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다리 김홍희
“머 할라꼬?” “아, 부산에 귀한 것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해서 사진 찍을라꼬예.” “찍어서 뭐 하는데?”
신단 앞의 노파는 검은 선글라스 너머로 눈을 휘번득거렸다. 눈과 달리 목소리는 세파를 이겨온 정이 넘친다.
“신문에 쓸라꼬예.” “맞제? 영도다리가 없어지면 안 되지. 그건 그렇고, 니 기자 아이네!”
누가 기자라고 했나? 놀라서 되물었다.
“우째 아는교? 눈도 어두우시면서.”
장미화 점집 방바닥에 엎드려 영도다리를 찍는 동안, 점집 할머니는 이런저런 말씀을 쉼 없이 하신다.
“인자는 다 나가고 서너 집밖에 없다. 옛날이 좋다 나쁘다 말도 몬하지. 다 시절 따라가는 거니까.” “영도다리가 남아나겠는교 아이면 없어지겠는교?”
대뜸 던진 내 질문에 우문현답이다.
“사람들이 없애지 말자카이 없어지기야 하겠나.”
영도다리 없어지지 말고, 장미화 점집 할매는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이소이. ---김홍희 시집 {부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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