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발 / 마경덕
발은 발끼리 모였다
봄볕에 홀려
어린 상추잎 물고 밭두렁으로 내달려야 하는데
텃밭 파헤친 발톱들
화가 난 작대기에
꼬꼬댁 꼬꼬댁 호들갑떨며 종종걸음쳐야 하는데,
가뿐하게 몸통을 들어올린
힘찬 발목들
이토록 고요하다니,
왼발 오른발이 뒤섞인
접시에 수북한 마지막 토막들
먹자골목 닭발집 취객의 입담을 발로 듣는다
달구새끼도 발모가지도 모르는 부화장 출신들
닭장에 갇혀 살다 얼결에 잡혀와
목을 버리고 몸통을 버리니
이제야 사람들이 이름을 불러준다
닭발,
주문 한마디에 다리 없는 발만 달려온다
파닥파닥 / 마경덕
닭날개 튀김이 파채에 수북이 덮였다
접시에 담긴 수많은 부사(副詞)들
파닥파닥, 파다닥, 파닥... 파닭
파닥파닥을 버린 날개들이 이제 바삭바삭 소리를 낸다
겨드랑이 힘이 굳기도 전에 하늘을 포기한 날개들은
파채에 묻혀 파닭이다
맑은 계곡을 끼고 흐르는 복날
파닥파닥에서 깃털 몇 개가 빠져나왔다
살에 박힌 것들이 몸을 뛰쳐나오며, 파닥파닥 소리를 질렀다
이리저리 쫒길 때
내 팔뚝에 닭살 같은 소름이 돋고,
암탉은 아슬아슬 목숨 대신 꽁무니 깃털이라도 내놓는 것인데
닭집주인은 깃털을 버리고 두 날개를 움켜쥐었다
공중을 붙잡은 깃털이 공중을 놓치고
닭장의 먼지와 함께 날아오른 소란은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주워든 깃털이 따스했다
내게도 한때 소란이 일고
깃털 하나 남지 않은
빈자리에 갇혀, 빙빙 돌던 비명도 파닥파닥이었다
- 마경덕 시집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