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나눔을 하려고...
2024년 6월 28일 금요일
甲辰年 음력 오월 스무사흗날
이 산골에도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한다. 장기예보에 오는
일요일부터 10여일 내리 쭈욱 비가 잡혀있다.
그동안은 가뭄이 심해 밭에 물을 주느라 꽤나
고생을 했는데 이제는 비가 많이 내릴까봐 또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세상
사는 것이 걱정의 연속이란 말인가? 그렇기는
하지만 다가올 앞날을 미리 걱정할 것 까지는
없는 것이다. 닥치는대로 살면 되는 것이니까.
이른 아침 기온은 11도라서 한기가 다가온다.
이슬이 촉촉하다. 선선하여 상쾌함이 느껴진다.
한낮은 무척 더울거라는데... 하지만 이 산골은
다른 고장에 비해 아주 나은 편이다. 열대야는
없으니까.
드디어 올해도 나눔의 계절, 나눔을 할 시기가
돌아왔다. 한 이랑을 심은 상추밭이 그새 아주
빼곡하게 상추가 잘 자랐다. 아내가 어서빨리
상추를 뜯어다 나눔을 하라는 분부를 내렸다.
어느 안전(案前)이라고 명을 거역하겠는가?
즉시 분부 받들어 바나나박스를 들고 밭으로
나가 상추를 뜯기 시작했다. 때는 해질녘이다.
상추는 한 잎씩 껍질을 벗기듯 뜯어야만 한다.
그래야 쫑대 나오는 것이 조금 더디다고 했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뜯고 정리를 하려다 보니
솔직히 말해 성가시기는 하지만 또다른 한편은
뿌듯함과 흐뭇함이 마음속에 자리하기에 기쁜
마음, 즐거운 마음으로 상추를 한 박스 뜯었다.
무려 한 시간 가까이... 이 상추는 함께 일하는
시니어 형님들과 두 아우님에게 나눔을 하려고
뜯었다. 또다른 효과는 이렇게 상추를 뜯어내야
오랫동안 상추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상추도 오래가게 하고 니눔도 하니까
바로 이런 걸 두고 '일거양득(一擧兩得),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라고 하는
것이겠지 싶다.
어제는 모처럼 아내와 함께 도시 바람을 쐬고
왔다. 도시 바람이래야 40여분 거리의 원주에
다녀오는 것이다. 머잖아 장마가 시작된다 하여
대형마트에 생활용품을 사러 나갔다 온 것이다.
원주와 강릉 중간부분에 위치하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 원주에 나가 쇼핑을 하곤 한다. 수산물이
필요하면 이따금씩 주문진을 들려 강릉에 다녀
오기도 한다. 간만에 가는 것이라 살 것이 조금
많을 것이라고 하더니 정작 자동차에 실은 것은
얼마되지도 않았다.아내는 꼼꼼하게 메모를 한
것만 찾아다니며 쇼핑을 하는 알뜰함을 보였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어떨 때는 내가 돈을 못벌어
그러는가 싶어 안스럽기도 하고, 또한편으로는
몸에 밴 절약정신이라고 할까 모르겠지만 정말
꼭 필요한 것 외는 사는 법이 없는 사람이라서
존경심을 유발할 정도로 알뜰하다. 아내 덕분에
지금 이 만큼 사는 것이 아닌가 싶기는 하다.
오는 길에 이따금씩 가곤 하는 원주 외곽에 있는
소문난 보리밥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헌데
이놈의 네비가 엉뚱한 길로 안내하여 횡성까지
가게 되어 다시 자동차를 돌리기도 그렇고 하여
기왕에 이렇게 된 것 모처럼 목에 때나 벗기자며
고깃집에 들어갔다. 자리에 앉자마자 시키지도
않은 고기가 나오고 이내 숯불이 들어와 당황을
했다. 그랬더니 무한리필이라 고기는 기본이고
그 다음부터는 원하는 대로 갖다 먹으라고 했다.
TV에서 이름난 연예인이 광고모델로 나오는 걸
보기는 했지만 무한리필인지는 몰랐던 산골부부,
얼떨결에 모처럼 목에 때 벗기려고 갔다가 완전
촌놈, 촌년이 되고 말았다. 하긴 산골은 촌이라
원래 촌놈, 촌년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우리는
늦은 점심을 고기로 배를 채웠다. 먹고싶은 것은
많지만 기본으로 나온 고기를 먹고나니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다. 옆자리의 젊은이들, 뒷자리의
인부 차림의 사람들은 연신 들락거리며 엄청 잘
먹는 것 같았다. 그런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우리
같은 손님이 있기에 영업이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되었거나 모처럼 도시 바람
쐬고, 알뜰한 아내의 쇼핑 모습에 감동을 하였고,
졸지에 촌놈이 된 무한리필 고깃집에서 아내와
함께 맛있게 점심을 먹은 즐거운 외출이었다.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
첫댓글 방금 왔다 가셨네
좋은하루~
답글 늦어 송구합니다.
감사합니다.^^
상추가 꽃처럼 이쁘네요
박스가득 이쁘게도 따 담으셨어요
저 초록상추 참 맛있지요
수고하셨어요^^
저희는 해마다 상추를 심어 나눔을 합니다. 저희가 먹는 것 보다 더 많이... 한 잎 한 잎 뜯는 수고로움은 있지만 그마저 즐겁습니다.
감사합니다.^^
수확의의 기쁨 뿌듯하죠 ..
오늘도 즐거구 행복한날 되세요
그렇습니다.
아주 자그마한 모종을 심어 이렇게 자라기까지 정성을 다했기에 뿌듯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참 튼실하게 잘 자랐네요
나눔의 손길이 아름답습니다
나눔을 하라고 잘 자라준 것 같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