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8일 광주 망월동에서 한총련이 전개한 한미정상회담 규탄 투쟁 이후 법무부
장관, 행정자치부 장관의 ‘엄정처리’ 방침이 발표되었습니다. 경찰은 정재욱 한총련
의장과 윤영일 남총련 의장 등 관련자 4명, 전국공무원노조, 여중생 범대위 관계자 등
신원이 파악된 14명에 대해 출석요구서 발부 및 검거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이 문제를 ‘한총련 합법화의 새로운 변수’로까지 확대 해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총련의 본래 의도와는 상관없이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상황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다음과 같이 정리된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1. 방미 기간 보여준 노무현 대통령의 대미외교노선은 <대등한 한미관계>를 염원하는 우리
국민에게 심각한 우려와 불안을 안겨주었습니다. 한총련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민족의
자주와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적 의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친미외교노선’의
위험성을 보여준 회담이었다고 평가합니다. 한미공동선언은 이북에 대해 소위 ‘추가적
조처’로 대변되는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한반도 전쟁위기를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또한 ‘남북 교류협력을 북한 핵문제의 전개상황을
보아가며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은 6.15 공동선언의 기본정신을 훼손하고 남북간
교류협력사업을 한미공조의 틀 안에서 진행하겠다는 대미의존적 자세입니다. 따라서
한반도 전쟁위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했고 미국에 의해 남북관계 마저 어둡게 된
현실을 두고 결코 ‘실용주의 외교’의 성과라 지칭 할 수 없습니다.
2. 한총련은 미국 방문을 마치고 5.18 기념식장에 참석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 같은
비판의 목소리를 정확히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5.18 항쟁의 토대 위에서 태어나고 그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노무현 정부라면 더욱더 한미정상회담의 대미굴욕적 외교를 질타하는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합니다. 한총련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
그리고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걱정하는 대다수 국민 여러분께 전달하고자 했던 바는 바로
이것입니다. 군부독재 청산과 6월 항쟁을 통한 민주주의 확대 발전, 민족통일의 대강령인
6.15 공동선언 발표와 노무현 참여정부 출범까지. 거대한 역사적 전진을 추동해 온
한국사회 시대정신의 표상으로 자리잡은 것이 바로 23년 전 '5월 광주'의 항쟁 정신이기
때문입니다. 나라의 자주와 민족의 통일 문제를 외세의 힘이 아닌 우리 민족의 힘으로
개척해나가는 것이 다름 아닌 5.18 항쟁정신을 오늘의 현실에서 빛나게 구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번 사건을 ‘국가기강 문란’으로까지 확대 해석하면서
<전원 사법처리 방침>을 발표한 것은 한총련의 본의와 당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온당치 못한 처사입니다. 더구나 한총련이 “자기 주장에 맞지 않는다고 사람을 모욕하고
타도대상으로 삼았다”라고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거나 한발 더 나아가 한총련을
“난동자”로 규정하는 것은 올바른 문제의식을 전달하고자 했던 한총련의 진심을 심각히
왜곡하고 있습니다. 참여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국민대통합은 사회의 다양한 생각과
자유로운 비판의 소통을 가능하게 할 때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한총련은 이번 경찰의
강경 대응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사법처리 방침의 철회를 촉구합니다.
4. 특히 이 문제가 ‘한총련 합법화’와 연결지어 해석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한총련 관련 정치수배 해제와 이적규정 철회는 한국사회 민주와 인권
보장의 시금석과 같은 절대절명의 과제입니다. 한총련 정치수배 해제와 합법화는 한
해에도 5백여명의 수배자들이 양산되는 시대의 모순을 해결하는 문제로써 우리 사회의
심도 있는 논의와 합의과정에 있습니다. 따라서 5.18 시위를 근거로 ‘합법화 여부’를
재단하서는 안됩니다. 한총련은 일부 언론이 이 문제를 부각시켜 정치수배 해제와
합법화에 의도적인 난기류를 조성하는 보도 행태에 대해 반론보도 신청와 언론중재위 제소
등 단호히 대응할 것임을 밝힙니다.
5. 5.18 항쟁 23주년을 맞이하는 올해는 80년 당시 폭도로 내몰렸던 이들의 명예회복과
민주유공자예우법 통과, 5.18 묘지의 국립묘지 승격 첫 해가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그
의미를 잘 알고 있기에 한총련은 참배객들을 위해 인도와 차선 한 개를 비워두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항의의사를 전달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진행과정의 미숙함으로 유가족 분들과
참배객들께 본의 아닌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서는 진심으로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합니다. 이번 5.18 과정에서 표출된 한국 학생운동의 냉철한 비판 정신과 헌신적인
실천은 여전히 한국사회 발전의 추동력임을 믿습니다.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개최되는
‘한국대학생5월축전’은 21세기 한국 학생운동의 새로운 면모를 국민앞에 펼쳐보이는 대
축제의 장이 될 것입니다. 한총련은 이 자리에서 새로운 학생운동을 펼쳐 보이겠다는
올해의 약속을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줄 것입니다. 앞으로 한총련은 새로운 학생운동을
구현하는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모든 활동을 펼쳐나갈 것을 국민앞에 약속합니다.
2003년 5월 19일
민족의 운명을 개척하는 불패의 애국대오
11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의장 정 재 욱