반 11분에 날린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포문을 열었고 7분 뒤 다시 추가골을 터뜨리며 흐름을 뒤집었다. 수원시설관리공단은 전가을이 터뜨린 두 골을 잘 지켰고, 또한 실점을 내주지 않으면서 창단 2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당연히 대회 최우수 선수(MVP)도 전가을의 몫이었다.
2015년 6월 14일 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
한국 2-2 코스타리카
2015년 캐나다에서 열린 여자월드컵에 나선 윤덕여호. 브라질과의 첫 번째 경기에서 0-2로 패해 위기에 몰렸다. 2차전인 코스타리카와의 경기에서는 흐름을 바꿔야 했다. 전가을은 이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한국은 전반 17분 실점했지만 4분 뒤 지소연이 페널티킥 골을 넣으며 균형을 맞추는데 성공했다.
상승세를 빠르게 이어나간 한국은 전반 25분 역전골을 터뜨렸다. 주인공은 전가을이었다. 김혜리의 오버래핑을 이어받은 강유미가 절묘한 크로스를 올렸고 문전에 있던 전가을이 점프해 헤더골로 연결했다. 아쉽게도 한국은 리드를 이어 나가지 못하고 후반 44분 코스타리카에 동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스페인과의 3차전에서 극적으로 승리하며 사상 최초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2019년 3월 3일 호주 4개국 친선대회 (브리즈번 선콥 스타디움)
한국 1-4 호주
이 경기는 한국보다 선수 전가을 개인에게 의미가 있던 경기였다. 결과가 좋지 않았던 건 아쉬운 점이지만 전가을은 이 경기를 통해 A매치 100경기 출전을 달성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문미라와 교체 투입된 전가을은 최선을 다했지만 팀의 승리를 이끌지는 못했다. 센추리클럽 가입이라는 위대한 성과를 거두고도 아쉬움이 남았다.
전가을은 경기 후 “A매치 100경기를 뛰었다는 게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100경기 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했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럽다. 한 경기, 한 경기를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가대표팀으로 100경기에 나서는 건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전가을은 호주전에서 위대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SKILL POINT
크로스
측면 공격수는 크로스를 올릴 일이 많다. 짧은 시간 동안 정확한 목표 지점으로 보낼 수 있도록 반복 연습을 해야 한다. 본인이 지속적으로 노력해 감을 올리는 것이 좋다. 질 좋은 크로스는 팀에 큰 힘이 된다.
전가을의 크로스 노하우
크로스는 목표 지점으로 정확하게 보내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측면 크로스는 그냥 일자로 올리는 킥과 결이 다르다. 그래서 숙달될 때까지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는데 실전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크로스를 많이 시도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보통은 크로스를 올릴 때 목표 지점을 먼저 확인하고 디딤발을 두게 된다. 디딤발 간격은 공이 놓인 위치로부터 주먹 하나나 두 개 정도로 잡는 것이 좋다. 많이 차보게 되면 자동으로 이렇게 할 수 있다. 훈련을 할 때는 공을 세워 놓고 차고 또 드리블을 하면서 차보도록 한다. 골문 앞에 있는 우리 선수들을 보면서 최대한 여러가지 형태로 많이 차봐야 감을 익힐 수 있다.
드리블
공격의 연결 고리 역할을 주로 맡는 측면 공격수는 좋은 드리블 능력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매번 다른 상황을 접하게 되는데 그 때마다 상대의 수비를 뚫고 영리하게 나갈 수 있도록 테크닉을 키우는 것이 좋다. 이 역시도 반복 훈련으로 다질 수 있다.
전가을의 드리블 노하우
사실 드리블을 익히는 방법은 뭐라고 정의를 내리긴 힘들다. 선수마다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나름의 방법대로 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 정해진 것은 없다. 나는 드리블 훈련을 할 때 틀에 박힌 것보다 최대한 자유롭게 하려고 했다. 여러 개의 콘을 무작위로 운동장에 두고 내 마음대로 드리블을 하면서 이동하는 훈련을 했다.
콘이 없으면 머리 속으로 상상하면서 다양한 루트로 드리블을 했다. 일반적으로 콘을 일자로 세운 뒤 지그재그로 드리블을 하는 훈련을 많이 하는데, 이것도 좋지만 내 마음대로 자유롭게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이 감을 익히는데 도움이 된다. 일종의 이미지 트레이닝처럼 경기 중 나올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을 상상해가면서 혼자 이것저것 많이 해보는 것이 나중에 큰 자산이 된다.
프리킥
전가을의 프리킥은 일품이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정확한 프리킥으로 팀의 승리에 여러 차례 기여했다. 세트피스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필히 연습해야 한다. 감이 떨어지면 성공 확률도 떨어지게 된다. 계속 좋은 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좋다.
전가을의 프리킥 노하우
프리킥도 방법이 정말 다양하다. 중요한 것은 디딤발과 무게 중심을 잘 두는 것이다. 많이 차보면 내게 맞는 디딤발 간격, 내게 맞는 몸의 무게 중심 등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나에게 맞는 바디 포지션, 힘 조절, 감각 등을 훈련을 통해 찾아야 한다.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노력해 터득해야 한다.
팀의 전담 프리키커라면 감각을 잘 유지하는 것이 좋다. 감각이 떨어지면 프리킥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찍어 차게 되는데 이러면 공이 하늘로 붕 뜰 수 있다. 특히 공을 찰 때 상체가 뒤로 젖혀질 수 있는데 이 때는 좋은 프리킥이 나올 수 없다. 찍어서 차지 않고 상황에 따라 힘 조절을 해야 하며 상체는 뒤로 젖혀지지 않도록 바로잡는 것이 도움이 된다.
TIP
앞에서 스킬을 설명하면서 반복 훈련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스스로 다양한 기술을 많이 연습하고 익힌다면 실전에서 어떤 상황이 와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상대를 압도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에 자신감이 넘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만족하지 말고 끊임없이 훈련을 해야 한다. 그래야 당당해질 수 있다.
팀에서 전담 프리키커를 맡고 있다면 프리킥만 생각하지 말고 코너킥도 충분히 연습을 하길 바란다. 사실 참으로 아쉬운 점이다. 코너킥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올해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해설을 하면서도 코너킥 등 세트피스 상황에서 다소 허탈할 수 있는 장면들이 많이 나왔다. 어렸을 때 기본기를 잘 익혀야 큰 대회에서도 위협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12월호 ‘SKILL’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전가을 스킬영상 보기 → (클릭)
글=안기희
사진=이연수, 대한축구협회
https://www.kfa.or.kr/layer_popup/popup_live.php?act=news_tv_detail&idx=25982&div_code=news&check_url=bGF5ZXI=&lang=K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