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아시아 각국의 사제와 가톨릭 활동가들이 모여 아시아의 평화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는 아시아 실천신학 포럼이 열리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
오랜 시간 일본의 인권과 평화문제에 관여해 온 마츠우라 고로 주교(오사카대교구 보좌 주교, 전 일본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는 첫 번째 세션인 ‘아시아의 평화’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핵발전을 추진하는 이들의 ‘안전 신화’가 가진 무책임과 핵무기의 위험을 경고하고 평화를 위한 아시아의 연대를 호소했다.
마츠우라 고로 주교, “핵발전의 안전신화 훼손될까 피난훈련도 안 해”
일본, 나가사키 원자력 폭탄 4000발분의 플루노튬 소유
고로 주교는 정부와 전력회사가 핵산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핵발전은 안전하다’는 안전 신화를 구축하고 널리 퍼트려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전 신화가 구축되면 “안전하기 때문에 사고가 났을 경우에 대한 대비가 필요치 않게 된다”며 실상 핵발전 사고에 대한 피난 훈련은 ‘실제 피해가 엄청나게 광범위하다’는 사실에 대한 반증이 되기 때문에 “정부는 그런 대피 훈련을 결코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위험한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사고의 원인 규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를 들어 핵 발전 재가동을 결정했다. 게다가 경제계의 강력한 요구로 핵발전 수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대 사고를 경험한 일본이기 때문에 더욱 안전을 기한 핵발전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일본의 핵발전 수출 선전 문구다. 새로운 안전신화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어서 그는 일본이 핵발전을 통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45톤이나 소유하고 있다면서 이는 나가사키 원자력 폭탄 4000발분 이라고 말했다.
“핵병기 보유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견해는 ‘자국의 방위’를 위해 ‘정당한 한도’에서 핵을 보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를 통해 일본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일으킨 전쟁 대부분이 ‘자국의 방위를 위하여’라는 이유를 내걸고 실상은 침략을 일삼아 왔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 마츠우라 고로 주교가 아시아의 평화에 대해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끝으로 고로 주교는 ‘두 번 다시 전쟁을 하지 않는다. 분쟁 해결을 위하여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를 위하여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일본 헌법 9조를 언급하며, “개헌을 통해 헌법 9조를 개정하고자 하는 일본 내 우익의 거센 움직임 속에서 일본 시민들이 이 헌법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아시아와 세계의 지지에 힘입은 점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국가가 ‘9조’를 지니게 되는 날까지 군축 감소와 비군사적인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소위 ‘평화 구역(peace zone)’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군대는 진정 국민을 지키는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역사는 ‘아니다’는 대답을 우리에게 제시하곤 했다. 헌법 9조에 의하면 일본은 군사력이 존재하지 않는 ‘무방비 지역’국가여야 한다. 평화 구역 형성을 위한 노력은 콜롬비아, 필리핀 등 세계 각지에서 계속되고 있다. 평화는 인간의 보편적인 염원이며 평화 구역의 형성과 확장은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이다.”
이어진 첫 번째 세션의 강연에서는 오랜 시간 밀양의 지역 주민들과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을 해온 김준한 신부(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가 그간 싸움의 과정을 설명하고 송전탑 건설의 이면에 자리한 핵발전 산업가들의 문제와 정책에 대해 지적했다.
김준한 신부 “누군가의 피와 눈물이 섞인 전기는 우리가 선택할 몫이 아니다”
김 신부는 “밀양 송전탑 문제가 불거진 것은 고리지역에 핵발전소가 추가 증설되었기 때문”이라며 “고리 1호기부터 4호기, 신고리 1, 2호기까지 현재 돌아가는 핵발전소를 포함해 앞으로 고리지역에 6개의 핵발전소가 더 만들어질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엄청난 양의 전기를 서울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765만 볼트라는 초고압 송전탑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 중 69개가 밀양에 건설된다고 전했다.
![]() |
||
▲ 김준한 신부가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싸움과 핵발전 산업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
또한 김 신부는 다른 나라에서는 주민 거주지역에 초고압 송전을 하지 않기 때문에, 765만 볼트 정도의 송전탑 기술은 우리나라에서만 개발되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건강권, 전자파 문제 등으로 송전탑이 민간으로 지나가는 것은 상상도 못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신부는 “우리나라의 경우, 산 쪽으로 가면 공사비가 그만큼 올라가기 때문에 가능하면 민가를 통하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197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 만들어진 ‘전원개발촉진법’에 의해 국가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사업자가 땅 소유주의 의견을 무시하고 강제수용을 해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한 신부는 자칭 전문가 집단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이들 전문가들은 송전탑 문제를 제기하는 주민들과 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복잡한 과학기술의 세계를 잘 알지 못하는 우매한 이들에 의해 많은 일들이 좌지우지 된다"고 비판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송전탑이 학교 위로, 민가로, 밭으로 그 엄청난 전자파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해도 상관없는 일”이라며 전문가들의 무책임함을 비판했다.
이어 김 신부는 ‘공정무역’을 예로 들며 에너지 사용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요청했다.
“결과물을 그냥 쓰는 것이 아니라 과정까지 윤리적인 소비를 하겠다는 것은 매우 소중한 결심이다.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피와 눈물이 섞여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선택할 몫이 아닌 것이다. 전기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을 해야 한다. 기존 에너지 정책을 폐기하지 않는다면 우리 존재가 폐기될 수 있다.”
이 날 오후에 이어진 두 번째 세션 ‘새로운 교회론’에서는 현대 물리학과 신학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온 디아무크 오무크 신부(예수성심전교회)가 ‘새 우주론과 교회쇄신’ 에 대해, 아시아 주교회의연합 신학자문위원인 존 프라이어 신부(말씀의 선교회)가 ‘진정한 참여교회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강연을 펼쳤다.
둘째 날인 13일에는 ‘세계화와 노동현실’, ‘새로운 영성’이라는 주제로 종교의 공적 기능을 강조하는 ‘공공신학’을 연구해온 펠릭스 월프레드 신부(인도 아시아 문화연구소 소장), 종교간 대화에 앞장서 온 마이클 아말라도스 신부(예수회), 조대원 인천교구 노동사목 국장, 시나판 사미도라이 활동가(아시아 이주노동자 행동) 등이 아시아 교회와 노동현실, 새로운 영성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이어갔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